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도 없을 만큼 다양해진 브랜드와 목적, 기능별로 점차 세분화되어가고 있는 제품 라인. 바로 요즘 샴푸 이야기다. 단순히 머리를 감기 위해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하던 샴푸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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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스한 모발 고민을 해결해주는 프리즈 이즈 오리지널 세럼으로 유명한 존 프리다가 얼마 전 국내에 상륙했다. 올해 초에는 영국의 자연주의 샴푸 브랜드 이넥토가 론칭했으며, 강력한 스타일링 제품으로 알려진 티지도 국내 진출을 알려왔다. 작년에는 아모레퍼시픽 그룹이 슈퍼 푸드를 주요 성분으로 내세운 헤어 브랜드 프레시팝을 신규 론칭했고, 클로란과 라우쉬 등 유럽의 자연주의 브랜드들이 차례차례 드럭 스토어에 입점했다. 드럭 스토어가 해외의 크고 작은 헤어 브랜드를 소개하며 국내에 본격적인 자연주의 샴푸 시장을 열고 있다면, 대형 마트가 주도하는 매스 시장은 부동의 베스트셀러인 탈모 샴푸를 중심으로 퍼퓸, 오일 샴푸 등 다양한 향과 제형으로 샴푸에 감성을 더해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백화점이나 살롱 브랜드들은 기능, 목적별 샴푸 라인을 더욱 세분화하며 전문성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전문적인 두피 케어 제품을 선보이며 모발 중심으로 이뤄지던 샴푸에 대한 인식을 두피로 확장시키는 데 성공했다. 인바티 샴푸로 두피 샴푸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한 아베다, 두피를 피부 타입처럼 세분화하여 포티샤, 아스테라 등 다양한 두피용 샴푸를 내놓은 르네 휘테르등이 그 예다. 뿐만 아니다. 홈쇼핑에서는 유명한 헤어 아티스트가 개발했다는 헤어 브랜드가 연일 소개된다. 한마디로 샴푸도 스킨케어 제품만큼이나 다양해진 시대가 왔다.

국내 샴푸 시장의 변화
올해 뷰티 업계를 휩쓴 가장 큰 화두는 바로 유해 성분 논란일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유해 성분 사건이 치약 유해 성분 논란으로까지 이어지며 노케미족, 케미컬포비아 등의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 샴푸 역시 무관하지 않다. 화학계면활성제, 인산염, 파라벤, 실리콘과 같은 샴푸의 유해 성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사실 샴푸의 유해 성분에 대한 논란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모발을 매끄럽게 해주는 디매치콘과 같은 실리콘 성분이 함유된 샴푸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두피에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팬틴이나 츠바키 등 대중적인 샴푸 브랜드에서까지 무실리콘 샴푸가 출시된 바 있다. 올해는 특히 유해한 화학 성분을 자연 성분으로 대체한 내추럴 샴푸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소비자들이 이제 스킨케어 제품에 들어가는 성분만큼 샴푸에 들어가는 성분까지도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어요.” 클로란 홍보팀 이문영 차장이 말했다. 특히 작년 봄, 이브로쉐에서 라즈베리 헤어 식초 린스를 내놓으면서 로푸, 노푸 등 새로운 샴푸법이 화제에 올랐는데, 이에 따라 마인드 세정제 즉 저자극 샴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자연주의 샴푸 열풍을 부추겼다. 샴푸의 사용 목적이 모발 케어에서 두피 케어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과거의 샴푸 광고가 길고 풍성한 모발을 찰랑거리며며 건강한 모발을 강조했다면 요즘 샴푸 광고에서의 핵심은 단연 ‘두피’다. 단, 한국에서의 두피 케어란 아직 탈모 관리의 동일어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헤어시장이 발달한 일본의 경우, 좋은 모발을 위해서는 두피 관리가 필수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두피 관리의 목적이 탈모 방지인 경우가 많죠. 그런데, 요즘 각종 소비자 조사 자료를 보면 화장품 고관 여자들은 이미 두피 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두피를 피부로 인식하여 지성, 건성, 민감성, 지루성 등 두피 피부 타입에 따라 샴푸를 세분화하여 사용하는 시장이 열리고 있어요. 한마디로 탈모나 비듬 등 문제가 있어야만 두피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샴푸로 두피를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거죠.” 