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사느냐의 단순한 기호를 넘어 인생의 방향과 태도를 결정짓는 채집과도 같다. 각자의 색과 무게로 삶을 사랑하는 여섯 여자의 취향과 패션 이야기.
신중하게 고르고 다듬은 아름다움
김누리(프리랜스 패션 에디터 & 스타일리스트)
2년 전 결혼을 준비하며 그간 취향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했던 것들이 필터처럼 걸러졌다. 결혼식에 관한 모든 것을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면서 그간 내가 뭘 좋아했고, 또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릴 적부터 시끌벅적 여럿이 만나는 모임보다는 친구 한두 명과의 조용한 만남이, 나가서 뛰놀기보다는 혼자서 조용히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했다. 또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거추장스럽고 요란하고 화려한 것이라면 꺼려졌다. 가까운 지인들만 초대한 한옥에서의 작은 결혼식, 공주 같은 드레스 대신 선택한 심플한 미디 원피스, 수수한 호접란 머리 장식을 고르면서 진짜 나다운게 뭔지 또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
결국 나의 취향이 때론 넌더리가 났던 예민한 성격과 성향에서 비롯됐다는 거부할 수 없는 사실도 함께 말이다. 깨끗하고 단순하며 명쾌한 것들을 선호하는 취향은 신혼집 가구를 고를 때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미드센트리 모던, 바우하우스, 디터 람스 등 내게 영감을 주던 오래됐지만 여전히 모던하고 세련된 이미지들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장은 집이 휑할지언정 단 하나를 사더라도 오래 보아도 싫증나지 않을, 잘 만들어진 빈티지 가구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마음에 드는 건 1960년대에 태어난 디터 람스의 비소에(Vitsoe). ‘Less is More’라는 디터 람스의 철학이 담긴 이 근사한 모듈형 시스템 가구는 내가 닮고 싶은 삶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간소한 미니멀 라이프를 꿈꾸는 것은 아니다. 그건 태생적으로 예쁜 걸 좋아하고 욕심이 많은 내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우니까. 대신 그의 디자인 방식처럼 그게 옷이든, 물건이든, 인간 관계이든 간에 작은 것에 더 신중하고 간결하게 집중하고 싶다. 쓸데없는 생각과 고민이 많은 지극히 소심한 O형인 난 오늘도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Less is More’를 꿈꿔본다. 언젠가 또 그 선택들이 모이면 좀 더 단단한 모양으로 응축돼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