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헤케는 작지만 뉴질랜드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기에 충분한 섬이다.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자연과 맛있는 음식을 넘칠 정도의 친절함과 함께 제공하는 곳, 쿨한 척하지 않기 때문에 더 쿨한 와이헤케의 본질을 찾아 떠났다.

나는 지금 캘리포니아의 소노마(Sonoma) 같기도 하고, 스페인의 리오하(Rioja)를 닮기도 한 뉴질랜드의 작은 섬 와이헤케(Waiheke)의 옵시디안 빈야드(Obsidian Vineyard)에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0,000km, 이탈리아에서는 그보다 몇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이곳에서 나파의 것과 흡사한 샤르도네를 맛보았고, 몬테풀치아노를 이제 막 목으로 넘기려는 참이다. 이 둘 모두 정원 뒤에 자리한 포도나무에서 난 와인으로, 뉴질랜드의 뜨거운 태양을 흠뻑 머금고 있다. 인구 8,200명의 와이헤케는 오클랜드에서 페리를 타고 35분 거리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인구의 1/4은 오클랜드로 통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이헤케는 오클랜드뿐 아니라 나머지 세상과도 까마득하게 멀게 느껴진다. 와이헤케는 물론 오클랜드 역시 다양한 매력과 훌륭한 음식 문화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지 못하고 있다. 뉴질랜드를 찾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생동적인 모험이나 대자연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지역으로 몰려드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와이헤케의 최상급 와인, 지역에서 자란 식재료로 만든 훌륭한 음식, 세련되면서도 캐주얼한 호텔, 현지인들의 따뜻한 환대, 청록색 바다를 비롯한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은 대부분 뉴질랜드인들의 몫으로 남겨져왔다. 이곳의 시각적인 매력은 너무나 강렬해서 ‘#nofilter’라고 해시태그를 걸고 관광 캠페인을 시작해도 될 정도다.

 

1 테 화우 빈야드에서 내려다보이는 테 화우 베이의 풍경. 2 더 오이스터 인 객실의 휴식 공간. 3 동그란 창문이 달린 더 오이스터 인의 문. 4 더 오이스터 인의 아침 식사

1 테 화우 빈야드에서 내려다보이는 테 화우 베이의 풍경. 2 더 오이스터 인 객실의 휴식 공간. 3 동그란 창문이 달린 더 오이스터 인의 문. 4 더 오이스터 인의 아침 식사

 

 

