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직장인이 기억력 업그레이드를 위해 메모하기를 선택한다. 하지만 매 순간 메모장을 뒤적거릴 수는 없는 노릇. 기억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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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 있으면 바나나.” 전 국민이 평생 기억하는 이 노래. 이 노래의 힘은 생경한 이미지에 있다. 각 단어의 배열이 시각적 이미지로 연결되면서 쉽고 자연스럽게 생각을 풀어간다. 뇌가 기억하기 쉬운 ‘이미지’와 ‘연결’이라는 두 요소를 활용한 건데, 여기에 멜로디까지 더해졌으니 잊어버릴 수가 없다.

기억력에 관한 책을 몇 가지 찾아보았다. 기억력을 솟게 하는 유용한 팁이 들어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펼치면, 대부분 ‘기억술’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기억술이란 말 그대로 기억하는 ‘기술’이다. 수십 개의 그림 순서를 한자리에서 외워야 할 때도, 셜록이 범행의 단서와 증거를 떠올리기 위해 과거에 기억해둔 정보를 소환할 때도 기억술을 사용한다. 이렇게 말하면 기억술은 천재들의 전유물 아니냐고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기억술은 연습만 하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예를 든 노래처럼 이미지와 연결이라는 요소만 있다면. 일상에서 유용한 3가지 기억술을 알아봤다.

내일 할 일, 트리거 기억법

방아쇠를 당기면 총구에서 총알이 나가듯, 특정한 물건을 트리거 삼아 그 물건을 보면 기억이 떠오르도록 하는 방법이다. 먼저 자기 전, 다음 날 해야 할 일을 미리 떠올린다. 내일 은행에 가야 한다고 가정하고 그 상황을 상상하자. 다음으로 방 안에 트리거로 쓸 물건을 고른다. 연필꽂이가 될 수도 있고, 인형이 될 수도 있다. 이는 정하기 나름이다. 물건을 골랐다면 이제 그 물건과 내일 해야 할 일을 결합해 상상해본다. 만일 내가 고른 물건이 인형이라면, “은행에 업무를 보러 갔더니 직원들이 인형만 갖고 놀고 있네”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하는 것이 좋다. 기억은 내가 아닌 ‘뇌’가 하며, 뇌가 기억하고 싶게끔 내용을 가공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 특정 물건과 해야 할 일을 연결했다면, 물건을 방문 앞에 놓고 잠들면 된다. 당신은 다음 날 아침, 방문을 여는 순간 어젯밤 두었던 인형을 발견하게 될 것이고, 전날밤에 상상했던 장면이 머릿속에 스치면서 잊지 않고 은행에 들를 수 있게 될 거다. 매일 하나의 트리거를 정하기보단, 다른 트리거를 정해놓고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몸으로 기억하는, 신체 기억법

마트에 갈 때 쇼핑 목록을 꼭 하나씩 빠뜨리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몇 가지 물품을 즉시 외워야 할 때 유용한 기억술로 간단하지만 꽤 효과적이다. 기억하고 싶은 물건을 몸의 일부와 연결해 머릿속으로 상상하기만 하면 된다. 마트에서 치약, 바나나, 샴푸, 시계 건전지를 사야 한다고 하자. 그럼 쇼핑해야 할 목록을 신체에 붙여보는 거다. ‘입가에는 치약이 묻어 있다.’ ‘머리카락에 샴푸 거품이 가득하다.’ ‘손에는 시끄럽게 울리는 알람시계가 있다.’ 상상하는 그림이 더 선명하고 과장될수록 머릿속에 뚜렷하게 남는다. 머리부터 시작해 발로 내려가도 좋고 그 반대도 상관없다. 따로 정해진 규칙은 없으나 물품은 10개까지가 적당하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기억 저장소

기억 저장소는 어디서든 외워야 할 정보를 쉽게, 오래 저장할 수 있는 기억술이다. 컴퓨터에 폴더를 만들어 자료를 정리하듯, 내 방, 사무실 같은 특정 공간에 기억을 하나씩 연결하는 원리다. 저장소를 만드는 방법은 컴퓨터 바탕화면에 폴더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쉽다. 평소 익숙한 실제 공간 하나를 정한다(예: 사무실 내 자리). 그 다음 시작 포인트와(예: 컴퓨터 본체), 전체적인 경로를 설정한다(예: 컴퓨터 본체 → 다용도 트레이 → 컴퓨터 모니터 → 전화기 → 연필꽂이 → 철제선반 → 데스크 서랍). 이제 경로를 눈을 감고도 떠올릴 수 있도록 세심하게 관찰한다. 여기까지가 기억 저장소를 만드는 과정이다. 나만의 기억 저장소를 설정했다면, 실제 활용해보자. 기억해야 할 정보와 장소를 결합할 때도 상상력을 발휘할 것. 기억해야 할 대상이 ‘사자’이고 저장소의 시작 포인트가 컴퓨터 본체라면, ‘컴퓨터 본체 옆에 사자가 있다’로 그칠 게 아니라, ‘사자가 본체를 뜯어먹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어서 다용도 트레이, 컴퓨터 모니터 등 다른 경로에도 기억해야 할 대상을 하나씩 저장해나가면 된다. 하나의 포인트에 여러 개의 단어를 결합할 수도 있는데, 너무 많은 이미지가 결합되면 순서가 헷갈릴 위험이 있으므로 한 포인트당 2~3개씩 결합하는 걸 추천한다.

 

TIP
간단한 기억 전략들을 제외하고 실제로 기억술을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나의 기억법도 제대로 숙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부터 추상적인 개념이나 문장, 긴 글을 적용하려고 하면 그야말로 ‘멘붕’에 빠질 수 있다. 실제 업무 현장에서는 수없이 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교환되고, 외워야 할 정보는 매우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기억술을 제대로 익혀보겠다고 결심했다면 단계적인 훈련을 해야 한다. 기억 저장소를 작게라도 직접 만들어보고 실생활에 적용해보는 연습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