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과 임지연이 흑막에 싸인 인물을 잡기 위해 시종일관 뛰어다닌다. <국민사형투표>에 로맨스는 없다. 

임지연이 입은 레더 드레스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박해진이 입은 레더 셔츠는 토즈(Tod’s).

톱은 지방시(Givenchy).

재킷은 지방시.

이너로 입은 톱과 드레스는 페라가모(Ferragamo).

| IM JI YEON |

촬영장 간식으로 짜장면 시킬까 고민했어요. 혹시 물렸어요?
하하하! 그 장면이 화제가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런 신이 아니었거든요. 그날 그렇게 고생하면서 찍었는데도 계속 먹어요.

올해만 벌써 세 번째 드라마네요. <더 글로리>와 <마당 있는 집> 그리고 이번 <국민사형투표>까지.
찍고 끝나면 또 찍고 촬영을 계속하다 보니 바로바로 나오더라고요. <더 글로리> 끝나고 <마당이 있는 집>을 찍었고, 끝나기도 전에 <국민사형투표>를 시작했어요.

시간이 흐르면 올해가 어떻게 기억될 것 같아요?
2023년, 최고로 감사한 해죠. 너무 많은 사랑도 받고 상도 받고요. 그만큼 너무 바빠서 시간이 지나면 좀 후회할 것 같아요.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고 하잖아요.

기쁨을 누릴 여유가 없었나요?
진짜 없었어요. 늘 현장에만 있었고 귀여운 피드백이랑 연락 정도 받았죠. 가장 가까운 가족도 잘 못 만날 정도였으니까요. 상 받고 그다음 날 바로 화장만 지우고 촬영하는 상황이었어요. 와, 행복하다! 좋아! 이럴 틈이 없었어요.

시상식 때 이름 불리면 어떤 기분이에요?
너무 행복하죠. ‘백상’ 때는 솔직히 순간 이름이 들리자마자 좀 망했다 싶었어요. 수상 소감을 준비하지 않아서 큰일 났다는 생각에 ‘나 뭐라고 해야 하지? 어떡하지?’  계속 이러고 올라간 것 같아요. 되게 꿈만 같아요, 그 순간이. 눈물도 나고요. 상을 받고 싶단 생각은 없었지만 시상식엔 가고 싶었어요. 그냥 노미네이트되고 싶었어요.

노미네이트만으로 만족해요?
‘백상’ 노미네이트되고 진짜 행복했거든요. 노미네이트도 너무 어렵거든요. 같이 고생한 우리 <더 글로리> 팀과 하늘 같은 선배님들과 함께 그런 축제를 즐길 수 있는 배우가 됐다는 게 너무 감사했어요.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이미 신난 상태라, ‘청룡’ 때도 축하 공연 보느라 너무 바빴어요. 상을 못 받아도 이미 축제였죠.

예전에 <유체이탈자> 앞두고 만났는데, 그때 ‘다양한 걸 하고 싶은데, 왜 나한테는 그런 역할을 안 줄까요?’라고 했죠. 그 후 바라던 역할을 엄청 많이 했군요.
그때는 신비한 역할이 많았는데, 이제 반대가 됐어요. 센 캐릭터를 많이 하다 보니 지금 <국민사형투표>의 주현이 같은 뭔가 되게 일반적인, 내 나이 또래의 선상에 있는, 할 말 다 하고 그냥 제 털털한 어떤 모습을 다시 하고 싶더라고요.

주현이가 딱 좋을 때 찾아온 건가요?
맞아요. 주현이와 나이도 비슷하고요. 이제 다시 ‘신비로움의 끝판왕’ 한번 해보고 싶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거요! <인간중독> 때 내가 못한 신비로움과 가만히 있어도 관능미를 뽐내는 그런 여자! 근데 어둡지 않고 신비롭고 저 여자 뭐지? 싶은! 탕웨이 선배님에게서 나오는 그런 오라, 그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네요.(웃음)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도 그렇고, ‘센캐’를 실컷 했네요.
<종이의 집>은 원작부터 팬이었어요. 넷플릭스 틀면 <종이의 집> 섬네일이 요즘 제 얼굴이에요. 정작 저는 몇 회 차 없었는데요. 연진이 때문인가.(웃음) 이제 ‘안 센캐’ 하고 싶어요. 재미있는 빌런이 있으면 또 해보고 싶기도 한데 역시 지금은 신비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연진이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기회는 또 오겠죠.

