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 컬러, 어떻게 입을까

아이스크림을 베어 문 듯 기분 좋은 달콤함을 안겨주는 파스텔색 의상이 봄을 부드럽게 채색할 전망이다. 특히 색채심리학에서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색상으로 꼽히는 핑크, 노랑, 보라, 민트가 그 중심에 있다. 봄이 설렐 수밖에 없는 이유다.

1. 니트와 시폰 소재의 원피스는 59만8천원, 질 스튜어트(Jill Stuart). 2. 실크 소재의 스프링 코트는 2백40만원대, 프라다(Prada). 3. 주름 장식의 슬리브리스 톱은 48만8천원, 호스 인트로피아(Hoss Intropia). 4. 가죽 스트랩 시계는 46만5천원, 코치 바이 갤러리 어클락(Coach by Gallery O’clock). 5. 선글라스는 20만원대, 오뚜르 바이 반도옵티칼(Autre by Bando Optical). 6. 소가죽 소재의 체인 숄더백은 41만9천원, 메트로시티(Metrocity). 7. 큐빅 장식의 귀고리는 4만원대, 블랙뮤즈(Black Muse). 8. 뱀피 소재의 웨지힐 슈즈는 가격미정, 토즈(Tod’s).

1. 니트와 시폰 소재의 원피스는 59만8천원, 질 스튜어트(Jill Stuart). 2. 실크 소재의 스프링 코트는 2백40만원대, 프라다(Prada). 3. 주름 장식의 슬리브리스 톱은 48만8천원, 호스 인트로피아(Hoss Intropia). 4. 가죽 스트랩 시계는 46만5천원, 코치 바이 갤러리 어클락(Coach by Gallery O’clock). 5. 선글라스는 20만원대, 오뚜르 바이 반도옵티칼(Autre by Bando Optical). 6. 소가죽 소재의 체인 숄더백은 41만9천원, 메트로시티(Metrocity). 7. 큐빅 장식의 귀고리는 4만원대, 블랙뮤즈(Black Muse). 8. 뱀피 소재의 웨지힐 슈즈는 가격미정, 토즈(Tod’s).

Love Me Tender

런웨이를 가득 채운 파스텔 의상을 보면서 문득 에드가 드가의 그림에서 받았던 감동이 전해왔다. <계단을 오르는 발레리나> <오페라좌의 발레 공연> <스타> 등 발레리나의 모습을 담은 드가의 시리즈는 무척 섬세하고 몽환적인 색감을 품고 있었다. 드가의 이름 앞에는 심리적 회화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의 그림은 앙리 마티스나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않지만 감상하는 내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고 감성을 충만하게 끌어올리는 힘이 있다. 캔버스 위를 채운 부드러운 색감과 섬세하게 표현해낸 빛의 효과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그 어울림이 그림을 생동감 있게 만든다. 덕분에 그림 속 발레리나는 사뿐사뿐 춤을 추고, 튀튀 스커트는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미미하게 흔들리는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킨다. 이번 시즌 파스텔 색상의 의상은 드가의 그림을 닮았다. 흰색을 한껏 섞은 듯한 달콤한 색감과 그 색을 과하지 않게 정리하는 간결한 실루엣, 그리고 빛의 효과를 내는 섬세한 장식들까지. 한 폭의 그림처럼 서정적이고 온화하며 한없이 여성스러운 봄을 느끼게 해준다.

파스텔색 의상에 매료될 만한 이유는 더 있다. 피스타치오, 체리주빌레, 망고탱고 등 서른한가지의 맛을 내는 아이스크림처럼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고 싶을 땐 핑크색을, 화사한 얼굴을 만들고 싶을 땐 노란색을, 도시 여자처럼 세련되고 싶을 땐 창백한 하늘색을. 이 분위기를 한꺼번에 갖고 싶을 때에는 세 가지 색상을 모두 섞어 입어도 될 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파스텔 색상의 트렌드를 이끄는 노랑이나 핑크 색상이 사랑을 부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 색채심리학에서 말하기를 첫인상을 좋게 하려면 노란색 의상을 선택하면 도움이 된다. 또 핑크색은 활동적인 분위기를 풍겨 상대방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며, 보라색은 신비로운 느낌을 만들어내 이성에게 어필하기 좋은 색상으로 꼽힌다. 연말 시상식에서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을 밟았던 공효진을 떠올려보길. 여신 같은 드레스들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었을 뿐 아니라, 그녀를 어려보이고 생기 있어 보이게 하는 데 노란색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다.

9. 레이스 장식의 스커트는 22만8천원, 지컷(G-cut). 10. 실크 소재의 팬츠는 가격미정, 랄프 로렌(Ralph Lauren). 11. 송아지가죽 소재의 토트백은 90만원대, 아이그너(Aigner) 12. 양가죽 소재의 숄더백은 75만원, 씨 바이 클로에(See by Chloe). 13. 구슬 장식의 목걸이는 15만8천원, 발라뉴욕(Bala New York). 14. 송아지가죽 소재의 앵클 스트랩 슈즈는 1백5만원, 발리(Bally). 15. 스웨이드 소재의 플랫 슈즈는 37만8천원, 레페토(Repetto).

