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더 나은 세상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후위기, 생명, 동물권…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환경단체들의 그 프로젝트를 들어봤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캠페인의 주역이 바로 동물자유연대다. 사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모든 영역에서 동물의 권리와 복지 증진, 인간과 동물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노력해왔다. 급기야 길고양이 급식소를 제작했다.

한혁 | 동물자유연대 전략사업국 국장

동물자유연대가 하는 일은?
동물자유연대는 인간에 의해 관리되는 모든 동물이 인도적인 대우를 받게 하고자 하며, 더 나아가 인간에 의해 이용되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동물의 수와 종을 줄여나감으로써, 인간과 동물이 생태적·윤리적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단체다.

지난 사업 중 시민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2000년 진행된 동물자유연대의 ‘사지 마세요. 입양하세요!’ 캠페인은 이전까지 장난감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애완동물’을 ‘생명체’이자 ‘가족’의 지위로 고민할 수 있는 사회적 계기를 마련했다. 놀잇거리로만 생각되던 돌고래 문제를 사회에 제기, 서울시를 설득하여 제돌이, 춘삼이를 비롯한 돌고래들을 고향인 바다로 돌려보낸 일도 동물자유연대의 중요한 성과다. ‘강아지공장’이라 불리는 ‘번식장’의 참혹한 실태를 고발, 정부가 동물생산업, 판매업에 대한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결과를 이끌어냈다.

작년 시작된 길고양이 급식소가 많은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사람의 주거지역에 사는 길고양이는 먹이 활동이 여의치 않아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뜯는다든지 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민원이 발생하고, 이런 길고양이의 처지를 딱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밥을 챙겨주면서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관리가 가능한 급식소를 운영하는 대안이 떠오르게 되었다.

길고양이 현황은 어떤가?
가장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서울 8만여 마리, 부산 19만5000여 마리, 대구 27만여 마리 등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거지역의 개체밀도(km²당 마리 수)는 서울이 약 220마리/km²인 반면, 광역시는 최소 250마리/km²에서 최대 409마리/km²까지로 추정된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른바 ‘캣맘’과 지역주민과의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유와 해결책을 고민해봤을 법하다.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들의 혐오성 언행이 문제 되는 경우도 있고,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갈등상황에서 잘 대처하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적절한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 사회도 조금씩 조금씩 이 합의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을 확대하고,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한다. 한편, 급식소 운영과 자원봉사자 교육 등을 통해 갈등을 줄이고, 분쟁국면에서 적절히 해결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번 길고양이 급식소는 대기업인 포스코건설과의 협업으로 화제가 되었다. 제작 과정은 어땠나?
포스코건설에서 사회적 의미가 있는 사업을 함께 해보자고 먼저 제안을 해주었다. 특히 ‘동물’의 문제에 대해 함께할 영역이 있을지, 포스코 그룹이 가진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사업을 찾기 위해 함께 고민하다 ‘철 소재의 튼튼하고 예쁜 길고양이 급식소’를 제작, 보급해보자고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최초로 철로 급식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다.
동물자유연대도 여러 의견을 냈지만 포스코건설 쪽에서 캣맘들의 의견을 두루 청취하고 이를 디자인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회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여러 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했고, 튼튼하고 예뻐야 하며, 실제 캣맘들이 길고양이를 돌보는 데 기능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급식소를 만들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청소용품 등을 둘 수 있는 수납장, 액션캠 등 장착이 가능한 브래킷, 겨울에 물이 어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핫팩용 공간 등이 포함된 급식소가 완성됐다.

그렇게 제작된 급식소가 도봉구에 최초로 설치되었다. 왜 도봉구였나?
도봉구와 서대문구에서 급식소 설치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먼저 보여주었다. 단순히 급식소 설치에 그치지 않고 이후 안정적인 관리가 가능한 자원봉사자(캣맘) 운영 등을 포함, 지자체에서도 함께 노력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설치 후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이번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을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나. 그 이유는?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 판단한다. 캣맘들의 만족도가 높다. 한차례 누군가 급식소를 뒤집어놓는 등 파손행위가 있긴 했지만, 급식소 설치에 따른 민원도 없었기 때문에, 안정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많은 수량을 제작하여 추가로 타 지역에 확대할 계획이다.

길고양이 급식소의 장점은 무엇인가?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가득 찬 도심 생태환경에서 길고양이는 안정적인 식수원과 먹이를 찾기가 힘들다. 급식소는 인간 중심으로 짜인 도심생태계에서 길고양이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사람의 불편함도 줄일 수 있는 유용한 대책이다. 또한 각 지자체에서는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급식소 운영을 통해 개체 수 파악 등 길고양이 관리가 쉬워지는 효과도 있다.

시민들의 피드백이나 일화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급식소가 너무 예쁘고 기능적이어서, 언론에 공개된 이후 전국 각지의 캣맘들이 자기 지역에도 설치해달라거나,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등의 요청과 문의가 쇄도해서 응대하느라 한동안 힘들었다. 몇몇 지자체에서는 “왜 우리는 안 해주느냐”고 항의성 연락을 해오기도 해서 사과 아닌 사과를 하느라 고생했던 기억도 있다.

직접 들어보니 대단히 무겁고 크기도 큰 편이다. 의도한 것인가?
물론 의도한 것이다. 튼튼하고 무거운 급식소를 만들면 분실이나 훼손의 위험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업이 사회적 이슈에 대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이기 때문에, 포스코의 좋은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적절한 소재를 택했다.

앞으로 길고양이 사업은 어떻게 될까?
최근 지자체에서도 공식 급식소가 생기고, 아파트에서도 주민들끼리 토론을 통해 단지 내 길고양이를 돌보는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찾는 사례들도 생기고 있다. ‘갈등’만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도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한국에서 길고양이 중성화사업이 시행된 지 이제 20년이 됐다. 정부에서도 그동안의 ‘단순 민원해소용 TNR’이 아니라 최소한의 복지까지 고려한 중성화사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향후의 길고양이 사업은 동물의 복지도 중요하게 여기고, 사람과 길고양이의 ‘공존’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 경험으로 기획하고 있는 또 다른 프로젝트가 있다면?
포스코건설과 올해 길고양이 급식소 보급사업을 확대하고자 한다. 또한 새들과 다람쥐 등 야생동물을 위한 급식소도 제작, 보급하기 위해 함께 고민 중이다. 무엇보다 포스코건설에서 향후 재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기견이나 길고양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임시보호소 설치 등 적극적인 대안 마련을 기획 중이어서 이를 위한 논의도 계속하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에 관심을 갖고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
동물자유연대가 대변하고자 하는 ‘동물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지를 보내주시면 좋겠다. 더 많은 시민이 동물자유연대의 SNS, 유튜브 채널에 함께해주시는 것도 우리에겐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정부 지원 없이 오직 시민들의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 단체이니만큼 후원을 통해 힘을 보태주시면 고맙겠다.

동물자유연대의 올해 계획은?
동물학대를 줄이고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올해 파주에 두 번째 동물보호소를 건설한다. 2013년 한국 최초로 선진형 동물복지시설을 설립한 경험을 토대로, 동물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더 나은 복지와 보호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동물자유연대의 두 번째 보호소 설립에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을 꼭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