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루어> 창간 11주년을 특별하게 기억하기 위해서 11명의 디자이너와 11명의 모델이 팀을 이뤄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각각의 스타일에 맞춰 완성한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옷과 액세서리에는 <얼루어>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금속 체인 장식의 슈트는 모스키노(Moschino), PVC와 금속 체인, 크리스털 장식 백은 이혜정 × 플레이노모어(Lee Hye Jung × Playnomore).

금속 체인 장식의 슈트는 모스키노(Moschino), PVC와 금속 체인, 크리스털 장식 백은 이혜정 × 플레이노모어(Lee Hye Jung × Playnomore).

이혜정 + 플레이노모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협업 파트너로 지목한 모델 이혜정과 플레이노모어의 디자이너 채니 킴. 둘의 인연은 지난 3월, 서울패션위크부터 시작됐다. 드라마 <상속자들>과 <예쁜 남자> 등에 구두를 공식 협찬했던 슈즈 디자이너 채니 킴이 새롭게 론칭한 플레이노모어는 클래식과 위트가 공존하는 가방을 주로 내놓고 있다. 채니 킴은 지난 6월 브랜드 론칭에 앞서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이혜정에게 만화 주인공의 눈을 닮은 시퀸 장식의 미니백을 선물했는데, 이혜정이 서울패션위크 기간 내내 그 백을 들고 다니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혜정에게 늘 고마워요. 그 마음을 이번 협업을 통해 그녀의 의견을 담은, 그녀를 닮은 가방을 만드는 것으로 보답하고 싶었죠.” 협업은 시작과 함께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두 사람은 시간이 날 때마다 플레이노모어 작업실에서 만나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이혜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가방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 소재를 선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죠. 도도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자기 감정에 솔직한 그녀의 성격을 표현한 거예요.” 이혜정은 여기에 크리스털과 금속 체인 장식을 더하자고 했다. “반짝이는 크리스털 장식으로 모델이라는 화려한 직업을 표현했어요. 거친 금속 체인은 톱모델이 되기까지의 피나는 노력과 인내심을 뜻하는 것이고요.” 놀고 즐기듯 이야기하면서 탄생한 가방을 이혜정은 만족해했다. “속이 훤히 비치는 가방 속에 자신을 표현하는 것들을 넣어 개성을 드러내보면 어떨까요? 이 가방을 들고 투명 프레임 선글라스를 낀다면 멋진 조화를 이루겠죠?”

1 얼마 전 파리 여행을 다녀온 이혜정이 그곳에서 완성한 스케치를 꺼내 보이며 디자인을 상의하기 시작했다.
2 평소에도 자주 만남을 갖는 채니 킴과 이혜정. 스스럼없이 웃고 떠들며 아이디어를 교환했다.
3 채니 킴은 ‘이혜정’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스케치로 그렸다.여기에 어울리는 부자재를 골라 디자인을 완성했다.
4 친자매보다 더 사이가 좋은 이혜정과 채니 킴. 취향과 관심사가 비슷한 두 사람의 협업이 기대되는 이유다.
5 PVC와 금속 체인, 크리스털 장식 등으로 완성한 협업 가방. 도도한 듯 순수한 이혜정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6 채니 킴의 작업실 모습. 왕눈이 장식이 달린 플레이노모어의 샤이걸 백이 탄생한 공간이다.

실크 소재 원피스는 클로에(Chloe), 소가죽과 퍼 소재 앵클 부츠는 아이린 × 슈콤마보니(Irene × Suecomma Bonnie).

실크 소재 원피스는 클로에(Chloe), 소가죽과 퍼 소재 앵클 부츠는 아이린 × 슈콤마보니(Irene × Suecomma Bonnie).

아이린 + 슈콤마보니
모델 아이린의 협업 파트너는 당연히 슈콤마보니였다. 이 문장은 ‘슈콤마보니의 협업 파트너는 당연히 모델 아이린이었다’와 똑같은 의미를 지닌다. 아이린은 슈콤마보니의 열혈 팬인 데다, 최근 아이린의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슈즈가 바로 슈콤마보니의 실버 샌들이었고, 결국 슈콤마보니의 가을/겨울 시즌 모델은 아이린으로 낙점되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되자 아이린과 슈콤마보니의 이보현 이사는 디자인 삼매경에 빠졌다. 슈콤마보니의 성수동 사무실과 공장을 모델 에이전시 사무실보다 더 자주 드나들었다는 아이린의 전언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누구보다 적극적이었다. 단언컨대 무늬만 협업이 절대 아니었다. ‘트렌드를 반영해 디자인을 하지만 발이 편하고 실용적일 것.’ 미팅을 하며 이보현과 아이린은 이 두 가지 원칙을 세웠고, 하이톱 스니커즈를 닮은 앵클 부츠를 만들기로 했다. 홀로그램과 모피를 장식해 ‘에지’의 요소를 더했고, 착용감을 높이기 위해서 부드러운 소가죽 소재에 청키힐을 더했다. 아이디어가 정리되고, 디자인이 구체화되자 그 다음은 일사천리였다. 아이린이 아이디어를 내면, 이보현이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처음에는 검은색을 생각했는데, 아이린이 흰색을 제안했어요. 흰색에 홀로그램 장식을 더하니 더 감각적인 디자인의 부츠가 완성됐죠. 딱 아이린 스타일로요.” 아이린과 이보현은 환상의 파트너였고, 이렇게 부츠는 완성됐다. “정말 예뻐요. 이거 제가 갖고 싶은데요.” 아이린의 말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1 슈콤마보니의 슈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아이린 X 슈콤마보니 협업 앵클 부츠.
2 슈즈를 만들 때 가죽만 사용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양한 가죽만큼이나 다양한 실이 필요하다.
3 마지막 디자인 회의 때, 검은색 퍼 부츠에서 흰색 퍼와 홀로그램을 덧붙인 디자인으로 변경했다.
4 슈콤마보니의 이보현 이사와 모델 아이린은 자주 만나 디자인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5 슈콤마보니의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한 아이린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슈콤마보니의 플랫 샌들을 신었다.
6 아이린이 추천하는 슈콤마보니의 새로운 슈즈는 바로 컬러풀한 스니커즈.

