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되지 않는 패션계의 혼돈은 안주하고 도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 구역의 숙명이 아닐까. 타 도시로 이주한 디자이너,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탈 패션위크를 꿈꾸는 젊은 패션 구루들. 그럼에도 새롭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 세계 4대 도시의 패션위크는 여전히 활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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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VIEW

사이먼 로샤처럼 가장 영국스러운 체크무늬의 영민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몰리 고다드처럼 볼륨감 넘치는 실루엣과 토가처럼 반짝이는 스팽글 장식이 곳곳에서 등장하는 것을 보면 80년대 맥시멀리즘이 런던 트렌드를 지배한 듯 보인다. 크리스토퍼 베일리를 떠나보내는 슬픔과 아쉬움은 성소수자(LGBTQ+) 커뮤니티를 후원하는 의미를 함께 담은 레인보우 컬러로 대신했으며, 영국의 여왕이 프런트로에 앉아 있는 이례적인 볼거리가 가득한 곳. 이곳은 런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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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사요

달라진 패션 캘린더 속. 씨 나우 바이 나우의 일환으로 2018 봄/여름 컬렉션을 소개한 멀버리. ‘Beyond Heritage’라는 콘셉트로 선보인 이들의 쇼는 18세기의 웅장하고 화려한 스펜서 하우스에서 열렸다. 꽃으로 장식된 화려한 실내로 들어서면 빈티지 뮤직박스가 연상되는 공간에 필름 메이커 샤르나 오스본이 제작한 영화 영상이 흘러나온다. 회전식 스테이지 위에선 가수이자 아티스트인 앨리슨 골드 프랩이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며, 굵은 프린트와 역동적인 색, 화려한 오간자 소재와 풍성한 볼륨으로 표현한 컬렉션을 바로 보고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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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라고요?

프린의 쇼에서 익숙한 향기를 느꼈다. 그 익숙함을 잠시 의심하고 있을 때쯤. 한글이 쓰인 가방이 등장했고 모든 것의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 지난해 해양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제주 해녀의 초상화전을 본 저스틴 숀튼. 울창한 섬, 푸른 바닷속을 자유자재로 유영하는 60대, 80대 여성들에게서 우아함과 강인함을 느꼈고, 그것은 가벼운 플로럴 드레스에 스쿠버 슬리브, 그물 모양 액세서리 등 흥미로운 요소로 태어났다. 제주 해녀가 인어공주가 된 황홀한 순간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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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강림

런던패션위크에 여왕님이 납셨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안나 윈투어와 함께 리차드 퀸의 패션쇼를 관람한 것. 예고 없는 깜짝 방문이라 더욱 놀라웠던 그녀의 등장. 라이트 블루 컬러 투피스를 단정하게 차려입고 흥미로운 눈으로 쇼를 관람했다고. 리차드 퀸은 이번 런던패션위크에 앞서 엘리자베스 여왕 2세에게 직접 영국 디자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