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트렁크야말로 진정한 여행의 동반자다. 유서 깊은 럭셔리 브랜드부터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랑받는 대중적인 브랜드와 새롭게 선보이는 브랜드까지 각 브랜드의 역사와 특징, 대표 모델을 정리한 트렁크 사전.

 

01

1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주문한 라이브러리 트렁크. 2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 전시. 3 19세기에 탄생한 트렁크들. 4 제피르 55 무게 4.4kg 크기 37×56×24 (가로×세로X폭cm) 가격 4백만원대.

루이 비통 | Louis Vuitton
FROM : 프랑스 파리
HISTORY : 1854년 창업자 루이 비통이 파리에 매장을 오픈하고, 사각 트렁크의 기본이 된 윗면이 편편한 트렁크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1890년에는 고정된 잠금쇠를 고안해 가방 속 소지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했고, 1920년대에는 부드러운 소재의 들고 다니는 여행가방 ‘키폴(Keepall)’을 선보여 여행가방의 유행을 선도했다. 1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루이 비통의 디자인은 ‘여행’에서 시작한다. 가방과 이에 필요한 액세서리는 물론 시티 가이드 북을 발행하거나 여행을 주제로 한 전시를 여는 등 여행을 화두로 한 이슈를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있다.
FEATURE : 루이 비통의 특징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스페셜 오더 서비스다. 브랜드 탄생 때부터 시작된 서비스로 메이드 투 오더와 커스텀 메이드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메이드 투 오더는 트렁크 모델을 고른 뒤 소재와 색상을 선택하고 이니셜을 새길 수 있는 것. 커스텀 메이드는 1986년 만들어진 침대 트렁크, 1923년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주문한 책장 트렁크처럼 트렁크의 영역을 확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루이 비통의 트렁크는 1859년부터 루이 비통의 가방을 제작해온 아니에르 공방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02

1, 2 1920년대의 광고 이미지. 3 트위드 벨팅 무게 6.42kg 크기 56×80.5×31.5 가격 1백29만원

하트만 | Hartmann
FROM : 미국 밀워키
HISTORY : 1887년 설립된 하트만은 1910년대 미국에 철도가 놓이고 여행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성장했다. 옷의 구김을 방지하기 위해 코트를 걸어서 보관할 수 있는 트렁크가 유명인사와 왕족 등 상류층의 사랑을 받으며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미군이 사용했던 참피나무로 만든 시팩(Seapack) 트렁크를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에게 선물했고, 9160년대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은 임기 동안 하트만의 스카이메이트(Skymate) 제품을 사용하기도 했다.
FEATURE : 좋은 소재가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트만. 1939년 독자적으로 개발한 ‘벨팅 레더’라 부르는 베지터블 가죽을 지금까지 사용한다. 가죽 슈트케이스가 마모되고 찢어지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튼튼한 가죽을 찾던 하트만이 무두질 공장 기계를 돌리는 가죽 벨트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가죽으로 내구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벨팅 레더를 사용한 제품 외에 촘촘하게 짠 트위드와 알루미늄 소재로 만든 하드 케이스 등 선택의 폭이 넓다.

 

03

닷드랍스 무게 2.8kg 크기 46×63×25 가격 34만9천원

닷드랍스 | Dot Drops
FROM : 프랑스
HISTORY : 35년 전통을 가진 프랑스의 여행가방 브랜드 점프(Jump)가 2008년, 젊은 세대를 겨냥해 론칭한 브랜드다. 시그니처인 도트무늬는 공항 바닥에 깐 도트무늬 타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으며 슬로건도 ‘Dots are Art’이다.
FEATURE : 닷드랍스의 디자인 모토는 심플함. 그래서 불필요한 장식을 최대한 배제하고 도트무늬만 강조한다. 닷드랍스만의 특징은 스티커로 간편하게 커스터마이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캐리어를 구매하면 다양한 색상의 컬러 스티커를 주는데, 원하는 패턴이나 글자를 만들어 세상에 하나뿐인 캐리어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04

1 특별 주문할 수 있는 피크닉 트렁크. 2 수작업으로 트렁크를 만드는 고야드 공장의 모습. 3 부르겟 트롤리 무게 4.5kg 크기 36×50×24 가격 600만원대.

