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감이 안 온다고요? 어렵게 고른 책의 절반이 실패라고요? 그런 증상들을 트위터로 모으고 모아서, 바로 당신을 위한 책을 처방했습니다. *주의 부작용. 갑자기 잠이 오거나 거꾸로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음.

Q 저는 여행에 관련된 책을 좋아하는데 서점에 가면 너무나 많은 책이 있더라고요.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처방 좀 해주세요. 특히4월에 뉴욕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든요.

A 아름다운 필체와 아무도 모를 것 같은 정보, 꼼꼼한 배경 지식과 작가만의 뷰파인더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이죠? 책 닥터로서 이 모든 게 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그런 책을 소개할게요. 뉴욕 여행에는 <뉴요커도 모르는 뉴욕>부터 권합니다. 수수한 제목이라 이 책의 진가를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이 많은데 약효가 무척 좋아요. 부제를 직접 지어준다면 ‘건축 따라 뉴욕 걷기’쯤으로 하겠습니다. 미국의 생성과 궤를 같이하는 오래된 도시 뉴욕을 건축으로 여행하는데, 걷다보니 온 뉴욕을 다 만나고 온 책입니다. 몽환적인 사진과 서투른 감상이 가득한 여행 책의 느끼함에 질렸다면 담백한 책이 필요할 거예요. 머무는 여행을 주창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리스 생활기 <먼 북소리>는 하루키를 싫어하는 사람조차 아끼고,<서른 살의 일요일들>은 여행이 모든 것을 치유해주지 않으며, 그저 반복된 일요일일 뿐이라는 담담하고 현실적인 자세를 가진 보기 드문 여행 책입니다. 러시아로 떠나고 싶다면 <최하림의 러시아 예술기행>, 동유럽이 궁금하다면 <굴라쉬 브런치>를, 이탈리아가 그립다면 <이탈리안 조이>, 인디아나 존스 같은 여행을 느끼고 싶다면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을, 아시아의 색다른 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후지와라 신야의 <동양 기행>을 권합니다. 작품 활동을 꾸준하게 하는 작가가 쓴 여행 책은 글이 좋아서라도 즐겁게 읽게 되죠. 에드먼드 화이트의 <게으른 산책자>나 <스테이>같은 ‘작가와 도시’ 시리즈들은 오늘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고, 낯선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는 여행서의 클리셰를 벗어난 문화와 통찰을 나눠줍니다. <보헤미안의 파리>처럼 한 도시에 집중하는 책은 미처 몰랐던 매력을 알게 해줄 확률이 높죠. 제목에 ‘인문학’, ‘고고학’, ‘예술’이 들어 있는 책은 모범생처럼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 이로워요.너무 글만 많은 책만 처방하는 것 아니냐고요? 그런 당신에게는 오카오 미요코의 <랜드랜드랜드>를 줄게요. 금방 다린 리넨 천처럼 아삭아삭하고 귀여운 폴라로이드 사진 에세이죠.

●부작용 여행을 가야 행복해질 것 같다는 착각. 사표 충동.

Q 근대사에 무게를 둔 한국 역사책 추천해주세요. 일반적인 역사책과 한국 경제 발전의 흐름을 다룬 책을 한 권씩 추천해주신다면 금상첨화예요.

A 우리나라의 근대사는 ‘벌거벗은 임금님’과 비슷합니다.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만 보이고, 그렇지 않으면 보이지 않으니까요. 우리 근대사를 폭 넓게 파악하고 싶다면 강준만 교수의 <한국 근대사 산책>, <한국 현대사 산책> 시리즈가 좋아요. 개화기부터 1990년대까지 우리나라를 둘러싼 모든 걸 알 수 있을 거예요. 높고 넓은 시야와 방대한 지식, 저자의 필력이 합쳐진 대단한 책이죠. 소장욕을 불러일으키며 대대손손 물려 읽기에도 참 좋은 책인데 문제는 도합 스물여덟 권이에요. 장기 복용하세요. 한국 경제 발전의 흐름을 다룬 책으론 유명한 책이 한 권 있죠. <한국 한국인 한국경제>, 이원복 교수가 그린 만화책입니다. 쉽고 알찬 내용으로 사랑을 듬뿍 받아왔는데 아쉽게도 17년 전에 출간되어 90년대 이후 상황이 반영되어 있지 않아요. 송병락 교수의 <한국 경제의 길>은 일반 상식용 책을 찾는 사람부터 경제학도까지 만족시키는 책입니다. 여기에 장하준 교수의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더하면 되겠어요.

