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소는 변하지 않고, 변한다 해도 괜찮다. 우리가 계속 코모 호수를 찾는 이유다. 이곳에 어린 비스콘티의 정열까지 사랑할 수밖에 없다.

 

코모 호수를 가로지르는 배.

코모 호수를 가로지르다 보면, 반드시 조지 클루니의 집이 보인다. “오, 유명인의 집이다!” 하는 마음에 그 집을 곁눈질로 보겠지만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은 찍지 않는 것이 좋다. ‘파파라치’라는 단어를 만든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이 생각나겠지만 말이다. 파파라치들에게 질린 조지 클루니는 이곳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말았다. 이곳이라면 누구나 조용한 삶을 누릴 수 있다. 조지 클루니는 이름처럼 꿀 떨어지듯 달콤한 장소인 라 돌체 비타 데 벨라지오(La Dolce Vita de Bellagio)에 자주 다녀갔고, 빌라 올레안드라(Villa Oleandra)의 위대한 아름다움에 빠지게 됐다. 이 주변은 케첩 재벌인 하인즈 가문의 사유지로 유명했었다. 케첩 가문의 소유였지만, 이젠 그냥 토마토밖에 없는 곳이 바로 이곳, 코모 호수이다.

라 빌라 파살라콰의 코너.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벨리니(Bellini)가 오페라 <Norma>와 <Sonnambula>을 작곡한 곳이다. 그는 1829년부터 1833년까지 이곳에 살았다.

그랜드 호텔 트레메초의 계단.

라 빌라 솔라 카비아티(La Villa Sola Cabiati)의 전경, 전형적인 벨에포크 시대 헤도니즘 건축 양식.

호텔의 바에 있는 살롱이 붉은색으로 꾸며져 있다.

물살의 흐름에 맞춰 천천히 호수를 건너보자. 모든 빌라가 유명한 이름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리바 지역에 있는 빌라 마르게리타(Villa Margherita)를 제대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베르디가 <라 트라비아타>의 일부를 완성한 레코드사의 소유주 그란 리코르디의 집이다. 창업주 리코르디의 손자가 발주해 지어진 빌라다. 화려한 빌라 에르바(Villa Erba)의 정원에서 영화감독 루치아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의 유년기를 상상해볼 수도 있다. 약 5년 전에는 마티니(Martini) 브랜드의 150주년 파티 장소이기도 했는데, 모든 사람이 호피무늬로 차려입고, 파티 끝까지 춤추던 신데렐라처럼 즐기던 곳이기도 하다. 빌라 폰타넬레(Villa Fontanelle)는 더 이전에는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의 소유였지만, 오늘날에는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해 언급하지 않는 게 좋은 러시아 갑부의 소유다. 빌라 파살라콰나 빌라 솔라 카비아티(Villa Sola Cabiati)에서 생일을 보내고 싶다면 고려해야 할 점들이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양쪽을 다 빌릴 수도, 둘 중 어느 쪽이든 빌려도 좋지만 말이다. 빌라 파살라콰는 매우 역사적인 곳이다. 교황의 가족부터 나폴레옹, 처칠이나 빈첸초 벨리니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이곳에 머물렀다. 빌라 솔라 카비아티는 놀라울 정도의 환대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세르벨로니 공작 가문의 소유였으며, 성스러운 장식으로 꾸며진 벽이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더 많은 건물이 있다. 빌라 멜치(Villa Melzi)는 육지와 강, 호수와 바다의 가교 같은 곳이다. 무어 양식에 영향을 받은 푸른 키오스코로, 멜치 부부가 해 질 무렵 햇빛을 쐬며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 세운 곳이기 때문이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페르난도 1세의 흉상과 마리아 아나 데 사보야의 흉상, 로도비코와 조세핀 멜치 데릴-바르보 부부의 흉상이 있다. 이곳에서 리스트가 단테 소나타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베아트리체 포르티아니와 단테가 영감을 받았다. 이 외에도 엄청 많이 있는데, 작가 스탕달이 자신의 작품 속에서 언급하기도 했다.

