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글이 아닌 영상으로 배우는 시대다. 지금 이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뷰티 파워 유튜버들을 만났다. 저마다의 개성과 특기가 확실한 그녀들, 잘나가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1 박소영 | So Young’s Beauty Room
www.youtube.com/user/Sobbang2
구독자수 304,234명
2년 동안 활동해온 한국 유튜브의 초기 멤버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호텔 경영을 전공한 후 LA에 머물 당시 유튜브 CN(Multi Channel Network, 유튜버 관리 에이전시)에서 일하던 친구의 추천으로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소녀시대 메이크업을 시연한 첫 번째 영상으로 미국 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한국 메이크업과 미국 메이크업을 비교한 영상으로 한국에서 유명해졌다. 씬님, 라뮤끄 등과 함께 미국에서 열린 K콘(KCON)에 한국 대표 유튜버로 참여했고, 미셸 판이 주축이 되어 열린 유튜버 경연 대회에 한국 대표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소영의 뷰티 룸 채널만의 특징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미국식 메이크업이 몸에 익었다. 진한 아이 메이크업과 컨투어링 등 미국 교포 같은 메이크업에 대한 평이 좋다. 경험상 유튜브로 뷰티 튜토리얼을 볼 사람 정도면 메이크업에 매우 관심이 많다는 의미인데, 메이크업을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진한 메이크업을 더 좋아하더라. 미국에서 유튜브를 시작해서인지 해외 팬이 많은 편이다. 구독자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이지만 미국적인 메이크업을 보여주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 아이돌 스타들의 메이크업 등을 발빠르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내 채널의 매력 같다.

영상을 기획하고 올리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주로 구글링을 통해 외국 사이트, 외국 뷰티 미디어 등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미셸판, 젠임, 홀리엔 등을 구독한다. 미국 유튜버들은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를 많이 하므로 영감을 얻을 때가 많다. 촬영부터 편집, 더빙, 자막 작업까지 모두 직접 하는데, 촬영하는 데는 보통 2시간, 편집을 마무리하는 데는 꼬박 이틀 이상이 소요된다. 해외 팬들이 많은 편이라서 영어 자막을 넣는 것도 필수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힘든 작업이다. 나에게 유튜버로서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돈이 목적이라면 결코 오래 하기 힘든 일이다.

유튜버로서의 원칙이 있다면?
⇢ 메이크업 튜토리얼의 경우, 중간 이탈이 없도록 영상의 길이가 6분이 넘지 않게 한다.
⇢ 섬네일이 가장 중요하다. 구독자가 아닌 사람들은 주로 섬네일을 보고 그 영상을 볼 지 여부를 결정한다. 글이나 제목이 없더라도 사진 자체로 임팩트가 있는 것이 중요하다.
⇢ 영상을 계속 볼 것인가의 여부는 처음 5초에 판가름 난다. 첫 장면에 메이크업의 완성 컷을 넣는다. 그 메이크업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을 구독자들이 궁금해할 수 있도록.
⇢ 모바일로도 많이 시청하기 때문에, 긴 제목은 화면에 잘려서 뜨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제목 중 앞의 6~7자 이내에 핵심 문구를 넣는다.
⇢ 유튜브 채널 역시 미디어로서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규칙성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반드시 영상을 올린다.

영상 찍을 때 효과적인 뷰티 아이템을 추천해달라.
⇢ 메이크업 포에버의 HD 프레스드 파우더. 입자가 정말 고와서 피부를 포토샵 처리한 듯 모공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한마디로 피부톤을 ‘뾰샤시하게’ 만들어준다.
⇢ 투쿨포스쿨의 아트클래스 바이로댕. 영상 찍을 때는 컨투어링 파우더가 필수다. 태닝을 했을 때는 베네피트의 훌라를 애용했는데, 얼굴이 하얘지니 이 제품이 딱이더라.
⇢ 아리따움의 샤인픽스 아이즈 6호 러브 디스코. 이걸 바르면 꼭 뭐 발랐냐고 묻는 질문이 빗발친다. 화려한 메이크업을 보여줄 때 최고다. 펄이 굵고 화려해서 눈에 확 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한국의 유튜브 시장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외국에 비해서는 규모가 매우 작다. 유튜버로서 활동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일종의 양성소라 생각하면 쉽겠다. 유튜버는 1인 미디어다. 언젠가는 나만의 콘텐츠가 고갈되고 지루해질 때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유튜버 크루를 조직해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작업에 도전해보고 싶다.