“우리에게는 이 모든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요.” 오네로아 (Oneroa) 근방에 작은 집을 빌려 남편, 딸과 함께 매해 여름을 와이헤케에서 보낸다는 뉴질랜드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카렌 워커의 말이다. 그녀가 설명하는 와이헤케의 진정한 매력은 다음과 같다. “섬 특유의 고립된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할까요? 모든 게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작은 마을이 꾸려가는 친근함에 아직도 흔적이 남아 있는 1970년대의 히피 무드까지…. 여기에 약간의 세련됨과 부유함을 버무리면 딱 알맞은 정도로 근사한 집, 맛있는 음식, 와인, 커피를 즐길 수 있어요. 느긋함과 세련됨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죠.” 와이헤케의 온화하고 오밀조밀한 풍경, 이를테면 올리브 나무, 소나무, 반듯하게 정돈된 포도나무 덩굴이 줄지어 선 언덕은 이탈리아의 움브리아(Umbria) 지역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고요함은 눈이 시리게 파란 바다나 이른 12월 여름의 시작과 함께 꽃이 만개하는 포후투카와(Pohutukawa) 나무의 붉은 물결을 만나면서부터 잔잔히 부서진다. 부산함은 섬에서 가장 큰 마을인 오네로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을의 주요 도로는 바다와 면한 도로 단 하나로, 오네로아 해변가와 평행을 이룬다. 도로에 줄지어 선 목재 방갈로는 요가 수업이나 플랫 화이트, 비치 타월,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비싼 부동산을 제공하는 가게로 개조 되었다. 섬의 동쪽 끝자락에는 개발되지 않은 절벽과 들판 사이로 몇몇 와이너리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으로 담기 아까울 정도로 완벽한 풍경을 벗삼은 자동차 드라이브, 혹은 자전거 여행 후 와인 테이스팅을 즐기기에 적합한 코스다. 섬 곳곳에서 ‘배치(Bach)’가 줄지어선 풍경을 만나게 되는데, 이는 19세기 중반 뉴질랜드에서 일어난 채광 열풍의 잔재로, 나무 판자로 간단하게 만든 광부들의 간이 숙소를 의미한다. 오늘날 이 판자 집들은 뉴질랜드의 전형적인 별장으로 변모해 방 두 개의 원조 배치부터 바다와 마주한 수영장과 와인 저장고, 방 여섯 개를 거느린 고급 별장까지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하게 꾸민 배치도 과시하는 듯 보이지 않는 것은 건축물이 지니고 있는 본질적인 소박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볼거리는 오네로아, 그리고 페리가 드나드는 마티아티아 만 (Matiatia Bay)이 자리한 섬 서쪽에 자리한다. 2012년 후반에 부티크 호텔, 더 오이스터 인이 문을 열면서 오네로아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기다란 파티오에서 식사를 즐기는 레스토랑 고객들은 오클랜드의 유명 셰프, 사업가, 예술 종사자들로 서로 아는 사이인 경우가 많다. 호텔의 공동 소유주인 앤드루 글렌은 런던에서 루이 비통과 톱숍의 간부로 활약하 기도했다. 중국인 어머니와 영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자란 그는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휴가를 가족과 함께 하우라키 만에서 요트 여행을 하며 보내곤 했다. 1년에 걸친 세계일주를 마친 후 글렌과 뉴질랜드 태생인 그의 파트너 조나단 루터퍼드-베스트는 와이헤케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조나단과 함께 미얀마를 여행하는 도중에 가이드가 우리에게 “마음만 먹으면 천국에서 살 수 있어요! 무엇이 당신을 가로 막고 있나요?”라고 묻더군요. 그 순간 와이헤케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깨달았죠.” 글렌이 당시를 회상하며 설명한다. 더 오이스터 인을 통해 글렌과 루터퍼드-베스트는 세련됨과 친절함이 균형을 이루는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냈고,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호텔을 탄생시켰다. 우아한 도시 생활과는 동떨어진 거친 자연의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와이헤케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STAY

더 보트셰드(The Boatshed) 뉴질랜드 와이헤케 섬에 위치한 비치 하우스 스타일의 숙소. 등대를 모티프로 꾸민 복층 룸에서 내려다보는 해변가의 전경이 멋지다. www.boatshed.co.nz

코넬스 베이 게스트 코티지(Connells Bay Guest Cottage) 아침에는 수영을 하고, 오후에는 조각 공원에 설치된 대형 조형물을 관람하자. 방과 화장실이 두 개씩 딸린 집을 통째로 빌릴 수 있다. www.connellsbay.co.nz

더 오이스터 인(The Oyster Inn) 컨트리풍으로 꾸민 아기자기한 흰 방, 높은 천장이 매력적이다. www.theoysterinn.co.nz

 

WHEN TO GO 

사람들이 몰리는 크리스마스 시즌과 성수기인 1월을 피해 2월, 또는 11월 말과 12월 초에 방문하면 여유롭게 와이헤케의 따스한 여름 날씨를 만끽할 수 있다. 우기인 6월과 7월은 피하는 게 좋다.

 

1 포데리 크리스치의 오너 셰프 안토니오 크리스치. 2 더 오이스터 인의 테라스 공간. 3 주말에 더 오이스터 인을 방문하면 아스파라거스를 얹은 송로버섯 달걀 토스트를 브런치로 즐길 수 있다. 4 더 보트셰드의 객실에 장식된 보트 모형. 5 아와와로아 만에 위치한 포데리 크리스치 레스토랑에서 직접 훈제한 아코로아(Akoroa) 연어 요리. 6 더 오이스터 인의 테라스. 7 테 화우 빈야드에 줄지어 선 포도나무. 8 렌털 배치에 딸린 개별 풀. 

