스포츠 쿠튀르 룩
스포츠 감성의 가볍고 경쾌한 디테일과 쿠튀르 컬렉션 못지않은 섬세한 디자인이 만나 탄생한 스포츠 쿠튀르 룩. 자꾸만 밖으로 나가고 싶어지는 이 계절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옷차림이다.
아웃도어 스포츠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이 유행은 우리의 옷 입기 방식까지 바꿔놓고 있다. 부모 세대는 등산복을 일상복처럼 입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복에 기능성 점퍼를 걸치고 트레킹화를 신는 게 유행이다. 일상 깊숙이 들어온 아웃도어 트렌드를 20~30대 여성들은 어떻게 소화해야 멋질까. 화이트 셔츠에 등산용 고어텍스 팬츠를 입고 출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런 면에서 이번 시즌 런웨이는 그 근사한 대안을 찾기에 더없이 좋은 장이다. 일상에서도 스포츠 감성의 편안함을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는 옷차림은 ‘스포츠 쿠튀르 룩’이라는 이름으로 스타일에 실용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드리운다.
과거 캐주얼 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스포츠 룩에 비해 이번 시즌의 스포츠 쿠튀르 룩은 더 여성스럽고 우아하며, 모던하다. 아이템 선정부터 연출 방법까지 좀 더 공을 들여야 완성도 높은 옷차림을 연출할 수 있는데, 다음의 공식들을 기억해두면 좋겠다. 스포츠 쿠튀르 룩을 세련되게 즐기기 위한 가장 간편하고 핵심적인 요건은 흰색을 기본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전체 옷차림을 흰색으로 통일하면 깨끗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효과가 있다. 다른 색을 섞고 싶을 때에는 그린, 옐로, 주황 등의 밝은 네온색이 제격인데, 네온색은 흰색을 더 밝고 또렷하게 하는 동시에 전체적인 옷차림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때 주의할 점은 네온색의 면적이 흰색이 차지하는 면적보다 적어야 세련돼 보인다는 것이다. 후세인 샬라얀 컬렉션은 흰색과 네온색의 비율에 따라 풍기는 분위기가 어떻게 다른지 참고하기 좋다. 스텔라 맥카트니 컬렉션 역시 흰색과 네온색의 조합을 멋지게 보여줬는데, 시폰, 메시, 아일릿 등 시어한 소재끼리의 매치로 색의 조합을 더욱 가볍고 경쾌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아웃도어 의상이 일상에서도 많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기능성 소재가 주는 편안한 착용감 때문이다. 스포츠 쿠튀르 룩의 진정한 매력을 연출하고 느끼기 위해서도 소재 선택이 중요하다. 아웃도어 의상에도 많이 쓰이는 가벼운 폴리에스테르 소재와 탄성에 강한 스판덱스 소재를 눈 여겨보면 도움이 된다. 이 둘의 강점을 잘 섞어놓은 실크 저지 소재라면 금상첨화다. 아노락 점퍼, 티셔츠, 레깅스 팬츠를 고를 때 이 소재들을 선택한다면 실제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길 때에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보다 트렌디한 느낌을 내고 싶을 때에는 가벼운 가공을 더한 가죽과 니트 소재에 주목하면 된다.
촘촘한 짜임의 니트 피케 셔츠와 카디건을 선보인 로샤스, 펀칭 장식으로 통기성의 멋을 살린 프로엔자 슐러의 가죽 재킷과 원피스, 허리선에 자연스러운 주름을 잡은 펜디의 가죽 패치워크 원피스 같은 느낌이면 근사하다. 과감한 멋을 선호한다면 메탈릭 실버 가죽에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다. 속이 비치는 시스루 소재와 PVC 소재의 의상은 스포츠 쿠튀르 룩을 시원한 멋으로 변신시키기에 좋다.
색상과 소재 선택이 스포츠 감성을 좌우한다면 실루엣은 평범한 옷과 쿠튀르적인 옷차림의 차이를 결정짓는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포츠 쿠튀르 룩의 가장 큰 차별점은 여성스럽고 우아하다는 것. 몸을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는 부드러운 실루엣을 선택하면 가장 안전하다. 이때 장식 없이 가늘고 긴 느낌을 부각하는 것이 정답이다. 디테일이 투박하다면 허리선을 드러내는 실루엣을 눈여겨보자. 가죽 원피스라도 허리선이 드러나면 충분히 여성스럽고 경쾌해 보인다. 율동이 느껴지는 페플럼 장식이나 러플 헴라인도 쿠튀르적인 감성을 살린다. 거추장스러워 보일 수 있는 단점을 피하기 위해서는 전체 의상의 길이를 짧게 유지하는 편이 낫다.
스포츠와 쿠튀르를 잘 접목했다면 완성은 신발의 몫이다. 구조적인 가죽 스트랩 슈즈, 앞코가 뾰족한 펌프스나 부티를 신으면 성숙한 느낌을, 스퍼드 슈즈나 로퍼, 브로그 등 투박한 신발을 곁들이면 자유분방한 매력을 부각할 수 있다. 스포츠 쿠튀르 룩은 정형화되지 않아야 더 멋지다. 스포츠와 오트 쿠튀르라는 신선한 조합처럼 말이다. 위에 언급한 약간의 공식을 팁으로 기억하되 자신만의 취향을 담은 스포츠 쿠튀르 룩으로 편안하고 느슨한 감성을 걸쳐보길 권한다.
최신기사
- 에디터
- 박선영
- 포토그래퍼
- KIM WESTON ARNOLD, 이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