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 인가>의 저자이자 트레이더인 김동조에게 경제학은 곧 합리성이다. 그가 <얼루어> 독자들의 재테크, 연애, 커리어 질문에 그 합리성을 기본으로 답했다.

헤어진 남자에게 연락이 와서 흔들립니다. 다시 사귀어도 될까요?

헤어진 남자와 다시 사귀어볼까 하고 생각하게 된 정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내가 너무 좋아했던 남자인데 남자가 나를 떠났다면 나는 그에 대한 미련을 아직 못 버리고 있기 마련입니다. 그와의 이별은 내게 상처가 되었을 테니까요. 나의 무엇이 부족해서 떠났을까 하는 의문을 아직 해소하지 못했다면 더욱 그렇겠죠. 왜 그가 나를 떠났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해서 상처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 이유가 세속적인 것이라면 더욱 큰 상처가 됐을 겁니다. 이런 경우 돌아온 그를 다시 사귀지 않으려면 대단한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결단력을 가진 사람들이 괜찮은 연애를 할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내가 부족해서 나를 떠난 남자가 다시 내게 돌아왔을 때 그를 거부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높지 않다면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니까요. 그럼 내가 떠난 남자를 내가 연락해서 다시 사귀게 되는 경우는 어떨까요? 내가 돌아가면 그는 나를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받아줄까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당신 때문에 남자는 상처받았을 테니까. 당신을 다시 만나면서 남자는 자존심을 회복하겠죠. 하지만 대개의 경우 자존감을 회복한 남자는 당신을 먼저 떠나게 될 겁니다. 당신이 이별하면서 가혹했다면 더욱 그럴 겁니다. 만약 그런 남자가 아니라면 어떨까요? 당신이 가혹하게 남자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돌아가면 언제든지 반겨주는 바위 같은 남자라면. 안타깝게도 그는 바위가 맞을 겁니다.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고 아무도 볼 수 없는 진짜 바위요. 당신은 당신 말고는 아무도 선택할 수 없는 그런 남자를 택한 겁니다. 부디 행복하세요.

 

회사를 다닐까요, 대학원에 갈까요?

박사 과정에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면 석사 과정 대학원을 가야 하는 경우는 두 가지뿐입니다. 첫째는 내가 원하는 직장을 갖지 못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 당신이 진학하는 대학원은 취업에 유리한 전공이어야 하고 취업에 유리한 학교여야 합니다. 둘째는 내가 원하는 결혼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입니다. 이 경우 당신이 진학하는 대학원은 적어도 당신이 졸업한 대학보다는 더 좋고 근사한 곳이어야 합니다. 졸업한 다음에도 당신이 진학한 대학원은 상대를 만날 때 유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만약 이 둘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이미 원하는 직장을 다니고 있고 원하는 배우자감도 있다면 당신의 대학원 진학은 일하기 싫은 자의 심리적 도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도피는 충분히 사치스러운 짓이기 때문에 당신이 그럴 충분한 재정적 여유가 있다면 그냥 어느 쪽이든 알아서 하면 됩니다.

 

결혼은 하고 싶은데 출산과 양육은 두려워요. 남자친구가 아이를 원한다면 결혼하지 말아야 할까요?

출산과 양육이 두려운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출산과 양육은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무엇보다 내 직업의 안정성을 위협합니다. 현실적으로 자식을 낳고 기르면서 여자가 직업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둘 이상의 자녀라면 더욱 그렇죠. 맞벌이라고 해도 일단 아이를 낳게 되면 이전보다 생활도 궁색해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출산과 육아의 부담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있습니다. 만혼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록 늦기는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결혼을 하고 있고, 일단 결혼을 하기만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고 있습니다. 첫째 이유는 결혼의 목적 자체에 출산과 양육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해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실은 결혼을 하기 위해서 사랑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둘째 이유는 출산과 양육이 결혼을 견고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결혼과 동시에 이혼이라는 옵션을 손에 넣게 되는데 이 옵션의 가치는 자식이 없을 때 행사하기 쉬워집니다. 결혼을 해서 같이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어려운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내가 발전할 수 있지만 상대가 나보다 더 나아질 수도 있습니다. 자식이 없으면 결혼 생활이 힘들어지거나, 상대가 나보다 뒤쳐질 때 이혼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혼을 안 하기 위해서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은 아니지만 자식의 존재가 결혼으로 이루어진 가족이라는 존재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합니다. 대상과 상관없이 내가 출산과 양육을 싫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남자친구라서 출산과 양육이 싫은 것인지 자신에게 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라면 다시 한 번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세요. 후자라면 상대가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한번 더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앞으로 중국이 대세라는데 지금이라도 중국어를 배우는 게 좋을까요? 
우선 중국의 성장이 놀라운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이제 7천 달러에 육박합니다. 우리의 25%에 달합니다. 중국의 인구 규모를 생각하면 엄청난 발전입니다. 서울은 북경에서 가장 가까운 메트로 도시입니다. 당연히 중국을 시장으로 삼고 중국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것이 한국의 화장품 회사들입니다. 서울은 이미 중국의 압구정동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놀라운 성장 때문에 중국어를 배우겠다는 것은 학습 동기로는 너무 막연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회를 가져올지, 그리고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와 관련해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만약 중국에 가서 일하며 살 예정이라면 중국어는 배워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중국의 대도시는 물가가 비싸고 대기 오염이 심해 생활 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중국에 가서 일을 한다고 인생이 확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위험합니다. 생각보다 중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해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일을 하면서 중국과 관련된 일은 할 생각이라면 서울에는 이미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고 서울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정도로 중국어를 해서 그다지 경쟁력이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동기로 단순히 어떤 나라가 잘될 것 같으니 그 나라 말을 배워두겠다는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여전히 우리가 가장 많은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은 영어입니다. 대부분의 중요한 자료는 영어로 만들어집니다. 게다가 중국의 성장은 계속되겠지만 과거와 같은 고성장은 이미 끝난 듯합니다. 중국 정부가 마지막 성장 동력으로 택한 중국 주식시장의 폭발적 상승이 끝나면 중국 경제는 상당기간 내부 문제로 고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전히 개인에게는 기회의 땅이겠지만 막연히 중국어를 배워서 성공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태도로 가질 수 있는 기회는 아닙니다. 좀 더 구체적인 목표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