고야드 | Goyard
FROM : 프랑스 파리
HISTORY : 고야드는 상류층과 귀족들의 트렁크였다. 1792년 ‘하우스 오브 마틴’이라는 이름의 트렁크 메이커 전문 스토어로 문을 열었으며, 1853년 견습생이었던 프란시스 고야드가 경영을 물려받게 되면서 고야드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고야드의 상징적인 캔버스 소재는 1892년에 탄생했다. 가죽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리넨과 면을 혼합한 소재에 천연 코팅을 한 것으로 튼튼하고 부드럽고 물에 강하다. 이렇게 완성된 소재를 이용해 장인들이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하는 시스템은 2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FEATURE : 고야드 가방의 차별성은 고유의 Y자 형태 프린트와 이니셜을 새기는 마카주 시스템이다. Y자 형태의 프린트는 나무를 상징하는데, 나무 운송사업에서 시작한 고야드 가문의 역사에서 영감 받은 것으로 네 번의 수작업 공정에 여덟 번에 걸친 프린트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이니셜을 새기는 마카주 시스템은 19세기에 여행이 잦았던 귀족들이 자신의 여행가방을 구별하기 위해 트렁크에 이니셜을 새기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원하는 색과 디자인의 고른 뒤 이니셜 또는 숫자, 스트라이프 패턴을 넣어 나만의 트렁크를 제작할 수 있다.

 

05

1 글로브 트로터의 시그니처 트렁크들. 2 1912년 광고 이미지. 3 센터너리 무게 3.6kg 크기 35×45×18 가격 미정.

글로브 트로터 | Globe – Trotter
FROM : 영국 런던
HISTORY : 엔지니어 데이비드 넬켄이 1897년 설립한 글로브 트로터는 종이를 겹겹이 겹쳐 수지 코팅한 발칸 파이버라는 소재를 사용한 트렁크를 선보이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1912년 8톤짜리 코끼리가 글로브 트로터 케이스 위에 올라간 광고로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이후 강하고 가벼운 트렁크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윈스턴 처칠은 여행을 할 때는 물론 화구를 보관하는 케이스로 이용할 만큼 글로브 트로터 마니아였다. 왕가와의 인연도 깊은데, 엘리자베스 여왕 2세와 다이애나비가 신혼여행에서 글로브 트로터를 사용하는 등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답게 영국 출신의 유명인사들이 선호한다.
FEATURE : 글로브 트로터는 오래됨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1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디자인이 변하지 않았으며 만드는 방식 역시 1897년과 동일하다. 하루에 20여 개만 수공으로 제작하며 여전히 트렁크 대부분에는 발칸 파이버 소재가 사용되고 있다. 단 바퀴가 두 개뿐이라 오랜 시간 걸어서 이동하는 여행보다는 젯셋족이나 이동 거리가 짧은 여행객에게 적당하다.

 

06

1 1980년대 광고 이미지. 2 자비스 무게 3.5kg 크기 47×67×30 가격 19만9천원.

아메리칸 투어리스터 | American Tourister
FROM : 미국
HISTORY : 미국 대공항 시기였던 1930년대에 1달러 여행가방을 출시해 크게 성공을 거두며 합리적인 가격의 여행가방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소재 개발에 주력했던 아메리칸 투어리스터는 1994년 쌤소나이트와 합병한 이후에는 쌤소나이트보다 경쾌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의 브랜드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FEATURE : 합리적인 가격과 내구성을 자랑해 트렁크 입문 브랜드로 적당하다. 아메리칸 투어리스터라는 브랜드 이름처럼 함께 미국을 횡단해도 좋을 만큼 튼튼하고 가볍다. 핑크, 민트, 옐로, 퍼플 등 눈에 띄는 팝 컬러를 활용한 젊고 감각적인 트렁크가 주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