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뀔 때마다 따라오는 건 무언가를 새로 해보겠다는 결심이다. 계획만 세우고 매번 실패했다고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마음을 먹었다는 사실 자체니까. 사람들은 신년을 맞아 어떤 배움을 계획하고 있을까?

배움

1. 최근에 친구가 취미로 재봉학원에 다니면서 직접 옷을 디자인하고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다. 재봉은 돈도 많이 들고, 배우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번 배워두면 유용할 것 같다. 내 옷도 만들 수 있고 나중에 아기옷이나 양말, 아니면 인형옷이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꿈은 크게 가지라고 했으니 마음에 품어본다. – 전수정(록시땅 홍보팀)

2. 요리하는 걸 즐기지는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맛있게 만들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중 하나가 파스타여서 집에서 종종 도전하지만 밖에서 먹는 만큼 맛이 안 난다. 집에서 간단하면서도 기분 낼 만큼 보기에도 좋은 맛있는 파스타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 – 장정진(<그라치아> 피처 디렉터)

3. 평소 혼자 그림 그리는 게 취미다. 이제 사람을 그리는 건 익숙한데, 풍경을 그릴 때 구도 잡는 게 어렵게 느껴져서 기초부터 배우고 싶다. 그래서 서른 살이 되기 전에 전시회를 하는 게 목표! – 이효은(올라이트 대표)

4. 나무를 배우고 싶다. 나무의 안과 밖의 일은 물론, 깎고 다듬어 어떤 형상을 찾아내는 일까지. 진득하게 해볼 일이다. – 유희경(시인)

5. 심슨 피규어를 모으고, 레고를 아하며, 라이언 덕후인 나는 귀여운 그림을 좋아한다. 매달 일러스트 작가를 인터뷰하며 대리만족하고 있었는데, 새해에는 직접 배워보고 싶다는 욕망에 불타올라 일러스트 클래스를 알아보고 있다. 1년쯤 열심히 배우면, 내년쯤엔 여행지에서 사진 대신 일러스트로 추억하고 싶은 순간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 황보선(<쎄씨>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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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책이 가지고 있는 물성에 자주 매료된다. 낱장의 페이지마다 담긴 이야기와 이미지가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책을 완성하는 게 작가의 몫이라면 책의 첫인상을 전하는, 책 표지의 디자인이나 묶음의 형태를 만드는 건 기술자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부터 북바인딩을 배우고 싶었다. 오래된 책을 복원해서 간직하거나 세상에 단 한 권만 있는 나만의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 – 손문경(<일상시화> 편집장 및 출판사 아침달 대표)

7. 정리와 수납의 기술을 배우고 싶다. 기억해야 할 일들을 잘 기억하기 위해서 잊어야 할 일들을 잘 잊어버리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건도 그렇지 않을까? 작업실 정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장비와 물건으로 가득해서 내년에는 제대로 정리를 하고 싶다. – 윤덕원(뮤지션)

8. 안마나 체조를 배우고 싶다. 생활하는 몸을 가꾸는 몸으로 여길 수 있으면 좋겠다. 숙면을 위한 체조나 태국 안마를 알고 싶다. 피곤하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 서윤후(시인)

9. 2017년에는 스페인어를 배우려고 한다. 올해의 목표 중 하나가 긴 추석 연휴 동안 칠레 파타고니아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트레킹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는 길에 만날 많은 사람과 가벼운 인사라도 건넬 수 있도록 스페인어회화를 배우고 싶다. – 변지혜(큐레이터)

10. 독일어야말로 가장 우아하고 섹시한 언어라고 생각해왔다. 사춘기 시절은 독일 문학과 영화를 끼고 살았고, 성인이 된 뒤엔 베를린의 뮤직 신을 흥미롭게 관찰해왔다. 한때는 열과 성을 다해 독일어를 배우기도 했는데, 교재에서 손 뗀 지 10년이 지난 지금 기억나는 말은 고작 다섯 문장쯤 될까? 이제 와서 묵혀둔 교재를 다시 꺼내보려는 건, 크로이츠베르크의 카페에서 DJ와 갤러리스트, 아티스트들과 멋진 독일어 발음으로 대화하겠다는 버킷 리스트를 아직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서다. – 강경민(프리랜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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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사진을 배우고 싶다. 요즘은 여러 앱에서 사진을 예쁘고 멋지게 만들어주지만, 움직임이 많은 우리 집 아이들을 촬영하기에는 부족해서다. 사진을 근사하게 찍으려면 배워야 하겠지? 그럼 카메라를 사야 하겠지? 카메라가 한두 푼이 아니겠지? 배우고 싶다. 새해니까 이 정도 욕망은 조심스레 품어보자. – 서효인(시인)

12. 허리가 아파서 통증치료를 받고 있는데, 새해에는 운동을 통해 교정을 하고 싶다. 필라테스나 요가 같은 걸 배울 수도 있겠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할 수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운동이라는 점에서 발레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 유승보(일러스트레이터, <베로니카 이펙트> 대표)

13. <컨셉진> 12월호에서 주짓수 관장님을 인터뷰했다. 주짓수를 배운 여자가 남자와 겨뤄 상대를 기절시켰다는 인터뷰 내용을 읽으며 ‘바로 이거다!’ 싶었다. 워낙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늦은 밤 귀가 길엔 늘 신경을 곤두세우며 뛰다시피 걸어다녔기 때문이다. 새해에 운동 배울 시간이 허락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허락하는 한 바로 주짓수를 등록하러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 김경희(<컨셉진> 편집장)

14. 내년 여름에는 미뤄뒀던 서핑을 꼭 배우려고 한다. 물을 좋아해 바다나 수영장을 자주 찾는데, 파도를 타는 건 그것과는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고 하던데 그게 대체 어떤 느낌일지가 궁금하다. – 채대한(사진가)

15. 운전을 배우고 싶다. 겁이 많아서 계속 배우지 못했는데 그 기동성을 장착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작업을 하다가 곡이 잘 안 써진다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차를 타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 – 김사월(뮤지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