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우다

걸그룹 출신 여배우들이 드라마를 장악하고 있다. 걸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 배우로서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그녀들의 연기력에 대해 대중문화평론가들이 작성한 성적표.

1 <내 마음이 들리니>의 황정음
★★★★ 씩씩한 캔디는 차고 넘친다. 황정음은 그 전형성에 소박한 개성을 불어넣었다. 캐릭터에 밀착한 수수한 스타일, 계산하지 않는 진솔한 연기는 발군. 미흡한 발음과 발성은 성장을 더 지켜보게 만들지만, 적어도 현재 황정음의 ‘봉우리’는 한국 드라마사에 남을 최고의 캔디 중 하나다. – 김선영
★★★ 캐릭터를 해석하는 태도가 인상적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 같은 시트콤이든 <내 마음이 들리니> 같은 힘겨운 가족사를 짊어진 여성이든 캐릭터의 특징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표현할 줄 안다. 아직 연기 패턴은 다양하지 않아도 자기 색깔을 가진 배우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 강명석
★★★☆ <겨울새> 출연 당시 도중하차의 굴욕을 맛보기도 했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의 맞춤 캐릭터로 비로소 연기자로 거듭났다. <자이언트>로 입지를 굳히더니 <내 마음이 들리니>의 ‘ 봉우리’는 황정음이 아닌 다른 누구를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 정석희

2 <로맨스타운>의 성유리
★★★★ 공주일 때는 ‘발연기’의 대명사였지만 식모 ‘노순금’에 이르러 비로소 캐릭터에 생활과 감정을 입힐 줄 아는 배우가 되었다. 자연스러운 감정 연기와 투박하고 가식 없는 말투는 세기만 보완된다면 성유리의 돋보이는 자산이 될 것이다. – 김선영
★★★☆ 장점이자 단점인 너무 예쁜 외모를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었다. 단맛 쓴맛 다 봤을 법한 식모를 오히려 식모일밖에 모르는 여자의 캐릭터로 연기하며 특유의 해맑은 느낌을 캐릭터에 불어넣고 있다. 이제는‘ 연기력 논란’ 같은 말은 좀 잊어도 될 듯하다. – 강명석
★★★☆ <천년지애>로 첫 주연을 맡을 당시 연기력 논란으로 수모를 겪었지만 빼어난 미모만으로 모든 게 용서되는 드라마였다. 그 후 최근의 <로맨스타운>까지 한 걸음씩 또박또박 발전해 이젠 연기력 논란에서 확실히 벗어났다. – 정석희

3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윤은혜
★★☆ 풋풋한 소녀의 얼굴을 벗고 진짜 연기가 필요한 성숙기에 들어서자 성장이 멈춘 흔한 사례. 구시대적 사고의 최강 민폐 ‘공아정’ 캐릭터도 문제지만, 창의적 해석 없이 대본을 기계적으로 소화하는 연기는 더 문제다. 데뷔 5년 차임을 감안하면, 이건 성장통보단 퇴보에 가깝다. – 김선영
★★☆ 이제 <궁>의 철없는 소녀를 연기할 수는 없다. 그런데 <아가씨를 부탁해>나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연령만 높아졌을 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극 중 캐릭터의 옷차림이 부각되면서 <커피프린스 1호점>의 자연스러운 털털함도 사라졌다. 원래 잘하던 것을 다시 하든, 내적 성숙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하든 과감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 – 강명석
★★★ 첫 작품 <궁> 캐스팅 당시 원작 만화 팬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종영 즈음엔 다들 윤은혜를 사랑하게 됐다. 이후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승승가도를 달렸으나 그 뒤 안타깝게도 운이 없는지 작품 보는 눈이 없는지 맡는 캐릭터마다 영 매력이 없다. – 정석희

4 <시티헌터>의 구하라
★★ 아이돌 카라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온 대통령의 철부지 외동딸. 극에서 보여준 발성과 감정 연기 모두 아역배우 수준이지만, 캐릭터 자체가 눈길 끌기용 감초 역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므로 진지한 평가 자체가 불가능하다. 구하라는 아직 연기자로 데뷔하지 못했다. – 김선영
★★ 경호원을 괴롭히는 천방지축 대통령의 딸이란 그만큼 단순한 캐릭터일 수밖에 없다. 디테일보다는 장면마다 감정을 확실히 드러내는 연기를 하는 것이 캐릭터는 물론 지금 구하라에게도 어울리는 수준일 것이다. 캐릭터에 해맑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불어넣는 건 구하라의 타고난 매력일 것. 그걸 유지하면서 차근차근 배역의 난이도를 높여가야 한다. – 강명석
★★ 이효리나 박정아가 첫 연기 도전에 실패했던 이유는 몸에 맞지 않은 옷이기 때문이었다. 섹시 콘셉트의 화려한 여가수가 칙칙한 분위기로 눈물이나 흘리니 어색할 밖에. 그에 비하면 구하라는 영리한 선택을 했다. 자신이 잘 할 줄 아는 역이기에 큰 비난은 면했지만 그래도 발음이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 정석희

5 <최고의 사랑>의 이희진
★★★ 왕년의 인기 걸그룹 맏언니 제니 역시 이희진의 가수로서 모습을 반영한 배역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희진은 이미지만이 아닌 현실적 감정을 담아낸다는 것. 아직은 대사 톤과 표정이 단조롭지만 연기가 작위적이지 않아 추후 안정감 있는 조연으로 자리할 수 있을 듯하다. – 김선영
★★★ <최고의 사랑>에서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계속 코믹한 모습이다가 어떤 포인트에서 속내를 드러내야 할지도 안다. 작품과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얘기. 원조 아이돌이면서도‘ 생활형 연기자’처럼 조연을 선택한 것도, 그 배역에서 얻어낼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얻어내는 연기도 좋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적인 연기자의 길을 걸을 수 있을 듯. – 강명석
★★☆ 시트콤 전성기였던 <동물원 사람들>로 데뷔했으나 <괜찮아 아빠 딸>에 등장할 때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요즘 <최고의 사랑>에서 정준하, 임지규와 더불어 또 다른 삼각관계를 만들며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모처럼 온 기회를 잘 살린 셈. 앞으로 자주 보게 되지 싶다. 자주 보고 싶고. – 정석희

6 <몽땅 내 사랑>의 리지
★★★☆ 캐릭터와 연기자의 성장을 동시에 보여준 사례. 초반, 예능적 재미에 초점이 맞춰졌던 순덕은 사랑의 진전과 함께 점차 다양한 감정을 품게 됐고, 리지 역시 갈수록 역에 몰입하며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사투리만 잘 극복할 수 있다면 정극에서의 연기도 기대가 된다. – 김선영
★★ 큰 주목을 받지 않는 시트콤 후반에 투입되면서 큰 부담 없이 연기를 해볼 시간을 벌었다. 건강한 매력의‘ 사투리 소녀’를 연기하며 실제 자신의 캐릭터를 가져갔다. 자신의 한계 안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을 한 셈. 다만 캐릭터를 벗어난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그런 연기를 할 의사가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 강명석
★★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캐릭터를 그대로 살려 시트콤에 투입됐다. 일회성 출연의 반응이 좋아 고정으로 이어진 케이스. 그러나 역시 준비되지 않은 연기인지라 불안 불안하다. 매력이 점점 피어나는 게 아니라 소비만 되는 느낌이라 안타깝다. 뭔가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필요할 듯. – 정석희

    에디터
    뷰티 에디터 / 조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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