아모레퍼시픽 려&미쟝센 디비전의 윤은숙 마스터는 환경 호르몬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자신의 두피가 민감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민감성 두피 케어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두피 타입에 따라 라인을 세분화한 샴푸나 토닉, 스케일링 등 두피 전용 제품의 출시가 증가하는 이유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매우 세분화되는 것도 이를 부추긴다. “소 셜 매트릭스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샴푸를 검색할 때 그 키워드가 매우 구체적으로 변화하고 있었어요. 전에는 머릿결, 향기 등 검색 키워드가 포괄적이었다면 최근에는 진정, 탈모, 천연, 성분, 촉감 등 키워드 자체가 훨씬 구체적이고 많아진 거죠. 두피 문제 해결에 대한 니즈도 많아졌고요. 소비자들의 요구 사항이 많아지니, 자연스레 제품도 다양하게 출시될 수밖에요.” 아모스프로페셔널 MC팀 박정렬 팀장은 설명했다. 이미 많은 브랜드가 두피용, 모발용 샴푸를 나누고, 각각 두피 관리 전용 라인, 헤어 볼륨 케어 라인, 손상 모발 케어 라인, 염색 모발 케어 라인 등 기능별 제품을 세분화하여 출시하고 있다. 이것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살롱 전용 브랜드에서 목격된 변화이기도 하다. “화장품에 있어서 기술이나 유행을 리드하는 역할을 백화점 브랜드가 담당한다면, 헤어 시장에서는 살롱 브랜드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살롱 브랜드의 소비자들은 샴푸에 세정 외에 반드시 특별한 기능이 추가되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아요. 두피 클리닉, 모근 강화, 염색 컬러 유지 등등. 그런데, 올해 살롱 브랜드들이 작년 대비 6.1% 이상 성장 했어요. 전체 헤어 시장 대비 더 높은 성장세를 보인 거죠. 이는, 샴푸에 단순 세정 외에 보다 구체적인 기능과 효과를 바라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아닐까요? 샴푸의 기능이 세분화되는 경향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거예요.” 박정렬 팀장은 덧붙였다. 샴푸에 감성 마케팅이 접목되기 시작한 것도 주목해야 할 변화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샴푸를 사용할 때 세정이나 비듬 관리, 모발 손상 관리 등 기능에 집중했다면 이제 샴푸에도 향, 예쁜 패키지 등 감성적인 면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해 신진작가들과 컬래버레이션한 패키지를 내놓고 있는 케라시스, 십여 가지의 다양한 퍼퓸 향수를 구비하고 있는 엘라스틴, 그리고 프랑스 유명 조향사와의 협업으로 향기에 특히 신경을 쓴 센텐스 등이 그 예다. “국내 샴푸 시장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70년대 국내에 액체 샴푸가 본격 도입된 이후, 80년대부터는 샴푸의 기능 분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비듬 전문 샴푸 브랜드인 헤드앤숄더가 90년대 초반 처음 출시되었고요. 90년 중후반 팬틴, 비달 사순 등 해외 헤어 브랜드가 국내에 론칭하며 2000년대 중반까지 손상 모발용 샴푸가 중심을 이뤘다면, 샴푸에 본격적으로 감성이 더해지기 시작한 것은 퍼퓸 샴푸가 인기를 끌었던 2012년부터로 봐야겠죠. 이를 계기로 브랜드에서도 샴푸의 향이나 패키지 등 기능 외의 요소를 본격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고요” .아모레퍼시픽 려&미쟝센 디비전의 윤은숙 마스터는 설명했다. 이미 일본 등에는 샴푸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플하고 예쁜 패키지를 주요 장점으로 내세우는 샴푸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투명 용기에 각종 효능을 잔뜩 써넣은 케이스 대신, 샴푸액의 색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투명 보틀과 서체에 신경을 쓴 프레시팝이 각광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글로벌 샴푸 시장의 화두는 안티에이징
NH투자증권이 발행한 ‘2016년 주목해야 할 세 가지 변화 리포트’에 의하면 세계 항노화 관련 모발 관리 시장의 규모는 2006년 35억 달러에서 2015년 72억 달러로 연평균 8.4% 성장하고 있다. 두피, 모발 등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헤어 노화를 방지하고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보다 포괄적인 의미의 헤어 안티에이징이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웰라에서는 올해 브랜드의 핵심 키워드로 씨닝 헤어(Thinning Hair)를 지정했다. 가늘어진 모발, 모발 빠짐, 건강하지 못한 두피 등을 포괄적으로 케어하는 것으로, 이는 결국 헤어 안티에이징과 연결된다. 