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디자이너들은 규율을 깼다. 군복을 연상시키는 카키색 외투와 팬츠는 페플럼 재킷과 카무플라주 패턴의 섹시한 스커트로 변신했다. 여자들만의 군대가 런웨이 위에서 행진을 시작했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유격과 군복, 국방색 등 군대 관련 스타일이라면 치를 떨겠지만 군대에 가지 않은 여자들에게 밀리터리 룩은 일종의 패션 판타지다. 세계 최초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아멜리아 에어하트의 에이비에이터 룩은 여자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스타일이고, 카무플라주 패턴은 펑키하고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상징한다. 트렌드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밀리터리 룩은 강인함을 드러내기 위해 군복에서 영감을 얻은 금색 단추와 어깨 견장의 각진 코트처럼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밀리터리 룩은 여성미를 극대화하는 우아한 룩으로 방향을 틀었다.

1 실버 소재 귀고리는 3만2천원, 엠주(Mzuu). 2 소가죽 소재와 골드 소재 목걸이는 가격미정, 마르니(Marni). 3 양털과 가죽 소재 바이커 재킷은 가격미정, 오즈세컨(O’2nd). 4 울과 폴리에스테르 소재 카무플라주 패턴 쇼츠는 52만5천원, 타임(Time). 5 소가죽 소재의 펀칭 앵클 부츠는 1백10만원대, CH 캐롤리나 헤레라(CH Carolina Herrera). 6 토끼털 소재와 면 소재, 모직 소재의 패딩 점퍼는 50만원대, 질 바이 질 스튜어트(Jill by Jill Stuart). 7 소가죽과 도금 소재 팔찌는 21만5천원, 타임. 8 송치 소재 토트백은 1백80만원대, CH 캐롤리나 헤레라.

1 실버 소재 귀고리는 3만2천원, 엠주(Mzuu). 2 소가죽 소재와 골드 소재 목걸이는 가격미정, 마르니(Marni). 3 양털과 가죽 소재 바이커 재킷은 가격미정, 오즈세컨(O’2nd). 4 울과 폴리에스테르 소재 카무플라주 패턴 쇼츠는 52만5천원, 타임(Time). 5 소가죽 소재의 펀칭 앵클 부츠는 1백10만원대, CH 캐롤리나 헤레라(CH Carolina Herrera). 6 토끼털 소재와 면 소재, 모직 소재의 패딩 점퍼는 50만원대, 질 바이 질 스튜어트(Jill by Jill Stuart). 7 소가죽과 도금 소재 팔찌는 21만5천원, 타임. 8 송치 소재 토트백은 1백80만원대, CH 캐롤리나 헤레라.

극과 극의 아이템을 조화롭게 연출하는 데 독보적인 재능을 지닌 랑방의 알버 엘바즈는 군복 재킷에 여성미를 강조한 플레어 스커트를 매치해 우아한 레이디 룩을 선보였다. 그런가 하면 남색과 카키색을 대비시킨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재단의 트렌치코트 원피스 룩으로 시선을 끈 사카이의 아베 치토세, 밀리터리 룩의 특징인 어깨 견장을 단 가죽 코트에 페플럼 장식을 더해 여성스럽게 풀어낸 빅터앤롤프와 프라발 구룽처럼 고급스러운 소재와 절제된 장식의 밀리터리 룩은 도심의 오피스 룩으로 손색없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클로에는 소녀풍의 밀리터리 룩을 선보였다. 10대 소녀들이 입을 법한 서스펜더 스커트로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룩을 연출했고, “약간의 남성성을 가미했을 때 극도의 여성미가 완성된다”라고 말한 마이클 코어스는 섹시한 드레스에 카무플라주 패턴의 퍼 머플러로 아찔하게 관능적인 룩을 연출했다.
여성미를 강조한 밀리터리 룩을 연출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군복에서 영감을 얻은 재킷이나 코트, 남성적인 느낌의 각진 아우터를 선택하고 여기에 반드시 스커트를 함께 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키색 재킷이나 코트에 스커트를 입는 단순한 대비만으로도 이번 시즌 여성스러운 밀리터리 룩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트렌드에 충실한 멋을 걸치기 위해 기억해야 할 또 다른 점은 카키색을 바탕으로 빨간색이나 검은색, 파란색, 갈색 등 포인트 컬러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키색의 비율이 높으면 좀 더 군복에 가까운 밀리터리 룩을 연출할 수 있,고 나머지 색의 비율이 높으면 여성스럽고 도시적인 멋이 부각된다. 액세서리에 있어서는 여성미를 강조하기 위해 잘록하게 허리를 강조하는 벨트를 적극 활용한다. 주얼리는 사슬이나 스터드를 활용한 거친 느낌의 디자인을 선택하고, 대신 구두는 여성스러움을 드러내는 앞코가 뾰족한 하이힐 슈즈를 매치하는 식의 연출도 세련된 밀리터리 룩을 연출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9 스터드 장식의 양가죽 소재 숄더백은 가격미정, 마르니. 10 폴리에스테르 소재 스카프는 19만5천원, 시스템(System). 11 나일론 소재와 가죽 소재의 벨트는 44만원, 월포드(Wolford). 12 모직 소재 재킷은 45만9천원, 시스템. 13 폴리에스테르 소재 멜빵 치마는 11만9천원, 카이아크만(Kai-aakmann). 14 카무플라주 패턴 니트 스웨터는 가격미정, 엠에스지엠 바이 라움(MSGM by Raum). 15 소가죽 소재 앵클부츠는 1백97만원, 지미 추(Jimmy Choo). 16 모직 소재 코트는 1백8만원, 제라르 다렐(Gerard Darel). 17 합성 피혁 소재 지퍼 장식 클러치백은 34만9천원, 주크(Zooc).

