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건네는 위로와 격려가 때로 한 사람의 인생을 감싸 안아준다. 9명의 애서가에게 ‘힘들 때 위로가 되어준 책’을 물었다. 책 속에 담긴 삶의 면면을 들여다보며 힘든 하루더라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길,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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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 차드 멍 탄

아름다운 몸을 위해 운동하고, 좋은 음식을 가려 먹고, 아프면 병원에 가면서 마음은 왜 돌보지 않는가? 이 책은 구글의 명상 프로그램인 ‘내면검색’의 효능과 매뉴얼을 자세히 담고 있다. 하루 한 번, 장소나 시간에 상관없이 내 호흡을 지켜보고, 잠깐 멈추어 내 마음을 알아차려보자. 그것만으로도 명상이 시작되며, 곧 명상 그 자체다. 스트레스가 많은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마음챙김(mindfulness)을 통해 자신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돌볼 수 있기를. – 옥성아(SBS PD)

그 문장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반응에 우리의 성장과 행복이 좌우된다.’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 허수경

이 짧은 글을 준비하는 사이 허수경 시인의 별세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1992년 독일로 건너가 오래도록 이방인의 삶을 살았다. 이 책은 시인의 삶에 스친 수많은 순간을 기록한 글이다. 가난한 대학생 시절 마음껏 채우지 못한 막걸리 주전자 이야기, 점심에 브로콜리 수프를 먹자고 하고 조용히 눈을 감은 이웃 할머니의 죽음. 호들갑스럽지 않게,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삶을 들여다본다. 인사를 대신한 마지막 산문집의 문장들을 꼼꼼히 집어 삼킨다. 태어난 땅에서도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우리에겐 큰 위로일 수밖에 없다. – 하경화(디에디트 편집장)

그 문장 ‘나는 혼자였고 외롭고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놀림을 당하는 실존을 가졌다. 그것이 내 문학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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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 황현산

직장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 사람들에게 질려버렸다. 출퇴근길에는 숱하게 마주한 불특정 다수의 매너 없는 행각에 환멸을 느꼈고, 직장에서는 개인의 이익만 내세우는 상사들을 보며 어른은 다 저럴까 의심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지쳐 있을 때 이 책이 위로가 되어주었다.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책으로 확인하며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 서지애(책방 노말에이 대표)

그 문장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 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

<청춘의 문장들> | 김연수

일과 집만 마주하며 사는 건 너무 재미없는 것 같았던 자영업 3년 차의 무력함을 이 책이 치료해주었다. 첫 출판 당시 서른다섯이었던 작가가 모아놓은 모든 문장에서 서른셋의 내 청춘을 발견한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말하고 생각하는 일이 좀 피곤하더라도, 결국 기록할 만한 청춘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책이다. – 김소현(플로리스트)

그 문장 ‘사실은 지금도 나는 뭔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기만 하다. 그 모든 것은 곧 사라질 텐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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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힘들 때 위로를 주는 책에 반드시 ‘당신에게 위로를 주겠습니다’라고 쓰여 있을 필요는 없다. 그래도 왜 20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이냐고?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완독하면 세상에 힘든 일은 더 이상 없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낳은 가장 위대한 소설을 독파하며 시름을 잊어보길. – 남궁인(작가)

그 문장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삶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해.”/ “삶을 그것의 의미보다도 더 많이 사랑해야 된다?”/ “반드시 그래, 형 말대로 논리에 앞서, 반드시 논리에 앞서 삶을 사랑해야 하고, 그때야 비로소 나는 삶의 의미도 이해하게 될 거야.”

<혼자 가는 먼 집> | 허수경

무언가를 읽을 때 웃음이 나오는 일은 어쩐지 불경한 것 같다. 시는 더욱 그럴 거다. 그런데 이런 시는 어떤가. 어찌할 수 없는 사랑을 고백하고, 고백하다 겸연쩍은지 혹은 미심쩍은지 킥킥 웃어버리는 시. 웃음을 참고 겨우 문장을 이어가는데, 그 문장이 하염없이 아름다운 시. 이런 시에서 엉뚱한 위로를 얻는다. 우리는 이런 말을 부릴 줄 아는 인간이기에 웃을 수 있구나, 사랑할 수 있구나, 살아갈 수 있구나 여기면서. – 서효인(시인)

그 문장 ‘(중략)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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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 프리츠 오르트만

곰스크는 실제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도시이자 주인공이 꿈꾸는 도시다. 학습한 열망이든, 새롭게 발견한 열망이든 그런 대상이 있다는 것은 삶을 지속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열망의 지속이 나를 건강하게 만드는지, 혹은 괴롭게 만드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열망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 – 박수지(통의동 보안여관 큐레이터)

그 문장 “사람이 원한 것이 곧 그의 운명이고, 운명은 곧 그 사람이 원한 것이랍니다. 당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면, 기차가 이곳에서 정차했던 바로 그때 당신은 내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차를 놓치지도 않았을 거예요.”

<당신이라는 안정제> | 김동영, 김병수

매일 스마트폰을 붙잡고 남의 사생활을 엿보며 공허함을 느끼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들여다볼 새가 없는 현대인에게 일독을 권한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으나 선뜻 아프다고 털어놓을 데 없는 ‘나’ 같은 사람들 말이다. 이 책은 공황장애를 겪는 주인공과 마음의 안정제가 되어주는 주치의가 나눈 7년간의 상담 기록으로 진료실에서는 차마 드러내지 못한 속내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둘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쓰렸던 가슴 한켠을 치료받는 느낌이랄까. – 조정은(홍보대행사 SMC)

그 문장 ‘잊었던 삶의 활력이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황홀하고 치명적인 알맹이’들을 꿀꺽 하고 넘겼으면 좋겠습니다. 기대와 믿음이 약과 긍정적인 화학 반응을 일으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되기를, 항상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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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 박준

대학생 때부터 불면증을 앓았다. 불안한 일이 있을 때는 끔찍한 악몽을 꾸고, 쉽게 가위에 눌리는 잠버릇을 갖게 됐다. 과거의 어떤 지점에서 나는 분명 불행했다. 작년, 박준 시인의 산문집 제목을 처음 봤을 때 평생 이 책을 내 곁에 둘 것이라고 다짐했다. 책 제목처럼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책장을 넘기며 같이 울고 나면 힘이 난다. 그 시절, 불행했던 나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랄까. – 황보선(얼루어 피처 에디터)

그 문장 ‘그제야 나는 꿈속에서 지금이 꿈인 것을 깨닫고 엉엉 울었다. 그런 나를 당신은 말없이 안아주었다. 힘껏 눈물을 흘리고 깨어났을 때에는 아침빛이 나의 몸 위로 내리고 있었다. 당신처럼 희고 마른 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