르네 휘테르 마케팅팀 안선희 차장은 이미 국내에서도 탈모 제품의 신규 유입 고객 연령이 점차 어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헤어 안티에이징에 대한 니즈가 전 연령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생 이후, 즉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헤어 시장에도 눈에 보이는 즉각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제품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가장 직설적인 예가 바로 세럼이나 오일과 같은 양모제 시장의 확대다. 효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샴푸보다, 사용하면 바로 모발이 개선되어 보이고 스타일링이 달라지는 듯 즉각적인 효과가 있는 양모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따라서 브랜드의 샴푸 개발에 있어서는 샴푸 사용으로 소비자에게 어떻게 즉각적인 효과를 줄 것인가가 화두에 올랐다. 이에 따라 헤어 제품의 사용 루틴도 복잡해졌다. 샴푸-린스-트리트먼트-양모제 순으로 헤어 제품의 사용 단계가 늘어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2007년 우리나라 헤어 시장에서 양모제는 겨우 8%를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2015년에는 16%까지 증가했다. 고데기나 스트레이트기 등 셀프 헤어 스타일링을 위한 헤어 기기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샴푸 시장, 어떻게 변화할까?
내년 가장 큰 화두는 바로 탈모 샴푸가 될 전망이다. 현재 탈모 케어 제품은 의약외품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내년 식약처에서 탈모에 대한 기능성 인증 제도를 마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탈모 샴푸의 성분, 효과에 대한 법적 제재가 생겨난다는 의미다. 한국 화장품의 역사를 보면 자외선 차단, 미백, 노화 방지 등 기능성 인증 제도가 생긴 이후 스킨케어 시장이 양적, 질적으로 엄청나게 성장했음을 비춰볼 때, 탈모 샴푸 시장 역시 내년을 기점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1인 다샴푸 시대가 열릴 것이다. 하나의 샴푸가 아니라 두피와 모발의 상태에 따라 샴푸를 골라 사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것이라는 의미다. “샴푸는 오픈 마켓이에요. 소비자 조사를 해보면 소비자들은 스킨케어 제품에 비해 샴푸에 대해서는 브랜드에 더 열려 있어요. 새로운 브랜드 제품을 사용해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미죠. 클로란의 입점을 위해 올리브영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해봤는데,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에도 샴푸를 혼자 사용한다는 답변이 41%에 이르렀으며 하나의 샴푸가 아니라 여러 브랜드 제품을 번갈아 사용한다는 의견이 71%에 달했어요. 두피, 모발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이미 다수의 샴푸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의미죠.” 클로란 홍보팀 이문영 차장은 한국의 소비자들이 스킨케어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처럼 샴푸에도 돈을 투자할 의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대용량 샴푸를 구입해서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하던 시대는 이제 지난 것이다. 1인 샴푸 사용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용량은 적어지고 기능은 본인의 니즈에 딱 맞춘 프리미엄 샴푸 시장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 성분 시장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스킨케어 시장에서 진행된 최소 성분 화장품 트렌드가 샴푸에도 접목되어 특정 성분에만 집중하여 성분을 최소화한 샴푸도 조만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성분 함유를 최소화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연 유래 성분의 식물성 헤어 케어 브랜드가 더욱 각광받을 것이다. 또한 올해 드라이 샴푸가 이미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처럼, 새로운 카테고리의 샴푸도 출시될 것이다. 이미 에뛰드하우스에서 출시된 정수리용 헤어 쿠션처럼, 오후가 되면 심해지는 정수리 냄새를 잡아주는 샴푸와 같이 틈새 시장을 공략한 제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