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사랑의 기승전결을 말한다. 사랑의 감정은 보편적일지라도, 그 안에는 서로 다른 이야기가 담긴다. 흔하디흔한, 그러나 흔하지 않은 사랑 노래를 쓰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에게 사랑을 묻고, 또 가사를 이야기했다.
fe-사랑을 쓴다4

박새별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인 박새별은 에픽하이, 토이 등의 건반 세션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주로 피아노 연주에 따뜻한 목소리를 얹은 감성적인 음악을 한다. 최근에 작곡한 정승환의 ‘이 바보야’는 음원차트를 석권하기도 했다.

‘얼마나 지나면 난 혼자 설 수 있을까 / 이렇게 모든 게 아직 그대로인데 / 왜 나는 스무 살 때와 변한 게 없는데 / 왜 계속 시간은 잔인하게 흘러가는지 왜’ – 아직 스무 살
‘오늘도, 아마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있겠지 / 너와 나, 수많은 이별 속에 / 이렇게 서로를 알아본 거야’ – 세상의 모든 인연
‘사랑이 우릴 다시 만나게 해준다면 / 나 그땐 좀 더 온전히 그대를 사랑할게요 / 어렸었던 우리 지난날 엇갈림 속에 / 수많은 차가운 말들로 서롤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 사랑이 우릴 다시 만나게 한다면

연애가 작업에 영감을 주나? 내 음악을 들어보면 짝사랑부터 이상형, 이별 패턴까지 모두 알 수 있을 정도로 사랑이 음악 작업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20대 초반에는 사랑이 참 중요했다. 그래서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의 설렘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사랑하게 되고, 함께 삶을 나누고, 헤어지는 순간까지 모든 순간이 너무 귀해서 그때마다 곡 작업을 많이 했다.
사랑과 관련해 영감을 준 책이나 영화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려준 것은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의 한 장면이다. 정확한 에피소드 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평생을 함께 산 노부부의 이야기였는데, 할머니가 암에 걸려 죽게 되니까 할아버지가 울면서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내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었다(She was My Best Friend and a Favorite Person).” 이 말이 참 많이 와 닿았다.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 나의 최선이자 가장 좋은 것(My Best and Favorite). 위에서 말한 그 장면을 보고 깨달은 건데, 사랑이란 게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함께 삶을 나누고, 함께 행복하고, 함께 슬퍼하고, 싸우기도 하는 것. 그렇지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대상인 것 같다.
사랑은 당신을 어떻게 바꿨나? 다른 무엇보다, 많이 밝아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더 아름다워 보이고, 더 열심히 삶을 살아가고 싶어진다. 내적으로든 외적으로든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요새 좋아 보인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 걸까?
사랑을 할 때 저지른 실수가 있다면? 20대에는 받는 사랑만 한 것 같다. ‘이 사람이 나에게 사랑을 주니까, 나에게 행복을 주니까, 나를 귀하게 여겨주니까, 나도 당신을 사랑해’였던 거다. 시간이 지나고 뼈저린 이별을 경험한 후에야 서로가 노력해야 했고, 나도 상대만큼 깊은 사랑을 주었어야 하고,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했어야 하고, 인연이라는 것을 진심으로 귀하게 여겨야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밸런타인데이의 기억을 얘기해달라. 사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같은 기념일을 잘 챙기는 타입은 아니다. 그래서 막상 남자친구와의 기억은 별로 없는데, 커플일 때보다 혼자가 되니 더 서러운 것 같고 괜히 위축이 되는 거다. 그래서 재작년쯤 밸런타인데이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위한 날이라고 새롭게 정의하면서 초콜릿을 잔뜩 사서 친구들과 함께 와인에 곁들여 먹었다.
스무 살의 사랑과 서른 살의 사랑은 어떤 게 가장 다를까? 조금 식상한 답일 수도 있지만 스물의 사랑은 열정이었다면 서른의 사랑은 안정이다. 20대에는 날 설레게 하고, 때론 행복하게, 때론 슬프게 만드는 사람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30대가 되니 날 알아주고, 날 이해하려 노력해주고, 내게 반응해주는 사람에게 더 마음이 간다.
첫 만남에 사랑에 빠지는 게 가능할까? 솔직하게 말하면 첫 만남에서 호감이 생기지 않으면 그 만남은 큰 발전이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어떤 심리학 연구에서 0.1초면 호감을 느끼는지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하는 걸 읽은 적이 있다. 물론 첫 만남으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되겠지만 ‘사랑’은 일상의 인간관계와는 미묘하게 다른 것 같다. 육체와 감정을 비롯한 많은 것이 결부되어 있으니까.
‘사랑이 우릴 다시 만나게 한다면’의 가사처럼 사랑이 지나간 후에 미련이나 후회가 많이 남는 편인가? 주로 어떤 걸 후회하나?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랑에 온 마음을 다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굉장히 방어적인 편이고, 누군가에게 거절당하거나 버림받는 걸 두려워한다. 그래서 관계에 있어서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피하는 성향이 강했다. 사실 이 노래의 가사도 내가 어떻게 해서 다시 만난다는 게 아니라, ‘사랑’이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한다는 게 굉장히 수동적이지 않나. ‘더 현명하고, 서로 덜 아프게 사랑을 끝낼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를 한다. 누굴 만나든 사랑이 아름답듯이 이별도 아름답게 맺고 싶다.