●부작용 스물여덟 권의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다른 책을 복용할 수 없음. 새 책장을 들일 수 있음.

Q 조금 전까지 <내 생의 마지막 저녁 식사>란 책을 읽었어요. 호스피스 타운의 요리사 이야기인데, 살아 있음에 감사한 오늘 밤입니다. 음식과 요리로 풀어낸 인생 이야기 또 없나요?

A 우리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먹잖아요. 그래서 음식은 곧잘 인생과 비유되곤 하죠.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은 남미 문학의 환상적인 분위기와 이국적인 음식이 어우러져 있어요. 장미 꽃잎을 곁들인 메추리 요리를 먹은 주인공의 언니가 나체로 말을 타고 뛰어나가 반란군 장교의 연인이 될 정도니 말 다했죠. 제목이 칙릿 같지만 <서른 살의 레시피>는 자아를 찾는 여자의 인생이 요리와 어우러진 자전적 소설이죠. 한국인 입양아로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케이준 파우더의 냄새를 맡으며 자랐고, 록시땅의 창업주 올리비에 보송의 연인으로 프로방스의 풍요로움을 누리지만, 진짜 자기 자신을 찾고 싶은 허기를 누르지 못하는 열망을 담담하게 써 내린 책입니다. 절판된 책이라서 아쉽지만 철학 교수이자 작가인 뮈리엘 바르베리가 <고슴도치의 우아함>이전에 발표한 <요리소설, 맛>도 딱 원하는 책일 거예요. 죽음을 앞둔 세계적 음식평론가가 음식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내용이니까요. 영화화된 이자크 디네센의 단편집 <바베트의 만찬>도 인생의 기쁨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짧은 화두를 던지는 아름다운 이야기예요. 소화 잘되는 가벼운 소설로 <달팽이 식당>을 처방합니다. 하루에 한 테이블만 받는 특별한 식당에 대한 이야기죠. 전형적
인 일본 만화 스타일이지만 음식에 대한 묘사만큼은 꼼꼼해요. 우리 음식과 인생에 대한 책은 내 나라의 먹을거리를 반의 반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걸 탄식하게 만들어요. <황석영의 맛과 멋>, <변산바다 주꾸미 통신>,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는 맛깔스러운 음식 에세이예요. 특히 바닷가 음식을 주제로 한두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면 어부와 결혼하고 싶어질 거예요.

●부작용 공복에 섭취 시 위산과다로 속이 쓰리거나, 시간 장소를 불문하고 과식할 수 있음. 식후 복용을 권함.

Q 다들 다 아는 이야기들만 하는 것 같아요. 자기 계발서 중에 정말 지금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게 해주는 책 없나요?

