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지에는 스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과장된 핑거 웨이브와 검은 입술 그리고 퀭한 눈매의 모델들이 등장했고, 거리에는 짧은 처피 뱅에 보랏빛 립스틱을 바른 소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름다움의 기준이 변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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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는 기름진 머리카락으로 핑거 웨이브를 연출하고, 뒤쪽의 머리카락은 매트하게 마무리했다. 1920년대 풍의 과장된 마르셀 웨이브가 기괴한 느낌을 더한다. “이 헤어 스타일을 이번 가을/겨울 시즌의 마크 제이콥스 쇼에서 선보였을 때, 사람들이 깜짝 놀랐을 거라 생각해요.” 헤어 아티스트 귀도 팔라우는 말했다. “한동안 우리는 이렇게 인위적으로 세팅된 헤어 스타일을 시도한 적이 없으니까요. 이 강렬한 핑거 웨이브 헤어가 낯설긴 하지만, 분명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스타일이긴 해요.”

작은 얼굴에 또렷한 이목구비와 깨끗한 피부, 붉은 입술 그리고 찰랑찰랑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 그동안 우리가 동경해온 아름다운 얼굴이란 대충 이러했다. 완벽히 다듬어진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이 아름다움의 정답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여자들이 달라지고 있다. 잡티를 고스란히 드러낸 민낯에 가까운 피부에 보라색이나 검은색으로 입술을 물들이는가 하면, 여러 가지 색깔로 머리카락을 지저분하게 물들인 옴브레 헤어가 유행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는 룩이다. 김희선, 김태희와 같은 전형적인 미인들이 사랑받던 TV 속에서는 홑꺼풀에 다소 밋밋한 인상을 지닌 김고은, 박소담 같은 연예인들이 여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미녀는 아니지만 자신만의 스타일을 공고히 하고 있는 공효진이나 김나영 등이 명실공히 워너비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잡지 속 화보는 또 어떠한가. 높은 광대뼈에 눈두덩이 두툼하거나, 심심한 이목구비의 못난이 모델들이 주를 이룬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이번 시즌, 4대 패션위크에서 백스테이지 메이크업을 담당한 한 아티스트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요즘 우리는 불과 1년 반 전에는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메이크업을 하고 있어요”. 검은 립스틱이나 탈색한 눈썹, 기묘한 형태의 기름진 머리카락 그리고 퀭하고 피곤해 보이는 눈매까지! 모든 것이 정석에서 살짝 빗나간 느낌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아름다움의 정석 말이다.

전통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반발이 시작되다
시종일관 ‘글래머러스’를 추구해오던 패션 업계에 이번 시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단 ‘글래머러스하다’는 단어는 ‘으스스하다’는 단어와 대체되는 듯하다. 이 시대의 아름다움이란 음산하고 강인한 것이라고 정의하듯이 말이다. 심지어 백스테이지에서 각 메이크업을 설명하기 위해 헤어 아티스트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사용하는 단어조차 전투적이다. 마리 카트란주 쇼에서 발그스레한 입술을 연출했던 메이크업 아티스트린지 알렉산더는 ‘짓밟힌 듯한’ 입술이라고 표현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톰 페슈는 안토니오 마라스 쇼에서 ‘멍든 듯한’ 입술을 연출했다고 설명했고, 메이크업 아티스트 발 갈란드는 가레스 퓨 쇼의 짙은 와인색 입술을 ‘칼에 베인 듯 관능적인’ 입술이라고 묘사했다. 눈가에는 원시 부족을 떠오르게 하는 기묘한 아이라인이 얹혔다. 이번 시즌 백스테이지에서 볼수 있었던 기이하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이런 룩들은 ‘대체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헤어 아티스트나 메이크업 아티스트, 디자이너, 캐스팅 에이전트들이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보이는 이미지에만 집착하는 요즘 세상에서 완벽한 아름다움이 가능한지, 남성과 여성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시대에 성별 구분이 의미가 있는지 등에 대한 고민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시즌에 일고 있는 변화는 전통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반발이에요. 눈가를 퀭하게 하고 아이라이너를 일부러 번지게 해서 메이크업을 한 지 한참 지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익숙하게 생각했던 아름다움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람들이 기이하고 예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모습들을요.” 맥의 아티스트 디렉터인 테리 바버는 말했다. 헤어 아티스트 김정한은 이에 따라 사람들의 심미안도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어 아티스트들에게 있어 투블럭 염색은 과거에는 실패한 염색이었지만 이젠 하나의 스타일로 자리 잡았죠. 처피 뱅은 이목구비를 여실히 드러내기 때문에 흔히 못난이 인형 스타일이라 불렸지만, 이젠 많은 여성이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스타일이 되었고요. 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거예요.” 서울 해연 성형외과의 백미연 원장 역시 이에 동의했다. “획일화된 미를 추구한다고 비판받는 성형외과에서 조차 남들과 달라 보이기를 원하는 고객이 많아졌어요. 과거에는 누군가를 닮고 싶어 성형을 했다면, 이제 자신의 개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성형을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어요. 전형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반발같은 거예요. 다름, 독특함이 새로운 미의 키워드가 된 거죠.”

