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올해 당신이 놓쳤을지도 모르는 드라마를 평론가에게 물었다.

 

1 <인현황후의 남자>, <나인> 등 판타지물과 사극을 연출하는 데 재주를 보였던 김병수 PD의 신작, 기대에 못 미쳤던 성적은 편성표 탓도 있다. 일주일에 딱 한 번, <떴다! 장보리>와 같은 오후 9시에 방영됐으니까. <삼총사>의 가장 큰 미덕은 삼총사인 박달향(정용화)과 소현세자(이진욱), 허승포(양동근)뿐 아니라 등장인물에게 고르게 비중을 할애한다는 것에 있다. 서현진이 연기한 소현세자의 부인인 강빈 역도 인상 깊다. 사극에서 세자비의 캐릭터는 평면적이다. 친정 편에 서서 야심을 키우거나,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남는다. 하지만 강빈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통통 튀는 캐릭터를 잃지 않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전체적으로 액션에 중점을 맞춘 드라마임에도 소현세자와 두 사람이 있는 장면을 보면 ‘예쁘다’는 생각이 들 정도. 제작비를 들인 만큼 세트와 의상 등 볼거리도 충분했다. 시즌 2를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드라마.

– 정석희(TV 평론가)

 

2 <유나의 거리>에서는 당최 멀쩡한 사람을 찾기 어렵다. 주인공 유나(김옥빈)는 소매치기가 슬쩍한 지갑을 다시 훔쳐 달아나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다. 남주인공 창만(이희준) 역시 비루한 인생이긴 마찬가지다. 그는 주인이 도주한 폐업식당에서 혼자 살다가 유나를 만난다. 퇴물 건달, 전과자 출신 꽃뱀, 유부녀와 사랑의 도피를 벌인 노가다꾼 등 그야말로 하류인생이 모여든 동네가 이곳 ‘유나의 거리’다. 하지만 이 보잘것없는 인물들의 별다를 것 없는 일상엔 삶의 또 다른 가치와 아름다움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가진 것이 적고 상처투성이여서 서로 치유받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과 함께 소주 한 잔의 위로를 나누고픈 생각이 절로 든다. <서울의 달> 등 서민드라마의 장인 김운정 작가는 삶의 밑바닥으로 내려온 이들의 작은 공동체를 통해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우연히 발을 들인 골목길에서 뜻밖에 만난 아름다운 풍경 같은 드라마다.

– 김선영(드라마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