연진이는 이제 너무 유명해서 내가 아는 사람 같아요. 내 이름을 대체할 수 있는 캐릭터의 이름을 갖는 건 어때요?
연진이.(웃음) 아직은 재밌어요. 너무 감사하고요.

일할 때 초조함을 갖기 쉬운 직업이잖아요. 그럴 때 그냥 즐기나요?
초조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그냥 그 순간만 봤을 때는 다 좋았어요. 힘든 순간도 어떤 배우의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즐거웠어요. <장미맨션> 할 때는 진짜 너무 힘들어서 ‘나는 이렇게 뭔가를 끌고 갈 깜냥이 아직 안 되는구나’ 싶기도 했는데, 그럴 때도 많이 배웠고요. 그러다 보면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오더라고요. 그러니까 모든 작품이 다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 나름대로는요.

이 또한 배우의 삶이라고 하면, 그 배우의 삶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뭐예요?
‘메소드’라는 단어와 친숙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작품에 이입하게 돼요. 상은이를 하다 보면 세상에서 제일 우울해지고 연진이를 하다 보면 ‛요즘 왜 이렇게 성질이 나쁜 거 같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요.

하하, 그럼 주현이는 어때요?
현장에서 진짜 원래 내가 쓰는 말투를 생각보다 많이 하고 있네 싶어요. 막 웃는 것도 많이 웃게 되고요,

그럼 지금까지 한 역할 중 실제 모습과 가장 많이 닮은 캐릭터인가요?
많이 닮았어요. 굉장히 ‘저’스러워요. 말투도 지금 인터뷰하는 이 목소리 그대로 쓰고 있어요. 그냥 임지연의 목소리와 나의 평소 표정? 그래서 친근하게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제가 돋보이지 않아도, 제가 사이버 수사팀의 경찰로 이 작품에 잘 묻어나면 성공이라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어요.

사이버 범죄가 요즘 심각하잖아요.
어렵더라고요. 작가님에게 자문을 많이 구했어요.

배우의 삶 중 좋은 거는 뭔 것 같아요?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거? 이런저런 옷 다 입어볼 수 있고 이런저런 인생을 살아볼 수 있고요. 벌써 제가 <마당 있는 집>으로 몇 달을 임신이라는 걸 경험했어요.  아이를 가져야만 할 수 있는 경험인데 조금 해본 거죠. 또 언제 연진이처럼 기상 캐스터를 해보겠어요. 기상 캐스터도 해보고 아기 엄마도 해보고 죄수복도 입어보고요.

연진이가 감옥에서 기상 캐스터를 하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죠.
최고의 벌이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냉정하게 감옥에서 오래 살았을 것 같지는 않아요. 거기 내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국민사형투표>의 모티프죠. 실제 집행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벌의 무게가 다름에서 사건이 일어나죠.
맞아요. 소재와 주제를 봤을 때는 지금 사회에 잘 맞는 거 같아요. 뉴스 보면 너무 화가 나는 게 많거든요. 그거에 대한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요? 물론 드라마가 재밌어야겠지만요. 저는 작품의 성공을 점치는 게 어렵더라고요. 제가 확신한 작품은 <더 글로리>밖에 없었어요.

하하. 악인 4인방의 단톡방은 요즘도 바쁜가요?
요새는 ‘갠톡’을 많이 해요. 오늘 주영이 만나려고 했는데, 저녁에 끝난다고 해서 좀 미뤘어요. 다들 너무 친하고, 다 열려 있는 애들이에요. 시키는 거 다 하고, 열심히 하는 애들이거든요.(웃음) 저도 엄청 열려 있어요. 닫고 싶으실지도 몰라요.(웃음)

그렇게 다 열린 사람들이라 친하구나!
저희가 그래서 서로 의지를 많이 했어요. 서로 북돋워주고 너 엄청 매력적이야. 너는 너만의 무기가 있어. 서로 그걸 많이 해줬어요. 이미 넌 혜정이야. 너는 이미 연진이야. 그런 게 시너지를 많이 냈던 거 같아요. 그런 현장을 만나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근데 이게 다 고만고만한 애들이 만나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웃음)

<국민사형투표>를 하면서 또 새롭게 알게 된 거 있어요?
대사가 이렇게 많은데 내가 다 소화할 수 있는 배우였구나, 내가 생각보다 되게 잘 뛰는구나. 이번에 많이 뛰어다니거든요. 큰 신이 너무 많고 스펙터클해요.

