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 Strength in Sensitivity, 섬세하고 민감한 것들에 내재된 강한 힘을 되찾기까지. 프리미엄 비건 뷰티 브랜드 ‘탈리다쿰’의 채문선 대표가 말하는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약점으로 느껴졌던 제 피부가 가장 강한 동력이 되었음에 감사합니다. 관심과 노력이 있다면 무엇이든 변할 수 있고, 그렇게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리라 소망합니다.” 바람에 날리는 민들레 홀씨의 연약함 속에 감춰진 강인함. 탈리다쿰(Talitha Koum)의 채문선 대표를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문장이 있을까. 자신의 유전 난치성 켈로이드 피부 질환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와 개발에 뛰어든 그녀는 2022년, 3년간의 노력 끝에 클린 뷰티 브랜드 탈리다쿰을 세상에 내놓으며 건강한 아름다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인터뷰에서 마주한, 한 자 한 자 꾹 눌러 담은 그녀의 메모 속에는 이를 향한 진심으로 가득했다.

 ‘탈리다쿰’이란 브랜드명이 독특해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히브리어로 ‘탈리다’는 소녀, ‘쿰’은 일어나다는 뜻이에요. ‘소녀야 일어나라’는 의미인데, 브랜드를 시작할 때 제 안의 소녀가 다시 일어나고 또 많은 분들의 가슴속에 있는 강인한 소녀, 소년이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에요.

 탈리다쿰의 시작이 궁금해요.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피부 질환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유전적 난치성 켈로이드였는데, 그때부터 피부과, 대학병원, 한방 치료, 해외 유명 병원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해봤지만 쉽지 않았어요. 결혼 전까지는 한 달에 한두 번씩 스테로이드 치료로 가까스로 피부를 유지했는데, 임신 기간 동안에는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할 수 없었죠. 무엇보다 제 유전적 질환을 우리 아이들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찔했어요. 완치할 수 없다면 최상의 상태라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했죠. 방법은 피부 장벽을 강화하고 수분을 공급해 피부를 튼튼하게 만드는 것뿐임을 알게 됐고요. 그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제품 개발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탈리다쿰 탄생 스토리를 담은 ‘하얀 민들레 이야기’ 속 소녀가 떠오르는데요. 많은 화장품 원료 중 하얀 민들레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생각은 했지만, 제품 개발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던 중 가족여행을 가게 됐어요. 그때 침구류 알레르기가 평소보다 심하게 올라와 고생하는 걸 보고 어머니가 지인이 민들레즙을 먹고 효과를 보았단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마셔봤죠(웃음). 근데 진짜 효과가 있는 거예요! 신기했어요. 안 해본 병원 치료가 없고, 아주 오래 치료를 받아왔기에 건강 염려증도 있고, 너무 예민한 피부다 보니 눈으로 보이는 결과치가 없으면 잘 믿지 않았거든요. 민들레즙 효과를 몸으로는 느꼈지만 정확하게 어떤 효과, 효능 때문에 증상이 완화된 건지 알 수 없어 궁금한 마음에 연구소를 찾아갔어요. 처음 연구소에 갔을 땐 명함도 없이 무작정 간 탓인지 대꾸조차 안 해주는 분이 많았어요. 다행히 마음 맞는 곳을 찾아서 오랜 시간 연구한 끝에 하얀 민들레가 항염 효과가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고, 입증할 수 있었죠. 민들레꽃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데, 하얀 민들레는 지리산 토종 꽃이라는 것도 연구를 통해 처음 알게 됐어요.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하얀 민들레를 화장품 원료로 결정한 후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했어요. 어떻게 하면 하얀 민들레를 죽이지 않고, 개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죠. 식물의 가장 강한 부분은 ‘태좌’인데, 이게 사람으로 치면 자궁이에요. 그런데 연구소에서 민들레는 태좌가 없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꽃은 심은 곳에서 자라는데 민들레는 땅 밖에서 생명이 시작하니 태좌가 없을 수도 있다며, 태좌가 있는 다른 꽃으로 개발하면 안 되냐 하셨죠. 하지만 제가 먹고 효능을 본 건 하얀 민들레였으니 시간이 걸려도 하얀 민들레로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무작정 기다렸어요. 그렇게 9개월 동안 기다렸죠(웃음).