(+)사랑에 빠진 사람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테이크 6 버전의 ‘Septembro(Brazilian Wedding Song)’, 키스 자렛의 ‘Be My Love’, 그리고 치아라 시벨로의 ‘Nature Song’.


fe-사랑을 쓴다5

백예린
그녀의 목소리에는 공기가 가득하다. 박지민과 함께 15&로 데뷔했을 때부터 독보적인 음색으로 주목받던 백예린은 이제 솔로 가수로 자신의 노래를 들려준다. 새해에 막 스물한 살이 되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신을 표현하는 데 능한 뮤지션이기도 하다.

‘You took my time with you / with my very first kiss / Don’t mind if it ain’t really romantic’ – November Song
‘나를 바다라 불러주는 너 / 그 속에 언제 파도가 일어날진 알 수 없고’ 나도 모르게 니가 바람이 될 수도 있어 / 넌 그냥 있는 그대로 날 바라보면 돼’ – 그의 바다
‘ 날 혼자 두지 마 / 날 내버려 두지 마 / 계속 옆에 있어 주면 안 돼 / 그냥 하루 종일 포근하게 ’ – 혼자 두지 마

연애가 작업에 영감을 주나? 사랑을 할 때 평소보다 영감을 많이 받긴 한다. 평소에는 그냥 지루하게 사니까. 사실, 어릴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다 보니 사랑의 감정을 느낄 일이 많이 없었는데 고등학교를 다니고, 짝사랑도 하다 보니까 글이나 가사를 많이 쓰게 됐다. 사랑이 이루어지고, 행복한 순간보다 오히려 내가 더 절실할 때 글이 잘 써지는 것 같다.
사랑과 관련해 영감을 준 책이나 영화는? <위대한 개츠비>나 <비긴 어게인> 같은 영화를 보고 낭만적이라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오히려 주위 사람들에게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 주변에 또래보다는 언니, 오빠들이 많은 편인데 그들의 사랑에 아직 100% 공감하진 못하지만 확실히 또래 친구들보다는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해서 그런 것들에 대해 유별나게 알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사랑은 당신을 어떻게 바꿨나? 아무래도 나를 좀 더 꾸미게 된다. 특히 상대가 좋아할 만한 옷을 고르는 등 취향을 많이 반영해서 생활한다. 내가 누구를 엄청 좋아하면 상대에게 많이 맞추는 편이라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많이 고민하고 찾아본다.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 상대가 나에게 바라는 모습이 내 스스로도 마음에 들거나 상대가 나한테 맞춰주는 만큼 나도 상대를 위해 노력하는 관계. 다시 말해, 서로가 서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관계다.
사랑과 어울리는 수식어는? 진심. 진심 없이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변을 보면 진심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고, 진심이 아닌 걸 알면서도 다른 사람들처럼 연애를 하고 싶어서 관계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그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거다.
밸런타인데이의 기억을 얘기해달라. 사실 기념일을 챙기는 편은 아니다.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초콜릿이나 사탕을 주고받은 경우도 거의 없고. 그냥 평소에 선물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특별한 날을 따로 챙기지는 않는 거 같다. 가끔 뒷북을 치긴 한다.(웃음)
열아홉과 스물의 연애가 다르다고 느끼나? 확실히 학생 때는 시간을 분배하는 법을 몰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음악 작업을 조금씩 하고 있기 때문에 남는 시간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상대에게 이만큼의 시간을 쓰고 싶다’와 같은 시간 조절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영어로 쓴 가사가 꽤 된다. 한국어로 쓰는 것과 차이가 있나? 다른 매력이 있다. 한글은 가사로 감동을 전할 수 있고, 영어는 발음에 따른 발성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는 게 흥미롭다. ‘November Song’ 같은 경우에는 윤석철 트리오와 공연을 한 이후에 재즈 음악을 즐겨 듣게 되면서 곡 작업에 영감을 받게 되었다. 특히 재즈는 발음이 예쁜 노래가 많다. 그러면서도 겨울과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느낌의 곡을 갖고 싶어 쓰게 되었다. 발음에 많이 신경 썼고, 노래의 분위기를 상상하면서 썼다.
연인과 갈등을 빚는 이유가 주로 어디에 있나? 상대의 행동 중에 특히 용납하기 어려운 점은? 나를 본인의 취향대로 바꾸려고 할 때 그걸 감당하는 게 벅차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는다. 물론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건 알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틀에 가두려고 하고 맘대로 되지 않을 경우, 상대를 원망하는 사랑은 좋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뉘우침이나 거리낌 없이 거짓말을 술술 하는 것도 싫어한다. 눈치가 빨라서 상대가 거짓말을 하면 바로 아는 편인데, 솔직하게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자꾸 거짓말을 하고 회피하는 건 스스로 고칠 마음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연애를 하면서도 철저히 혼자라고 느낄 때가 있나? 나는 상대방의 잘못에 대해 감정이 남아 있는데 상대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낄 때. 같이 있어도 연애한다는 기분이 안 들고, 무기력함을 느낀다. 갑자기 모든 게 무의미해지면서 만나기도 귀찮아진다.

