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랑 – 한남동의 역습
도산공원과 한남동, 가로수길과 양재천, 상수동과 북촌까지 시차 없는 서울로 여행을 떠났다. 마음먹고 여행한다면, 그 어떤 도시보다 매력 있는 바로 그 동네로.
한남동의 역습
한남동이 최근 1년간 보여준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한남동 사모님들의 카페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디자이너 숍과 멋스러운 술집,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는 레스토랑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니까. 이태원보다 단정하며, 강남과 겨우 다리 하나 사이인 한남동은 지금 자신만의 문화를 만드는 중이다. 아직은 아는 사람만 찾는 곳이라서 더 좋은 한남동.
1. 디자이너이미지 호젓한 대사관길에 자리 잡은 새하얀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디자인 멀티숍 디자이너이미지. 값비싼 가구로 가득할 것 같지만, 의외로 저렴한 가격의 소품이 층층마다 채워져 있는 것이 반전이다. 갖고 싶은 것, 선물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한참을 만지작거리게 되는데, 영국 왕실 인증을 받은 로버츠 라디오, 피렌체의 유서 깊은 퍼퓸 회사 닥터 브라네스(Dr.Vranjes), 레코드판을 재활용한 디자인 소품 바이닐루스(Vinyluse), 독특한 레트로 디자인 시계 브랜드 뉴 게이트(New Gate) 등 작지만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는 예쁘고 멋진 소품으로 가득하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4-7 문의 02-380-0000
2. Parc 한남동에 밥집이 생겼다. 지구 곳곳의 이국적인 맛이 가득한 한남동이지만, 부장님부터 말단 사원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겐 밥이 필요하다. 파르크는 바로 그 밥에 대한 허기를 채워준다. ‘엄마의 요리(Korean Mother’s Recipes&More)를 표방하는 파르크에서는 매일 바뀌는 세 메뉴와 반찬, 국을 깔끔하게 차려낸다. 메뉴 중 한 가지는 베지테리언도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준비하는 것도 장점이다. 지금은 오후 4시면 문을 닫지만 곧 저녁 식사도 준비할 예정.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3시에도 점심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바질 화분이 자라는 작은 발코니 옆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 기분이란!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43-1 문의 02-792-2022
3. 비이커 이곳에 들어설 땐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게 좋겠다. 정말 갖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신고 싶은 신발이 많아서 정신이 다 혼미해질 지경이니까. 패션 편집숍과 라이프스타일숍을 겸하고 있는 이곳은 감식안으로 선택한 디자이너의 신상 의류는 물론 북유럽의 유기농 헤어 전문 브랜드 사샤후안(Sachajuan) 같은 뷰티 제품, 해외 디자인 잡지에 이르기까지 편집숍만의 매력이 충만한 곳이다. 충동구매가 걱정된다면 잠시 안쪽에 숨어 있는 카페의 빈티지 의자에 앉아서 디자인 서적과 해외 잡지를 보며 마음을 다스려도 좋다. 이 카페 역시 동네 주민들의 호응이 뜨겁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38-36 문의 070-4118-5216
4. 스피크이지 몰타르 주당들에게도 한남동은 새로운 목적지다. 커피바 케이, 바 미오, 볼트82까지 술 좀 알고 마신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바는 모두 한남동에 있으니까. 그중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은 스피크이지 몰타르다. 미국 밀주 시대의 숨겨진 바가 콘셉트인 이곳은 작고 아늑해 아는 사람만 찾아간다. 게다가 찾아가더라도 문을 열어줄지 안 열어줄지는 주인 마음이다. 문에 붙어 있는 작은 창이 그날의 운명을 좌우한다. 커다란 스피커가 만들어내는 음악을 들으며 그날의 기분대로 칵테일을 하는 이곳은 술을 즐기지 않더라도 자꾸 찾게 되는 특별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29-4 문의 070-4288-7168
