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리부터 뽀글뽀글한 컬을 넣은 헤어 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예슬과 설리, 구하라 등 최근 펌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한 스타들의 헤어 아티스트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올봄 .웨이브 헤어 트렌드

 

be-The Perm Queen

지난 몇 년간 뷰티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 키워드는 바로 ‘자연스러움’이다. 한 듯 안 한 듯 민낯 같은 피부 표현, 눈가에 은은하게 음영을 주는 메이크업, 내 입술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더 좋아 보인다는 MLBB(My Lips But Better) 립스틱이 유행을 이끌었다. 헤어 트렌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옴브레, 투톤 염색처럼 헤어 컬러를 과감하게 바꾸는 트렌드와 상반되게 헤어 스타일 자체는 애써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주목받았다. 곱슬거리는 모발을 매직 펌으로 쫙쫙 펴거나 인형처럼 탱글탱글한 웨이브 헤어는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뽀글거리는 헤어 스타일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예슬이 한 행사장에 모발 전체를 구름처럼 부풀린 헤어 스타일을 하고 등장한 뒤 부터였다. 한예슬로 시작된 과감한 펌 스타일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핀 건 바로 설리였다. 인스타그램에 포스팅만 했다 하면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에 등장하는 설리가 파격적인 뽀글 펌을 한 셀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 엄마의 젊은 시절 사진에서나 봤을 법한 촌스러운 스타일이었지만 묘하게 시선을 끄는 매력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불과 몇 시간 뒤부터 설리 펌, 트위스트 펌, 히피 펌 같은 검색어가 포털사이트 상위권에 등장했다. 최근에는 데뷔 이후 청순한 생머리나 여성스러운 웨이브 스타일을 고수했던 구하라가 1990년대 김희선을 연상시키는 트위스트 펌을 하고 공항에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 <김과장>에서 정혜성이 선보인 헤어 스타일도 화제다. 앞머리부터 모발 전체에 곱슬거리는 웨이브를 넣었는데, 1990년대 추억의 영화 <내 사랑 컬리 수>의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을 연상시키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사실 1980~90년대 유행하던 복고풍 웨이브 스타일의 유행은 2017 봄/여름 컬렉션이 열린 지난 가을부터 예고됐던 바다. 모델 각자의 헤어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거의 손대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연출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헤어 아티스트들이 모발 뿌리부터 탱글탱글한 컬을 넣느라 분주한 장면을 여러 쇼의 백스테이지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바네사 슈어드 쇼에서는 모발 뿌리 쪽부터 촘촘한 컬을 넣어 ‘폭탄머리’ 같은 스타일을 선보였고, 마르케사쇼의 런웨이에서는 영화 <내 사랑 컬리 수>를 떠오르게 하는 굵고 탱글탱글한 웨이브를 한 사랑스러운 모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소니아 리키엘 쇼에서는 풀린 듯한 컬을 만들고 백콤을 넣은 다음 브러시로 빗어 1970년대의 자유로운 히피 감성을 담은 스타일을 완성했다.