함께한 박해진 씨는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한마디로 천사예요. 오빠는 되게 편해요. 오래 알고 지낸 친한 동네 오빠 같아요. 밥도 잘 사주고 미식가여서 맛집도 잘 알아요. 피부 관리하는 방법 같은 사소한 얘기도 너무 재미있게 하고요. 체력적으로 힘들 때 그런 소소한 대화가 힐링이 되거든요.

두 분의 커플 촬영이 기대되네요. 확실히 로맨스는 없고요.
멜로가 아예 없어요. 싸웁니다, 심지어. 동료인데 워낙 스타일이 다르고 서로의 스타일을 되게 싫어해요. 그래서 그것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어쨌든 같이 해나가는 거죠. 휴, 누구를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면서 연기한 지 너무 오래된 거 같아요.

<종이의 집>에서 베를린을 사랑했잖아요.
사랑했어요! 박해수 선배님도 후배 입장에서 너무 좋으셨고요.

박해진 vs 박해수라면요?
그래도 박해진 아닐까요? 박해진을 더 오래 봤어요!(웃음)

연기가 항상 두렵다고 했는데 지금도 두렵나요? 언제쯤 두렵지 않을까요?
두려워요, 아직도. 못할 것 같아요. ‘이거 잘해내야 하는데 잘 안 나오면 어떡하지?’ 하고 항상 두려움을 갖고 준비하고 현장에 가는 것 같아요.

이렇게 털털한데 그건 도무지 털털해지지 않나 봐요?
왜 그렇게 나는 무섭지? 불안해하지? 생각하면서 좀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맞구나. 나는 그렇게 연기하는 게 내 스타일이구나’ 하고 좀 인정하게 됐어요. 어려운 마음으로 현장에 가서 쏟아내는 게 하나의 루틴이 됐어요. 정말 쉬운 게 없어요. 내일 할 것도 벌써 걱정이거든요.

 

재킷과 팬츠는 구찌(Gucci).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너로 입은 셔츠와 니트, 쇼츠는 모두 발렌티노(Valentino). 타이와 슈즈는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반지는 우영미(Wooyoungmi). 슬리브리스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 PARK HAE JIN |

오전 시간은 어떻게 보냈어요?
새벽에 집에 와서 해 뜨는 걸 보고 잤는데, 12시에 가서 운동하고 오는 길이에요.

어쩐지 많이 달라진 모습이네요.
변화됐으면 좋겠어요. 많은 분이 기억하는 제 모습이 사실 비슷하잖아요. 하얗고 멀끔하고 반듯하고요.

‘꽃미남’의 대표 주자 같은 이미지 말인가요?
‘꽃미남’은 이제는 모르겠어요.(웃음) 물론 그 수식어를 가진 적도 있지만요. 그런 느낌을 지우고 싶다기보다는 다른 느낌을 보여드릴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부터 변화를 모색하고 있었는데 지금에서야 보여드리게 됐어요.

가장 큰 변화라고 느끼는 건 뭐예요?
증량! 인생 최대 몸무게는 아니지만, 활동기로 따지면 최대 몸무게죠.

더 건강해졌나요?
몸이 좀 무겁기는 해요. 평소보다 10kg 이상 증량했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스케줄이 허락하면 매일 운동하려고 해요.

<국민사형투표>에서 맡은 김무찬은 형사죠. 그 점을 의식한 건가요?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좀 더 남자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또 촬영 일정이 저희가 한 팀으로 진행되어 그래도 여유가 있는 편이었죠. 감독님이 혼자 다 찍으시겠다고 선언하셨어요.

