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혼자서 어떻게 날려야 할지 고민된다면, 자신만의 따뜻한 시간을 가져보길. 이를테면 목욕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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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젊은 사람들에게는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는 대상포진 후유증으로 나는 에디터가 된 이후 한 번도 쉬지 않았던 마감을 몇 달간 쉬게 되었다. 대학병원의 신경통증센터를 일주일에 두 번씩 오가며 약물 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았는데, 진료실 앞 대기 의자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뿐. 회사를 쉬어야 할 정도의 상황이라는 것에 겁도 나고 통증도 심했던 터라 주치의에게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게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했다. “목욕을 하면 통증 완화와 혈액순환에 도움이 됩니다.” 주치의의 말이었다.

‘목욕’이 여러 증상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영조, 정조 등 조선의 임금님도 온양의 온천을 찾곤 했다. 세종대왕은 아예 행궁까지 차렸다. 유럽의 온천 도시는 예전부터 휴양지로 유명했고, 유럽 전역에서 노쇠한 귀족들, 부유한 상인 계급들이 모여들었다. 독일의 바덴바덴, 프랑스의 비쉬, 체코와 카를로비 바리와 스위스의 생 모리츠,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등이 그렇다. 그렇다 보니 이 온천 도시는 그 자체로 사교의 장이자 창작의 장이 되곤 했는데, 괴테, 니체, 헤르만 헤세 등도 온천 지역에서 온천을 하며 글을 썼다. 이 요양객들의 삶을 엿보고 싶다면 영화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과 <유스>를 보길.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은 오래된 온천 호텔의 다양한 욕조에서 욕조 치료를 즐기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작중 화자와 주인공이 처음 이야기를 나누는 곳 역시 욕탕 안! 세계적 지휘자와 영화감독의 빛나는 노년을 그린 <유스>는 스위스를 배경으로 온천지의 고급 휴양 호텔에서의 삶을 보여준다. 온천, 수영장, 하이킹, 물리치료, 한밤의 연회와 다시 온천욕…. 그러나 귀족의 후예도, 건물주도 아닌 나는 집에 있는 욕조나 활용할 수밖에.

욕조가 있긴 했지만, 늘 바쁜 일상 중에 욕조에 가만가만 누워 있는 건 힘들었다. 여행이나 출장에서 만난 고급 호텔의 욕실에서는 신이 났지만, 집에서 목욕을 한다면 그 욕조를 닦을 사람도 다름 아닌 나니까. 목욕이 도움이 될 거라는 주치의의 말을 들은 날, 나는 영화 <하녀>의 전도연과 같은 모습으로 쪼그리고 앉아 욕조는 물론 욕실 전체를 닦았다. ‘심신의 절대 안정 및 요양’을 처방받은 상황이라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가끔은 아낀다고, 가끔은 귀찮아서 띄엄띄엄 사용하곤 했던 입욕제를 전부 모아보았다. 어린 시절, 엄마의 <생활 상식> 책에는 귤 껍질을 말려두었다가 목욕을 하라거나, 우유나 맥주, 청주를 넣으라는 조언이 많았다. 그 시절의 뷰티팁은 그랬다. 예뻐지고 싶어 해본 적도 있다. 그러나 귤껍질은 다시 팅팅 불어날 뿐 향이 나지 않았고, 우유는 욕조에 우유 막과 냄새만 남길 뿐. 이제는 손만 뻗으면 향기롭고 제각기 다른 효과의 입욕제가 있다. 근 10년째 나의 사치템이 되어주는 프레쉬의 사케 배쓰, 목욕소금과 오일을 섞어 사용하는 오엠 배스 오일 솔트, 포시즌스 홍콩 호텔의 스파에서 자체 제작한 입욕제, 세포라에 들르면 누구나 한 번쯤 사는 큐브 입욕제, 끝내주는 거품으로 마치 목욕 장면을 찍는 배우 같은 느낌을 주는 버블 배스와 몇 방울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는 아로마오일. 깨끗하게 닦은 욕조와 욕조에 넣어 기분도, 효과도 ‘업’해줄 만한 입욕제만 있으면 준비는 끝난 것이다.

그렇게 매일 목욕을 하면서, 나는 잊고 있던 욕조가 있는 삶을 되찾았다. 그러다 보니 예전보다 더 욕실에 신경 쓰게 되었다. 꽃을 꽂아두기도 하고, 책을 보거나 물잔을 놓을 수 있는 욕조용 트레이도 마련했다. 좋은 입욕제를 맘껏 샀다. 그 덕분인지 석달 후에는 상당히 회복되었다. 다시 마감 전선에 복귀한 후에도 욕조에서의 시간은 이어졌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과로할 때면 다시 대상포진 자리가 욱신거리는데, 그때는 잊지 않고 좋아하는 입욕제를 넉넉하게 풀고 나를 다독인다.