전통적인 미의 기준에 대한 도전은 예로부터 존재해왔다. 졸리 레이드(Jolie Laide), 즉 예쁘지 않지만 매력적인 여자를 의미하는 프랑스식 표현이 그 예다. 코코 샤넬부터 샤를로트 갱스부르까지,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특유의 매력을 지닌 프랑스 여자들이 이미 통념을 벗어난 미의 기준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패션 여제 다이애나 브릴랜드는 “꼭 아름답게 태어나야만 매력적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라고 말했고, 배우 레나 던 햄은 사회 통념적인 여성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발하기도 했다. “바비인형은 왜곡된 것이에요.” 사실, 서구적인 이목구비, 풍만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즉 할리우드 기준에 부합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통념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셀러브리티다. 현재 패션 업계가 개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렇게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대한 반발이다. 그렇다고 아무 개성이나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 화보에 등장하는 모델 릴리나 한성민처럼 전형적이지 않은 매력을 의미한다. 거의 은빛에 가까운 옅은 금발과 투명한 피부를 가진 모델 릴리는 키가 별로 크지 않다. 그런데 이번 시즌 베트멍, 발렌시아가 두 쇼에 모두 섰다. 한성민은 이제 겨우 16살, 170cm다. 두툼한 눈두덩에 교정기를 끼고 있는 입 그리고 아직 포즈가 능숙하지 않은 데뷔 2개월 차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에디터들 사이에서 섭외 1, 2순위를 다툰다. 개성이 곧 아름다움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맥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리 책임 디렉터인 린 데스노이어는 “요즘 모델들은 저마다 개성이 정말 뛰어나요. 색달라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죠. 오히려 더 좋아해요”라고 말한다. 사진가 패트릭 드마슐리리에 또한 이런 새로운 트렌드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관습적으로 예쁘지 않은 것일지라도 그게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예요. 결국 중요한 것은 애티튜드죠. 이 화보의 모델들은 모두 강인해 보이죠. 강인함 역시 일종의 아름다움이에요. ” 사진가 김외밀은 각종 SNS 문화 및 오디션 프로그램 등이 미에 대한 관념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화보 촬영 모델들이 점점 어려지고 있어요. 키가 얼마나 큰지, 포즈를 얼마나 잘하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죠. 연예인도 마찬가지고요. 사람들이 날것 그대로의 훈련되지 않은 느낌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완벽한 모습보다는 실수하고 연습하는 그 과정에 환호해요. <도전슈퍼 모델 코리아>나 <프로듀서 101>이 대표적인 예죠.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행하면서 대중들도 발굴의 자부심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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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메이크업에 정해진 원칙이란 없어요. ”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혜련은 모델의 광대뼈나 볼 대신 눈 밑과 이마에 붉은 블러셔를 넓게 펴 발랐다.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살짝 술에 취한 듯한 모습의 숙취 메이크업, 눈 주변을 붉게 물들이는 도화살 메이크업 그리고 귓불 틴트라니! 그런데, 이 기상천외한 메이크업이 예뻐 보이기까지 하죠. 메이크업의 공식이 무너지고 있거든요. 그동안 결점을 가리고 얼굴의 윤곽을 살리는 것이 메이크업의 주요 목적이었다면, 이제 화장에도 이야기와 재미가 더해지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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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을 한 모델을 떠올려보세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포토샵으로 문신을 깨끗하게 지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있는 그대로의 가치를 인정해요. 교정기를 낀 모델의 얼굴을 패션지에서 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헤어 아티스트 김정한은 잔머리를 이마와 뺨에 어지럽게 붙였다. 공들여 머리를 손질하고 나간 소녀가 클럽에서 잔뜩 땀 흘리며 놀다 온 후처럼 말이다. 주근깨를 고스란히 드러낸 피부와 지저분하게 물든 입술이 날것 그대로의 느낌을 극대화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혜련의 말처럼 인위적인 것을 일체 걷어내는 것이 현시대 아름다움의 새로운 요건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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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컷을 촬영하기 전 모델의 머리카락에는 약 100개의 헤어핀이 촘촘하게 꽂혀 있었다. 