이제 촬영은 막바지겠군요?
한 열흘 남았어요. 어제도 당진에서 촬영했는데, 모기한테 한 스무 군데 물렸어요.

2006년에 데뷔했어요. 박해진의 연기 생활은 어땠어요?
길었지만 또 생각보다 훌쩍 지나간 것 같아요. 쉼 없이 일했고 특별히 장기간 쉬는 기간 없이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빠른 시간이었어요. 제가 느끼기에는요. 벌써 15년이나 했나? 16년을 했나 싶은 느낌이 들 정도로요.

작품뿐 아니라 이런 화보나 인터뷰도 기록일 수 있는데요.
그렇죠. 예전엔 꽤 자주 했는데…. 화보 찍을 때면 항상 몇 페이지인지 물어봐요. 나에게 아직까지도 그렇게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는구나.(웃음)  화보 찍는 건 늘 재미있는 일이죠.

오늘은 이른바 ‘커플 화보’를 촬영하는데, 해본 적 있어요?
예전에 광고 촬영은 해봤는데, 작품 하면서 하는 커플 화보는 처음이에요. 성웅이 형이랑 만식이 형이랑 촬영한 적은 있는데, 그건 ‘커플 화보’는 아니죠?

오늘 촬영할 임지연 씨와는 어떤 감정인가요?
동료애죠.(웃음) 특별수사본부가 만들어지면서 만나게 됩니다.

‘광수대’는 경찰 안에서도 좀 특별한 부서인가요?
거칠고 빡센 부서죠. ‘국민사형투표’가 시작되고, 그 사건의 특별수사본부 팀장을 맡고 있어요. 실제로 형사분들이랑 미팅하고 경찰서 가서 견학한 적도 있고요. 저희는 항상 급박한 외근을 하는 사람들이라 정말 추울 때부터 시작해서 추위와 싸우다가 지금은 더위와 싸우고 있죠.

웹툰이 원작인 작품이죠. 웹툰 좋아해요?
쉴 때 웹툰을 많이 봐요. 한때 웬만한 웹툰은 다 보고 무슨 요일에 뭐가 나오는지까지 다 알았죠. <국민사형투표>는 당시 유료 결제로 완결까지 봤어요. 작품 제안 받고 ‘어? 이 웹툰 알아!’ 하고 다시 봤죠.

그러고 보니 웹툰 작품과 인연이 많죠? 배우로서 어떤 장점을 느껴요?
첫 주연 작품이 <열혈 장사꾼>인데 만화 원작이었어요. 그때도 원작 있는 작품을 하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치즈인더트랩>도 했고 <나쁜 녀석들>은 반대로 드라마가 먼저 제작되고, 나중에 게임 웹툰이 나온 걸로 알고 있고요. 점점 해보니까 웹툰처럼 원작이 있는 게 작품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각색이 되더라도 원작이 있어서 줄기를 따라갈 수 있죠.

이번 드라마는 원작과 또 어떻게 달라요?
원작보다 드라마는 좀 더 입체적인 인물이고요. 김무찬은 사람 자체가 좀 더 드라이하고 시니컬해요. 그런 부분을 캐릭터로 가져왔을 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한정적이어서 웹툰 안에서 제 캐릭터 말고 제 아래에 있는 경찰의 캐릭터까지 흡수해서 좀 더 다혈질이고, 생각보다는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그런 캐릭터? 그리고 웹툰에서는 제게 동생이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저 혼자예요. 그래서 혼자 있는 모습이 좀 더 어울리는 캐릭터가 된 것 같아요.

지연 씨와 함께 일하는 건 어때요?
좋아요. 준비도 잘해오고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잘하고, 똑똑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요. 연기를 자연스럽게 같이할 수 있고요. 그리고 저보다 에너지가 훨씬 커요, 지연 씨가. 그 에너지를 받아서 제가 리액션하면 더 좋은 연기가 나왔던 것 같아요. 제 성격이 연기든 실제든 제가 막 주도하지는 못하는데, 호흡이 잘 맞았어요.

요즘 말로 내향형 사람인가요?
완전 I, 극 I. 제가 주도하지도 못하고 극 I에 파워 J거든요. 제가 계획했던 방향이 아닌 것에 대해 물론 B안과 C안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가 먼저 시도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저랑 반대의 성격인 사람을 되게 선호해요.

