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에서는 디자이너의 새로운 의상을, 프런트 로에서는 그 디자이너의 의상을 리얼웨이 룩으로 해석한 셀러브리티를 만날 수 있다. 2011 가을/겨울 서울패션위크에서 디자이너 열 명의 런웨이와 프런트 로 풍경을 포착했다.

LIE SANG BONG PARIS

디자이너 이상봉은 현재 국내 패션계를 이끌고 있는 거목이고, 지금의 위치에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 발전하고자 하는 진정한 노력가다. 그의 이러한 행보에 대한 존경과 응원은 패션계에만 머물지 않아서, 그의 쇼장에서는 각계각층 인사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이상봉 컬렉션의 원피스와 재킷을 입은 배우 김규리와 강예원, 바다, 변정수 등 연예인뿐만 아니라 좀처럼 패션쇼에서 보기 힘든 한명숙 전 총리와 이명세 감독을 프런트 로에서 만날 수 있는 것도 이상봉 컬렉션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의 이미지를 패션에 풀어내려 노력하는 그는 이번 컬렉션의 포티프는 한국 산의 아름다운 곡선과 바람, 구름 등의 자연에서 얻었다고 한다. 또 동양적인 선(禪) 사상을 바탕으로 ‘벗’이라는 한글을 프린트해 사람과 자연의 소통을 이야기했다.

STEVE J & YONI P

개성 강한 프린트와 펑키한 아이디어는 디자이너 스티브 J와 요니 P 컬렉션을 관통한다.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 패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그들의 옷은 아이돌 가수뿐만 아니라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를 증명하듯 그들의 쇼장에는 독특한 옷차림을 한 젊은 학생들로 붐볐다. 프런트로는 스티브J&요니P의 기하학적인 프린트의 레깅스와 티셔츠를 입은 포미닛을 비롯해, 강렬한 지브라 패턴 의상을 입은 씨스타 등의 아이돌 스타가 장식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과 협업을 진행했던 10 꼬르소 꼬모 서울의 정화경 상무의 모습도 보였다. 약속이나 한 듯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나타난 스타일리스트 채한석과 리밍도 반가운 얼굴. 이번 시즌 그들의 메인 컬러가 검은색임을 미리 눈치 챈 듯 센스 있는 옷차림이었다. 지난 시즌의 발랄함과 달리 사춘기의 음울한 에너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그들의 컬렉션은 한층 성숙하고 여성스러워졌고, 그들의 위트 있는 프린트는 여전히 곳곳에서 빛을 발했다.

MISS GEE COLLECTION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쇼 무대 위에 올리는 의상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지만, 특히나 미스지 컬렉션의 의상에서는 소재 선택부터 재단과 장식까지 디자이너의 섬세함과 예민함이 느껴진다. 또한 의상만큼이나 쇼의 연출 역시 완성도가 뛰어나다. 이번에는‘ 흑백 영화’를 테마로 고전 영화의 여주인공이 입을 법한 의상을 런웨이에 올려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넓은 칼라 장식에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실루엣의 코트, 플레어 미디 스커트, 종 모양의 패딩 스커트 등 드라마틱하고 세련된 룩이 시선을 끌었다. 모델 한혜진이 마이크를 잡고 ‘SpaceOddity’를 열창하며 피날레에 가까워질수록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한 편의 뮤지컬 같은 패션쇼에 미스지 컬렉션의 의상을 입고 프런트 로에 앉은 황신혜, 최명길, 최정원, 명세빈, 이보영 등 아름다운 여배우의 모습을 슬쩍슬쩍 훔쳐보고 있노라니 <여배우의 화려한 외출>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JOHNNY HATES JAZZ

지난 2011 봄/여름 시즌, 쟈니해잇재즈의 쇼가 끝나자마자 의상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의 컬렉션장에서는 쟈니해잇재즈의 옷을 입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쟈니해잇재즈의 가죽 베스트와 맥시 스커트를 입고 주얼리 브랜드 엠주의 디자이너인 동생 박민주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박시연, 디자이너 장광효와 사진가 권영호뿐만 아니라 주얼리 브랜드 H.R의 디자이너 박혜라 그리고 패션 컨설턴트 나민열과 분더샵맨의 권경호 팀장이 프런트 로에 앉았다. ‘어두운 밤 도시를 배회하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을 테마로 잡은 디자이너 최지형은 시스루와 벨벳, 가죽, 니트, 울, 패딩 등의 다양한 소재를 능숙하게 조합해 날렵한 재단 솜씨를 발휘했다.

PUSH BUTTON

푸시버튼의 쇼장에 들어서자 ‘Fur is Over’라고 쓰인 인조 모피 쿠션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번 시즌부터 모피 없는 컬렉션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은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손끝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디자이너 박승건. 퍼 대신에 페이크 퍼가 자리한 컬렉션에서는 발목을 슬쩍 드러내는 빨간색 시가렛 팬츠와 검은색 롱 코트의 조합, 골드 펜슬 스커트와 매치한 빨간색 인조 모피 재킷, 흰색 맥시 드레스와 인조 모피로 만든 바이커 재킷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프런트 로에는 간결한 블랙 미니 원피스를 입은 모델 이솜, 여성스러운 시스루 원피스를 입은 브라운아이드 걸스의 제아, 미니 드레스를 입은 오렌지카라멜의 레이나와 나나 등이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