2 곽경민 | 곽토리 kwak tori
www.youtube.com/user/kwaktori
구독자수 232,152명
홍익대학교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있다. 유행에 상관없이 자신이 즐기는 메이크업을 개성 있게 보여주는 것이 특징. 파스텔 컬러를 주로 사용해 여성스러우면서도 키치한 홍대식 메이크업을 선보인다. 온라인 쇼핑몰, 블로그 등을 운영하다가 2년 전부터 유튜브 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형적이지 않은 메이크업으로 마니아 층이 넓은 편. 뷰티 튜토리얼뿐 아니라 자신의 패션을 보여주는 패션 영상도 인기가 많다.

다른 뷰티 유튜브 채널과의 차별화 전략이 있다면?
파인 아트를 전공하다 보니 아무래도 컬러를 사용하고 응용하는 방식이 남들과 좀 다른 편이다. 메이크업에 있어서 노하우보다는 컬러 제안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데일리 메이크업에도 평범한 핑크나 피치 대신 레드나 블루처럼 개성 있는 컬러를 응용하는 법을 보여준다. 그래서 사람들이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제품을 소개할 때도 컬러에 대한 설명이 남들보다 구체적이고 섬세하다. 컬러의 미묘한 차이, 펄의 미세한 차이 등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준다. 이런 점이 좋다고 말하는 구독자가 많다.

남들이 하지 않는 룩을 보여주려면 준비가 많이 필요할 것 같다.
테마가 있는 룩은 말 그대로 영감 받는 대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마음에 드는 연보라색 섀도를 발견했을 경우, 보라색과 어울릴 만한 제품을 쭉 깔아놓고 즉흥적으로 제품을 선택해서 메이크업을 한다. 제품을 바르다 보면 그때그때 발색과 느낌에 따라서 다음 과정엔 어떻게 하고 싶은지 생각이 떠오른다. 데일리 메이크업의 경우는 매일 내가 하는 메이크업을 기록하는 느낌으로 만든다.

 

영상 촬영할 때 자주 사용하는 제품은?
⇢ 에뛰드하우스의 룩 앳 마이 아이즈 쥬얼 피오니가 피오나. 입자가 버석버석해서 눈 아래에 바르면 펄을 콕콕 찍어 얹은 듯 화사하게 빛난다.
⇢ 입생로랑의 베르니 아 레브르 팝워터 202호. 제형이 가볍고 맑은 오렌지 컬러다. 그래서 영상을 찍을 때 진짜 유리알 광택이 난다.
⇢ 에뛰드하우스의 래쉬펌 컬 픽스 마스카라 신비로운 플럼 버건디. 이런 제품은 하나씩 꼭 가지고 있으라고 권하고 싶다. 속눈썹이 버건디 컬러로 변한다. 가벼운 메이크업을 할 때도 오묘한 느낌을 더해준다.