5. 스탠다드 키친 마음이 시끄러운 날, 조용한 곳으로 대피하고 싶다면 스탠다드 키친이 제격이다. 한남동에서도 깊은 골목, 마치 숨어든 것처럼 홀로 떨어진 이곳에서는 시끄러운 손님도 만나기 힘드니까. 햄버그스테이크와 카레, 파스타 등 간단한 식사와 카페를 겸하고 있는데, 대단히 맛있다고 할 수는 없는 음식이지만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조용함이 음식 맛을 뛰어넘는다. 뭐든지 과잉인 시대에 비움의 미덕을 아는 스탠다드 키친. 파란 차양 아래 야외 공간에서 마시는 커피와 여름철 준비되는 팥빙수는 볕 좋은 날부터 흐린 날, 비가 내리는 날에도 운치가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95-1 문의 02-795-3375
6. 어네이티브 캠핑족의, 캠핑족에 의한, 캠핑족을 위한 곳. 캠핑에 특별히 끌리지 않는 사람도 어네이티브를 둘러보면 생각이 달라질 만큼 매력적인 곳이다. 캠핑 용품을 판매하는 쇼룸과 간단한 식사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그리고 옥상 위의 캠핑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이 루프톱 캠핑 장소와 카페 공간을 대여해준다는 말씀. 주류와 음식을 포함한 장소대여료가 생각보다 저렴해, 친구들과의 올해 생일 파티는 이곳에서 해야 하나 싶다. 한남동을 내려다보는 옥상에서의 캠핑은 여자 친구들끼리라고 해도 문제될 것이 없으니까. 타닥타닥 모닥불도 피울 수 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93-6 문의 070-8867-0181
7. 마인드 한남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 이제 문을 연 지 1년 되었을 뿐인데 마치 한남동의 터줏대감처럼 느껴지는 이곳은, 1년 새 한남동 골목의 엄청난 변화를 눈으로 지켜본 곳이다. 기존의 일본식 이자카야가 아닌 모던하고 멋스러운 인테리어와 매일 바뀌는 꽃, 멋진 요리와 담음새는 마인드를 아주 특별한 곳으로 만들었다. 오픈 이래 매일 끓고 있는 도가니가 든 어묵과 제철 사시미는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이다. 유독 잘생긴 직원이 많은 것도 특징인데, 1년 새 데뷔해서 드라마의 남자 주연으로 활약하고 있는 한 배우도 바로 마인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20 문의 02-797-9216
8. 익스페리멘털 커피바 한남동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이곳의 이름은 ‘익스페리멘털 커피바’지만, 사람들은 회사 이름인 ‘바이 상’으로 부르곤 한다. 커피와 관련된 모든 것을 수입하는 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이곳은 여느 커피숍과 달라도 많이 다르다. 바리스타 대회 심사위원이기도 한 바리스타가 손님의 취향을 기억해 직접 커피를 내려주고, 직접 로스팅한 원두부터 크고 작은 커피 기구도 살 수 있지만 가장 독특한 건 직원의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저녁 6시면 문을 닫고, 주말에도 쉰다는 것. 매일매일 마실 수 있는 좋은 커피를 지향하는 이곳에서 커피 한잔하려면 꼭 시계가 필요하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26-162 문의 02-544-1071
9. 세컨드 키친 이제 막 문을 연 세컨드 키친은 ‘2013 올해의 레스토랑’의 유력한 후보 자리를 일찌감치 예약해놓았다. 멋지게 설계된 단독 건물, 훌륭한 음식과 서비스, 와인 등 좋은 레스토랑의 조건을 두루두루 갖추고 있으니까. 북유럽부터 인도까지, 다양한 문화권에서 경험을 쌓은 크리스틴과 에릭 두 셰프가 선보이는 음식은 아메리칸 다이닝이라고 말하지만 캘리포니아 퀴진의 맛에 가깝다. 사람들이 부담 없이 주문할 수 있는 5만5천원의 가격에 준비한 50가지 와인에서 세컨드 키친의 영리함도 엿볼 수 있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공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선보이는 한남동의 새 식구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263-2 문의 02-794-7435
10. 글래머러스 펭귄 한남동에서 ‘단것’이 생각나 찾아온 사람들로 요즘 자리가 없는 곳. 레드벨벳 케이크부터 당근케이크, 메이플 애플케이크, 오렌지 포렌타 등 다양한 케이크가 여자들을 유혹한다. 일본에서 제빵 유학을 마친 오너가 만드는 케이크는 일본식대로 깔끔한 맛. 펭귄의 매력 때문인지 문을 연 후 계속 인기 행진 중이다. 오후 늦게 방문하면 텅텅 빈 케이크 접시만 확인할 수도 있다. 유기견을 돕는 ‘베이크 세일’을 열기도 하는데, 이때는 다양한 홈메이드 디저트와 베이킹 제품, 에코백을 판매해 수익금을 유기견 입양 캠페인에 기부한다.
주소 서울 용산구 한남동 743-4 문의 02-790-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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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허윤선
- 포토그래퍼
- 안형준, 이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