스타들의 과감한 헤어 변신이 이어지면서 미용실을 찾아 모발 뿌리부터 탄력 있는 컬을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구하라의 헤어 스타일을 담당하는 샵 753의 손은희 원장은 복고풍 헤어 스타일의 유행이 다시 돌아왔다고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손님 이건 고데기예요’라는 말을 줄인 ‘손이고’라는 표현이 유행할 만큼 자연스러운 웨이브가 인기였다면 최근에는 컬이 탄력 있게 살아 있는 과감한 펌을 시도하는 이들이 많아졌어요.” 생머리에 청순한 이미지였던 스타들이 헤어 스타일을 바꿔 스타일리시하게 변신한 모습을 보다 보니 평소 미용실에 가면 뿌리염색 아니면 커트만 하고 오던 에디터 역시 뽀글거리는 펌에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고민하던 차에 설리가 다닌다는 미용실을 찾았다“.트 위스트 펌을 하기에는 헤어 길이가 너무 짧아요. 단발머리나 미디엄 단발머리에 트위스트 펌을 하면 자칫 ‘삼각 김밥’처럼 될 수 있어요. 적어도 가슴에 닿을 정도의 길이는 되어야죠” .설리 헤어 스타일링을 맡고 있는 멥시 서윤 원장은 길이뿐 아니라 숱과 모질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설리 같은 헤어 스타일은 웨이브가 아래로 처지지 않고 탄력 있게 올라 붙어야 예쁘기 때문에 모발이 어 느정도 두껍고 힘이 있어야 돼요. 모발이 가늘고 힘이 없으면 트위스트 펌을 해도 웨이브가 쉽게 늘어지고 지저분해 보이거든요.” 하지만 모발이 가늘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손은희 원장은 모발이 가늘어 평소 열 펌을 했을 때 컬이 잘 살지 않는 경우에는 트위스트 펌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트위스트 펌은 가는 막대처럼 생긴 봉에 모발을 세로 방향으로 촘촘히 감아서하기 때문에 열 펌에 비해 컬이 더 탄력 있게 나와요. 구하라 씨도 모발이 굉장히 가는 편이에요. 트위스트 펌을 하고 난 뒤 물기가 어느 정도 남아 있을 때 손바닥에 컬 크림을 덜어 모발 끝부터 뿌리 쪽까지 아래서 위로 컬을 가볍게 움켜쥐듯이 바르고, 드라이어를 사용하는 대신 자연 건조시키면 컬이 부스스해지거나 처지지 않고 탱글탱글한 모양이 잘 유지돼요. 컬 크림이 없을 때는 젤에 물을 섞어 묽게 만들어 사용하세요” .샴푸 후 모발을 말릴 때만 조금 신경 쓰면 손질은 대체로 쉬운 편이라고. “자연스러운 웨이브 헤어보다 손이 덜 가요. 스타일링도 자유로운 편이죠. 포니테일로 하나로 묶거나 반묶음을 해도 멋스럽고, 헤드밴드를 하거나 업스타일을 해도 잘 어울리죠. 볼륨감을 한껏 살려 묶고 싶을 때는 모발을 말릴 때 드라이어를 사용해서 털어가면서 건조시키면 돼요.”

그렇다면 트위스트 펌의 인기는 계속될까? “트위스트 펌이 인기인 이유는 올 봄/여름 1980~90년대 복고풍 트렌드 때문이기도 하지만 계절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어요. 보통 여름에는 밝은 색으로 염색을 많이 하고 가을, 겨울로 접어들면 차분한 색으로 바꾸는데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염색 대신 펌이나 커트 같은 스타일로 변화를 주고 싶은 욕구가 커지는 것 같아요.” 손은희 원장의 말이다. 서윤 원장은 트위스트 펌의 유행이 오래가지는 않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펌에 비해 웨이브가 강한 스타일은 쉽게 질릴 수밖에 없어요. 옷을 입는 데도 제약이 있고요. 트위스트 펌의 유행을 가져온 설리 본인도 봄이 올 때까지 참고 참다 결국 얼마 전에 스트레이트로 바꿨거든요. 긴 머리를 오래 유지하다 커트를 하기 전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을 때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트위스트펌 도전에 실패하고 상심해 돌아온 그날, TV에는 드라마 <내일 그대와> 첫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시스루 뱅으로 자른 앞머리와 긴 머리에 흐르는 듯한 굵은 웨이브를 넣은 신민아의 모습에 시선이 갔다. 역시나 드라마가 끝나자 포털사이트에는 ‘내일 그대와 신민아 머리’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트위스트 펌에 대한 뜨거운 관심 속에서도 아직까지 자연스러운 웨이브 펌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은 듯하다. 설리 펌이든 신민아 펌이든 아무래도 좋다. 올봄에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과감하게 변신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