앞으로 어떤 유튜버가 되고 싶나?
유튜브에 올리는 튜토리얼은 편집을 거치기 마련인데, 가공된 편집을 덜어내고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실시간 방송에 도전해보고 싶다. 메이크업 과정도 가감 없이 보여주고, 구독자들과도 더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하나 더 개설할 계획이다. 나아가서는 내 취향의 제품, 내가 원하는 패키지로 화장품을 만들어보고 싶다. 파스텔 컬러지만 러프한 질감을 섞는 등 반전의 매력이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3 유진실 | Yoo True
www.youtube.com/user/yootruebeutyroom
구독자수 167,595명
동네 친구같이 친근함이 매력이다. 여드름이 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필링 시술 후 붉어진 얼굴로 카메라 앞에 앉는 등 메이크업 전후 과정 변화가 드라마틱하다. 작곡과를 졸업한 후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던 중, 재미 삼아 영상을 만들어보다가 메이크업 튜토리얼을 시작하게 되었다. 작년 1월부터 유튜브에 입문했다. 작년 한 해에만 310개의 영상을 올릴 정도로 다작으로도 유명하다.

아프리카 TV의 BJ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렇게 많은 영상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매일 내가 화장하는 모습을 리얼하게 찍었다. 그래서 20분에서 40분까지 영상이 꽤 긴 편이다. 메이크업은 전문적이지 않지만 내가 얘기하는 것이 좋다는 팬이 많다. 외출할 때, 미팅 나갈 때, 여행 갈 때의 룩처럼 실생활의 상황 메이크업을 주로 올린다. 방에 늘 카메라와 조명이 세팅되어 있고, 눈 뜨자마자 진짜 외출을 준비하는 모습을 올린다. 지금도 일주일에 최소 2개는 올린다.

자료 조사는 주로 어떻게 하나?
따로 안 한다. 대신 구독자들이 나에게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스타일리스트로서 조언을 해준다. 그들이 올리는 피드백, 그들의 제안을 늘 적극적으로 반영한다. 그래서 나를 보고 종이인형 같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내가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도 메이크업 기술이 많이 늘었다.

아프리카 TV의 BJ로도 활동하고 있다.
유튜브는 튜토리얼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영상을 찍으려면 주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프리카 TV는 소통이 중심이 된다. 립스틱 하나만 발라도 리플이 수백 개 달린다. 그 리플에 따라 컬러를 바꾸는 재미가 있다. 방송의 마지막은 곡 신청을 받아 피아노 연주를 해주고, 내가 만든 뷰티송을 부른다. 노래도 잘 못하는데 그냥 부른다. 사람들은 그렇게 미숙하고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좋아하는 것 같다.

민낯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얼굴이 붉고 여드름도 많을 뿐 아니라 솜털도 많다. 한마디로 베이스 메이크업을 하기에 최악의 피부다. 그래서 베이스 메이크업 방법을 자주 영상으로 찍게 된다. 피부가 워낙 안 좋으니 화장 전후가 확실하게 달라지는 것 같다.

효과 본 베이스 제품을 추천해준다면?
⇢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래스팅 실크 UV 파운데이션과 에스티 로더의 더블 웨어 스테이-인-플레이스 메이크업. 양면 테이프처럼 얇고 보송하게 피부에 착 밀착되는 더블 웨어와 촉촉한 래스팅 실크를 섞어서 바른다. 이때 컬러도 하나는 내 피부보다 살짝 밝게, 하나는 살짝 어두운 것으로 고른다. 제형과 컬러가 정반대인 것들을 믹스해서 내 피부에 맞는 지점을 찾는다.
⇢ 바비 브라운의 프로텍티브 페이스 베이스. 피부 화장이 항상 뭉치는데, 속시원한 해결책을 준 제품. 5~6통 사용할 정도로 좋아한다.
⇢ 메이크업 포에버의 듀얼 브러시 204호. 아이라인을 바를 때도 편하고, 삼각존을 채울 때도 편하다. 좁은 영역에 사용할 브러시는 반드시 하나쯤 갖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나에게 유튜브는 동호회 같다. 친한 언니, 동생들이 모여 수다 떨고 정보를 나누는 장이다. 그래서 20년 뒤, 30년 뒤에도 유튜브를 계속하고 싶다.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 속에서 내 화장법이 바뀌고, 생각이 변화해가는 것을 팬들과 공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