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책 세권. 넓고 커진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 와 움베르토 에코의 .

유독 큰 책이 있다. 책장에서 툭 튀어나오기 십상이지만, 이들이 이렇게 넓고 커진 이유가 있었다. 알랭 드 보통이 써 내려간 이 커다란 책은 <영혼의 미술관>으로 명명되었다. 예술은 우리 인생을 어떻게 치유할까? 미술사가 존 암스트롱과 대화하며 직접 엄선한 140점의 미술작품을 보며 그 해답을 구한다. “예쁜 미술작품의 쾌감은 불만족에서 기인한다. 만일 인생이 고되지 않다고 느낀다면, 아름다움은 현재와 같은 호소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 우리 삶에 산적한 문제들을 보면, 그림이 매력을 잃어버릴 위험성은 전무하다고 확신할 수 있다는 작가 특유의 문체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 책의 미덕은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을 말하면서도 값싼 ‘위로’를 팔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작가는 예술의 방법론부터 천천히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사랑에 머문다. 우리는 더 잘 사랑할 수 있을까? 좋은 연인이 된다는 건 무엇일까? 그리고 자연을, 돈을, 정치를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갈망한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모든 시대의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였다. 알랭 드 보통은 예술 작품이 우리가 삶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상상력과 포부를 제시해준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은 크고 아름답게 만들어졌다.
두 번째로 펼쳐봐야 할 커다란 책은 <뉴욕의 맛 모모푸쿠>다. 8.4평의 라멘집으로 시작해 뉴욕의 대표 레스토랑의 오너가 된 데이비드 장. 이 책은 데이비드 장과 모모푸쿠의 모든 것이 펼쳐져 있다. 그의 인생과 요리, 철학은 물론이고 그 맛이 나올지 자신은 없지만, 집에서 한번쯤 따라 만들어 보고 싶은 라멘, 포크 번, 보쌈, 프라이드치킨 등 시그너처 메뉴의 레시피도 담겼다. 레시피를 공개한 건 이 책이 최초라고 한다. 까만 바탕에 마치 요리하다 돌아본 것처럼 데이비드 장의 모습이 보인다. 책 안은 온통 우리의 감각을 자극하는 글과 사진으로 가득하다. 먹을 수 없는 종이와 잉크임에도 말할 수 없이 고소하고 맛있다. 커다란 책이 커다란 식탁으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모모푸쿠에서 보쌈을 먹는 일을, 내 인생의 위시 리스트에 올려두었다. ‘모모푸쿠’란 이름은 일본어로 ‘행운의 복숭아’라는 뜻. 동시에 라멘을 발명한 안도 모모푸쿠에게 표하는 경의도 담고 있다.
세계의 지성 중 한 명인 움베르토 에코. 그의 다양한 출간물 중에서도 유독 크고 무거운 책이 <궁극의 리스트>다. 그의 학자적 집요함은 ‘목록’으로 귀결되었다. 인류 문화사에서 가장 기이하면서도 그 끝조차 알 수 없는 다양한 목록의 리스트를 제시하는 이 책을 통해 그 시대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다른 두 책과 달리 이 책은 신‘ 간’은 아니다. 뭐든 재빨리 읽어버리곤 하지만 이 책이 아직도 ‘독서 중’인 이유 역시 목록이기 때문이다. 언제 다 읽나 싶다가 어느 순간 그런 마음부터 내려놨다. 이것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기나긴 목록이 아닌가. 길고 긴 시간의 목록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가끔은 이 커다란 책을 베고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