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혀에 점령당한 건 TV도 마찬가지다.

1 <삼시세끼 어촌편>. 2 <냉장고를 부탁해>. 3 <오늘 뭐 먹지?>.

1 <삼시세끼 어촌편>. 2 <냉장고를 부탁해>. 3 <오늘 뭐 먹지?>.

 

 

인스타그램이 ‘먹스타그램’이 되고, 맛집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혀에 점령당한 건 TV도 마찬가지다. <테이스티 로드>에 출연한 가게는 ‘맛의 성지’가 되며, 최고의 셰프를 가리는 <마스터셰프 코리아>나 <한식대첩>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인기도 여전하다. 하지만 최근 요리 프로그램에서 가장 도드라진 특징이 있다면 쿠킹 마니아를 위한 전문적인 레시피보다는 ‘나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요리를 선보이는 데 주력한다는 것. 진행자와 셰프 한 명 정도가 출연하는 것으로 충분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티격태격할, 혹은 캐릭터가 또렷한 출연자들이 요구된다. 한마디로 요리도 예능인 시대다. 이런 변화를 프로그램 포맷에 가장 성공적으로 적용한 것이 바로 올리브 TV의 <오늘 뭐 먹지?>다. 신동엽과 성시경이라는, 많이 먹어봤을지는 몰라도 요리를 많이 해봤을 것 같지는 않은 두 남자를 조리대 앞에 세웠다. 두 사람의 호흡은 이미 <마녀사냥>을 통해 검증된 바. 정확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한 완벽한 요리를 추구하기보다는 ‘먹을 만한’, 혹은 ‘봐줄 만한’ 요리를 만드는 게 <오늘 뭐 먹지?>의 포인트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대접하기보다, 나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하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배추, 깻잎, 고기, 청경채 등 나베 요리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를 겹겹이 쌓아 천 개의 잎이라는 의미의 디저트, 밀푀유(Mille-feuille)처럼 만든 ‘밀푀유 나베’는 프로그램 최고의 히트작이 되어 수많은 인증샷을 탄생시키고 있다.

 

JTBC의 <냉장고를 부탁해>는 게스트의 냉장고 재료를 이용해 셰프를 포함한 6명의 출연자가 그날의 미션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파격적인 점은 출연자의 냉장고를 통째로 스튜디오로 옮겨온다는 점. 요리 제한 시간도 15분밖에 되지 않아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하다. 냉장고 속 재료만 이용해 미션을 수행해야 하다 보니 창의적인 레시피가 종종 탄생하는 <냉장고를 부탁해>는 예능의 성격이 강하다. <한식대첩 2>에 이어 두 번째로 요리 프로그램 MC를 맡게 된 김성주와, 요리 프로그램 출연은 처음인 정형돈 두 MC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촉박한 상황에 처한 게스트들을 짓궂게 놀린다. 시간이 10분 정도 지났을 때 ‘이제 5분밖에 안 남았는데 뭘 어떻게 하려는 거죠?’ 하는 식. 이미 요리 프로그램 출연 경력이 풍부한 최현석 셰프와 웹툰 작가이자 생활형 요리의 달인인 김풍, 홍석천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출연진을 확보한 것도 흥미를 유발하는 부분이다.

 

tvN <삼시세끼> 역시 또 다른 의미의 요리 프로그램이다. 이서진과 옥택연은 채소 무침을 하거나 김장을 할 때 엄마에게 전화해서 듣는 레시피는 현실적이며, 천천히 요리 과정을 보여주는 가운데에서 요리 팁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농사를 짓던 이서진과 옥택연이 농한기인 겨울을 맞아 잠시 쉬는 사이에는 부지런히 어촌편을 촬영했다. 섬마을 만재도로 떠난 차승원, 유해진, 장근석. 세 남자의 요리 실력은 1월 16일 공개될 예정. 서바이벌 요리 프로그램의 정석을 따르고 있는 SBS <쿡킹 코리아>도 6%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연예인과 셰프가 협업해 대결을 펼친다는 포맷은 새롭다. 미스에이 페이, 이현우 등이 루이강, 토니오 등의 스타셰프와 호흡을 맞춘다. 박지윤과 홍석천의 호들갑스러운 진행도 돋보인다. 요리 프로그램의 터줏대감, <올리브쇼>도 2015년 출격을 앞두고 있다. 현재 출연 셰프들의 티저가 공개된 상태. ‘비싼 재료로 푸짐하게 요리한다’는 철학의 오세득 셰프, 공대 출신으로 ‘요리도 과학이다’를 외치는 김호윤 셰프, 그리고 최현석 셰프 등 셰프들 각자의 캐릭터를 명확히 잡았다. 2015년에도 눈과 혀가 동시에 즐거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