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

건강하게 돌아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러나 돌아오자마자 그는, 자신이 꽤나 불행했었다고 이야기하는 거였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토니의 얼굴은 정말 후련해 보였다. 평온한 듯했지만 마음속으로 모진 굴곡을 이겨내며 강해진 이 남자. 오빠가 돌아왔다.

재킷은 랑방 포 H&m (Lanvin for H&m).

ALLURE 무릎이 아프다고 들었는데 어때요? 괜찮아요?
토니안 예전에 다쳐서 무릎 수술을 받은 곳인데, 얼마 전 프로그램 녹화를 오래하면서 통증이 생겼어요. 절대 군대 가서 몸이 상한 건 아니에요. 아프다고 하면 다 그렇게 물어보더라고요.

ALLURE 제대 후 첫 프로그램이 <무릎팍 도사>였죠.
토니안 어떤 프로그램으로 방송을 시작할까 고민하다 <무릎팍 도사>를 하기로 했는데, 원래는 제대하고 20일쯤 지나서 하기로 했던 거예요. 그런데 제작진이 군대에서 갓 나온 신선하고 솔직한 모습을 담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됐죠.

ALLURE 처음부터 강수를 둔 건 아닌가요?
토니안 고민을 정말 많이 했죠.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방송을 하려니 부담이 많이 됐어요. 하지만 좋은 방송이니까 주저 없이 선택했어요. 원래 오래 생각하는 타입이 아니에요.

ALLURE 첫 녹화가 쉽지는 않았겠죠? 오랫동안 쉬었으니까요.
토니안 식은땀을 한 바가지나 흘렸어요. 들어가기 전에 청심환까지 먹었는데 아무 효과 없던데요? 초반에는 긴장하고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이 꽤나 많이 보였을 거예요. 전 사실, 녹화한 것을 보지 않았거든요.

ALLURE 프로그램을 안 봤다고요!
토니안 바보 같아 보일 거 같아서. 하지만 방송 후 연락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방송 후 연락이 끊긴 지인들까지 합쳐 문자를 200통이나 받았어요. 순수하게 그냥 친분이 있어 아는 사람들한테만요.

ALLURE 주로 내용은 뭐였어요?
토니안 “힘내라”, “축하한다”, “잘될 거다”. 그리고 “그렇게 말해도 되겠어?”라는 걱정도 조금.

ALLURE 우울증이 심했다는 건,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쉽게 하기 힘든 이야기죠. 하지만 용기 있게 꺼낸 그 모습이 멋있었어요.
토니안 PD님이 잘 만들어준 것 같아요. 정말 해서는 안 되는 말도 했었는데, 그건 알아서 다 편집해주셨죠.

ALLURE 원래 뱉어놓고 후회하는 말들은 편집해달라고 하나요?
토니안 아뇨. 저는 그런 요청 안 해요. 애초부터 하면 안 되는 말을 하는 게 잘못이죠.

ALLURE 방송 후 한동안 화제가 되었어요. ‘토니안 의 비밀’이 자신의 입으로 밝혀진 셈이니까요. 주변 사람들도 굉장히 놀랐죠?
토니안 당연히 몰랐을 거예요. 우울증 이야기는 내가 극복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거예요. 만약 현재 진행형이었다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 이야기죠. 연예인 중엔 특히 나와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전 약 없으면 해결이 안 됐어요. 4년이나 그렇게 지냈는데, 군대 가니 신기하게 잘 살아져요. 그리고 군대 생활이 즐거웠어요. 남자라면 군대에 대해 두려움을 많이 갖게 되죠. 그래서 말해주고 싶었어요.

ALLURE 군대 가도 괜찮다고?
토니안 “나도 물론 가기 전엔 두려웠다. 그러나 사람이다 보니 가면 또 익숙해지고 적응이 된다. 또 의외의 좋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ALLURE 정말 군대 다시 가고 싶은 건 아니죠?
토니안 그건 절대 아니죠. 하하. 절대로, 아니에요.

ALLURE 토니안의 원래 이미지는 밝음, 성공 그 자체였는데, 이런 긍정적인 이미지를 잃었다는 걱정은 하지 않나요?
토니안 나는 내가 너무 과대 포장되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어느 순간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듯 보이게 되었는데, 큰 실패도 여러 번 해봤어요. 사기도 당해보고, 여자에게 상처도 받아봤죠. 다른 사람들처럼 살았는데 그런 모습은 잘 알려지지 않죠. 그래서 사람들이 아는 나는, 나인데 내가 아니에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만큼 여유 있고 성공한 사람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진짜 내 모습이오.

ALLURE 예를 들자면 어떤 거예요?
토니안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 명품을 사본 적도 없고. 특히 이런 ‘럭셔리’한 것들은 아예 관심이 없어요. 차도 회사에서 권해서 좋은 걸로 사서 타봤는데 의미도 없고 맞지도 않아서 그냥 팔아버렸어요. 그런 것들이 날 행복하게 하거나 기분을 좋게 만들지 않아요. 오히려 반대였어요. 부담스럽고 불편했어요.

