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피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아침에 늦잠 자도 베개 자국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었고, 여드름 자국은 이틀이면 없어졌으며, 밤을 새워도 피부만큼은 늘 탱탱했다. 그런데 이게 다 젊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나이가 들면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고 이야기하는 피부 전문가 5명에게 그녀들의 피부 변천사를 물었고 그에 따른 대처법을 들었다.
메이크업으로 가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다른 사람의 얼굴은 메이크업이 번지지 않도록 온갖 손기술과 지속력 좋은 제품을 총동원해 만지면서 정작 스스로는 뜨거운 조명이 가득한 작업 환경 때문에 종일 번들거리는 피부로 고생한다. 물론 어릴 때부터 이런 타입의 피부는 아니었다. 20대 중반까지 예민한 것과 거리가 먼,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아도 별 탈 없이 지낼 수 있는 축복받은 피부였다. 그러다 메이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제품을 발랐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보니 피부가 극도로 예민해졌다. 그렇게 30대가 되고, 피부 노화가 갑작스레 빨라진 것을 느낀 다음부터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들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보다는 눈으로 성분을 확인하고 피부에 자극을 줄 위험이 적은 제품을 골라 쓴다. 최근에는 피부 겉에서는 유분을 잡아주고, 속으로는 수분을 채워주는 에멀전과 피부가 힘 있어 보이게 하는 세럼을 쓴다. 피부가 특히 지친 날에는 비타민으로 꽉 찬 시트 마스크로 피부가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데 이런 소소한 관리는 다음 날 메이크업을 할 때 확실한 효과를 느낄 수 있다. 메이크업 제품은 피부를 밝게 마무리했을 때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짙은 붉은색 립 컬러를 즐겨 쓴다.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상징하는 붉은색 입술이 어울리는 나이가 된 게 꼭 좋기만 한 건 아니지만. 그런 다음 얼굴을 화사하고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블러셔로 마무리하면 아무리 피곤한 날에도 생기 있어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 메이크업 아티스트 우현증(37세)
모르는 사이 조금씩 피부는 건조해진다
27세 때부턴가 입 주위에 건조증이 생겼었다. 팔자주름 근처가 몹시 건조하고, 얼굴의 모든 신경이 항상 입 주변으로 쏠려 있었으며, 스트레스를 받거나 잠을 못 잔 다음 날이면 더욱 심해졌다. 그 당시 화장품을 신봉한 탓도 있고, 병원에 가는 것을 워낙 싫어해서 이름난 수분 크림은 다 써봤는데, 고생만 하다가 결국 피부과에 가서야 해결이 됐었다. 그때 이후로 어떤 증상이 생기면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이 화장품으로 관리할 수 있는 피부 고민인지, 병원에 가봐야 하는 피부 질환인지이다. 이런 나름의 기준으로 피부를 관리했는데도 35세가 넘어가니 기초 케어 단계를 거쳐도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가 느껴졌다. 전날 과음을 한 것도 아닌데 피부가 푸석해지고, 주름이 더 눈에 띄었다. 피부가 건조하면 무조건 수분 크림에 손이 가던 때도 있었지만, 피부 건조가 스트레스나 여러 영양의 결핍으로 인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안 다음부터 피부 에너지를 높이는 것에 주력하게 됐다. 최근에는 그 에너지원으로 오가닉 제품을 쓰기 시작했다. 갑자기 환경 운동가가 된 건 아니고 오가닉 제품의 매력에 뒤늦게 빠지게 된 것이다. 약간 미끈거리는 클렌저가 시작이었는데, 자극이 없어 꾸준히 2주 정도 썼더니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건강해졌다. <클린>이라는 책을 읽고 화장품에 들어 있는 합성 성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오가닉 제품이 급작스러운 효과는 없더라도 내 피부를 끝까지 건강하고 편안하게 가꿔준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 오가닉 중에서도 옥석을 가려내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 뷰티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김현수(39세)
피부에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이가 든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시점은 30대 중반 이후부터였다. 피부 회복의 속도가 느려지고 화이트닝 제품을 사용해도 칙칙함이 금방 개선되지 않으며 풀 메이크업을 해도 오후 늦은 시간이면 피곤해 보인다는 소리를 듣게 됐다. 그제야 피부의 기본적인 에너지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방면으로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먼저, 클렌저는 어릴 적에 각질을 관리하기 위해 썼던 스크럽이나 필링, 모공 케어의 효과를 강조하는 것보다 pH 밸런스로 피부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아침에는 물세안만, 저녁에는 약산성 클렌저를 사용한다. 세안 후에는 칙칙한 피부 톤을 개선해주는 세럼을 바르고, 거창한 안티에이징 기능을 강조하는 것보다 보습력을 오래, 그리고 편안하게 유지해주는 보습 크림을 즐겨 바른다. 거기에 잠들기 전 시트 마스크로 기운을 북돋운다. 예전에는 스모키 메이크업을 즐겨 했었는데 나이가 드니까 오후가 되면 피부색이 더 칙칙해 보이기만 한다. 그래서 눈이 간 게 붉은색 립스틱. 비슷한 컬러군으로 10가지 정도 준비 해놓고 기분이나 의상에 맞춰 바른다. 그런 다음 눈썹을 힘있게 채우고 눈매가 길어 보이게 아이라인을 그린다. 립 컬러의 채도를 높이면 피부의 칙칙함이 가려지고 이목구비가 또렷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안티에이징 메이크업이다!
