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하고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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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 법원이 ‘이혼 후 100일 내 재혼을 금지한다’는 규정에 합헌 판결을 내렸다. 원래 규정은 180일이었으나 ‘100일이 넘는 것은 과잉 제약으로 위헌’이라며 기간을 축소했다. 이 규정은 1898년 메이지 민법 시행 때 생겼으니 벌써 100년이나 됐다. 이 규정은 과거 ‘아이의 아버지를 둘러싼 분쟁’을 막기 위해 임신 시기를 계산하며 생겼다고 한다. 이 기사가 뉴스를 타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재미있는 설전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대체 ‘이별 후, 얼마 만에 다른 사람을 만나야 괜찮은 걸까?’ 명확히 말하면 도덕적으로 비난을 피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얼마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다. 누군가는 ‘헤어진 직후부터 남남이니 바로 갈아탈 수 있다’는 발언을 했지만 밑에 달린 수많은 욕설을 보니 열렬한 지지를 얻는 것 같지는 않았다. <도깨비>의 김신은 무려 936년 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났는데, 우리는 인간이니 936시간(39일) 정도면 적당하려나. 대충 흐름을 보니 약 6개월 전후로 합의점을 찾는 듯했다. 그렇다고 6개월 뒤에 <맨 인 블랙> 플래시처럼 모든 게 리셋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기간에 집착하는지. 이게 바로 ‘최소한의 예의’라는 걸까. 아무리 동방예의지국이라지만 초등학교 가정 시간에 배운 적도 없는 생소한 분야다. 이별한 것이 죄도 아닌데, 다른 사람의 눈치도 봐야 하는 게 현실. 이놈의 눈칫밥은 삼시세끼보다 더 자주 먹는다. 다들 왜 그렇게 남의 연애사에 관심이 많은 걸까? SNS에 못 보던 이성의 사진이 올라오거나 연예인이 결별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그렇게 입방아를 찧는다. 마치 자신은 평생 한 사람만 만날 것처럼. 최근 한 소셜데이팅 서비스 업체에서는 ‘이별 후 다른 연애를 시작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남성들은 ‘언제든 상관없다’는 의견이 27.7%로 제일 많았고, ‘연애 기간에 비례’, ‘한 달’ 순이었다. 여성들은 ‘연애 기간에 비례한다’는 의견이 31.6%로 1위, ‘상관없다’, ‘한 달’ 순이었다. ‘이별 후 연인을 기억에서 정리하는 데 걸리는 기간’으로는 남성이 1~2년(41.6%), 여성은 3개월(30.%)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남성들은 금방 다른 연애를 시작하지만 미련이 남고 여성들은 한번 돌아서면 끝이라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새벽마다 감수성 충만한 남성들이 그렇게 전 여자친구에게 “자니?”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은 크게 둘로 나뉜다. 시간과 공간. 혹자는 ‘시간이 약’이라고 말한다. 바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존재, 즉 ‘공간’으로 상처를 극복한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요즘 SNS에서는 ‘솔로를 괴롭히는 순간들’이라는 글이 떠돌아다닌다. 벚꽃이 만개했을 때, 날씨가 끝내주게 좋은 날, 당장 가고 싶은 맛집을 찾았을 때, 달달한 드라마를 봤을 때, 내 편이 필요할 때, 일과를 마친 밤 등 재미있지만 공감되어서 더 슬펐다. 노래방에서 양혜승의 노래를 부르며 ‘화려한 싱글이 최고야’라고 외쳐도 결국은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솔로들의 마음 한구석은 공허하다. ‘솔로 탈출’을 한 해 목표로 세운 직장인이 무려 12%나 된다고 한다. 어쩌면 이별을 극복하는 것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언제 이별했던지 간에 쓸데없는 유예기간을 따지며 눈앞의 좋은 사람을 놓치지는 않았으면. 똥차 가고 벤츠 온다지만 그 타이밍을 놓치면 경운기도 잘 안 지나가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