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와 <미스코리아>를 통해 재발견된 두 여배우, 전지현과 이연희. 그녀들이 지금 주목 받는 이유.

전지현은 ‘클래스’를 입증했고, 이연희는 ‘성장’을 증명했다. <별에서 온 그대>와 <미스코리아>로 맞대결 중인 그녀들에 대한 대체의 평가다. 14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에서 여전한 스타성을 확인한 전지현이나, 아홉 번째 주연작에 이르러 인형의 표정을 벗고 훌쩍 성숙한 이연희나, 둘 다 신이 나서 연기하는 게 보일 정도다. 흥미롭게도 전지현의 천송이와 이연희의 오지영은 꽤 닮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예속된 여성들의 비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천송이는 여배우의 연기력보다 미모, 인성, 사생활에 더 엄격한 대중의 시선 때문에 상처 받은 내면을 억누르며 살아가고, 오지영은 엘리베이터 걸 시절부터 줄곧 성희롱, 스폰서 제의 등 각종 압박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맹장이 터져나가기 직전이어도 ‘병원 패션 1등’이 돼야 하기에 화장부터 마쳐야 하는 송이, ‘돈 없고 빽 없어’ 불리한 출발선에 섰을 때도 미스코리아 웃음을 지어야 하는 지영. 그녀들의 화려한 메이크업과 미모 아래에는 냉정한 연예계에서 상품화되기 일쑤인 여성들의 아픔이 감춰져 있다. 그리고 전지현과 이연희는 이 각각의 캐릭터 안에 자신을 투영하며 보는 이들의 공감까지 이끌어낸다. 전지현 역시 ‘배우보다 CF 스타’라는 비아냥이나 거대소속사 횡포로 상처 입은 경험이 있고, 이연희도 ‘발연기’의 대명사였던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당당하게 걸어 나가는 천송이와 오지영처럼, 전지현은 여배우의 무덤이라는 결혼을 거치고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으며, 이연희 또한 연기 데뷔 10년 만에 평단의 호평을 얻어냈다. 전지현과 이연희는 지금 ‘인생의 캐릭터’를 만나 그야말로 ‘인생 연기’를 펼치는 중이다. – 김선영(드라마 칼럼니스트)

전지현과 이연희가 드라마에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남자들은 축복처럼 느꼈을 거다. 그렇다고 해서 평범한 여자의 입장으로 둘을 질투한 건 아니다. 시기심을 느끼는 것도 넘볼 수 있는 레벨일 때라야 가능한 법이니까. 그들은 최근 컴백한 드라마 안에서도 극도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이 맡은 천송이는 온 국민이 다 아는 톱스타이며, <미스코리아>에서 이연희가 맡은 오지영은 동네 퀸카 출신의 엘리베이터 걸이다. 어찌 보면 박지은 작가와 서숙향 작가가 두 사람에게 맞춤옷을 입혀준 셈이다. 때문에 처음에는 삐딱한 마음도 먹었다. ‘<엽기적인 그녀>나 <도둑들>과 뭐 그리 다르겠어?’ 혹은 ‘발연기를 또 봐야 하나?’ 같은 선입견이었다.그러나 두 배우의 연기를 보며 결국은 펑펑 울었다. 세상에서 제일 잘났다는 듯 건방을 떨던 천송이가 “돈이나 빨리 부쳐, 이년아”라고 말하는 엄마 때문에 속상해할 때, 오지영이 자신의 처지를 한심해하며 울다 애써 “와이키키”라며 웃을 때, 이상하게 눈물이 핑 돌았다. 하루하루 온힘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지만, 현재도 미래도 불안한 생활인의 얼굴이 전지현과 이연희에게서 보였던 것이다. 물론 전지현은 잘해왔던 것을 또 한번 잘했을 뿐이고, 이연희의 발음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이들의 연기를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할 필요가 있을까? 전지현은 더 이상 CF 속에서만 살 것 같은 배우가 아니며, 이연희 역시 예쁘기만 할 뿐 기대할 것 없는 배우가 아니다. 현실로 발을 쑥 내디딘 두 배우는 꼭 안아주거나 밤새워 같이 수다나 떨며 맥주 한 캔 하고 싶은 여자가 되었다. 조심스럽게 예상하건대, 앞으론 굳이 미모를 부각하는 역할이 아니라도 이들을 찾는 작품이 늘어날 거다. 팔짱 끼고 매의 눈으로 두 사람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수가 줄어들 것 또한 당연하다. 연기력과 무관하게, 사랑받는 배우가 된다는 건 그런 거다. – 황효진(<아이즈> 매거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