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가 말랑말랑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을 읽으면 어쩐지 두부가 생각난다. 수수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그 매력을 드러내는 두부는, 세상에서 가장 순하고 착한 음식이니까. 두부로 만든 12가지 요리.

1. 홍연 | 리찌 향인 두부
웨스틴조선호텔에 자리한 ‘홍연’은 중국 광둥요리를 전문으로 선보이는 중식당이다. 일찍이 외국과의 교역이 활발했던 지역인 만큼
광둥요리는 맵고 향이 강한 중국 다른 지역의 요리보다 대중적인 요리가 많다. 이곳의 정수주 주방장이 온갖 산해진미를 마다하고 가장 좋아하는 재료는 두부다. 다양한 두부를 직접 만드는 것으로도 모자라 특제 두부 요리를 종종 선보인다. 홍연에서 맛볼 수 있는 귀한 두부 요리가 있으니, 바로 디저트인 리찌 향인 두부다. 판나콘타를 닮은 이 두부는 말랑말랑한 두부가 달콤하기까지 할 때 얼마나 사랑스러운 음식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가격 1만2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중구 소공동 87 문의 02-317-0494

2. 맘 | 두부김치스테이크
엄마의 음식 솜씨를 자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던 삼형제가 차린 식당 ‘맘’. 구절판과 와인, 비빔밥과 샹그리아가 공존하는 맘은 맛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당으로, 두부김치스테이크의 주인공인 두부 역시 김치볶음, 깻잎, 돼지고기와 사이좋게 어울린다. 토마토를 넣은 김치볶음은 외국인이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맛. 와인잔에 담긴 하우스 막걸리를 함께 홀짝이다 보면 두부도 제법 로맨틱한 음식이 된다.
가격 2만5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자정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03-5 문의 02-334-2598

3. 터치 앤 스파이스 | 아시안 카프레제 샐러드
‘터치 앤 스파이스’는 가로수길에서 가장 재미있는 레스토랑 중 하나다. 치킨에 망고를 곁들이고, 숙주와 땅콩소스를 버무리기도 하는 이곳의 주방은 방콕부터 도쿄까지, 온 아시아의 맛을 가지고 논다. 아시안 카프레제 샐러드는 터치 앤 스파이스의 감각이 돋보이는 메뉴. 탱글탱글한 토마토 옆에는 모차렐라 치즈 덩어리를 닮은 모찌두부가 놓여 있다. 와사비, 피시 소스, 참기름 등이 배합된 소스에 말린 블랙올리브, 생강, 고수, 민트 등 온갖 재료가 섞여 다양한 맛과 식감을 선사한다. 보기 좋은 두부가 먹기도 좋다.
가격 1만5천5백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41-4 문의 02-542-3009

4. 베지홀릭 | 두부피자롤
채식주의자에게 두부는 좋은친구다. 자극적이지 않고 몸에도 좋은 데다가, 채식주의자에게 부족하기 쉬운 단백질을 섭취하는 데도 도움이 되니까. 달걀과 버터를 사용하지 않는 ‘베지홀릭’은 극단적인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도 걱정 없이 맛볼 수 있는 빵과 케이크를 만드는 곳이다. 그리고 베지홀릭 부동의 인기 빵이 있으니 이름 하여 두부피자롤. 숲의 고기라 불리는 버섯과 두부, 양파, 당근 등 구운 야채를 반죽에 돌돌 말아 롤처럼 만들었다. 풍부한 토마토 소스의 향기와 촉촉한 빵과 두부의 식감이 부드럽다.
가격 2천8백원 영업시간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257-7 문의 070-4114-0458

5. 명동 할머니 국수 | 두부국수
50년 전의 명동을 상상해본다. 지금의 신세계 백화점과 명동 예술극장 등 커다란 건물 몇 채를 제외하면 아마 북적대는 시장의 모습을 닮지 않았을까? 1958년 명동 한복판에서 시작한 ‘명동 할머니 국수’의 두부국수는 이렇게 그 시절의 명동을 그려보게 한다. 지금은 체인점도 여럿 거느린 곳이 됐지만 개운한 멸치육수, 가느다란 국수 면과 함께 호로록 들이켜면 금세 속이 뜨끈해지는 담백한 두부국수는 역시 옆 사람과 다닥다닥 붙어 앉아 먹는 본점에서 먹었을 때 제맛이 나는 법이다. 인심도 여전해 만두 등 다른 메뉴를 주문하면 두부국수를 작은 그릇에 담아 주기도 한다.
가격 4천원 영업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주소 서울시 중구 명동 1가 42-43 문의 02-778-2705

6. 백년옥 | 순두부 뚝배기
두부 간수와 두부만 담긴 ‘백년옥’의 순두부 뚝배기는 그리다 만 그림처럼 심심하다. 하지만 백년옥의 두부가 30년넘게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심심함’에 있다는 사실. 맑은 바닷물인 청간수와 우리 콩을 사용해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든 백년옥의 순두부를 먹다 보면 두부가 원래 어떤 맛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양념간장과 함께 먹기 마련이지만 어느덧 국물에서 느껴지는 고소한 콩맛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 예술의전당 건너편에 자리해 있으니 전시와 공연으로 마음이 배부른 날, 이 오래된 두부집의 맛을 음미하면 좋겠다.
가격 7천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450-6 문의 02-523-2860