‘국민사형투표’라는 건, 배심원 제도에 상상력을 더해 만든 것 같거든요.
그렇죠. 극악한 범죄자를 두고 여론 재판을 하는 거죠. 국민 모두에게 문자가 수신되고요. 문자 메시지를 클릭하면 저희 모두가 배심원이 되는 거예요. ‘무죄의 악마들’이라고 하는 정말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요.

경찰은 그걸 잡아야 하고.
꼭 잡아야죠.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처단하고 있지만 저는 잡아야 하는 입장이고요. 그러면서 제가 비난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요. 그런 상황 속에서 엎치락뒤치락해요.

부산이 고향이잖아요. 이렇게 더울 때는 가고 싶지 않아요?
저는 해변이 아니라 부둣가에 있는 바다 근처에서 자랐기 때문에 크게 막 바다에 대한 로망 같은 게 없어요. 영도다리가 있는 영도에 살았죠.

요즘 영도가 아주 ‘힙한 동네’가 됐습니다.
그렇더라고요. 카페도 많이 생기고요. 제 친구도 영도에서 카페 한다는데, 통화할 때도 “영도에 뭐 있는데?” 했더니 되게 핫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친구와 통화하는 걸 재현할 때는 부산 악센트가 좀 나오네요.
저는 지금도 누나랑 어머니, 조카들, 반려견과 다 같이 살아서 문 열고 들어가면서 사투리 써요. 한창 코로나19일 때는 조카들과 캠핑 다니느라 바빴어요. 올해로 캠핑 3년 차거든요. 골프 하러 가고 싶은데 애들이 할 게 없고 집에만 있으니까 애들 데리고 매주 갔어요, 캠핑을. 그때 골프를 쳤어야 했는데….(웃음)

그래도 무척 행복하게 들리는데요?
저는 사실 특별한 꿈이 없어요. 우리 가족이 행복하면 돼요.

멜로를 한참 못 본 것 같은데 멜로에 대한 욕구는 없어요?
좀 현실적인 멜로를 하고 싶어요. 지독하게 현실적인 거요. 사랑이 늘 행복할 수만은 없잖아요. 행복을 갈망하지만, 그 안에서 치열한 그런 멜로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제가 회사 들어올 때 딱 한 가지 얘기했어요. 더 이상 백마 탄 왕자님은 하지 않겠다고요.

회사에서 뭐라던가요?
마음대로 하셔라.(웃음) 이러다 또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다른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나저나 예전 자료 보니 40세까지는 결혼하겠다고 했던데 넘었네요.
5년 주기로 하는 얘기죠. 서른 초반쯤 되면 서른다섯엔 하고 싶다. 그러다 서른일곱 되면 마흔 전에 하고 싶다고 하고요. 이젠 마흔다섯으로 연장이죠. 일단 저희 회사에 많은 선배님들이 안 가셔서, 그렇게 다급하지 않습니다.

다급할 필요 전혀 없죠.
혼자도 너무 바빠요. 할 것도 많고요. 어제도 제가 지연이한테 “나 한 달에 한 번 만날 수 있는 여자 친구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했더니 “이 오빠는 연애 못하겠다” 이러더라고요. “그럼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볼 수 있어” 그러니까 “하지 마, 그냥” 하더라고요. 외롭지 않다는 게 가장 큰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제가 말하는 모든 걸 지켜야 하는 타입이거든요. 그래서 그 말뿐인 얘기, 물론 말뿐이지는 않겠지만 누구를 만나면서 그 얘기를 제가 못 지킬까 봐 섣불리 얘기를 못해요.

요즘은 어때요? 행복한가요?
지금은 모든 게 편안해요. 심적으로도 편안하고요. 뭔가 늘 쫓기듯이 살아왔다면, 지금은 제가 발걸음을 맞춰가는 시기가 된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거 하면서 그 속에 있는 나를 보여주는 때가 된 것 같고요.

언젠가 이런 날을 꿈꿨을 것 같은데요? 모든 게 편한 날요.
그렇죠. 지금 되게 모든 부분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