ALLURE 보통 그럴 때는 장가갈 때가 되었다고 하는데 말이죠.
토니안 일단 저는 솔로 4년째예요.

ALLURE 면회 오는 여자 친구 하나 없었다고요?
토니안 군대 가기 전에 헤어졌으니 그렇죠. 여자 친구가 있었어도 헤어졌을 거예요. 사귈 때도 그렇게 이야기했었어요. 내가 군대 가면 그 2년 동안은 자유롭게 연애도 해보고, 그 후에도 안승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면 그때 만나자고. 사람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서로가 신경 쓰고 조바심 낼 바에는 그냥 서로 각자의 삶을 살고, 그녀도 또 다른 연애도해보고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ALLURE 하지만 당신은 군대를 안 갔어도 되는 상황이었잖아요?
토니안 영주권? 나는 외국으로 가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돌아갈 마음도 없고. 처음 왔을 때부터 한국이 너무 좋았고, 여기서 평생을 살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영주권이 필요 없었어요. 영주권 때문에 자주 왔다 갔다 하기도 싫었고요. 난 단순한 사람이거든요, 그냥 군대 가면 되지 뭐. 이렇게 생각했죠.

ALLURE 역시 예능계에서 활약하고 있죠. <1박 2일>의 새 멤버가 될 거라는 소문이 도는데….
토니안 전 제작진으로부터 그런 얘기 들은 적이 없어요.

ALLURE <뜨거운 형제들>을 하면서 ‘어색한 콘셉트’를 고수하고 있어요. 적응을 잘했다고 해야 될까요?
토니안 사람들이 좋게 봐줘서 고마울 뿐이에요. 예전엔 난 늘 게스트였고, MC들이 챙겨줬죠.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MC 역할을 하잖아요. 그런 부분이 여전히 어색하긴 하죠. 모든 걸 직접 해야 되는 거예요. 특히 요즘은 서로 비난하는 분위기로 웃기기 때문에 ….

재킷은 랑방 포 H&M (Lanvin for H&M).

ALLURE 어린 후배에게 굴욕도 당하고요?
토니안 결코 그 친구가 건방진 것이 아니거든요. 그냥 예능에서의 캐릭터일 뿐이고, 내가 못하는 부분이라서 마냥 귀여워요.

ALLURE 요즘 예능 촬영장을 가면서 무슨 생각해요?
토니안 대본 보면서 이런 저런 할 말을 다 적고 생각해요. 내가 본래 센스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ALLURE 계속 평범하다, 센스 없다고 주장하는데 지금까지 활동을 보면 말이 안 되잖아요.
토니안 주변 연예인들을 보면 다 저보다 특별한 뭔가가 있어요. 난 너무 평범한데, 이게 내 특별한 뭔가가 아닌가 싶어요. 항상 나는 왜 이렇게 끼가 없고 평범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군대에선 독특하다고 ‘짱구’라는 별명을 붙여줬어요. 절대 못 말리는 사람이라고.

ALLURE 최근 JYJ의 활동으로 JTL 이야기가 함께 언급이 되더군요.
토니안 이름도, 멤버 분위기도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JYJ에 대해서 묻는 분은 처음이네요. 일단 그분들과 친분이 없어서 정확한 상황은 몰라요. 소문으로 비슷한 것 같다고 느낄 뿐이에요.

ALLURE 다섯 명이 함께했던 H.O.T 시절활동이 그립진 않나요?
토니안 과거가 그립진 않아요. 내가 그 순간을 많이 그리워할수록 과거에 집착해서 살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과감히 떨쳐냈어요.

ALLURE 사실 이 질문은 해체한 아이돌 스타에게 늘 하는 질문이죠. 강타는 모든 멤버가 제대하면 꼭 같이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토니안 멤버들끼리 이야기한 적은 있어요. 하지만 무작정 시작할 수는 없는 일이죠. 늘 만나서 고민해요. 추억으로 남길 것인가, 추억을 되살릴 것인가. 늘 반반이죠. 하지만 우리는 나이도 많이 들었고, 예전처럼 멋있을 수는 없을 거예요.

ALLURE 당신의 20대는 정말 바쁘게 흘러갔죠?
토니안 데뷔한 지 14년이 되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ALLURE 그 과정 속에서 완벽한 행복을 누렸나요?
토니안 그럼요. 난 진짜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최고의 가수가 되고, 또 해체를 겪고, 어려움도 겪고, 성공을 했다가, 해체를 또 하고, 솔로를 하고, 사업도 하고. 또 여자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아픔도 느껴봤죠. 그래서 내 인생이 영화 같다고 느껴요. 후배들에게도 나처럼 다이내믹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곤 해요. 누구의 삶이라도 다 그렇겠지만….