7. 교토푸 | 떠먹는 두부 티라미수
교토의 두부장인에게 감명받은 미국 청년은 고향으로 돌아가 두부, 현미 등을 사용한 레스토랑 ‘교토푸’를 차렸다. 맛집 평가 사이트 ‘옐프(Yelp)’에서 관련리뷰가 800개가 훌쩍 넘는 이 레스토랑이 3년 전, 한남동에 상륙했을 때, 국내 미식가들의 눈길이 쏠렸더랬다. 두유 푸딩과 함께 교토푸의 대표 디저트 메뉴로 꼽히는 떠먹는 두부 티라미수는 두부와 크림치즈, 그리고 유자레몬케이크가
부드럽게 뒤섞인 디저트다. 천천히 씹다 보면 진한 코코아 분말을 뚫고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한 두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테이크아웃 가격은 3천5백원. 가격도 착하다.
가격 9천원 영업시간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4가 442 타임스퀘어 4층 문의 02-2638-2788

8. 시추안 하우스 | 시추안 칠리 토우푸우
제대로 된 사천요리를 선보이는 것으로 이름난 ‘시추안 하우스’는 화학 조미료나 MSG를 사용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맵고 강렬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레스토랑이다. 시추안 하우스에서 특별 제작한 칠리 소스에 타이고추, 인도고추로 매운맛을 내고 색색의 피망까지 더한 시추안 칠리 토우푸우의 끝맛은 맵고 개운하다. 한 모를 다 쓴 게 아닌가 싶게 큼지막한 두부를 고온에서 겉만 바삭하게 튀겼다. 부드러운 두부 속으로 깊이 스며든 소스의 맛에서 사천요리의 역사가 보인다.
가격 2만3백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154-11 문의 02-508-1320

9. 쿡앤북 | 두부샌드위치
‘쿡앤북’의 샌드위치는 한우 패티 대신 두부를 품었다. 채식 레스토랑의 콩고기 돈까스처럼 콩을 갈아 패티를 만든 것은 아니다. 물기 많고 흐물흐물한 흰 두부를 소스에 절인 후, 센 불에 바싹 구워 표면을 단단하게 굳혀 햄처럼 끼워 넣었다. 심심한 맛일 거라고 예측하면 오산이다. 소스를 머금은 두부와 홀그레인 머스터드와 발사믹 소스가 맛에 강약을 불어넣는다.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치아바타, 야채, 두부가 함께 들어간 샌드위치는 먹기만 해도 몸이 튼튼해질 것 같은 기분이다.
가격 8천5백원 영업시간 정오부터 오후 11시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33-39 문의 02-325-1028

10. 크리스탈 제이드 | 마파두부
매콤한 마파두부가 사천요리의 전매특허라는 편견을 버릴 것. ‘크리스탈 제이드’의 마파두부처럼 고소한 상하이식 마파두부도 존재하니까. 고추와 고추기름이 들어가긴 하지만 다진 돼지고기, 묵직한 두반장과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는 두부가 매운맛을 상쇄하기 때문인지 맵다기보다는 달콤하고 고소하다. 다진 고기의 거친 식감과 대비를 이루는 두부의 부드러운 식감, 진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소스가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밑반찬 같다. 야채볶음밥과 함께 먹을 것을 권한다.
가격 1만2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중구 명동 2가 83-5 눈스퀘어 6층 문의 02-3783-5428

11. 강원산골 | 띄운 비지찌개
성수동의 두부 요리 전문점 ‘강원산골’의 띄운 비지찌개가 식탁에 오르는 순간, 구수하게 올라오는 청국장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발효된 비지를 한 숟갈 두 숟갈 떠먹다 보면 돼지고기, 두부, 신김치가 함께 올라와 중간중간 입맛을 돋운다. 제대로 발효한 구수한 향기의 콩비지와 기름진 돼지고기의 조화가 특히 환상적인데 고소하고, 걸쭉한 비지의 매력에 금세 중독되고 만다. 해장용으로 좋은 얼큰한 손두부전골도 이곳의 인기메뉴다.
가격 6천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1가 13-277 문의 02-464-2072

12. 오수 l 흑두부 철판구이
피맛골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인사동에서는 골목골목 자리잡은 오래된 식당들을 만날 수 있다. 흑두부 전문점인 ‘오수’도 바로 그런 곳이다. 전라도 오수에서 태어난 할머니의 음식 솜씨를 이어받은 손녀딸 내외가 운영하는 오수의 두부가 색이 짙은 이유는 검은콩인 서리태를 사용해 만들기 때문이다. 일반 대두보다 단백질이 풍부한 서리태는 흰 두부처럼 매끈하지는 않지만 고소한 맛이 강하고, 두부의 비린내를 거의 느낄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술안주로 인기인 흑두부 철판구이는 밑반찬으로 나오는 김과 함께 싸 먹으면 좋다.
가격 1만5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29-9 문의 02-735-5255

    에디터
    피처 에디터 / 이마루
    포토그래퍼
    이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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