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찾아오는 봄은 만날 때마다 반갑지만, 우연히 마주한 꽃은 더욱더 반갑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난 곳에서 꽃을 만난 여행자들이 말한다. 꽃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말이다.


fe-꽃 따라 가는 여행6

제주도 동백
겨울은 결핍의 계절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겨울은 붉게 피어나는 동백꽃 덕에 황량하지 않다. 붉은 꽃잎이 흩어지지 않고, 송이째 툭 떨어지는 것으로 유명한 동백꽃. 겨울에 피어나 봄이 찾아온 후에도 한동안 계속 피고 지는 꽃이다. 혹독한 계절에 피어 사람들과 함께 봄을 기다려주는 이 꽃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리모(여행 드로잉 작가)

 

fe-꽃 따라 가는 여행7하와이 히비스커스
호놀룰루로 향하는 하와이안 항공사 승무원의 귓가엔 한 떨기 붉은 꽃이 꽂혀 있다. 히비스커스다. 이집트 미(美)의 신 ‘히비스(Hibis)’와 그리스어로 ‘닮다’라는 뜻을 지닌 ‘이스코(Isco)’의 합성어로 ‘아름다운 여신을 닮은 꽃’, ‘신에게 바치는 꽃’을 의미한다. 이 꽃을 주화로 삼은 하와이에서는 종류만 3천 종이 넘는다. 그러다 보니 히비스커스는 하와이의 전통의상은 물론 각종 장신구, 인테리어 소품의 모티프로 자주 쓰인다. 특히 천연 장신구로 많이 쓰인다. 하와이 여인들은 길가에 흐드러진 히비스커스 한 송이를 따 머리에 장식한다. 오른쪽에 꽂으면 결혼 안 한 사람, 왼쪽에 꽂으면 결혼 한 사람을 뜻한다. 히비스커스는 하와이어로 코키오(Koki’o)라고 한다. – 서다희(여행기자)

 

fe-꽃 따라 가는 여행8강원도 설악산 솜다리꽃
설악산 능선에서 심호흡하며 보는 하늘은 바짝 긴장될 만큼 압도적이다. 그러나 그 놀라운 풍광에만 온 마음을 뺏기지는 말자. 산의 속살로 시선을 돌리면 가파른 절벽과 계곡, 절묘하게 이어진 바위틈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민 솜다리꽃을 만나게 될 테니. 높은 고도와 건조한 바위 사이에서 살아남은 흰색 솜털로 무장한 소박한 꽃에서 세속의 때가 묻지 않은 고고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개체수가 워낙 적어 희귀식물로 보호된다. 그러니 운 좋게 솜다리꽃을 본다면, 눈과 사진으로만 담길 바란다. – 마혜미(플로리스트)

 

fe-꽃 따라 가는 여행9전라남도 구례 산수유
구례 산수유 마을은 계곡과 돌담 사이로 노란 산수유 나무가 어우러져 아기자기하다. 물길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마을의 정겨운 모습 위로 몽글몽글 피어난 산수유가 마치 지붕처럼 뒤덮고 있다. 온통 노란빛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작은 꽃송이에 그보다 더 작은 수십 개의 꽃송이가 맺힌 모습은 불꽃을 연상시킨다. – 이병권(여행작가)

fe-꽃 따라 가는 여행11
제주도 왕벚꽃

아름다운 제주를 그림으로 기록하기 위해 13개월 동안 서른 번 제주도를 다녀왔다. 제주도 하면 늘 아름다운 오름과 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들이 떠오른다. 계절의 흐름에 맞게 섬 안에 가득 피어났던 제주도의 아름다운 벚꽃. 그중에서도 가장 크고 탐스러운 왕벚꽃은 노란 유채와 더불어 제주의 봄을 상징하는 꽃이다. 제주도는 세계에서 유일한 왕벚꽃 자생지이다. 벚꽃을 일본의 국화라고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당당히 우리나라의 꽃으로 아껴줘도 될 것 같다. – 리모(여행 드로잉 작가)

 

fe-꽃 따라 가는 여행10라오스 부겐빌리아
부겐빌리아 때문에 ‘핑크’가 좋아졌다. 하지만 꽃이라고 착각했던 그 곱디고운 분홍색 꽃잎의 정체는 알고 보니 가짜 꽃. 진짜는 그 안에 숨어 있는 작고 하얀 꽃이었다. 순간 배신당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화려한 색을 뽐내는 다른 열대식물들 틈에서 꽃가루를 배달해줄 벌을 유혹하기 위해 부겐빌리아가 고안해낸 전략이라 생각할수록 눈물겨웠다. 그래, 세상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생명은 없는 법이지. – 전은정(<목수책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