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가 영양제만큼이나 귀한 대접을 받는 시대다. 놀라운 능력만큼이나 그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물. 물에 웃고, 물에 우는 우리 몸의 희노애락에 대한 기록.

몇 년 전, 강남의 한 백화점 지하에 워터 바가 문을 열어 화제를 모았다. 수입식품과 고급 와인매장 바로 옆에 물을 파는 매장이라니,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정장을 입은 ‘워터 소믈리에’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새로 수입한 생수를 시음하는 기분이 새로웠다. 이곳이 인기를 끌면서 백화점들이 너도나도 워터코너를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해양심층수, 산소수, 탄산수, 빙하수에 이어 자작나무 수액까지, 종류도, 브랜드도, 출신지도 다양해졌다. 하나같이 물만 잘 골라 마셔도 피부가 좋아지고, 날씬해지고, 건강에도 좋다고 광고하는데 과연 물만 먹어도 그런 효과가 나타날까? 무작정 마시기만 하면 되는 걸까? 남들이 다 좋다고 하니 괜히 더 의심이 갔다. 그러다 얼마 전, 물의 놀라운 능력을 몸소 체험했다. 감기와 장염이 함께 찾아와서 심하게 배앓이를 했는데 다음 날부터는 온몸에 열이 나고 머리가 어지럽고 심한 두통까지 찾아왔다. 약을 먹고 열을 식히려고 찬 수건을 이마에 올렸지만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손발이 차가워지고 몸이 떨리는 증세까지 나타나자 병원을 찾았다. 병명은 설사로 인한 탈수였다. 고열과 두통, 어지럼증, 경미한 마비증세까지 이모든 게 ‘물 부족’으로 인한 증세라니! 물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동안 물을 많이 마시는 게 몸과 피부 건강에 좋다는 건 알았지만, 물을 적게 마시는 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셈이다.

몸은 늘 목마르다
심한 설사 후 탈수증세로 병원을 찾았던 날은 몸 상태를 고려해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셨고, 목이 마르다는 느낌도 전혀 없었기 때문에 탈수가 진행되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우리 몸이 목마름을 느끼기 시작하면 이미 몸속에 2~3잔 정도의 물이 부족한 상태예요. 그런데 대부분 목이 마르다고 느끼면 물 한 잔을 마시는 게 전부죠. 때문에 우리몸은 늘 수분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요.” 이지현 원장의 말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몸속 수분 부족을 인지하는 ‘갈증감각’이 성장기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무뎌진다는 점이다. “갈증감각이 무뎌지면 몸에 수분이 많이 부족해지고 나서야 물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또 목마름과 배고픔을 혼동할 수 있어서 사실 목이 마른 건데 배가 고픈 줄 알고 음식을먹어서 살이 찔 수도 있어요.” 허기를 느낄 때 물을 마시면 괜찮아지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하루 종일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실내에만 있다 보면 땀이나 피부를 통해 배출되는 수분의 양이 적기 때문에 물을 마시는 횟수도 줄어들게 된다. 목이 마르다고 느끼기 전에 평소적은 양의 물을 꾸준히 마시는 습관이 중요하다. 스트레칭과 반신욕, 운동을 통해 땀을 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몸 속에 쌓인 노폐물이 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고, 물을 자주 마시게 되기 때문이다.

물만 잘 마셔도 병이 낫는다
우리 몸의 60~75%는 물로 이뤄져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터. 하지만 소화불량, 어지럼증, 만성피로, 불면증, 변비, 고열, 두통 등 일상에서 자주 겪는 증상 중 상당수가 수분 부족이 원인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매일 음식과 음료, 생수 등을 통해 2.5리터가 량의 물을 마시는데, 이렇게 흡수된 물은 혈액에 섞여 몸 구석구석을 흐르면서 세포에 쌓인 노폐물과 지방을 모아 몸 밖으로 내보낸다.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의 양이 줄고 농도가 진해져 혈액순환이 느려진다. 그 결과 세포에 영양공급이 잘 되지 않고 몸 속에 노폐물과 지방이 쌓이면서 여러 가지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물만 잘 마셔도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물, 잘 마시면 소화제, 못 마시면 소화불량
못 마시면 소화불량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소화기와 신장, 뇌 등 모든 장기의 활동이 느려진다. 특히 섭취한 음식이 몸에 흡수되기까지 모든 소화 과정에서 물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물이 부족하면 소화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 영양성분을 세포에 전달하고, 세포에 흡수된 영양성분이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에도 물이 필수적이다. 자주 체하고 소화제를 영양제처럼 먹는다면 평소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길. 반면 식사 직전 혹은 직후에 마시는 물은 소화액을 희석시켜 오히려 소화에 방해가 된다. 식사 중에 마시는 물은 당분의 흡수를 촉진해 살이 찌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물은 식사 전후 30분에서 1시간 사이에 마시는 것이 좋다.

