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미인>은 외로운 소년 오스카와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의 이야기다. 원작 소설이 영화에 이어 연극으로 제작됐다. 뮤지컬 <원스>의 연출가 존 티파니는 1 21일 한국 초연을 앞둔 연극을 위해 오디션과 제작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무서운 신인 박소담과 이은지가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역을 맡은 것으로 화제가 될 때, 그렇다면 첫사랑에 빠진 고독한 소년은 누가 될 것이냐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오승훈과 안승균, 두 배우를 마주했다.

 

오스카 역의 오승훈(왼쪽)과 안승규(오른쪽). 각각 91년생, 95년생의 풋풋한 배우다. 승규가 입은 스웨트 셔츠는 매료(Maeryo).

오스카 역의 오승훈(왼쪽)과 안승균(오른쪽). 각각 91년생, 95년생의 풋풋한 배우다. 승균이 입은 스웨트 셔츠는 매료(Maeryo).

두 사람 다 신인이다. 언제 연기에 매력을 느끼게 됐나?
승균
원래는 춤으로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스트리트 댄스를 정말 열심히 했는데 연기 전공 선배들의 연극 공연을 보고 펑펑 울었다. 여러 가지 감정이 들면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승훈농구를 10년 가까이 했는데 부상이 잦아서 아예 운동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어린 마음에는 내가 운동을 못하게 됐다고, 버림 받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걸로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연기 학원에 등록했는데 지금은 정말 진지하게 연기를 하고 싶어졌다.

<렛미인> 오디션도 굉장히 치열하다고 들었다.
승훈
서류 통과도 안 된 상태인데 영화를 서너 번 봤다. 합격한 뒤에 이지영 연출가님이 ‘승훈이는 너무 하고 싶어 하는 게 보였다’고 하시더라.
영화 <렛미인>을 원래 좋아했다. 오디션 공고가 떴을 때 국립극단의 <비행소년> 공연을 앞둔 상태라 조심스러웠다. 오디션 합격 후 다행히 국립극단 쪽에서 잘 이해해주셔서 두 작품을 함께 하게 되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했다고나 할까.

오디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었나?
승균
원작에서 오스카가 화가 나서 나무를 칼로 찌르는 장면이 있다. 12시쯤, 집 근처 놀이터에서 그 장면을 연습했는데 동네 아주머니가 경찰에 신고를 하셨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무섭긴 했을 것 같다. 승훈이 형은 ‘너무 열심히 하더라’는 말을 들었다는데 내가 합격하고 나서 들은 말은 이거였다. ‘너 진짜 왕따 당해본 적 있지!

오스카가 외로운 소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두 사람이 생각하는 오스카는 또 어떤 소년인가?
승균
소설을 읽고 영화를 다시 보니 캐릭터가 또 다르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불쌍하고 독특한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할수록 평범한 소년인 것 같더라. 부모님께 사랑받지 못한 환경에서 자라서 애정 결핍도 있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상상력도 풍부해진 거다.
승훈 소설에서 오스카를 묘사하는 장면 중에 하나가 사탕을 한 움큼 산 다음에 가장 좋아하는 맛을 마지막에 콜라와 함께 마시는 거다. 사탕과 콜라라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내가 어릴 때 그렇게 먹었다. 어릴 때는 꽤 뚱뚱했는데, 아이들이 괴롭히진 않았지만 먼저 ‘같이 놀자’고 말하는 건 어려웠다. 그래서 일라이가 먼저 다가와준 게 오스카에게 얼마나 꿈 같은 일이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둘이 캐릭터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승훈
동생인데도 승균이에게 많이 기댄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연기적으로 뭔가 물어보는 게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는 작품이 잘 나오는 게 더 중요하니까.

하지만 무대에 올라가면 각자의 싸움이다. 20대 초반의 어린 배우들이 이렇게 큰 작품을 책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심적인 부담도 클 것 같다.
승균
예술의 전당 극장에 선다는 건 나한테는 꿈같은 거였기 때문에 합격 전화를 받고 정말 멍했다. 그럴 때마다 ‘나를 믿으니까 뽑은 거겠지’라고 생각한다.
승훈 합격 소식을 듣고 딱 이틀만 신났던 것 같다. 연출가님이 ‘네가 고민이 많은 걸 안다. 존 티파니도 우리도 너를 뽑았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갖고 연기해라’는 말을 하셨는데 정말 감동받았다. 이렇게 고민할 시간에 연습을 더 해야겠다 싶었다.
승균 더블 캐스팅의 경우 상대방과 친해지기 어렵다고 들었다. 그런 면에서 승훈이 형이 먼저 ‘우리 서로 도와주면서 잘하자, 서로 의지하자’고 이야기해준 게 정말 고마웠다. 개막한 이후에도 각자 공연을 봐주기로 했다.

원작이 유명하지만 연극은 또 다른 매력이 있을 거다. 사람들이 어떤 면을 눈여겨봐줬으면 좋겠나?
승균
액션 신이 많다. 출연 배우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장 힘들게 연습하는 부분이니 봐줬으면 좋겠다.
승훈 몸 움직임 자체가 많다는 게 기존 연극과 큰 차이다. 연습하면서 우리도 실제로 무대에서 보면 어떨까 궁금하다. 주의 깊게 보면 재미있을 거다.

마지막으로 서로를 칭찬한다면?
승훈
또래 배우 중에 승균이를 봤을 때처럼 ‘뭐지?’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친구는 없었던 것 같다. 캐릭터나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배우고 싶은 게 많아서 인정하고 많이 배우려고 한다.
승균 사람하고 지내다 보면 장점과 단점이 보이면서 판단하게 된다. 그런데 승훈 형은 그게 다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사람으로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 좋은 배우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승훈이 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