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조물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소규모 공방이 있다. 에디터가 방문하고 만들어낸 어떤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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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지 대표가 만든 도자 플레이트. 공방에서 직접 구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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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데이 클래스가 있는 날에는 작업실로 변신하는 카페.

 손으로 만드는 아름다움

지난겨울, 엄마가 정체 모를 선물 박스를 들고 찾아왔다. 이천 어느 공방에서 직접 만들었다길래 궁금한 마음에 그 자리에서 포장 박스를 뜯었다. 박스 안에는 삐뚤빼뚤 적어 내려간 내 이름과 새해 덕담, 지금은 아무도 쓰지 않는 이모티콘이 그려진 컵 세트가 있었다. 엄마에게는 강사가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자유를 준 것이 아니냐며 농담을 했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가장 아끼는 컵이 됐다. 여행을 갈 때 캐리어에 따로 공간을 마련할 정도로 그릇 욕심이 많은 덕에 해외 유명 브랜드나 빈티지 그릇이 찬장에 가득한데도 어쩐지 엄마가 만든 그 컵에 계속 손이 간다. 엄마의 마음이 거기 깃든 것 같아서, 자꾸만 바라보고 깨끗이 닦고 다른 컵은 쓰지 않게 된다. 꼭 엄마가 딸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도 제대로 모서리 마감이 이루어지지 않은 수공예 제품이나 조금 서투른 구석이 있는 물건들을 볼 때 조금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이와 비슷한 이유에서다. 물건을 쓸 누군가를 생각하며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제품은 아무리 비싸도 지갑을 열게 된다. 손으로 무언가 정성스레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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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품을 전시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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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색깔과 모양으로 흙을 뭉치고, 밀대로 밀어 완성한 플레이트. 굽기 전의 모습.

흙과 함께 보낸 하루

도예가 최수지와 사진가 전수만이 운영하는 크래프트 공방인 을지로의 mwm도 마찬가지다. ‘mess we made(엉망으로 만들다)’라는 이름에서 지향점을 알 수 있다. 이곳은 잘 팔리는 물건이 아니라 세상에 하나뿐인 것을 만든다. 더 많은 사람들과 이 즐거움을 나누려고 세라믹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다. 어느 주말 오전, 커다란 창으로 따뜻한 햇볕이 쏟아져 내리는 공간에서 만난 최수지 대표는 흔히 ‘도예’라고 하면 만드는 과정을 어렵게 생각한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mwm의 마블링 플레이트 원데이 클래스는 도예의 문턱을 낮출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초보자도 쉽게 도자기를 만들 수 있죠. 높은 온도에서도 버틸 수 있는 도자용 안료를 섞어 색을 낸 소지(흙)는 테이블에 미리 준비되어 있어요. 서로 다른 색을 섞어 마블링 느낌이 나는 접시를 만드는데, 이 마블링은 우리나라에서는 ‘연리문’이라는 전통 도예기법이기도 해요.”

도자기와 흙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듣고, 그녀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 곧바로 흙을 섞기 시작한다. 차가우면서도 부드러운 감촉의 흙은 마치 슬라임 같다. 계속 만지고 싶어진다. 게다가 손으로 흙을 주물러 무에서 유를 만드는 행위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다고. 얼마만큼의 흙을 어떤 모양으로 섞고 주무르는지에 따라 플레이트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이 수업에서 만드는 플레이트는 단 하나도 같은 무늬가 없다. 말 그대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을 만드는 것이다. 고심해서 흙을 뭉치고 난 후에는 만두 피처럼 동그란 모양으로 민다. 지름 13cm의 연습용 플레이트에 올리고 칼로 접시의 끝부분을 잘라낸 뒤 일정 시간 굳히면 끝이다. 지름 18cm의 중간 사이즈 플레이트도 같은 방식으로 무늬를 낸다. 이렇게 완성한 플레이트는 가마에서 구워져 2~3주가 지나 완성된다. 이걸 기다리는 시간이 꽤 두근거린다.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인화를 기다릴 때처럼.

공방 클래스의 묘미는 보기 좋은 아름다운 물건을 만드는 것보다도 ‘아무도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 것’ 자체에 있다. 흙을 어떻게 섞든, 설사 보기 좋은 모양을 내는 것에 실패하든 그건 그것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온전히 내 것을 만드는 시간,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자유를 누리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있을까? 일상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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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m 카페의 커피와 디저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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볕이 잘 드는 mwm의 따뜻한 오후.

도예가의 공간

클래스를 끝내고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니 이곳의 가구들 역시 예사롭지 않다. 이 공간 속 가구들도 모두 최수지 대표의 손길이 닿았다. 전수만 대표와 함께 합판으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는 차분한 이곳과 조화를 이룬다. 사실 mwm을 그저 ‘크래프트 공방’이라고 정의 내리기에는 조금 억울하다.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 공간의 역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본래 이곳은 최수지 대표의 작업실이다. 가구뿐만 아니라 곳곳에 그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물론 구입도 가능하니 쇼룸의 역할도 하는 셈이다. 평소 커피를 좋아해 카페도 열었다. 커피는 커피머신 대신 에어로프레스로 정성스레 내린다. 커피가 천천히 떨어지는 순간을 보는 것마저 이곳에서는 위로가 된다. 시그니처 메뉴인 시폰 케이크는 그녀가 만든 플레이트에 담겨 나온다. 커피 외에도 내추럴 와인이 준비되어 있다. 와인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게는 내추럴 와인 바가 되어줄 것이다.

도자기를 굽고, 커피를 내리고, 클래스를 운영하는 최수지 대표가 하는 일은 이미 무척 많지만,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세라믹 클래스를 운영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의 새해 계획은 곧 이루어질 듯하다. 그녀는 계속해서 가치 있는 것을 만들고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다정히 이렇게 말을 건넬지도 모른다. 엉망진창이어도 좋으니 무엇이든 만들어보라고.

MWM CLASS 
클래스명 마블링 플레이트 클래스. 지름 13cm의 연습용 플레이트와 18cm의 실전용 플레이트 재료를 제공한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반.
가격 7~8만원
주소 서울시 중구 수표로 35-1 4층
문의 인스타그램(@mwm_euljiro)에 원데이 클래스 공지가 매달 업데이트되니 참가하고 싶다면 수시로 확인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