가느다랗게 하나하나 꼰 머리카락을 고정하기 위해서였다. 마치 소년처럼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자라난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끝부분의 머리카락을 부스스하고 부드럽게 마무리해서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더해졌어요.” 헤어 아티스트 귀도 팔라우는 머리카락을 꼬기 전 헤어 스프레이를 뿌린 다음, 마지막에 다시 헤어 스프레이를 뿌려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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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색깔로 물들인 옴브레 헤어에 짧은 처피 뱅이 펑키한 분위기를 더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혜련은 피부는 민낯에 가깝게 내버려둔 채 입술에만 짙은 보라색 립스틱을 발랐다. 여성스러움이 미의 제일 덕목이었다면, 이제 그 요건이 개성으로 바뀌고 있어요. 검은색, 보라색처럼 입술 위에서 금기시되던 컬러들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 그 예죠. 과거에는 패션 업계에서만 사랑받던 이렇게 유니크한 메이크업이나 헤어 스타일이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로 대중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그 이유일 거예요.”

또한 소수에게 한정되던 스트리트 문화, 인디 문화가 SNS 채널 등을 통해 확산되며 패션, 뷰티 업계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 것도 주효해요. 빠르게 소비되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정제된 아름다움보다 거칠어도 현실에서 응용 가능한 유니크함이 더욱 사랑받으니까요”. 모델 에이전시인 에스팀에서 캐스팅을 담당하고 있는 박신의 이사 역시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를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았다. “모델의 활동 영역이 과거와 달리 패션쇼나 잡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방송과 온라인 채널들로 확장되면서 외적인 요소뿐 아니라 매력이 중요해졌어요. 이를 통해 배출된 모델인 송해나, 김진경, 진정선 등이 그 예죠. 모델치고 키도 작을 뿐 아니라 전형적인 미인형도 아니지만 현재 가장 각광받는 모델이 되었죠. 이는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예요. SNS뿐 아니라 각종 예능 활동이 중요해지면서, 끼와 매력, 개성이 더 중요해지고 있거든요. 요즘 사람들이 ‘닮고싶다’, ‘멋지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주얼 그 자체가 아니라 애티튜드인 경우가 많아요. 결국 아름다움이란 그 사람의 외모, 매력, 행동까지 총괄하는 의미가 된 거예요.

아름다움을 정의할 수 없는 시대
지난 가을/겨울 시즌 마크 제이콥스 쇼의 헤어를 담당했던 귀도 팔라우는 이번 화보 촬영을 위해서 쇼와 같은 마르셀 웨이브를 재현했는데, 이는 솔직히 말해서 아주 기이하다. 이런 스타일은 지방시 쇼에서도 등장했는데, 귀도는 모델들의 머리 윗부분은 짧고 꼬불꼬불하게 만들어서 마치 짧은 가발을 쓴 것처럼 만들고, 머리 아래쪽은 길게 늘어뜨렸다. 한마디로 모든 것을 개성을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연출한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요즘 기준에서 아름답다는 것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에 무언가 다른 특징을 더하는 것이에요.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것을 차용하더라도 얼굴에 바짝 붙는 느낌으로 연출하든지, 앞머리를 아주 짧게 자른다든지, 머리를 과하게 바스락거리게 연출하는 거죠. ” 이번 화보를 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 리사 버틀러는 모델들의 눈썹을 탈색했다. 더욱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모델들의 눈썹 일부를 탈색한 것이 이번 화보에서 리사가 한 일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모델들은 대부분 메이크업을 거의 안 한 상태다. “컨실러를 바르고 마스카라도 바르면 모델들의 날것 그대로의 원래 가진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으니까요. 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 요즘 메이크업의 가장 큰 변화일지도 몰라요.” 리사의 설명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혜련은 메이크업의 전통적인 룰이 깨지고 있다고 말한다. “블러셔를 뺨이 아니라 눈 바로 밑에 발라 살짝 술에 취한 듯 연출하는 숙취 메이크업, 귓불이 상기된 것처럼 틴트로 물들여서 순진한 인상을 더하는 귓불 블러셔 등이 유행하고 있어요. 어떤 제품을, 어떤 부분에, 어떻게 발라야 한다는 원칙이 깨진 거죠. 실제로 가로수길에 가보면 이런 메이크업을 한 여자들을 상당히 자주 마주칠 수 있어요. 얇은 베이스 메이크업으로 주근깨나 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스스로 매력적이라 여기고요. 사람들은 이제 메이크업에 있어서도 ‘완벽함’보다는 재미있고, 새롭고, 독특한 것이 더 아름답다고 여기는 거죠.” 헤어 아티스트 김정한도 이에 동의한다. “패션이나 뷰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많아지면서 요즘은 유행이 하나로 정의되지 않아요. 누구도 어떤 스타일이 유행인지, 어떤 스타일이 아름다운 것인지 단정할 수 없다는 의미예요.”

