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가구, 그래픽, 영상, 음악에 이르기까지 세상에 없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두 사람이 만났다. 친구와 연인으로, 인생의 파트너로 창조적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듀오 아티스트에게 그들의 작업과 꼭 두 사람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물었다.

원펀치의 서영호(왼쪽)와 박성도(오른쪽)

Onepunch

기타 치고 노래하는 박성도와 건반 치고 노래하는 서영호는 원펀치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첫 EP 앨범 <해뜨는 오후>를 시작으로 정규 1집 앨범 <펀치 오브 러브>를 발표했고 포크에서부터, 록, 재즈까지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데뷔는 2007년인데 이제야 정규 앨범이 나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서영호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하고 있었고 정규 앨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정규 앨범을 만들면서 그 전의 EP를 만들 때와는 다른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고, 지난 시간을 정리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우리 스스로도, 대중에게도 원펀치를 더 좋은 뮤지션으로 인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보여주는 음악 스타일이 꽤 다채롭다.
서영호 그렇다. 하나의 주제로 관통하는 음반은 아니다. 우리는 하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지 않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걸 한다. ‘더 박서’에서 ‘원펀치’로 이름을 바꾸면서 어쿠스틱 음악을 했고, 그 시기에 알려지면서 우리를 어쿠스틱 팝 밴드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원펀치의 음악을 하나의 수식어로 규정하기는 힘든 것 같다. 이번 앨범이 그랬던 것처럼 다음 앨범도 어떤 스타일로 만들어질지 모를 일이다.

방준석에게 프로듀싱을 맡긴 이유는?
박성도 우리의 음악적 범위를 확장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당시에 한영애의 [Behind Times]라는 음반을 듣고 있었다. 그 음반을 장영규, 달파란, 이병훈, 방준석의 음악 집단인 ‘복숭아’가 프로듀스한 걸 보고 방준석을 떠올렸다. 우리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우리가 제안한 것을 해보고 기다려주곤 했다. 우리의 의견을 조율해주고 마치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처럼 끌어주었다.

정규 앨범에 실린 ‘춤출 거야’에서 미묘하게 들려오는 고양이 소리가 재미있다. 의도한 것인가?
박성도 준석이 형의 집에 16살 된 고양이가 있다. 헤드폰을 끼고 녹음을 하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고양이 소리였다. 재미있는 흔적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우지 않았다.

1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첫 만남을 기억하는가?
서영호 성도와는 고3 때 같은 반이었다. 내가 원래 성도처럼 눈이 크고 속눈썹 긴 스타일을 별로 안 좋아한다. 둘 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쉬는 시간이면 늘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나는 몇 개의 음반만 편식하며 듣는 편이었는데 성도가 팻 매스니 앨범을 들어보라며 줬다. 그렇게 서로 음반을 주고받고 농구도 같이하면서 친해졌다.

그러다가 함께 음악을 하게 된 계기는?
박성도 방학 때 영호 집에 놀러 가서 같이 기타 치고 놀던 기억이 있다.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PC통신으로 밴드를 모아서 여러 사람들과 같이하기도 했고 그러다가 재즈 아카데미에 들어갔다. 이후로 자연스럽게, 좀 더 전문적으로 음악을 공부하게 되었다. 중간중간 서로 다른 일을 할 때도 있었지만 결국 둘이 만나게 되었다.

음악 외에 함께 할 때 가장 즐거운 건 뭔가?
서영호 탁구 치는 걸 좋아한다. 실력이 비슷해서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군대 가기 전에는 여행도 같이 다니고 그랬는데 사 람들 시선도 따갑고 요즘에는 통 시간이 없어서 못 갔다.

이것만은 너와 함께 할 수 없다, 싶은 것도 있을 것 같다.
박성도 영호랑 같이 쇼핑하는 게 힘들다.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린다. 옷뿐만 아니라 영호는 호불호가 분명한 편이다. 나는 사이즈만 대충 맞으면 옷을 사고 음악 역시 아니더라도 일단 만들어보자는 식이다.

서영호 성도랑 5년을 같이 살았다. 혈기 왕성한 시절이라 연습실에서 살았는데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사소한 걸로 자주 싸우게 되더라. 그래서 다시는 같이 안 살려고.

싸우면 누가 먼저 화해를 시도하는 편인가?
박성도 그냥 다른 주제로 넘어간다. 주위에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 싸움의 전개 과정이 우리와 많이 다르더라. 우린 중재나 화해의 과정이 없다.

반복해서 찾는 힐링 아이템이 있다면?
박성도 어릴 때 에릭 크랩튼의 <언플러그드> 앨범을 듣고 기타를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끓여 주는 된장찌개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가끔씩 그 음악을 꺼내 들으면 당시의 나와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떠오른다. 감정이 요동을 치던 시절에는 영화 <파이란>을 많이 봤다.

서영호 물속에 있는 걸 좋아한다. 수영을 하기보다는 가만히 떠 있는 게 좋다. 내가 성장을 덜해서인지 유난히 성장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러쉬 모어>를 자주 본다. 그리고 아주 늦은 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피아노를 친다. 피아노를 칠 줄 알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계속 음악을 해나갈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서영호 음악 자체는 너무 좋은데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를 많이 봤다. 상황이 좋고 좋지 않고를 떠나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하고 있고, 내가 목표하는 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힘을 준다.

박성도 우리 음악해, 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언젠가부터 우리를 아는 사람들, 친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음악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가 나의 자아를 형성하는 건 물론이지만 그들이 내게 거는 기대와 생각 또한 나를 형성하는 요소가 된다. 이미 음악 하는 사람이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음악 하는 사람이고 싶다.