폴리에스테르 소재 원피스는 송해나 × 91,2(Song Hae Na × 91,2), 스니커즈는 푸마(Puma).

폴리에스테르 소재 원피스는 송해나 × 91,2(Song Hae Na × 91,2), 스니커즈는 푸마(Puma).

송해나 + 91,2
얼마 전 컴백한 에프엑스의 옷을 기억하는지. 화려한 패턴의 섹시한 무대 의상은 모두 ‘91,2’의 디자이너 이구원의 손에서 완성됐다. 2013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을 시작으로 네오프렌 소재 스커트와 톱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91,2의 뮤즈는 모델 송해나다. “<셰어하우스>에 나오는 송해나의 스타일을 보고 반했어요. 캐주얼 스타일을 무척 감각적으로 입더라고요.” 이구원이 송해나에게 안한 스타일은 스포츠 무드의 미니 드레스다. “일본을 여행하며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펑키한 옷을 입은 일본 여자들이 바이커를 몰고 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죠. 그 모습을 떠올리며 디자인했어요. 야구 복의 실루엣을 살린 디자인이 송해나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옷의 소재는 즉석에서 결정됐다. 송해나가 입고 온 핀 스트라이프 패턴 재킷 때문이다. “평소에 캐주얼 스타일을 즐겨 입지만 그 안에 다른 스타일이 혼합된 걸 좋아해요. 디자인이 스포티하니까 소재는 슈트에 많이 사용하는 핀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하면 색다를 것 같았어요.” 여기에 송해나는 패치워크를 덧붙이길 원했다. “91,2의 장기인 일러스트로 포인트를 주면 펑키한 스트리트 무드의 귀여운 원피스가 나올 것 같아요.” 송해나와 이구원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세상어디에도 없는 미니 드레스가 완성됐다.

1 91,2의 대표 아이템인 크롭트 톱을 포함한 2014년 봄/여름 컬렉션의 다양한 의상들.
2 디자이너 이구원과 송해나가 함께 작업한 미니 드레스의 도식화. 제작하기 앞서 컴퓨터 도식화로 디자인을 점검했다.
3 디자이너 이구원과 송해나의 첫 만남. 송해나가 입고 온 핀 스트라이프 재킷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4 일본 여행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2014년 봄/여름 91,2의 컬렉션. 특유의 펑키한 일러스트가 돋보인다.
5 디자이너 이구원과 송해나는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친해졌다.
6 드디어 완성된 송해나와 91,2의 협업 의상. 앞뒤의 길이가 달라 입었을 때 더 멋스럽다.

면 소재 원피스는 DAQD, 귀고리와 반지는 모두 먼데이 에디션(Monday Edition). 배 닻 장식 목걸이와 팔찌는 모두 이호정 × 먼데이 에디션(Lee Ho Jung × Monday Edition).

면 소재 원피스는 DAQD, 귀고리와 반지는 모두 먼데이 에디션(Monday Edition). 배 닻 장식 목걸이와 팔찌는 모두 이호정 × 먼데이 에디션(Lee Ho Jung × Monday Edition).

이호정 + 먼데이 에디션
모델 이호정은 ‘호찌’라는 이름을 단, 직접 만든 팔찌를 플리마켓에서 종종 판매한다. 서툰 솜씨로 조물락거리며 팔찌를 만드는 그녀를 위해 먼데이 에디션의 디자이너 김사라가 든든한 조력자로 나섰다. “제가 디자인한 게 상품으로 나오는 거예요?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요!” 평소 먼데이 에디션의 뱅글과 반지를 즐겨 한다는 이호정은 이번 협업 프로젝트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디자이너 역시 마찬가지. “모델과의 협업은 처음이에요. 그래서 더욱 기대가 되네요.” 2011년 론칭한 먼데이 에디션은 알파벳과 숫자 등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얼리 브랜드다. 김사라는 이호정에게 의미 있는 글자나 문장이 있는지 물었고, 이호정은 자신의 애칭인 ‘홀리(Holly)’를 형상화한 주얼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여러 번의 디자인 작업 끝에 두 사람은 홀리의 영문 스펠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배 닻 모양의 뱅글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담백한 멋이 살아 있는 메탈 컬러면 좋겠어요. 얇은 실 팔찌와 시계 등을 함께 끼면 멋지게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사라는 여기에 배 닻 모양 참 장식을 이용한 목걸이와 팔찌를 함께 만들어볼 것을 제안했다. 그 결과 금색과 은색의 간결한 뱅글과 목걸이가 완성됐다.

1 대략적인 디자인 시안을 잡은 후, 부자재와 디자인 샘플을 골랐다.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하며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2 먼데이 에디션 대표 김사라와 이호정이 머리를 맞대고 디자인 작업에 한창인 모습.
3 자신에게 의미 있는 주얼리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호정은 그녀의 애칭을 형상화한 디자인 스케치에 열정적이었다.
4 한남동에 자리한 먼데이 에디션 쇼룸을 직접 방문한 이호정과 김사라의 다정한 한 컷.
5 이호정은 먼데이 에디션의 베스트셀러 아이템인 뱅글을 본 후, 디자인 영감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6 몇 주간의 미팅 끝에 완성한 팔찌와 목걸이. 배 닻 모양을 포인트로 더하고 체인과 진주 장식으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