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두 번째 책이자 첫 소설인 <실내인간>을 쓴 이석원. 인고의 시간은 길었지만 아마도 그 를 닮았을 이 소설, 꽤 재미있다. 작가의 단 한 가지 바람처럼 말이다. <보통의 존재>와 <실내 인간>으로 우리를 두 번 놀라게 한 작가 이석원의 말.

<보통의 존재>를 출간한 직후부터 소설을 쓰겠다고 했었다. 그후로 시간이 꽤 흘렀는데.
첫 책을 쓴 상태에서, 한 글자도 안 쓴 상태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고 이병률 대표에게 ‘거짓말’을 했다. 몇 달 동안 한 문장도 못 썼다. 소설 쓰는 게 이런 건 줄 알았더라면 안 그랬을 텐데…. 태어나서 가장 절망스러운 4년을 보냈다. 솔직히 완성 못할 줄 알았다.

‘거짓말’을 아주 잘해야 하는 작업이 소설 아닐까. 에세이와는 또 다른 경험을 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아주 나한테 딱 맞는 작업이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각기 다른 100개가 있는 에세이와 한 개의 완성된 이야기가 있는 소설은 다른 이야기였다.

소설을 쓰겠다는 마음의 동기는 어디서 왔나?
에세이를 내고 평생 글을 쓰고 살기로 결심했다. <보통의 존재> 이후 에세이를 쓰자는 제의를 몇 곳에서 받았지만, 나는 ‘ 에세이스트’로 살 생각은 없었다. 그러니까 내게는 소설은, 써야만 했고 쓸 수밖에 없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실내인간>이라는 제목은 언제 떠올렸나?
쓰는 중간에 정했다. 몇 개 생각해둔 제목 중 하나였다.

소설을 읽고 솔직히 놀랐다. 재미있었고, 잘 쓴 소설이다. 그런 반응을 많이 듣지 않나?
그렇다면 너무나 기쁘다. 내가 소설을 쓰면서 단 한 가지 바란 건 사람들이재 ‘미있게’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책은 내가 반을 쓰고, 나머지 반은 독자가 쓴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썼다’는 것에만 만족할 수 없다. 독자들의 반응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생생했다. 청춘들의 이야기를 ‘흉내’ 낸 느낌이 아니어서 좋았다.
아는 것만 써서 그렇다. 경험하지 않은 건 쓰지 못한다. 아마도 내가 겉만 나이를 들어서가 아닐까?나도 그런 흉내 낸 듯한 소설을 싫어해서, 성장소설이라는 걸 잘 읽지 않는다. 처음 소설을 쓰면서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영감을 받았을지 궁금하다. 이 소설은 작은 씨앗으로 시작해, 마지막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나 역시 소설의 작법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한동안은 정말 많은 소설을 읽었다. 하지만 재미있는 소설이 없었다. 다 너무 실제와 유리된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재미있는 책’, ‘휘리릭’ 넘어가는 책을 쓰고 싶었다. 사람들이 내게 ‘재미있다’고 한다. 그게 진심이라면, 난 정말 좋다. 그거 하나를 바라고 썼으니까.

당신이 원래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걸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건 아마 당신이 매우 정확한 문장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입력보다 출력의 기회가 많았던 건 사실이다. 돈을 받고 글을 쓰면서 몇 년 먹고살았으니까 . 책은 읽지 않았지만 신문은 빠짐없이 읽었다. 사설만 빼고. 사설은 재미없어서 안 읽었다.

<보통의 존재>가 굉장한 판매부수를 기록했고, 지금 책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도 당신은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사인회나 독자를 만나는 행사를 할 때면 늘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갈피라도 만들어야 오지 않을까 하면서 책갈피도 만든다. 예약판매 얘기를 할 때도, 장담하지만 아무도 안 살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와주고 사주고 하는 게 여전히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보통의 존재>도 이런 어두운 책을 누가 볼까 싶었다.

다음 소설을 구상하고 있나?
이미 쓰고 있다. 진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