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영화 선택의 기준이 되는 배우의 이름.

1 휴 그랜트의 새 로맨틱 코미디 <더 리라이트>. 2 <내가 잠들기 전에>의 니콜 키드만과 콜린 퍼스.

1 휴 그랜트의 새 로맨틱 코미디 <더 리라이트>. 2 <내가 잠들기 전에>의 니콜 키드만과 콜린 퍼스.

 

 

때로 배우는 영화의 모든 것이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고르기 어려울  때, 배우의 이름은 가장 크게 보인다. 이달엔 다른 어떤 이름보다 먼저 그 배우들을 따라갔다.  

 

휴 그랜트가 나오는 로맨틱 코미디라면, 톰 크루즈가 나오는 블록버스터만큼 믿음직하다. 물론 이런저런 코미디에 소비되기도 했다. 본인도 지겨웠던지 몇 년 동안 로맨틱 코미디물을 외면했던 휴 그랜트가 오랜만에 본인의 장기인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다. <더 리라이트>는 오스카상을 받은 작가가 슬럼프에 빠져 할리우드를 떠나 한 대학에서 글쓰기에 대한 강의를 맡으며 시작된다. 그와 로맨스를 이어갈 싱글맘 역은 마리사 토메이가 맡았다. 재미있는 건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마틴 로렌스 감독이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들어는 봤니? 모건 부부>, <투 윅스 노티스>까지 휴 그랜트와 무려 네 작품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 

 

다음은 니콜 키드만과 콜린 퍼스. 늘 좋은 작품을 골라온 모범생 배우 두 사람이 만났다는 것만으로 기대를 모은다. 10년 전 사고의 후유증으로 매일 아침이면 과거의 기억이 사라진 채 남편의 품에서 깨어나는 크리스틴(니콜 키드만). 매일 아내에게 그녀가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남편 벤 그리고 크리스틴의 상태를 알고 아침마다 통화하며 기억을 되찾아주려고 하는 내쉬 박사. 영화 <메멘토>를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지만 영화가 숨기고 있는 비밀이 심상치 않다.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른 <내가 잠들기 전에>를 영화화했다. 콜린 퍼스가 남편 벤을, 마크 스트롱이 내쉬 박사를 맡았다. 반전이  있는 만큼 스포일러에 당하지 않도록 미리 주의하길. 

 

배우 겸 작가로 명성을 높인 에단 호크는 <보이후드>에서 만날 수 있다. 여섯 살 메이슨 주니어와 그의 누나 사만다는 싱글맘인 올리비아와 텍사스에 살고 있다. 아빠인 메이슨 시니어(에단 호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남매를 만나지만 그뿐이다. 또 끊임없이 이사를  다녀야 하는 두 남매는 외롭다. 이 영화를 12년 동안 촬영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리처드 링크레이터 감독의 영화적 실험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에 캐스팅된 배우들은 1년에 한 번씩 일정 기간 모여 영화를 찍고 헤어졌다가 또 다음 해 다시 만났다. 이 과정을 12년 동안 되풀이한 것이다. 그러므로 주인공들의 얼굴은 조금씩 시간을 덧입는다. 메이슨 주니어를 맡은 엘라 콜트레인은 아이에서 소년, 청년이 된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각각 엄마와 아빠 역을 맡은 패트리샤 아퀘트, 에단 호크 등도 조금씩 늙어간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진실’을 입는다. 시간은 흐르고, 인생은 존재한다. 한편, 이완 맥그리거는 예멘에서 연어를 낚는 황당한 프로젝트에  투입되었다. 상상해보라. 영국 해양수산부의 어류학자 존스 박사 앞에 에밀리 브런트처럼 아름다운 투자 컨설턴트가 나타나 ‘만수르’ 같은 막대한 부를 가진 예멘의 왕자가 사막에서 연어 낚시를 하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면? 존스 박사는 거절하지만 정부의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연어 프로젝트를 가동하게 된다. <사막에서 연어  낚시>는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다. 원작의 의도대로라면 중동과 서방세계에 대한 풍자가 가득 담겨 있는 우화다. 

 

풍자는 계속된다. 박해일과 설경구는 아버지와 아들로 만났다. <나의 독재자>는 자신을 김일성이라고 믿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 때문에 돌아버릴 지경인 아들의 이야기다. 첫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행사의 만전을 기하기 위해 정부가 김일성의 대역을 고용했다는 역사적 사실 위에 영화적 허구가 더해졌다. 무명 배우로 김일성의 대역을 맡은 아버지는 김일성을 연기하기 위해 몰두하지만 회담은 무산되어버린다. 그럼에도 그 역에서 결국 빠져나오지 못한 채 자신을 ‘수령동지’라고 믿는 아버지 역을 설경구, 백수건달 날라리 아들을 박해일이 맡았다. 

 

매튜 매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과 제시카 차스테인이  등장하는 영화라면 다시 한 번 영화 정보를 꼼꼼히 볼 만하다.  그런데 이 영화만큼은 배우보다 감독이 먼저 보인다.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새 작품인 것. <다크 나이트> 시리즈와  <인셉션>으로 우리에게 영화적 쾌감을 선사한 그의 새 작품은 <인터스텔라>. 새로 발견된 웜홀을 통해 우주로 나아간 탐험가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감독은 언제나 그렇듯 영화 개봉 전까지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영화는 11월 7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