A 자기 계발서는 ‘남의 계발서’라고 비웃음을 당할 정도로 저자만 돈방석에 올려놓기로 유명하잖아요. 그러니 냉철한 자기 계발서를 처방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직장생활에 대한 지침을 찾는다면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을 권합니다. 쓴 소리가 가득하죠. 이 책에 따르면 회사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글, 기가 질릴 정도지만 직장 생활의 본질을 건드리는 건 사실입니다 ‘직장 친구는 위험하다’, ‘인사고과는 업무실적과 상관없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려하면 존경받지 못한다’ 등 50가지 중에서 유독 아프게 다가오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 부분이 바로 당신의 약점일 겁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선 <운동화 신은 뇌>를 권합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라고 백 번 말하고, 예뻐지기 위해 운동하라고 열 번 말해도 무시하던 사람들이 더 똑똑해지고 성공하기 위해 운동하라는 말에는 솔깃해하더군요. 한마디로 운동을 하면 뇌 운동이 활발해지고 특히 창의력과 논리력이 우수해진다는 주장인데 세상의 모든 부모가 읽어야 할 책이라고 망설임 없이 외치겠습니다. 요즘 영 기억력이 떨어진다면 오메가3만 복용하지 말고 이 책 읽고 운동하세요. 재테크 관련 책은 재테크 기사에 실린 세 권이면 충분할 거예요, 그리고 말콤 글래드웰이 있죠. 20대에 해야 할 몇 가지나 성공하는 습관 같은 건 구닥다리예요. 이제는 말콤 글래드웰의 시대라고요! 특히 <아웃라이어>는 발군입니다. 무조건 긍정의 힘을 가지라는 도덕책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좋죠. 아니 왜 도덕책을 돈 주고 사 보나요?

●부작용 두통, 발열, 화병, 우울, 망상(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고 싶어짐).

Q 봄이라서 그런지 아름다운 문장을 읽고 싶어요. 책을 읽는 진도가 안 나갈 만큼 멋진 문장이 많은 에세이를 추천해주세요.

A 문장의 아름다움만으로 일상을 위무하는 책이 있죠.알베르 카뮈도 장 그르니에의 <섬>을 읽고 너무 감동한 나머지, 조용히 읽기 위해 아무도 없는 방까지 한 걸음에 달려갔다고 하잖아요. “오늘 처음으로 이 책을 읽는 낯선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는 최고의 찬사를 남겼고요. <섬>과 <어느 개의 죽음>을 아직 읽지 않았다면 당신은 행운아가 맞아요. 미셸 투르니에의 <외면 일기>는 장 그르니에보다 더 따뜻하고 부드럽죠.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가득해요.이런 책은 또 외로운 사람을 위로하는 효과도 있더군요. 신기한 일은 아니죠. 비아그라도 원래 혈압 치료제였다고 하잖아요. 뛰어난 문장가는 보잘것없는 쥐구멍에도 해 뜰 날을 만들어줍니다.일본의 탐미주의 문학의 주역인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산문집 <그늘에 관하여>는 ‘변소’를 드나드는 일 같은 반복된 배설의 행위마저도 세상에서 가장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로 바꿔버리니까요. 자유로운 형식을 갖춘 수필이기에 우리 작가들의 수필에 더 마음이 끌리는 건 당연한 일이죠.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소설가 김연
수의 <청춘의 문장>은 그의 모든 작품 중에서 가장 좋은 문장을 담고 있으며,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은 나만 보고 싶은 책이었는데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봤어요.가난한 시인 함민복의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는 아름다운 문장이 아름다운 수식어와 단어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걸 말해줍니다. 김남일의 산문집 <책>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책을 향해 보내는 뜨거운 사랑 노래죠. 그 사랑을 통해 자신의 옷깃을 여미며, 책 앞에서 부끄럽다고 하니까요.
●부작용 현실의 균형 감각을 잃고 몽롱해지게 됨. 밤에 책을 읽고 SNS에 글을 올리지 말 것.

Q 요즘 저에게는 통 좋은 일이 없어요. 무조건 웃고 싶다는 게 지금 심정이에요. 모든 걸 잊고 웃을 수 있을 만큼 웃긴 책도 있나요?

