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가기 전에 봐야 할 작지만 큰 영화 3편.

 

1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의 판타지적 세계가 한층 여유로워졌다. 제목 때문에 헝가리 여행 영화로 오인받기도 했지만,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한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은 감독만의 리듬과 색깔로 시각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웨스 앤더슨이라는 이름 아래 모인 배우들은 이름값에 비해 작은 역할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덕분에 좋은 배우를 실컷 봤다.

 

2 <보이후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는 영화와 현실의 교집합을 영화적으로 표현한다. 주요 배우들이 매년 조금씩 12년 동안 촬영한 이 영화에는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그런 영화적 실험을 제외하고도, 인생은 수많은 선택의 집합이며, 사소한 선택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는 걸 보여준 걸작이다.

3 <한공주>

밀양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영화화한 <한공주>는 좋은 영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너무 먹먹해져서 두 번 보고 싶지는 않은 영화지만, 한 번도 보지 않았다면 올해가 가기 전 당신이 봐야 하는 첫 번째 영화라는 건 틀림없다. 늘 기대주로 손꼽히던 천우희는 이 영화에서 독보적인 여배우의 존재감을 선보이며 자신에 대한 기대가 이유 있는 것이었음을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