DNDD의 이고은(왼쪽)과 이정헌(오른쪽)

DNDD

아트 디렉터 이고은과 프로젝트 매니저 이정헌으로 구성된 DNDD는 애니메이션, 출판, 디자인 컨설팅, 그래픽, 인테리어 등 다양한 장르의 디자인 사업을 하고 있다.

두식앤띨띨에서 DNDD로 이름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이정헌 10여 년간 두식앤띨띨이라는 이름으로 그림도 그리고 디자인도 하고 여러 가지 작업을 했지만 본격적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좀 더 전문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식앤띨띨이라는 이름을 좋아하지만 작가적인 성향이 강해서 DNDD로 바꾸게 되었다.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변화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는 두식앤띨띨이기도 하다.

일러스트 작업을 시작으로 사진, 인테리어에 이르기까지 다루는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고은 일러스트 작업만큼이나 디자인, 사진 작업을 했는데도 여전히 우리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일러스트인 것 같다. 그게 우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작업의 근간이 되는 그림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기억해주
는 것이니까. 예전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다 하려고 했는데 앞으로는 범위를 명확히 해서 디자인과 인테리어 콘셉트, 도안 까지만 우리가 하고 나머지는 전문가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바꿔나갈 생각이다.

최근 파주 출판단지로 작업실을 옮겼다. 생활에 꽤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이정헌 여기로 이사 오면서 평소 잠드는 시간에 일어나게 되었다. 비록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11시쯤 출근하고 밤 10시에 퇴근을 한다. 시간을 쪼개서 쓸 수 있게 되었고 몸도 확실히 가뿐해졌다. 예전에는 아침에 오는 전화를 거의 못
받았는데 이제는 아침에 전화를 받고 걸기도 할 수 있으니 정말 엄청난 변화인거다.

올해 11월이 되면 둘이 연인이 된 지 11년째라 들었다. 첫 만남도 운명적이었나?
이정헌 학교 수업을 같이 듣게 되면서 만났는데 호감은 있었지만 첫눈에 서로를 알아본 건 아니다. 같이 숙제를 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조금씩 가까워졌다. 1년 전, 11월 11일에 별을 보면서 고은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두 사람은 특히 소울메이트의 느낌이 강하다. 서로가 가장 확실히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이고은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 예전에는 둘 다 친구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항상 둘이 함께였다. 그렇게 긴 시간 속에 거의 둘만 있었으니까 자연스럽게 같은 것을 공유하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두 사람은 어떤 게 같고 또 다른가?
이정헌 둘 다 사교성이 좋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나는 느긋한 편이고 고은이는 추진력이 있다. 그래서 고은이의 템포에 내가 맞춰가는 편이다. 둘이 사랑하면서도 좋은 경쟁자이기 때문에 작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고은 나는 하나에 집중하는 편이고 정헌이는 다방면으로 활동한다.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디자인도 한다. 나는 대외적인 업무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많은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헌이가 계획을 세우고 체계를 잡아준다.

서로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같다.
이고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정헌이는 나의 사진을 찍어줬다. 정헌의 사진을 통해 나라는 피사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보게 되었다. 작품 속의 피사체로서의 나를 보게 된 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덕분에 나의 모습을 스스로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화상을 지속적으로 그리게 되었다.

DNDD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고은 우리는 목표가 같다. 그렇게 한곳을 보면서 둘이 같이 가니까 우리의 일도, 삶도 계속 유지된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새도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이 가는 거다.

두 사람이 함께 열광하는 것에는 어떤 게 있나?
이정헌 한국 문화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한국의 음악, 영화, 드라마, 작가들 모두 말이다 . 작업을 하면서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우리가 접하지 않아서 몰랐던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일부러 영화도 더 찾아 보고 책도 더 읽고 있다.

여행을 즐기는가? 자주 찾는 곳이 있다면?
키우는 강아지가 있어서 멀리 여행을 가는 건 힘들다. 덕산에 부모님 별장이 있어서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그곳에 간다. 강아지를 데려갈 수 있어서 유일하게 가는 곳이다.

반복적으로 찾는 힐링 아이템은 무엇인가?
이고은 와인을 좋아한다. 몇 년 동안 매일 한두 잔씩 마셨는데 건강이 안 좋아져서 요즘에는 좀 줄였다. 카베르네 소비뇽을 즐겨 마셨는데 최근에는 쉬라즈가 좋아졌다. 영화는 <파니 핑크>와 <렛미인>을 하도 많이 봐서 대사도 외울 정도다.

이정헌 담배, 기타, 커피. 우리 둘이서 함께 좋아하는 건 좀비 영화다. 예전에 시골집에 살 때 하루에 두 번씩 몇 시간씩 좀비 게임을 했다. 좀비 드라마와 영화도 다 찾아봤다.

좀 더 욕심이 나는 분야가 있나?
이정헌 인테리어 작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다. 지난해에 소지섭 형의 사무실과 집 인테리어를 했다. 가장 큰 규모의 작업이었는데 힘든 만큼 재미있었고 많이 배웠다. 많은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되면서 우리의 취향도 더 확장되어간다. 바나 카페 같은 상업 공간의 인테리어도 해보고 싶다. 우리가 직접 차리면 더 좋고.

DNDD의 먼 미래를 떠올렸을 때 그려지는 모습이 있다면?
이고은 예전부터 둘이 계획한 것 중 하나가 문화 공간을 만들자는 거다. 영역을 넘어 모든 문화적인 코드를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출판물과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이 많고 지금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 작업도 많다. 지난 10년 동안의 다양한 경험이 앞으로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엄청난 에너지가 되어줄 거라 생각한다. 그것을 토대로 더욱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