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북적인 2024 S/S 패션위크. 뉴욕을 시작으로 런던, 밀란, 파리에 이르기까지! <얼루어> 에디터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도시별 비하인드 스토리를 따라가보자.

 

| PARIS |

BE NATURE

파리 군사 기지의 승마장을 키가 큰 풀과 들꽃이 우거진 초원으로 완벽하게 탈바꿈한 에르메스는 마치 친구들과 옹기종기 숲속으로 피크닉을 즐기러 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쇼가 끝난 후 컬렉션을 장식한 모든 식물은 다른 곳으로 옮겨 다시 심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고 이에 대한 존중과 순환을 실천하는 에르메스의 철학은 이번에도 통했다.

 

WALKING HERO

좀비 워킹을 선보인 메종 마르지엘라의 레온 데임과 세련된 젠더 플루이드 스타일을 선보인 마르니의 데미언 핀레이슨, 날카로운 직각 어깨를 거침없이 흔들며 쾌속 전진한 아크네 스튜디오의 스타인 버그. 독보적 캐릭터로 뇌리에 박힌 캣워크의 영웅들을 소개한다.

 

VENDOME TRIO

하이 주얼리의 메카, 방돔 광장의 부티크 중 시야를 매료시킨 3대장은 불가리, 쇼메 그리고 쇼파드. 불가리는 한낮의 광채를 머금은 신상 주얼 백을, 쇼메는 골든 에이지 전시에서 진귀한 아카이브 피스들을 대방출했다. 한편 쇼파드는 아트 디렉터 캐롤라인 슈펠레의 개인 공간과 이어진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레드 카펫 컬렉션을 펼쳐냈다. 방돔 광장이 한눈에 보이는 침실, 안락한 욕조, 색색의 드레스에 둘러싸여 정말 나오고 싶지 않았다. ‘이곳에서 지내면 슈펠레처럼 번뜩이는 영감이 생기려나?’

 

MARKET STALL

스텔라 매카트니는 평화로운 작센 브르퇴일 시장에서 친환경 소재 사용을 95%까지 끌어올린 새 컬렉션을 공개하며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DNA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더 나아가 런웨이 건너편에는 서스테이너블 마켓이 자리했는데, 이 마켓은 심심한 콘셉트가 아닌 실제로 지속가능한 패션 생태계를 위해 노력하는 21개의 기업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폐수를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소재를 연구하는 내추럴 파이버 웰딩의 신소재 미럼, 포도 찌꺼기로 만든 가죽 베자, LVMH가 육성한 프랑스 기반의 B2B 재고 원단 판매 플랫폼 노나 소스 등의 착한 상품을 살펴보고 구입도 할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좋은 기회!

 

BALMAIN THIFT

발망 패션쇼를 열흘 앞둔 날 디자이너 올리비에 루스테잉의 SNS에 무려 50벌의 쇼피스를 도둑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파리 공항과 발망 본사 사이에서 일어난 이 어마 무시한 절도 사건에도 불구하고 쇼를 시작하는 알람은 예정대로 울렸다. 규모가 대폭 축소되거나, 브랜드 특유의 섬세한 디테일이 빛을 발하지 못할 것이란 의심은 쇼가 시작되자 눈 녹듯 사라졌다.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꽃피운 54가지 룩은 하우스의 위엄을 확고히 다졌으며 루스테잉의 천재성을 다시 입증했다.

 

LAST FESTIVAL

2024 S/S 시즌을 끝으로 가브리엘라 허스트의 끌로에, 사라 버튼의 알렉산더 맥퀸이 막을 내리며 그동안 차근차근 쌓아온 관록을 응축한 아름다운 컬렉션을 선보였다. 특히 센강의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 치러진 끌로에 쇼는 피날레로 치닫자 돌연 축제 분위기로 변신했다.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무리 속에 뛰어들어 열정적인 춤을 췄고, 그 광경은 현장의 흥을 돋운 동시에 가슴 뭉클한 오묘한 감정을 남겼다. 한편 끌로에와 알렉산더 맥퀸은 패션위크 일정이 끝나고 후임자를 발표했다. 끌로에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여성복 디자인 디렉터로 있던 쉐메나 카말리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소개했다. 과거 끌로에 피비 필로 팀의 일원이었던 그는 이를 계기로 의미 있는 복귀를 맞이한 셈. 그리고 알렉산더 맥퀸은 JW앤더슨, 드리스 반 노튼, 유니클로 등 여러 브랜드에서 풍부한 경험을 다져온 션 맥기르를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 임명했다. 이들의 첫 쇼는 2024년 2월 공개된다.

 

FASHION ATTACK

독보적인 스타일로 수많은 추종자를 거느린 두 브랜드. 릭 오웬스와 비비안 웨스트우드 쇼장은 재기발랄한 스타일링을 선보인 이들로 가득했다. 고스족과 빈티지 마니아, 둘 중 승리자는?

 

K-FASHION ERA

방돔 광장 19번지에서 한국의 가락을 울려 퍼트린 잉크와 새로운 룩이 등장할 때마다 휘파람을 불고 브라보를 연신 외쳤던 김해김의 패션쇼, 관객이 쇼장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관람하는 인터랙티브 프레젠테이션을 선보인 로우클래식까지. 이번 시즌 역시 현지 브랜드와 나란히 단독 컬렉션을 선보인 국내 디자이너의 인기가 대단했다. 그뿐 아니라 딘트, 아모멘토, 웰던은 패션위크 기간 동안 팝업 스토어 및 쇼룸을 오픈해 파리지앵과 글로벌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었다. 더불어 눈길을 사로잡은 건 입점 절차가 까다로운 생토로네 거리에 2년 이상의 준비를 거쳐 오픈한 새로운 우영미 플래그십 스토어. 우영미는 이를 기념해 패션위크 기간에 클럽 파티를 열었는데 이곳은 모델 미즈하라 키코가 다녀갔을 정도로 핫했다는 후문.

 

BLACK PINK IN PARIS 

패션위크 기간 블랙핑크 완전체가 파리에 떴다. 샤넬의 제니, 디올의 지수, 생 로랑의 로제 그리고 크레이지 호스 공연으로 파격적인 매력을 떨친 리사. 글로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그들이 있어 파리는 더욱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