백스테이지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예전에 자주 했던 말은 개성을 더하는 과감한 아이디어는 되도록 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완전히 바뀌었다. 예전에는 통일감을 강조했다면 이제는 개개인의 차이를 추구한다. 이번 시즌 마이클 코어스 쇼의 메이크업을 맡았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딕 페이지는 보통 마이클 코어스의 스타일보다 그런지한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결국은 개성이 중요해요. 모델 한 명 한 명 다 특징이 다른데, 그것 자체가 바로 아름다움이니까요.” 이러한 트렌드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개개인이 가진 아름다움을 존중한다는 것 자체가 여성, 남성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과하게 여성성을 추구하지 않는 트렌드가 패션뿐 아니라 헤어, 메이크업에도 반영되고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테리 바버는 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들도 남성, 여성의 아름다움을 구별해서 생각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매력적이고 새로운 미적 트렌드가 생겨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것이 전통적인 의미에서 아름답다고 할 만한 것은 아니죠.” 이미 예전이라면 쇼킹하다고만 느껴졌을 개성 강한 헤어와 메이크업에도 나름의 강력한 매력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현재 백스테이지의 트렌드인 떡이 진 헤어와 서투르게 자른 듯한 앞머리를 일상생활에서도 보게 될까?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들이 좀 더 다양한 기준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게 될까?’라고 질문한다면,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샤넬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새로운 모델로 발탁했다. “찍히는 사진마다 항상 완벽하게 세팅된 채로 찍히지 않는다는 비판을 듣는데 이것이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말에서 알 수있듯이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전통적인 할리우드 배우들처럼 화려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입생로랑의 뮤즈인 카라 델레바인 역시 최근 인스타그램에 “아름다워지기 위해 반드시 메이크업을 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마크 제이콥스도 새로운 얼굴로 커트니 러브와 마릴린 맨슨을 선택했다. 특히 이 둘은 전통적인 미에 도전한 아이콘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아름다움을 정의하는 새로운 기준은 뷰티 제품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올의 시그니처 립 제품인 디올 루즈는 그레이 색상의 몽테뉴 매트, 블랙, 퍼플 색상의 포이즌 매트 등 이전에는 시도해본 적 없는 과감한 라인을 출시하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이런 색상들이 핑크나 누드 컬러만큼 많이 팔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만으로 이미 놀랍지 않나? 샤넬의 가을/겨울 메이크업 컬렉션에는 레드 아이라이너가 포함되었고 맥은 경계를 허무는 과감한 아티스트 브룩 캔디에서부터 스타트렉까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엄청나게 많은 시도를 거쳤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우리를 놀라게 할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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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아이처럼 아주 짧게 자른 가발을 긴 머리카락 위에 모자처럼 씌웠다. 얼굴 주변의 극도로 짧은 머리카락과 목덜미의 긴 머리카락이 이질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무엇이 아름답고, 아름답지 않은지 누가 정의할 수 있을까요?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던 편견에 도전할 필요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고정관념에 갇히게 될 테니까요.” 헤어 아티스트 귀도 팔라우는 그가 이번 가을/겨울 시즌의 지방시 쇼에서 선보였던 이 독특한 헤어 스타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모델의 머리카락 전체에 헤어 로션을 바른 다음, 스프레이를 뿌리고 손가락으로 자연스럽게 흐트러트려 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