타는 목마름으로 잠들지 못하는 밤
자는 동안 우리 몸은 땀과 호흡을 통해 많은 양의 수분을 소비한다. 이때 수분이 부족해지면 갈증을 자주 느끼고 체온이 올라가 깊은 잠에 빠져들기 어렵다. 잠자리에 물을 많이 마시면 수면에 방해가 되고 얼굴이 붓는다고 하지만 잠자기 30분전 반 잔에서 한 잔 정도의 물을 마시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다음 날 아침 소변을 통해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효과도 있다. 반면 커피와 녹차를 비롯해 대부분의 차에 함유된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해 마신 음료보다 많은 양의 수분을 배출시키고 각성효과까지 있으므로 잠자기 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중간중간 잠에서 깨므로 한 잔 이상은 마시지 않도록 한다.

변비약과 바꾼 한 잔의 물
매일 아침 변기와 씨름한다면 체질을 탓하기 전에 물 마시는 습관부터 살펴보길. 하루에 마시는 물이라고는 국과 커피, 음료수가 전부는 아닌지. 변비는 변이 대장을 통과할 때 대장에서 수분을 지나치게 많이 흡수하면서 발생한다. 몸에 수분과 미네랄이 부족하면 변이 소장과 대장을 거치면서 단단해진다. 하루에 마시는 물의 양과 횟수를 늘리고, 부드러운 섬유질을 함유한 음식과 물을 함께 섭취하면 변비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매일 아침 공복 상태에서 마시는 차가운 물 한 잔은 변비에 특효약이라 알려져 있다. 피로는 물 때문이야! 체내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세포에 노폐물이 쌓이고에너지 대사도 느려져 온몸이 무기력해지고 피로감이 밀려온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잠깐 동안 야외활동을 해도 쉽게 지치고 피로해지기 쉽다. 생수를 휴대하고 다니면서 조금씩, 자주 물을 마시는 습관이 필요하다.

두통에는 게보린 대신 물
특별한 이유도 없이 두통약을 달고 산다면 평소에 마시는 물의 양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뇌는 85%가 물로 이뤄져서 수분이 조금만 부족해져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분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뇌 스스로 더 많은 혈액이 공급되도록 뇌혈관을 팽창시킨다. 갑자기 얼굴과 두피에 혈액이 모이면서 관자놀이 주변에 동맥이 강하게 뛰면서 두통이 시작된다. 수분부족이 지속되면 편두통으로 발전하게 된다.

원인 모를 어지럼증에는 물이 약
어지럼증의 원인에는 저혈압이나 빈혈같은 지병, 영양섭취의 불균형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별한 원인이 없다면 수분 부족에 의한 저혈압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혈액은 90%이상이 수분으로 이뤄져서 수분이 부족하면 혈압이 떨어지고 뇌로 공급되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어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아침마다 어지럼증이 심하다면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 증세완화에 도움이 된다.

몸 속 열기를 식히는 데도 물이 최고
우리 몸의 체온은 땀의 배출량, 즉 수분을 통해 조절된다. 수분이 부족하면 몸의 체온조절능력이 떨어져 체온이 높아져 고열이 나거나 심하면 경련이 일어날 수도 있다. 열이 나면 땀으로 많은 양의 수분이 빠져나가므로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물에 대한 오해와 진실

Q1 하루에 2리터의 물을 마셔야 좋다?
하루 물의 섭취량은 우리 몸에서 공기 중으로 증발하는 수분의 양에 비례한다. 키와 몸무게에 따라 증발하는 수분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하루에 섭취해야하는 물의 양은 키와 몸무게를 더하고 100으로 나눈 값과 같다. 표준 체형의 여성인 경우 2리터면 충분하다.

Q2 커피와 차, 음료도 하루 섭취량에 포함된다? X
물이라고 다 같은 물이 아니다. 커피와 녹차를 비롯해 대부분의 차에는카페인이 들어 있다. 카페인은 우리 몸의 이뇨작용을 촉진해 마신 물의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아메리카노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타입이라면 물을 더 마시는 수밖에 없다.

Q3 체질에 따라 맞는 물의 온도는 따로 있다?
일반적으로 11~15℃ 사이의 약간 시원한 정도의 물이 체내 흡수가 가장빠르다. 특히 아침에 마시는 찬물은 위와 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 변비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손발이 차고 소화기관이나 폐가 약한 경우에는 찬물이 혈액순환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여름철에는 몸은 뜨겁고 몸속은 차가워지기 쉬워 찬물을 마시는 데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동의보감>에 위장병 치료법으로 소개된 생숙탕을 음용해보길. 컵에 팔팔 끓는 물을 1/2~2/3정도 붓고 찬물을 부어 바로 마시면된다. 찬물과 뜨거운 물이 섞여 순환하듯이 몸의 찬 기운은 상승해 머리를 맑게 하고 따뜻한 기운은 내려와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는 원리다.

Q4 물은 무조건 많이 마셔야 좋다?
짠 음식을 먹을 때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는 경우가 많은데 나트륨이 수분을 붙잡아놓는 성향이 있어 오히려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부종이 심해지고 살이 찌는 결과를 가져온다. 반면 술을 마실 때는 중간중간에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숙취해소와 체중관리에 도움이 된다. 알코올 역시 카페인처럼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하므로 물을 많이 마셔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심장이나 신장질환이 있다면 수분 섭취량을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