– 뷰티 스페셜리스트 피현정(40세)
피부는 촉촉하고 매끈해야 한다
20대, 한창 메이크업에 관심을 가졌었던 그때, 피지를 조절하고 화장이 번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제품을 선호했다. 각질 제거만 제때 해도 보들보들한 피부결이 유지됐고, 윤기가 났다. 그리고 메이크업 포에버의 내가 원하는 아이섀도 컬러만 팔레트에 담아주는,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시스템을 애용했다. 금전적인 여유만 있었으면 100개라도 골랐을 거다. 30대가 되고 얼굴의 주름에 눈이 가기 시작하면서 관심은 자연스레 스킨케어로 옮겨졌다. 눈가 피부는 30대 때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게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으로 아침, 저녁으로 아이 크림을 정말 열심히 발랐다. 당시 하드렌즈를 껴서 눈이 극도로 민감했기 때문에 자극이 적고 보습과 탄력을 높이는 제품을 찾는 것에 주력했었다. 그러다 40대가 되면서 피부를 더 촉촉하게 해줄 스킨케어 제품과 포인트 메이크업 하나로도 우아해 보일 수 있는 컬러들로 화장대를 채우기 시작했다. 화장품에 대한 욕심은 끝도 없어서, 피부가 더 맑아 보이고 톤을 고르게 하는 제품에도 손이 가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점점 힘을 잃어가는 모발과 두피를 보며 샴푸에도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샴푸를 고르는 기준이 향과 모발을 윤기 나게 하는 것에서 두피를 건강하게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 뷰티 홍보대행사 한피알 대표 한성림(40세)
건조한 피부가 부족한 건 수분만이 아니다
20대 초반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았었는데, ‘아직은 젊으니까’ 하는 생각으로 뜨거운 햇살을 자외선 차단제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다. 결국 색소침착이 일어났고, 그 후로는 화이트닝 케어에 공을 들였다. 물론 자외선 차단제와 각질 관리에도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때 사용했던 자외선 차단제나 화이트닝 제품은 시간이 지나면 피부를 건조하게 해서 제품을 자주 바꿨지만, 각질 관리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바꾸지 않고 크리니크의 턴 어라운드 라인을 사용하고 있다. 각질로 인한 고민은 지금껏 해본 적이 없어서 화장품 하나만 쓰면 내성이 생긴다는 이야기, 나는 절대 안 믿는다. 30대가 되면서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지 피부가 조금씩 건조해지기 시작해서 피부 트러블보다는 수분 보충으로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직업 특성상 해외에 나갔을 때에도 제품을 테스트하는 것을 거르지 않는데, 덕분에 제품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보다 많은 정보를 갖게 됐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부족해진 수분은 어찌할 수 없어서 정기적으로 에스테틱 숍도 간다. 피부 관리에 관심을 쏟으면서 메이크업 단계는 전보다 줄었다. 피부가 깨끗해 보이게 하는 것 정도로 베이스 메이크업을 마무리하고, 여자의 자존심인 아이라인을 힘껏 올리는 것으로 포인트를 준다. 가끔 더 어려 보이고 싶을 때에는 속눈썹을 붙이기도 한다.
– 뷰티 홍보대행사 레드트리 대표 박애린(3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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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뷰티 에디터 / 황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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