공간의 효율성을 위해 욕조 대신 샤워부스를 설치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목욕이 국민성이라 할 정도로 보편적인 일본은 아주 작은 원룸에도 욕조가 있다. 일본의 목욕 문화를 뜻하는 ‘오후로 문화’는 몸을 씻는 의미보다 하루의 피로를 없앤다는 의미가 더 크다. 일본 드라마, 만화 등에서는 “물 받아놨어요”, “내가 들어갈 순서야”라는 대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한번 물을 받아서 가족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본식 목욕법은 먼저 욕조 밖에서 샤워를 하고 물을 받은 욕조에 들어가는 식. 10~30분간 몸을 담근 후 가볍게 헹군 후 마무리한다. 워낙 일상의 문화다 보니 일본에는 목욕을 위한 가정용 아이템이 매우 발달했는데, 그중에서도 물이 쉽게 식지 않도록 도와주는 욕조덮개는 필수다. 특히 물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물을 청결하게 유지해주는 전자 욕조는 정말이지 탐이 났다. 그러나 혼자 하는 목욕이라면 사실 욕조만 있으면 충분하다. 번거로운 건 욕조 청소인데, 최고의 방법은 입욕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욕조를 닦는 것. 자주 사용할 때에는 세제보다 샴푸나 보디 클렌저를 사용하는 게 낫다. 부드러운 욕조용 스펀지에 샴푸, 보디 클렌저를 짜서 거품을 낸 다음 이미 촉촉해진 욕조를 빠르게 닦아두면 다음 날 목욕 때에는 뜨거운 물을 뿌려 먼지만 제거하면 된다. 아, 입욕 후에는 욕실에 습기가 차지 않도록 문을 상시 열어둘 것.

<고독한 미식가>의 작가이기도 한 구스미 마사유키는 <낮의 목욕탕과 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관처럼 좁은 욕조라도 무조건 몸을 담가야 한다. 어깨까지 물속에 푹 잠기게. 가능하다면 매일 밤 탕에 들어가고 싶다. 탕 안에서 재충전한다. 다시 태어난다. 재생한다. 새로운 숨을 쉰다. 모든 것이 허락되고 구원받고 재생하는 장소.’ 일본인들처럼 목욕이 종교에 가까운 수행의 과정인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때로는 아파도, 때로는 아무도 없이 혼자여도, 욕조만 있으면 살 만하다.

 

1 에센셜 오일 정교하게 추출한 에센셜 오일은 욕실에서도 빛을 발한다. 오일의 특성상 크기는 작기 마련이지만, 이 몇 방울의 힘은 매우 크다. 커다란 욕조를 가득 채운 물을 스파로 바꿔주는 연금술사 같은 존재. 에센셜 오일마다 효과가 다르므로, 그때그때 원하는 오일을 선택하면 좋다. 7가지 다른 효능의 아베다의 싱귤러 노트 탠저린 에센셜 오일. 30ml 3만2천원. 2,9 버블 배스 뽀얗고 반짝거리는 거품이 욕조에 풍성하게 올라오는 시각적인 즐거움도 놓치기 어렵다. 버블 배스의 가장 중요한 점은 거품이 잘 나고 오래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 단, 그렇게 풍성한 거품을 즐기고 싶다면 아끼지 않고 넉넉히 넣어야 한다. 맥주 성분을 함유하고, 맥주 거품처럼 미세한 거품이 풍성하게 생성되는 해피바스의 비어스파 파인애플 IPA 바디워시. 300g 1만1천원.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어퓨의 롤리 버블 배쓰볼 120g 3천8백원. 3 사케 배스 피로 해소와 감기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청주 목욕. 물에 직접 청하와 백화수복을 넣을 수도 있겠지만 술 냄새에 코가 먼저 취할지도 모른다. 청주 성분의 입욕제를 선택하면 향과 효과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다. 향긋한 복숭아 향이 어우러진 프레쉬의 사케배스는 사케 함유량이 50%에 달한다. 거품 욕심보다 향을 즐기는 데 집중하길. 400ml 14만6천원. 4,5 배스 오일 건조한 피부라면 입욕을 통해 피부가 더 건조해질 수 있으니 유의할 것. 지나치게 뜨거운 물은 피하고, 배스 오일을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입욕하는 동안에는 향기롭고, 입욕 후에는 오일 막이 은은하게 남아 촉촉하다. 물에 닿는 순간 우윳빛으로 변하는 판퓨리의 밀크 배스 앤 바디 마사지 오일. 가격미정. 선인장 시드 오일, 스윗 아몬드 오일, 로즈힙 오일 등이 함유된 헉슬리의 모로칸 가드너 바디오일. 100ml 4만5천원. 6 다용도 클렌저 여행을 떠날 때에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멀티 유즈 제품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에서 시우민의 소지품으로 포착된 닥터 브로너스 캐스틸 솝은 옳았다. 세안은 물론 샤워 솝으로도 쓸 수 있으며 입욕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 닥터 브로너스의 얼그레이 퓨어 캐스틸 솝 미니 사이즈. 60ml 3천8백원. 7 배스 솔트 소금이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특히 잡지 마감 후에는 디톡스 효과를 위해 소금을 사용한다. 간혹 목욕 소금을 흩뿌리면 잘 녹지 않는 경우가 있다. 수전 아래에 뿌려 물을 받으면 쉽게 녹는다. 남프랑스 해안가에서 전통 방식의 수작업으로 만든 듀랑스의 배스 솔트 바닐라 플라워. 600g 4만원. 8 캔들 향이 없는 입욕제를 사용하거나, 입욕제 없이 목욕을 해야 할 때에는 퍼퓸 캔들로 향을 더해보길. 잠깐만 켜두어도 진한 향기가 나는 바이레도의 버닝 로즈 퍼퓸 캔들. 70g 4만4천원.