ALLURE 토니안 이 키우는 아이돌 그룹 SMASH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상당히 많다면서요?
토니안 생각했던 것보다 인기가 많아서 놀랐어요. 제가 급하게 군대에 가버렸잖아요. 일은 줘야 하니 일단 해외로 가보자고 해서 진행을 했는데 성공했죠.

ALLURE 당신은 완벽주의자인가요?
토니안 절대 아니죠. 난 진짜 허술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런 내 성격이 일할 때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요. 그냥 좋을 것 같으면 가요.

ALLURE 사람들은 당신을 두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하죠.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은 뭐예요?
토니안 어릴 땐 돈과 명예가 행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가 이 모든 것을 가졌을 때 우울증이 왔어요. 내 삶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외롭고 혼자 집에서 술이나 먹고 자는 나를 발견했어요. 내가 왜 이러고 살고 있나 생각하면서요. 그때 내가 생각했던 행복이 정답이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내게 있어 행복은 돈과 명예는 아니란 걸 알았죠. 군대에서 행복은 ‘사람’이란 걸 느꼈어요. 행복은 누군가 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고, 또 내가 필요할 때 내게 와 줄 사람이 있고… 그게 진짜 행복인 것 같아요. 그래서 난 지금이 행복해요.

ALLURE 군대 동기들과는 여전히 자주 연락해요?
토니안 내 친구들이예요. 안에서 보고 나와서도 보고. 제대한 친구들은 일주일에 네다섯 번. 군대에 있는 친구들도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만나죠.

ALLURE 토니안은 참 많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죠. 가장 애착이 가는 역할은 뭐죠?
토니안 ‘프로듀서’예요. 이쪽에서 성공한 적이 없어서 약간 집착하는 면이 있어요. 올해는 이쪽으로 뭔가를 꼭 해보고 싶어요.

ALLURE 후배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요?
토니안 연예인을 많이 보고 느낀 건, 아무리 젊을 때 성공해도 그게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니까 망가지곤 한다는 거예요. 회사에서 데리고 있는 신인과 연습생들에게 이런 말도 해요. 스스로 혹은 부모님이 돈 관리를 하다 보면 문제가 생기기도 하니 내가 차라리 돈 관리를 해주겠다고. 사람이 욕심이 생기고 야망이 생기면 다 잃고 망가지더라. 연예인 중에 그렇게 망가지는 친구가 많아요

ALLURE 지금의 토니가 가장 두려운 것은 뭐죠?
토니안 옛날처럼 또 성공에만 집착하게 될까봐 그게 무섭죠. 오해는 마세요. ‘프로듀서’라는 것은 제가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지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성공하려는 건 아니에요. 전 특별히 잘하는 게 없어요. 이것저것 많이 벌린 것뿐이에요. 나란 존재가 그래요. H.O.T.일 때도 열심히 하긴 했지만, 그 안에서 내 역할은 작았죠. 특출 나게 노래를 잘하지도, 춤을 잘 추지도 못했죠. 내가 잘한 게 있다면 멤버들 사이를 잇는 중간 역할을 했다는 것. 그게 다였어요. 솔로가 되면서 망가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고, 보이는 성공에 집착하다 보니 아팠죠. 이젠 스스로 뿌듯한 성공을 하고 싶어요. 예전에 함께 하는 멤버들을 보면 정말 뿌듯했어요. 그 느낌을 이제 내가 갖고 싶어요.

ALLURE 새해잖아요. 새해 소원은 무엇인가요?
토니안 프로듀서로 성공하는 것. 후배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는 것. 그리고 연애. 이젠 진짜 하고 싶어요. 늘 동생 커플에 끼어서 밥만 사주고 나오는데, 왜 대체 나만 소개팅을 안 해주는 거냐고 묻고 싶어요. 물론 저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으니 못 만나고 있는 거겠죠.

ALLURE 참, 그러고 보니 작년 패션 위크에 왔었죠? 앞으로는 패션에도 관심을 좀 가질 거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토니안 어휴, 다시는 못 갈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부담 없이 그냥 어떤 행사인가 보고 싶어 놀러 갔는데, 잘 모르는 패션에 대한 걸 물어대니 어려웠어요. 전 패션은 잘 몰라요. 주는 대로 입어요.

ALLURE 토니안 하면 생각나는 패션 아이템인 귀고리가 있잖아요.
토니안 귀고리가 없으면 벌거벗은 느낌이라 귀고리는 집에서도 안 빼요. 슈퍼맨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어요. 귀고리를 빼면 안승호, 귀고리를 하면 토니안.

    에디터
    피처 에디터 / 허윤선
    포토그래퍼
    Photographed by Yuan
    스탭
    헤어 | 로라(아름다운 규니영), 메이크업 | 송진주(아름다운 규니영), 스타일리스트 | 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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