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산책
가을맞이 소풍이라도 다녀오고 싶은 마음에 지도를 살피다가, 가까워서 더 좋은 경기도의 미술관을 찾았다. 갓 문을 연 미술관 다섯 곳의 문을 두드렸다.
1. 한길 책 박물관
한길사가 책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 주목했다. 16~19세기 유럽의 고서들, 시대정신을 반영한 신문과 잡지 등을 한데 모은 책 박물관을개관한 것. 수집품은 호사스럽다. 윌리엄 모리스의 책과 윌리엄 터너의 판화집부터 다채로운 셰익스피어 전집, 그리고 훈데르트 바서, 살바도르 달리가 그림을 그린 <성경>까지! 더욱 황홀한 것은 이 모두가 상설전시라는 것이다. 단 기획전시 <권력과 풍자> 전시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프랑스 풍자화가 5인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은 이 인문학적인 전시는 9월 30일까지만 만날 수 있다.
입장료 5천원
개관시간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주말은 오전 11시부터, 월요일 휴관)
주소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136
문의 031-949-9786
2. 닻 미술관
배를 고정하는 닻과 사진작가이자 교수로, 예술가들의 작품집과 아티스트 인터뷰 잡지 <깃>을 펴내는 닻 프레스의 대표로 활약한 주상연 작가는 그 듬직함이 닮았다. 2010년 10월 개관한 닻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내비게이션이 고장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로 좁은 시골길을 구불구불 따라 들어가면 경기도 광주 진새골 깊숙이 자리한 닻 미술관을 마주하게 된다. 지중해의 별장 같기도 하고, 오래된 교회 같기도 한 미술관 내부는 평화롭다. 먼 길을 온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일까, 여름철이면 손수 만든 빙수를 내놓는 카페는 아늑하고, 볕이 잘 들어오는 복도를 따라 늘어선 작품들은 조용하게 질문을 던진다. 발리에서 거주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When Heaven Meets Earth’는 9월 30일까지 만날 수 있다.
입장료 1천원
개관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월, 화 휴관)
주소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대쌍령리 447-32
문의 070-4193-2581
3. 성남아트센터
두 개의 미술관과 대형 뮤지컬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규모의 공연장과 야외광장을 갖춘 성남아트센터는 ‘아트센터’라는 말을 듣기에 모자람이 없는 곳이다. 현재 성남아트센터의 미술관은 두 관 모두 막강한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컬러풀한 그림체와 독특한 구성으로 유명한 동화 <배고픈 애벌레>의 작가 에릭 칼의 전시와 독일 라이프치히 화파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German Now’ 전시가 한창인 것.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며 서구미술사회로 유입된 동독 작가들이 선보인 새로운 그림들은 20세기 말, 미술계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지금의 독일이 현대미술의 메카로 등극하는 데에 기여한 바 있다. 두 전시 모두 9월 2일까지.
입장료 7천원
개관시간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월요일 휴관)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성남대로 808
문의 031-783-8142
4. 양평군립미술관
두물머리를 지날 때마다 양평의 짙푸른 자연에 놀라곤 했다. 그 양평에 미술관이 생겼다. 지난해 겨울 개관한 양평군립미술관은 군립미술관이라는 어감이 선사하는 딱딱함과 고리타분함과는 거리가 멀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총 5개의 전시실을 품은 내부는 모던하고,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시스템 등 친환경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개월마다 바뀌는 전시는 신예작가와 양평 출신의 작가 등 현대미술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하니 행여 교육용 전시만 넘실거리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이제 그만 내려놓자. 현대미술작가 50명의 해학과 재치가 돋보이는 <신나는 미술관> 전시는 8월 21일까지 열린다.
입장료 1천원
개관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양근리 543번지
문의 031-775-8515
5. 아해박물관
“13인의 아해가 도로로 질주하오”라는 이상의 오감도를 기억한다면 ‘아해’가 ‘아이’를 가리키는 또 다른 우리말이라는 사실을 알 거다. 지난 2010년 개관한 아해박물관은 우리나라의 아이들을 기록한 곳이다. 엄마가 아기의 탯줄을 보관하고, 팽이돌리기와 공기놀이를 즐기던 시대의 아이들 말이다. 태아에서부터 시작해 아이가 자라 서당에 가고 연을 날릴 나이가 될 때까지 세월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 전시관은 잊혀가는 우리의 전통놀이에 대한 기억을 자극한다. 더 이상 팽이치기가 신나지 않은 나이라고 해도 세월이 묻은 나무 바둑판, 다양한 종류의 공깃돌을 보는 재미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8월 23일까지 <어린이 전통놀이와 문화>라는 특별 연합기획전시를 무료로 개최한다.
입장료 5천원
개관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설날, 추석 휴관)
주소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 97-2
문의 02-3418-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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