A 프로작이 필요 없도록 무조건 웃긴 책을 써드리지요. 카투니스트 김양수가 연재한 카툰을 묶어 만든 <생활의 참견>은 지금까지 두 권이나 나왔지만 보고 또 봐도 배가 아프도록 웃깁니다. <면장 선거>, <공중그네> 등 유쾌한 작품을 생산하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정말 웃긴 책이 산문집이라는 건 몰랐죠? <야구장 습격사건>이 그것인데, 야구 룰을 하나도 몰라도 웃는 덴 지장 없으니 걱정 마세요. 현대 사회에서 맥도널드를 먹고 자란 세대에게도 풍자와 해학의 맛을 알려주는 성석제의 소설집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과 이것보다 좀 더 웃기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도 광대뼈가 얼얼하도록 웃게 해줍니다. 이 책 한 권으로 문학계를 점령해버린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도 있죠. 혹시 영화 <행오버>나 <로드트립>처럼 미국식 화장실 유머를 좋아한다면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고전 전집 시리즈 중 한 권인 <조선시대 성소화 선집>도 실망시키지 않을거예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음담패설은 최고로 웃기는 코드인 거잖아요. <나를 부르는 숲>은 빌 브라이슨 특유의 까칠하고 시니컬한 유머 코드가 포진되어 있는데, 지금까지 번역된 그의 책 중에서 가장 웃기는 책이 확실합니다. 음악 칼럼니스트의 김작가의 칼럼집은 작정하고 제목을 <악행일지>로 달았습니다. 정말 웃긴데, 정말 웃긴데 뭐라고 더 이상 설명할 길이 없군요.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가 처방의 원칙입니다. <출발 비디오 여행> 보고 영화 봐서 재밌었던 적이 있던가요?

●부작용 도서관,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읽는 것을 삼갈 것. 이 모든 책을 읽고 한 번도 안 웃었다면 시급히 정신과 상담 요망.

Q 잡지 에디터가 되는 것이 꿈이예요. 어떤 책이 도움이 될까요? 에디터가 되기 전에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나요?

A 종종 비슷한 질문을 받아요.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건 기자가 작가(Writer)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기자는 작가이기 전에 에디터이며 PD에 가까울 때가 많죠. 손이 100개 달린 힌두교 여신처럼 손이며 머리며 100개가 달려 있어야 하는 존재가 바로 기자입니다. 지금은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는 것보단 장르를 불문한 책과 잡지를 닥치는 대로 많이 보는 게 더 도움이 될 거예요. ‘잡지 생활’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담은 <리즈 틸버리스가 만난 패션 천재들>은 아주 유명한 책이죠. 오래전에 절판되었는데 재출간 소식이 들리고 있어요. <보그>와 <바자>의 전성기를 이끈 전설의 편집장 리즈 틸버리스의 자서전으로, 잡지 기자를 원하는 사람들 외에도 많은 여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열정과 노력이면 얻지 못할 것은 없다는 걸 말해주거든요. 이 책이 패션 잡지 생활을 보여준다면 피처 에디터를 지망하는 사람들의 지침으로는 <워싱턴 포스트 만들기>를 권합니다. 한 명의 편집자가 신문과 잡지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책이며,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제각기 다른 미디어들의 치열함이 담겨 있어요.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는 종군 사진가 로버트 카파가 쓴 책입니다. 보도를 위해 죽음의 공포마저 뛰어넘는 열정과 무엇보다 그 모든 과정을 즐겨야 한다는 걸 보여주죠. 사실 모든 언론은 제각기 전투와 전쟁을 벌이고 있거든요. 로버트 카파는 그 실상을 매력적인 하드보일드 문체로 기록해놓았죠. 국어학자 남영신의 <우리말 바로 쓰기 노트>는 지금도 읽을 때마다 부끄러워져요. 세상에서 우리 말이 제일 어렵다는 걸 통감하게 만드는 책이지만 글 쓰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옆에 끼고 늘 펴 봐야 할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책을 미리 처방하는 이유는 절대로 한번 봐서 되는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타일>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저 멀리 밀어두시고요.

●부작용 가슴이 뛰거나, 차갑게 식거나.

Q 사실은 전 남자예요. 곧 결혼합니다. 좋은 남편이 되고 싶은데, 결혼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책도 처방받을 수 있나요?

