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건 스킨케어의 시작엔 멜릭서가 있다. 밀레니얼이 선망하는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브랜드, 멜릭서의 이하나 대표와 나눈 이야기.

 

‘한국 최초의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다. ‘비거니즘’ 브랜드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다니던 화장품 회사가 미국 진출을 하게 돼 실리콘밸리에서 일한 적이 있다. 그 당시 많이 받은 질문 두 가지가 “너네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하니?” “동물성 원료를 넣은 제품이니?”였다. 앞으로 뷰티에서도 비건 개념이 중요시될 것을 예감했다. 그 후 비건 화장품을 사용해보았는데, 원래 여드름투성이던 피부가 개선되더라. 직접 경험해보니 확신이 생겼다.

전부터 비건 문화에 관심이 있었나?
비건보다는 자연에 관심이 많았다. 대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의 여행을 즐겼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동경해왔다. 멜릭서에는 자연친화적인 삶과 내가 잘할 수 있는 뷰티 그리고 비거니즘이 모두 담겨 있다.

멜릭서의 시작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하다.
펀딩으로 시작했다. 처음 만든 제품은 여드름 피부를 위한 비타민 C 세럼이다. 비건 화장품의 잠재적 소비자는 예전의 내가 그랬듯 여드름으로 고생하거나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다. 당시 비건 화장품이라는 개념이 생소했음에도 6400%의 펀딩을 달성했고, 몇 번의 펀딩 후 마침내 공식 온라인 사이트를 열게 됐다.

당시 한국에선 생소한 개념의 브랜드를 혼자 시작했다.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
지금은 제품개발자와 함께 일하고 있지만, 처음엔 혼자였기에 OEM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비건 화장품을 만들어줄 제조사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스무 군데가 넘는 제조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비건 스킨케어의 개념을 이해받지 못했다. 결국 유기농 화장품을 만드는 제조사를 찾았고, 그곳에 멜릭서의 첫 제품을 맡기게 됐다.

한국 최초의 비건 스킨케어인데 2018년 론칭이라니, 생각보다 최근이라 놀랍다.
주로 해외로 유통하는 몇몇 K-뷰티 브랜드에서 일부 제품이 비건 인증을 받긴 했지만, 브랜드 자체가 비건을 내세운 건 멜릭서가 최초인 것이 확실하다. 스킨케어로는 최초가 맞고, 메이크업으로는 디어달리아가 2017년 론칭으로 더 먼저긴 하다.

미국에도 진출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본격 진출은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마존을 통해 판매하고 있는데, 매달 40% 이상 성장 중이다. ‘비건 립 버터’는 얼마 전 아마존 초이스 배지도 획득했다. 가성비와 고객 리뷰가 좋은 제품에 부여되는 배지다.

제품 이야기를 듣고 싶다. 몇 가지 사용해봤는데, 립 버터와 토너도 좋지만 선 스크린 사용감이 독특했다. 마치 로션처럼 촉촉하더라.
멜릭서는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한다. ‘비건 에어핏 선스크린’은 눈 시림이 없고, 촉촉한 선블록을 원하는 고객을 위해 만들었다. 또, 비건 브랜드로서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기적 자외선 차단제이지만, 산호를 해치는 성분인 옥시벤존을 배제한 이유다. 그래서 제품 용기 앞면에 ‘Reef-Safe’라고 넣었다.

‘비건 립 버터’도 인기가 많더라. 주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여러 번 칭찬했다. 앞으로 메이크업 제품군을 늘려갈 생각은?
보디 제품을 늘려갈 계획은 있다. 만약 본격적으로 메이크업 제품을 늘린다면 동물 학대 이슈가 가장 많은 마스카라가 그 시작이 될 것 같다.

마인드풀니스 요가나 배스밤 만들기 등 소소한 오프라인 행사가 많은 브랜드인데, 요즘엔 어떤가?
최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연 것 말고는 오프라인 행사는 거의 못하고 있다. 팝업 스토어는 뷰티산업 최초의 플라스틱 없는 매장으로 만들어봤다. 이름도 ‘더 플라스틱 프리 스토어’였다. 멜릭서 제품 상자를 확대해서 테이블과 의자로 사용했고, 숯, 나무, 돌 등 자연 소재를 활용해 꾸몄다. 또, 이벤트는 아니지만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으로 꾸준히 FGI(Focus Group Interview)를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실구매자 중 몇 분을 선정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들어보는 게 주 목적이다.

한없이 확장되는 ‘클린 뷰티’ 그리고 ‘비건 뷰티’ 시장에서 멜릭서만의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멜릭서는 화장품 성분과 환경 보호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밀레니얼이나 젠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을 제시하려 한다. 피부를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화장품 이상의 무엇 말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하고 싶은 문화를 대변하는 브랜드를 선택한다. 컨셔스 소비가 일상인 밀레니얼이 공감하고, 속하고 싶어 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지향점이다. 그래서 건강한 생각, 운동, 비건 레시피, 영 프로페셔널의 모습 등을 콘텐츠화하고 있다.

<얼루어> 독자들에게 ‘비거니즘’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팁을 공유해준다면?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동물을 위한 가장 큰 일이 아닐까? 이건 내가 페스토 베지테리언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3년째 몸소 실천해보니 더 건강해지는 게 느껴져 <얼루어> 독자들에게도 권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