1 포데리 크리스치의 오너 셰프 안토니오 크리스치. 2 더 오이스터 인의 테라스 공간. 3 주말에 더 오이스터 인을 방문하면 아스파라거스를 얹은 송로버섯 달걀 토스트를 브런치로 즐길 수 있다. 4 더 보트셰드의 객실에 장식된 보트 모형. 5 아와와로아 만에 위치한 포데리 크리스치 레스토랑에서 직접 훈제한 아코로아(Akoroa) 연어 요리. 6 더 오이스터 인의 테라스. 
7 테 화우 빈야드에 줄지어 선 포도나무. 8 렌털 배치에 딸린 개별 풀.

 

 

길목을 따라 조금 올라가 리틀 오네로아 비치에 다다르면 섬에 대한 외부인들의 인식을 바꿔주는 또 다른 한 쌍을 만날 수 있다. 더 보트셰드(The Boatshed)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스코트와 조나단 스코트 부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가족의 별장 건물을 방 다섯 개의 작은 B&B로 개조했다. 에어 뉴질랜드의 날렵한 기내 인테리어를 총괄하기도 한 산업 디자이너 데이비드 스 코트는 대부분의 시간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보내지만 크리스마스만은 꼭 와이헤케에서 보 낸다. 더 보트셰드에 기반을 두고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하는 것은 조나단이다. 캐주얼하면서도 흠잡을 데 없는 서비스는 더 보트셰드의 자랑이다. 키친과 식사 공간이 하나로 이어져 투숙객들은 셰프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메뉴 선정에 참여할 수 있으며 식사는 호텔 곳곳에 자리한 테라스에서 즐길 수 있다. 뉴잉글랜드 특유의 마린 풍 디자인(웨인스코팅, 동그란 창문, 망원경이나 배의 타륜을 차용한 디테일)과 옅은 담갈색, 상아색, 회색 등의 플레미시풍 컬러 팔레트가 멋스러운 조화를 이룬다. 정원에는 영국풍 스타일로 풍성하게 가꾼 꽃이 뉴질랜드산 사지식물과 어우러진다. 길 건너 위치한 두 개의 배치는 2010년 에 리노베이션을 거쳐 개별 바, 독립형 욕조, 벽 난로, 스크린을 여닫을 수 있는 널찍한 베란다를 갖추었다. 잘 손질한 1970년대의 빈티지 미니 모크 차량도 직접 운전하기를 원하는 투숙객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근방의 와이너리를 방문하거나, 섬에서 가장 크고 예쁜 해변가로 손꼽히는 오네탕기 비치(Onetangi Beach)에서 산책을 원하거나, 섬의 남동쪽 끄트 머리 코넬스 베이(Connells Bay)의 조각 공원에서 2011년 베네치아 비엔 날레에 뉴질랜드 대표로 참석한 유명 현대 작가 마이클 파레코와이의 작품을 구경해도 좋겠다. 

 