1 에센셜 오일 정교하게 추출한 에센셜 오일은 욕실에서도 빛을 발한다. 오일의 특성상 크기는 작기 마련이지만, 이 몇 방울의 힘은 매우 크다. 커다란 욕조를 가득 채운 물을 스파로 바꿔주는 연금술사 같은 존재. 에센셜 오일마다 효과가 다르므로, 그때그때 원하는 오일을 선택하면 좋다. 7가지 다른 효능의 아베다의 싱귤러 노트 탠저린 에센셜 오일. 30ml 3만2천원. 2,9 버블 배스 뽀얗고 반짝거리는 거품이 욕조에 풍성하게 올라오는 시각적인 즐거움도 놓치기 어렵다. 버블 배스의 가장 중요한 점은 거품이 잘 나고 오래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 단, 그렇게 풍성한 거품을 즐기고 싶다면 아끼지 않고 넉넉히 넣어야 한다. 맥주 성분을 함유하고, 맥주 거품처럼 미세한 거품이 풍성하게 생성되는 해피바스의 비어스파 파인애플 IPA 바디워시. 300g 1만1천원.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어퓨의 롤리 버블 배쓰볼 120g 3천8백원. 3 사케 배스 피로 해소와 감기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청주 목욕. 물에 직접 청하와 백화수복을 넣을 수도 있겠지만 술 냄새에 코가 먼저 취할지도 모른다. 청주 성분의 입욕제를 선택하면 향과 효과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다. 향긋한 복숭아 향이 어우러진 프레쉬의 사케배스는 사케 함유량이 50%에 달한다. 거품 욕심보다 향을 즐기는 데 집중하길. 400ml 14만6천원. 4, 5 배스 오일 건조한 피부라면 입욕을 통해 피부가 더 건조해질 수 있으니 유의할 것. 지나치게 뜨거운 물은 피하고, 배스 오일을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입욕하는 동안에는 향기롭고, 입욕 후에는 오일 막이 은은하게 남아 촉촉하다. 물에 닿는 순간 우윳빛으로 변하는 판퓨리의 밀크 배스 앤 바디 마사지 오일. 가격미정. 선인장 시드 오일, 스윗 아몬드 오일, 로즈힙 오일 등이 함유된 헉슬리의 모로칸 가드너 바디오일. 100ml 4만5천원. 6 다용도 클렌저 여행을 떠날 때에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멀티 유즈 제품이 좋다. 그런 의미에서 <이불 밖은 위험해>에서 시우민의 소지품으로 포착된 닥터 브로너스 캐스틸 솝은 옳았다. 세안은 물론 샤워 솝으로도 쓸 수 있으며 입욕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 닥터 브로너스의 얼그레이 퓨어 캐스틸 솝 미니 사이즈. 60ml 3천8백원. 7 배스 솔트 소금이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건 잘 알려진 이야기다. 특히 잡지 마감 후에는 디톡스 효과를 위해 소금을 사용한다. 간혹 목욕 소금을 흩뿌리면 잘 녹지 않는 경우가 있다. 수전 아래에 뿌려 물을 받으면 쉽게 녹는다. 남프랑스 해안가에서 전통 방식의 수작업으로 만든 듀랑스의 배스 솔트 바닐라 플라워. 600g 4만원. 8 캔들 향이 없는 입욕제를 사용하거나, 입욕제 없이 목욕을 해야 할 때에는 퍼퓸 캔들로 향을 더해보길. 잠깐만 켜두어도 진한 향기가 나는 바이레도의 버닝 로즈 퍼퓸 캔들. 70g 4만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