9 스터드 장식의 양가죽 소재 숄더백은 가격미정, 마르니. 10 폴리에스테르 소재 스카프는 19만5천원, 시스템(System). 11 나일론 소재와 가죽 소재의 벨트는 44만원, 월포드(Wolford). 12 모직 소재 재킷은 45만9천원, 시스템. 13 폴리에스테르 소재 멜빵 치마는 11만9천원, 카이아크만(Kai-aakmann). 14 카무플라주 패턴 니트 스웨터는 가격미정, 엠에스지엠 바이 라움(MSGM by Raum). 15 소가죽 소재 앵클부츠는 1백97만원, 지미 추(Jimmy Choo). 16 모직 소재 코트는 1백8만원, 제라르 다렐(Gerard Darel). 17 합성 피혁 소재 지퍼 장식 클러치백은 34만9천원, 주크(Zooc).

또 하나, 이번 시즌 밀리터리 룩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카무플라주 패턴이다. 카키색과 검은색, 흰색이 섞여 있는 카무플라주 패턴은 원색적인 컬러의 재기발랄한 디자인으로 변형돼 ‘너무 쎄 보인다’는 편견을 금세 지워준다. 크리스토퍼 케인은 짙은 파랑과 회색, 와인색 계열의 카무플라주 패턴으로 매력적인 가을/겨울 패션을 완성했다. 여성스럽게 변형된 카무플라주 패턴은 플리츠 스커트나 미니 드레스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배가시켜준다. 이런 카무플라주 패턴에 대해 스타일리스트 정윤기는 “터프한 밀리터리 룩의 대명사인 카무플라주 패턴은 이번 시즌 좀 더 부드러워지고 패턴은 단순해졌다. 그동안 유니섹스 아이템으로 종종 응용되었지만 이번엔 여성스러운 디자인의 하이힐 슈즈, 클러치백 등에서도 카무플라주 패턴 아이템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시적인 스타일을 즐겨 입는다면 모노톤의 카무플라주 패턴을, 스트리트 무드 룩에서는 과감하게 원색 컬러의 카무플라주 패턴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고 스타일링 팁을 전한다.
사실 이번 시즌 유독 뉴욕 컬렉션에서 많은 디자이너가 밀리터리 룩을 선보인 건 미국 내 여군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자국의 여군을 최전방에 근무하지 못하게 하는 조항과 여군의 방탄조끼가 새롭게 선보이면서 자연스럽게 밀리터리 룩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밀리터리 룩은 해외에만 국한된 트렌드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푸른 거탑>, <진짜 사나이> 같은 군대 관련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군복에 대한 관심도 늘어났고, 패션 브랜드마다 일상에서 쉽게 입을 수 있는 다양한 밀리터리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무플라주 플리츠 스커트나 니트 스웨터, 페플럼 재킷처럼 여성스러운 요소를 살린 아이템들은 밀리터리 룩이 너무 세 보일까 입기 를 꺼린 당신이라도 충분히 소화 가능하니 꼭 한번 입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