물론, 오클랜드가 위치한 노스 아일랜드에도 매력적인 숙소가 넘친다. 하지만 매년 11월부터 3월 사이 주말마다 오클랜드 주민들을 와이헤케 행 페리로 향하게 하는 것은 다양하면서 풍성한 음식 문화의 힘이 크다. 와이헤케의 레스토랑은 현지에서 수확한 신선한 생선, 고기, 농작물을 활용한 수준 높은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더 오이스터 인 외에도 각종 상을 섭렵할 정도로 수준 높은 와이너리와 훌륭한 레스토랑이 곳곳에 자리한다. 그중 테 화우(Te Whau)와 케이블 베이(Cable Bay)가 대표적이다. 특히, 슬레이트와 목재로 마무리한 케이블 베이의 근사한 내부에서 내려다 보는 기가 막힌 풍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리틀 오네로아 비치에 위치한 드래건파이어드(Dragonfired)도 빼놓을 수 없다. 장작불로 구워내는 바삭바삭하고 얇은 피자는 해변가의 별미로 온종일 손님이 북적거린다. 이러한 호텔과 레스토랑은 그다지 상업적이지도, 규모가 크지도 않다. 하지만 올망졸망 숨어 있는, 작은 보석 같은 공간들이 더욱 열정적인 팬을 거느리는 법이다. 카렌 워커는 스토니리지 빈야드(Stonyridge Vineyard)에 딸린 베란다 카페(Veranda Cafe)에서 보내는 오후를 극찬한 다. 울창한 올리브나무 사이에서 즐기는 프로방 스풍의 식사는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런가 하면 글렌과 루터퍼드-베스트 커플은 카시타 미로(Casita Miro)를 몹시 좋아한다. 이 레스토랑은 스페인풍의 타파스 요리들을 선보이는데, 담요를 바닥에 깔고 피크닉 스타일로 서빙하거나 온실처럼 꾸민 레스토랑에서 플라멩코나 파두 선율에 맞춰 식사를 음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모두가 입을 모아 칭송하는 또 하나의 장소는 다름아닌 고요한 아와와로아 만(Awaawaroa Bay)이 내려다보이는 섬의 하부에 위치한 포데리 크리스치(Poderi Crisci)로 안토니오 크리스치가 운영하는 와이너리, 와인 테이스팅 룸,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할머니에게서 처음 요리를 배우고 오클랜드의 여러 고급 레스토랑에서 셰프의 경력을 쌓은 후 창의력 넘치는 이탈리아 남부 요리(누에콩과 문어 카르파초, 달달한 와인 비네그레트를 곁들인 실크같이 매끄러운 부라타 치즈)와 와인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환상적인 레스토랑을 와이헤케에 오픈했다. 단체 손님을 위한 대형 식탁은 오픈 키친 바로 옆과 와인 테이스팅을 위한 지하 저장고공간에 보기 좋게 배치 했다. 맛 좋은 음식과 훌륭한 와인을 음미하며 보내는 느긋한 일요일 오후, 이곳에서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된다. 

 

EAT & DRINK  

케이블 베이 빈야드(Cable Bay Vineyards) 직접 재배한 허브와 과일, 그날 잡은 어패류로 구성된 메뉴를 선보인다. www.cablebayvineyards.co.nz

카시타 미로(Casita Miro) 스페인과 지중해 요리가 만났다. 타파스 형식으로 나오는 푸짐한 요리는 나눠 먹기 좋고, 칵테일처럼 마시는 샹그리아도 훌륭하다. www.casitamiro.co.nz

드래건파이어드(Dragonfired) 해변가에서 먹는 고품격 스트리트 푸드. 유기농 재료로 만든 피자와 칼초네는 포장메뉴로 인기다. www.dragonfired.co.nz

머드브릭 빈야드 & 레스토랑(Mudbrick  Vineyard & Restaurant) 와인 시음부터 결혼식까지, 와이너리의 모든 로망을 채울 수 있다. www.mudbrick.co.nz

옵시디안 빈야드(Obsidian Vineyard)  와인을 사랑한다면 이곳 클럽에 가입하자.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장 먼저 옵시디안 와인을 마실 수 있다. www.obsidian.co.nz

포데리 크리스치(Poderi Crisci) 초록과 금빛으로  물든 정원에서 이탤리언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생면으로 만든 파스타와 라비올리가 특히 인기다. www.podericrisci.co.nz

테 화우 빈야드(Te Whau Vineyard) 오픈 키친에 탁 트인 전망은 와이헤케 섬 최고라 자부한다. 비싼 와인을 글라스로 즐길 수 있다. www.tewhau.co.nz

베란다 카페 앳 스토니리지 빈야드(Veranda Cafe  at Stonyridge Vineyard) 포도 덩굴과 올리브 나무가 우거진 빈야드. www.stonyridge.com

 

WINE DOSSIER

케이블 베이 피노 그리 2012(Cable Bay Pinot  Gris 2012) 가볍고 청량한 맛이 일품이다. 

미로 빈야드 시라 2008(Miro Vineyard Syrah  2008) 화이트 후추 맛이 살짝 느껴지는 풍성한 맛을 자랑한다.

옵시디안 샤르도네 2012(Obsidian Chardonnay  2012) 부드러운 프랑스 와인을 닮았다.

테 화우 ‘더 포인트’ 2010(Te Whau ‘The Point’  2010) 테 화우에서 블렌딩한 와인으로 무겁고 강한 풍미를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