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자체만으로도 귀찮은데, 생리대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단다. 누구 말을 믿고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하는 걸까? 그날을 더 안전하고 상쾌하게 보내기 위한 대안을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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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파동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성생리대에서 인체 유해물질 검출’,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 후 면생리대 유행.’ 무려 12년 전, 2006년 인터넷 기사 제목이다. 그때는 포름알데히드가 문제였다. 최근 일회용 생리대에서 검출되었다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한 쉽게 증발되는 유기 화합물을 총칭하며, 인체에는 피로감, 정신착란, 구토, 두통, 심하면 신경계 장애와 암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때도 그랬고, 작년에도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식약처가 움직였다. 작년 12월, 두 차례의 전수 조사를 마친 식약처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일회용 생리대 속 유기화합물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행이다 싶긴 해도, 결과가 영 못 미덥다. 이에 여성환경연대를 포함한 소비자단체가 성급한 결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환경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생리대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 들어간 상황. 이 조사는 현재 진행 중이고,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조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고, 관심을 가질수록 뭐가 맞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오는 10월부터는 생리대도 화장품처럼 전성분 표시제를 시행하는데, 전성분이 공개된다고 이 불안함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

그래서 당장 뭐 사면 돼?

유해 성분 파동 후의 시장 변화도 문제다. 안전할 듯 보이는 이름의 값비싼 제품이 쏟아져 오히려 소비자의 부담만 커지는 것이 현실이니까. 케미포비아 속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는 건 각종 유기농 제품. 이번 생리대 파동 후에도 가장 먼저 유기농 생리대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덕분에 나트라케어, 콜만, 뷰코셋 등 수입 생리대가 품절 사태를 맞았었다. 가격이 국내 생리대의 2배가 넘는데도. 안 그래도 생리대는 물가 대비 2배 이상 가격이 치솟는데, 여기서 또 2배라니! “이미 해외에서 인정받은 유기농 생리대가 믿음도 가고, 실제로 제품력도 좋아요. 그런데 가격과 안정성이 비례한다고 믿어선 안 돼요.” 새로운 월경 문화를 꿈꾸는 사회적 기업 이지앤모어의 안지혜 대표의 말이다. 그렇다. 돈과 직구만이 해답은 아니다. 블루블루, 오드리선, 시크릿데이, 내추럴 코튼 등 찾아보면 국산 유기농 생리대도 많다. 안지혜 대표에게 안전한 생리대 고르는 팁을 물었다. “고분자흡수체를 사용했는지, 천연 펄프인지 살펴봐야 해요. 고분자흡수체는 액체를 겔 형태로 고체화시키는 물질이라 흡수력을 좋게 해줘요. 그런데 그 양이 많아지면, 질 내부 수분까지 흡수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요. 유기농 생리대는 고분자흡수체가 아닌 천연 펄프로 만들어요. 흡수력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화학물질은 없는 거죠.” 여기에 제품 이름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기농 생리대’와 ‘유기농 순면 커버’ 제품은 다른 거예요. 후자는 커버만 유기농이라는 이야기죠.” 결국 생리대도 화장품 성분 보듯 꼼꼼하게 비교해보는 수밖에 없다.

일회용 생리대 말고 뭐가 있지?

다른 생리용품으로 눈을 돌려보는 방법도 있다. 일회용 생리대 말고도 면 생리대, 생리 팬티, 탐폰, 생리컵 등 생각보다 선택의 폭은 넓다. 에디터는 지난 그날, 일반 생리대 대신 면 생리대와 생리 팬티를 사용해봤다. 더 자유롭고 건강하게 생리 기간을 보낼 수 있는데, 그간 너무 일회용 생리대에만 의존해왔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면 생리대는 속옷과 분리되는 느낌, 자주 교체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은 면 생리대 또한 처음에는 유해물질이 나온다는 것. 구매 후 반드시 한두 번 삶아서 사용하고, 혈이 아주 조금 남아 있어도 부패될 우려가 있기에 세심한 세탁이 필수란다. 속옷 빨래도 세탁기로 하는 나에게는 아무래도 무리다. 생리 팬티는 약간 도톰한 소재의 팬티라고 생각하면 된다. 팬티 자체에 생리 혈을 흡수하는 기능이 있는 것. 하지만 집 밖에선 갈아입을 수 없고, 양이 많은 날은 새는 느낌이 들어 불안했다. 생각보다 냄새는 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삽입형 생리용품. 건강 우려증이 심한지라 시도 전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봤다. “탐폰도 생리대처럼 소재에 따라 달라요. 유해물질이 있는 제품도 있죠. 그래서 장시간 체내에 머무르면 독성쇼크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죠. 매우 드물지만요.” 지인산부인과 김정연 대표 원장의 설명이다. 활동하기엔 좀 편할지 몰라도 유해물질의 위험은 생리대와 마찬가지라는 것. 그렇다면 요즘 인터넷에서 신세계라는 간증이 쏟아져 나오는 생리컵은 어떨까. 또다시 김정연 원장에게 물었다. “생리컵 중 실리콘으로 만든 것은 경제적이고 안전해 보이지만, 이 실리콘 소재에 대한 검증은 필요할 것 같아요. 재질도 부드러워 질 내부에 손상을 주진 않을 것 같고요. 혹시 질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질 내부엔 주름이 많고 탄성이 있어 크게 영향은 없을 것 같네요. 하지만 질염이나 자궁경부염증 등 자궁 질환이 있다면 생리컵을 포함한 다른 삽입형 생리용품은 피하는 것이 좋아요. 염증이 심해질 수 있으니까요.” 도전해볼 만한 것 같다. 김정연 원장님 조언처럼 인체에 무해한 실리콘이라는 것이 확인만 된다면. 또한, 최대 10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것도 마음에 든다. 그런데 아직 국내산 생리컵은 없어, 직구를 통해 구매해야만 하는 실정. 이지앤모어의 안지혜 대표는 생리컵의 국내 식약처 허가를 위한 블랭크컵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펀딩을 통해 생리컵 임상실험 비용을 모아, 국내 생리컵 출시를 당기자는 취지다.

생리용품 탐색은 계속되어야 한다

구석기, 아니 그 전부터 지금까지 여자들이 생리를 하지 않은 적은 없는데, 생리용품의 발전은 왜 이리 더뎠을까? 휴대폰은 10년 사이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는데 말이다. 최첨단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생리컵. 그런데 이 생리컵은 1937년에 탄생했다고 한다. 70년 동안 생리용품은 거의 발전이 없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아닌가! 한 달에 1번, 일 년에 12번, 이번 생에 400번 또는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긴 시간을 불안에 떨고 찝찝한 마음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다. 생리용품 탐색은 삶의 질을 높이고, 나를 사랑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 생각하며, 다가오는 그날을, 획기적인 생리용품을 기다려본다.

안전한 생리대, 직구만이 해답은 아니다. 비싼 유기농 생리대 말고도 면 생리대, 생리 팬티, 탐폰, 생리컵 등 생각보다 선택의 폭은 넓다. 더 자유롭고 건강하게 생리 기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