A 물론입니다. 세상의 모든 남자는 <얼루어>의 남자 친구이자 남편이 될 사람이니까 말입니다. 미리 계도하는 셈치고 요점만 전달하겠습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슬로우 섹스>, <스님의 주례사>, <사위에게 주는 요리책> 이 네 권입니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라니, 약혼녀에게 한대 맞을 것 같다고요? 팔려야 하니 제목은 좀 자극적이지만 내용은 남녀 생활, 부부 생활에서 마주칠 수 있는 상황에서 남자의 행동심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자기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싸움이 적은 법입니다. 이걸 보면서 당신이 얼마나 평범한 남자인지를 깨닫고 미리 단속하라는 처방이에요. <사위에게 주는 요리책>은 페미니즘 잡지로 불렸던 <이프>에서 낸 책입니다. 그러니 여느 한국 남자에겐 급진적인 내용이 가득하겠지만 읽어두면 도움이 될 거예요. <스님의 주례사>는 현재 비문학 부문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와 있는데, 살며 사랑하라는 지혜를 고운 문장으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끝으로 <슬로우 섹스>는 말이죠, 어느 날 <얼루어> 편집부에 신간 소개용으로 도착한 책이죠.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당신이 침대 위에서 하는 건 다 틀렸어요! 뭐가 맞는지는 이 책 안에 대충 다 들어 있습니다. 이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부작용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행동이 안 됨. 신경계 이상은 아니니 걱정말 것.

Q 남들한텐 쉬운 연애가 왜 저는 항상 어려울까요. 너무 답답해서 잠도 안 와요. 그 이유를 알려주는 책은 없을까요?

A 세상에 연애가 쉬운 사람은 없답니다. 다 쉬운 척하는 거예요. 그래놓곤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우는 게 사람인걸요. 할리우드의 화려한 배우들도 해피 엔딩을 맞지 못할 때가 수두룩해요. 연애가 그렇게 쉬운 거였다면 이 세상 대부분의 책은 쓰이지 않았을 거예요. 연애가 얼마나 어려우며, 앞으로도 연애가 당신을 얼마나 괴롭힐지 미리 알려주면 도움이 될까요? 작가 파스칼 카냐르는 <은밀한 생>에서 사랑에 대한 담론만으로 양장본 484페이지를 채웠어요. 그는 사랑의 결과를 여덟 가지로 정의합니다. “사랑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고통을 진정시키고, 죽음을 떼어놓고, 사랑과 관련되지 않는 관계들을 해체시키고, 낮을 증가시키고, 밤을 단축시키며, 영혼을 대담하게 만들고, 태양을 빛나게 한다.” 연애에 대한 고전으로 손꼽히는 스탕달의 <연애론> 이후 최고의 연애론으로 손꼽히는 책이니 시간을 들여 읽어볼 만해요. 그 다음에는 알랭 드 보통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가 있죠. 유명한 책이니 생략할게요. <이별 리뷰>는 사랑을 하고, 그 사랑으로 고통받거나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치유를 위한 독서 여행을 권하는 책입니다. 이별 직후라면 가장 먼저 복용하세요. 마지막 책은 <비포 선라이즈>의 배우 에단 호크가 쓴 <웬즈데이>입니다. 그와 우마 서먼의 사랑과 결혼을 배경으로 한 책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어요. 가십은 차치하고, 이 책은 남녀 관계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지에 대해 쓴 짧은 연애 소설이라 하겠습니다. 이렇듯 사랑과 연애는 어려운 겁니다.

●부작용 기억상실과 정신분열. 연애하고 싶은 마음과 연애 따윈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오락가락함.

Q 시를 읽는 건 어려운 걸까요? 좋은 시집이 간절해요. 하지만 워낙 읽어본 적이 없어서 서점에 가도 무엇을 사야할 지 모르겠어요.