기다림의 시간이네요. 시간이 걸려도 원칙을 고수한 이유가 있을까요?
정말 기다림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시간 동안 민화도 그리고 다양한 오가닉, 비건 클린 제품을 테스트하면서 보냈어요. 정말 시중에 나온 제품은 다 써본 거 같아요. 어떤 게 어떻게 좋은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발림성은 어떤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 계속 제품 생각만 했어요. 그러던 중 하얀 민들레의 태좌를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았죠. 발견 후 핵심 원료 추출부터 배양 진행을 위한 기술 특허까지 준비할 게 진짜 많았어요.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했어요. 동물이 살아가는 땅을 훼손하면 안 되니까 내가 먼저 지속 가능성을 실천하고 지구를 지켜야겠다고 다짐했죠. 기존의 민들레 추출물과 달리 꽃을 베지 않으면서도 빠르게 배양이 가능하도록 연구하는 데 1년 반 정도 시간이 더 걸렸어요. 그래도 믿어주는 가족, 특히 남편의 응원 덕분에 미국에서 처방전 개발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신경 쓴 또 다른 부분은 무엇인가요?
100% 재활용 가능한 PCR 용기를 사용한 점요. 친환경이라 생각한 용기 중에 실제로 그렇지 않은 제품이 많아서 100% 재활용 가능한 용기를 찾는 게 쉽지 않았어요. 탈리다쿰의 펌프형 제품은 목이 좀 긴 편인데, 제로웨이스트를 추구하는 까닭에 내부 스프링을 없앴죠.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까지 고려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제품력도 중요하지만, 제품 용기나 마케팅 측면에서도 진실성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탈리다쿰의 목표니까요.

패키지도 정말 매력적인데, 평소 취향이 반영된 건가요?
탈리다쿰이라는 이름이 사실 쉽지 않고 생소하잖아요. 그래서인지 BI를 잡는 과정에서도 실패를 많이 했어요. 하얀 민들레 원료가 너무나 한국적인 재료지만, 전 세계 누구나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뉴욕에 있는 업체에 디자인을 맡겼죠. 탈리다쿰의 첫 글자를 따 ‘TK’로 창문을 형상화했는데, 이는 세계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창문을 뜻한 거예요. 그 후 모든 패키지는 저와 직원들이 함께 작업했어요. 탈리다쿰의 스토리와 느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탈리다쿰의 아이덴티티를 담아낸 패키지를 만든 거죠. 그 노력의 결과로 ‘2023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패키징 디자인 위너(본상)를 수상했어요. 정말 놀랐고,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탈리다쿰만의 특별한 마케팅이 있을까요?
마케팅을 통해서 브랜드를 알려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이상하게 소극적으로 되더군요(웃음). 탈리다쿰이 단기간에 생긴 브랜드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제 약점이던 피부 질환을 극복하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 만든 브랜드라 더 그런 것 같아요. 브랜드 슬로건인 ‘Find Strength in Sensitivity’처럼, 약한 곳에서 강인함을 찾아낸다는 이야기를 제품 개발부터 반영하다 보니 쉽지 않았죠. 마케팅이 브랜드를 알리고, 제품을 알리는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수명을 깎아낼 수도 있는 부분이라 아직도 조심스럽긴 해요. 그럼에도 오랜 시간 준비한 제품을 잘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요. 준비하고 있는 ‘소녀 프로젝트’에 오랜 시간 눈여겨본 줄스를 첫 번째 모델로 삼은 이유도 그 때문이죠. 어릴 때부터 친구와 함께 생리대를 기부해온 정말 멋진 친구로, 소녀 프로젝트 모델료도 생리대 기부와 여성 인권을 위해 전액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죠. 프로젝트에 참여한 포토그래퍼 홍장현 실장님도 함께 기부에 동참해주셨고, 저희도 수익금의 일부를 환경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에요. 평소에는 SNS를 통해서 아직 유명하지는 않지만, 실력 있는 작가들을 찾아서 협업을 제안하고 있어요. 신인 작가들과 함께 콜라보 상품을 만들어내는 게 또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인 셈이죠. 신인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 외에 뚜두 초콜릿, 티 컬렉티브와 함께한 하얀 민들레 티, 기아 대책과 함께한 100% 기부 프로젝트 티셔츠도 진행했어요. 곧 사옥 1층에 공간을 오픈할 예정인데, 온난화를 알리는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1층 공간을 통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일 생각이에요. 이런 캠페인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나누는 브랜드가 되길 소망해요.