(+)사랑에 빠진 사람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바이바이배드맨의 ‘Lovelife’, 카리나의 ‘First Love’, 그리고 에이브릴 라빈의 ‘Sk8erboi’.

 

fe-사랑을 쓴다6

선우정아
싱어송라이터, 재즈 보컬, 작곡가, 프로듀서 등 그녀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많다. 2NE1의 ‘아파’, GD&TOP의 ‘Oh Yeah(feat.박봄)’ 등 YG 소속 아티스트와의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극히 현실적인 감정을 툭툭 늘어놓는 가사를 쓴다.

‘우리 지금 괜찮은 건지 / 내가 좀 예민한 건지 / 혹시 언젠가 내가 / 네게 실수한 게 있다면 / 당장 사과할 텐데 자존심 같은 건 / 중요하지 않아’ – 눈치
‘ 그래 그 말 맞아 난 변했어 / 그래 네 말 맞아 내 맘 떠났어 / 흐르는 이 시간도 아까워서 네 말 다 들을 수 없어 / 어차피 더 얘기해봤자 변하는 건 없을 거야 ’ – 당신을 파괴하는 순간
‘내 마음이 만든 단 하나의 영화 / 오직 너만이 출연하는 특별한 / 작품의 제목은 짝사랑 / 그리고 난 단 하나의 관객 ’ – 이하이의 짝사랑

연애가 작업에 영감을 주나? 사랑이 진행되면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사실 사랑은 창작을 위해 느껴야 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뿐 아니라 사물, 자연, 그리고 어떤 것이든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창작하고픈 욕구 자체가 들지 않을 것 같다.
사랑과 관련해 영감을 준 책이나 영화는? 멋진 작품들로부터 많은 감동을 받지만 ‘가장’이라고 말할 만한 건 딱히 없다. 현실에서의 관계와 그 속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훨씬 크게, 그리고 오래 남는다.
사랑은 당신을 어떻게 바꿨나? 좀 더 온화해지지 않을까? 물론, 온화한 상태가 계속 유지되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덕분에 나에게 덜 집중하면 마음이 좀 더 평온해진다.
사랑을 할 때 저지른 실수가 있다면? 사랑의 감정을 그때그때 표현하지 못한 것. 이상적인 사랑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것. 관계가 행복해지는 데 있어 정답이 하나 있다면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밸런타인데이의 기억을 얘기해달라. 여중, 여고를 나왔는데, 후배들에게 초콜릿을 많이 받는 편이었다.
‘눈치’의 가사처럼 권태기를 상징하는 순간은 언제인가? 감사함도 지루해질 때. 머리로는 서로의 존재가 감사하다는 걸 알고 있으나 그것이 관계에 더 이상 힘을 부여하지 않을 때 권태기라는 생각이 든다.
짝사랑의 장점이 있다면 뭘까? 온갖 판타지를 다 상상해볼 수 있다는 것.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에 대해 더욱 깊게 알아가다 보면 상상하는 데 한계가 생길 테니까.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일까? 관계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계속 리셋된다고 생각한다. 끝도 알 수 없고, 영원하다고 짐작할 수도 없다.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낀 적이 있나? 보통 상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먼저 느꼈다. 그 후 절망적인 시간을 어떻게든 이겨내다 보면 ‘아, 나도 이제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긴 오더라. 많이 쓰는 표현이지만 상처에 생겼던 딱지가 떨어지면서 언제 상처가 났었냐는 듯, 새 살이 돋는 걸 보는기분이었다. 무척 자연스럽고 덤덤했다.

(+)이별을 겪은 사람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내 노래 ‘당신을 파괴하는 순간’, 이소라 ‘바람이 분다’, 강승원 ‘나는 지금…(40 someth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