9. 레이스 장식의 스커트는 22만8천원, 지컷(G-cut). 10. 실크 소재의 팬츠는 가격미정, 랄프 로렌(Ralph Lauren). 11. 송아지가죽 소재의 토트백은 90만원대, 아이그너(Aigner) 12. 양가죽 소재의 숄더백은 75만원, 씨 바이 클로에(See by Chloe). 13. 구슬 장식의 목걸이는 15만8천원, 발라뉴욕(Bala New York). 14. 송아지가죽 소재의 앵클 스트랩 슈즈는 1백5만원, 발리(Bally). 15. 스웨이드 소재의 플랫 슈즈는 37만8천원, 레페토(Repetto).

그렇다면 이 부드럽고 화사한 멋의 파스텔 색상을 어떻게 걸치면 더 근사할까. 연출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데, 런웨이에서 발견한 매력적인 분위기 세 가지를 소개한다. 그 첫 번째 분위기는 간결하되 서정적으로.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1920년대 플래퍼 룩을 파스텔 색채로 풀어낸 랄프 로렌과 캘빈 클라인 컬렉션이 좋은 예다. 민트와 레몬, 핑크색을 주조로 그 시절의 의상을 한결 화사하게 표현한 컬렉션은 장식이 없는 간결한 선과 광택이 도는 소재를 선택한 덕분에 색의 힘이 더 세게 느껴진다. 3.1 필립 림 컬렉션에서는 파스텔색의 매력적인 조합 공식을 배울 수 있는데, 창백할 정도로 깨끗한 오렌지, 보라, 레몬색 등의 매치는 세 가지 이상의 파스텔색이 섞여도 전혀 과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오히려 곱디고운 파스텔색끼리의 만남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이 역시 군더더기 없는 가늘고 긴 실루엣을 유지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파스텔색을 섞은 질 스튜어트 컬렉션도 같은 이유로 서정성을 얻었고, 조금 더 채도를 높인 색상 덕분에 한결 어려보이는 효과도 발휘한다. 프린의 컬렉션도 매력적이다. 프린의 파스텔 의상은 가슴선, 허리, 헴라인에서 춤추는 러플 장식과 만나 자칫 심심할 수 있는 간결한 실루엣에 흥을 돋운다.

두 번째 연출 가능한 분위기는 여성스러운 관능미다. 여기에는 약간의 장식적인 요소가 필요한데, 조금 화려해도 은은한 파스텔의 색감이 장식을 부드럽게 정리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상할 수 있는 컬렉션은 루이 비통이다. 시스루, 깃털, 아일릿 레이스가 첨가된 루이 비통의 의상은 50년대 실루엣으로 한층 우아하게 연출되었다. 대신 공주병에 걸린 여자처럼 보이지 않도록 하나의 옷차림에는 한 가지 파스텔 색상만 사용하는 것으로 절제를 더했다. 섬세한 꽃자수 장식과 은은한 프린트, 아코디언 플리츠를 파스텔색에 드리운 프라다 컬렉션도 비슷한 분위기를 낸다. 이 여성스러운 장식들은 파스텔색의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배가하는데, 가만히 서 있을 때보다 걸을 때 더 큰 효과를 낸다. 드가의 그림에서 빛의 효과가 만들어내는 생동감처럼 말이다. 돌체앤가바나 컬렉션에도 우아한 관능미가 살아 있다. 꽃무늬와 꽃 레이스, 반짝이는 시퀸 장식은 파스텔색과 무릎 길이까지 좁다랗게 떨어지는 스커트 실루엣과 어우러져 고혹적으로 빛난다.

세 번째로 제안하고 싶은 분위기는 캐주얼한 멋을 더하는 것. 파스텔색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느낌이지만 기대 이상으로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만든다. 민트색 스웨트 셔츠에 한 톤 다운된 민트색 플레어 스커트를 매치한 마크 제이콥스, 광택이 도는 파스텔색에 지퍼를 여러 개 장식한 베르수스, 민트색 원피스에 큼직한 점퍼를 걸친 아크네의 컬렉션은 이번 봄 새롭게 주목할 만한 파스텔 & 스포츠 스타일의 매력적인 궁합을 보여준다. 이렇게 근사하고 다채로운 분위기를 낸다고 해도 파스텔색의 옷에는 영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면 가방이나 신발로 그 온화한 멋을 더해보길. 파스텔색 클러치백과 스트랩 펌프스를 곁들인 질 샌더와 랑방의 컬렉션을 보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른다.

    에디터
    박선영
    포토그래퍼
    KIM WESTON ARNOLD, Park Jae 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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