A 시를 읽는 눈은 잘 길러지지도 않지만, 굳이 기를 필요도 없어요. 서가에 꽂혀 있는 어떤 시집이라도 꺼내면 됩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쓴 시에도 인생이 듬뿍 담겨 있으니까요. 어느 순간 마음을 두드리는 시를 만나면 조용히 기억하고, 그 시인의 시집을 찾아 읽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임길택 선생님이 자신의 제자들인 사북 초등학교 학생 64명이 쓴 시 112편을 담아 출간한 <아버지 월급 콩알만하네>는 마치 원로 시인이 어린 아이인 척하고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죠. 사북 초등학교 아이들의 시심에 감복한 건 임길택 선생만은 아니었죠.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도 사북의 사진과 글을 함께 엮어 <침묵의 뿌리>를 냈는데 그곳에도 아이들의 시가 담겨 있습니다. 시는 읽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미 절반이 채워져죠. 백석과 기형도, 황지우, 나희덕의 시집은 취향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시를 좋아하게 만드는 마력의 시집이죠. 네루다의 시집 중에 가장 낭만적인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폴 엘뤼아르의 <이곳에 살기 위하여>, 두보 시선, 일본 하이쿠 선집에서 빠지지 않는 고바야시 잇사의 시집을 권합니다.

●부작용 답답증과 혼잣말. 시를 읽는 감상을 나누고 싶은데 주변에 시를 읽는 사람이 없다.

Q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무척 좋아해요.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데 그처럼 치유의 힘이 가득한 책은 없나요?

A 아무래도 비슷한 일본 소설 중에 그런 책이 많죠. 에쿠니 가오리나 요시다 슈이치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이들은 이미 알고 있을 테니 다른 책을 처방하겠어요. <벨자>는 여성심리에서 빠트릴 수 없는 작가 실비아 플라스의 초기작이죠. 부서질 듯한 예민한 정서의 주인공에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미, 마이셀프, 아일린>의 영화 감독이자 작가인 미란다 줄라이의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는 이 세상 곳곳의 상처 받은 사람들을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단편집인데, 짧아서 잠들기 전에 한 편씩 읽기 좋아요. 긴 호흡으로 지난 시간들과 사건에 대한 회복과 화해, 치유를 그리는 <시핑 뉴스>도 있죠. 이 책은 <브로크백 마운틴>의 원작자인 소설가 애니 프루가 썼습니다.

●부작용 문득 울 수 있어요.

Q 책을 읽고 싶은데 바쁘고 피곤해서 그런지 통 집중이 안 됩니다. 한번 펼치면 푹 빠져들면서 문학성도 뛰어난 소설책을 추천해주세요!

A 이 시대의 이야기꾼은 누가 있을까요? 베르나르 베르메르, 폴 오스터, 파울로 코엘료가 전부는 아니에요. 존 어빙은 정말 대단한 스토리텔러죠. 쉽게 읽히고, 위트를 잃지 않으면서도 인생에 대한 통찰을 드리우죠. <사이더 하우스>, <가아프가 본 세상>을 읽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 거예요. 할말이 많은 작가라서 늘 두 권씩 내지만 단편을 읽는 것처럼 휘리릭 읽혀요. 이것이 바로 문학의 상대성 이론이죠. 차가운 도시 감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트루먼 카포티의 <차가운 벽>은 감탄스러워요. <인 콜드 블러드>나 <티파니에서 아침을>같은 작품과는 또 다르죠. 이안 매큐언은 담배처럼 독한 책을 너무 아름답게 써서 문제예요. 영화 <어톤먼트>의 원작인 <속죄>는 영화로는 결코 담을 수 없는 대단한 장편소설이죠. 중편들도 아주 휼륭해요. <체실 비치에서>, <암스테르담> 등은 남녀 사이의 균열이 어떤 과정을 거치고 파국에 이르는지를 차갑게 기록합니다.

●부작용 지하철에서 읽다가 정거장을 지나칠 수 있음. 마지막 장을 읽을
때까지 수면 부족에 시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