탈리다쿰 론칭 전후로 달라진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예전에 비해 가장 많이 바뀐 점이 무엇인가요?
책임감이 커진 것. 아무래도 제 백그라운드인 친정이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으니, 도움을 받아서 탈리다쿰 브랜드가 탄생했을 거라고 알고 계신 분이 많아요. 아이러니하지만 만약 도움을 받았다면, 이런 제품을 못 만들었을 거예요. 저와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고, 작은 것도 신중하게 확인하면서 3년이란 시간을 통해 여기까지 왔어요. 론칭 당시 진짜 수많은 감정이 교차했어요. 내가 해냈구나 싶고,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브랜드가 되자 생각했죠. 변하지 않고 가다 보면 언젠가는 해외에서도 슬로 뷰티 브랜드로 당당하게 성공하지 않을까요?

‘지속 가능한 가치 실현’을 위해 개인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정말 기본적인 건데, 바다에서는 무기자차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해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자외선 차단 화장품에 포함된 일부 성분이 바다 환경을 해칠 수 있기에 바르기 불편해도 환경을 생각해 실천하고 있어요. 그리고 해변에 페트병이나 쓰레기가 정말 많더라고요. 아이들과 놀이처럼 조금씩 주우며 작은 습관부터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려고 해요.

환절기에 추천하는 탈리다쿰 제품과 자신만의 스킨케어 루틴을 알려주세요.
피부 트러블이 가장 심하게 올라오는 환절기 때는 기초를 무겁게 하기보다 한 템포 쉬어 간다 생각하고, 피부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려 노력하는 게 좋아요. 오일 클렌저로 유분을 잡아주고 HM+Barrier™ 페이스 클렌저로 가볍게 2차 세안을 한 후 에센스, HM+Barrier™ 페이스 크림으로 마무리하는 식으로요. 피부도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하니까요.

현재 준비 중인 다음 제품이 있나요?
요즘은 10대 때부터 화장을 시작하잖아요. 맞지 않는 제품으로 화장해서 피부가 뒤집히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그래서 기초 제품이지만, 자연스럽게 마무리해줄 제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탈리다쿰이 어떤 브랜드로 나아가길 바라나요?
감사함을 잃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탈리다쿰이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선택하는 부분에 있어서 기존과 조금 달라도 좋은 영향, 소식을 전해드리는 브랜드를 꿈꿔요. 그런 의미로, 준비 중인 사옥 1층도 우리 브랜드만의 공간이 아닌 다양한 분들이 부담 없이 오셔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미려고 해요. 탈리다쿰과 함께한 작가들과 브랜드 외에도 저희와 뜻이 맞고, 색깔이 맞는 브랜드와 함께 풍성하고 의미 있는 공간을 완성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살짝 귀띔해주세요.
사실 탈리다쿰은 캠페인에 모델을 쓰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비장의 무기로 탁구선수 신유빈 선수와 함께하려 해요(웃음).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후원받기가 쉽지 않은 선수 8명을 지원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면서 신유빈 선수도 모델로 하면 좋겠다 생각하게 된 거죠. 나이와 성별의 한계를 넘어 각계각층에 있는 재능 있는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