그랜드 호텔 트레메초 객실에서 본 풍경.

그랜드 호텔 트레메초의 식당 중 하나, 미식가였던 주방 책임자 콸티에로 마르케시가 남긴 유산이다.

그랜드 호텔 트레메초의 레스토랑 중 한 곳, 햇빛 아래 테이블 위, 샴페인이 놓여 있다.

이처럼 코모 호수는 보고, 영감을 받고, 수많은 명사가 이름을 써 내려간 여행자의 공간이다. 코모 호수는 아르제노 댐 안에 자리한다. 416m 깊이로, 유럽 지역의 가장 깊은 호수 중 하나이기 때문에 멜랑콜리함에도 깊이 빠져들 수 있다.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엔리코 페르미가 물리학을 강의했던 빌라 모나스테로(Villa Monastero) 근처를 구경할 수도 있다. 산책을 하면서 원자 입자가 합쳐지면 폭발을 일으킨다는 걸 이해하게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선생님은 카페 바레나의 음료 ‘스프리츠’ 칵테일이다. 하루의 끝을 맞는 당신의 기분을 위로하기엔 좋은 선택이다. 그럼 당신은 ‘스탕달 신드롬’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이 여행자의 꽤나 아름다운 순간이기도 하다.

그랜드 호텔 트레메초의 거울 장식이 있는 돔과 장식 선반이 있는 빌라 파살라콰(Villa Passalacqua)의 거실.

레오니(Leoni) 빌라의 마루. 바닐라 크림에 초콜릿이 콕콕 박힌 듯한 패턴이다. 2021년 여름까지 대규모 수리 공사에 들어가 당분간 문을 닫을 예정이다.

그랜드 호텔 트레메초 수영장 전경, 에네아 간돌라와 마리아 오솔리니가 장기간의 유럽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1910년 7월 10일에 개장했다.

모나스테로 빌라의 분수대는 건축가 피에트로 린제리(Pietro Lingeri)의 서명이 있는 라리아노(Lariano) 지방 양식의 귀중한 유산이다.

빌라 파살라콰의 커튼 뒤로 보이는 풍경.

가는 법

밀라노까지 가는 직항편을 타라. 밀라노 중심지 롬바르디아에서 코모 호수까지 차로 약 한 시간 반 걸린다.

호텔

그랜드 호텔 트레메초 Grand Hotel Tremezzo
그랜드 호텔 트레메초는 올해 110주년을 맞이했다. 그레타 가르보가 영화 <그란 호텔>에서 “행복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고 묘사한 곳이다. 그레타 가르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곳 수영장의 아이콘 중 하나이다. grandhoteltremezzo.com

그랜드 호텔 빌라 세르벨로니Grand Hotel Villa Serbelloni
벨라지오 의 유일한 5성급 호텔,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클래식한 명소 중 하나이다. 요리사 에토레 보키아가 이끄는 이 호텔의 레스토랑은 미슐랭 원스타를 받았다. 1918년부터 4대째 부처 가족이 소유하고 있다. villaserbelloni.com

벨라비스타 Bellavista
보헤미안 아르누보 스타일의 빌라로, 객실은 여덟 개밖에 없다.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에 있는 호수 너머로 올라가면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조리법과 이곳 정원에서 재배한 재료로 만든 계절 요리도 인상적이다. bellavistabrunate.com

레스토랑

레스칼레 트라토리아 & 와인 바L’ Escale Trattoria & Wine Bar
25년 넘게 요리사 오스발도 프레사치를 앞세워 운영해온 트레메초의 식사 옵션에는 모두 그만한 가치가 있다. 1300개가 넘는 이탤리언 레퍼런스와 로컬 음식이 가득한 캐주얼한 와인바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grandhoteltremezzo.com

카사 아콰둘차 Casa Aquadulza
코모 호수의 힙 플레이스다. 잘 관리된 빈티지와 아방가르드한 무드, 포토제닉한 파티오, 핑거 푸드, 수제 맥주, 그리고 라이브 연주까지 있는 곳이다. aquadulza.it

마첼레리아 부티 Macelleria Butti
그동안 먹었던 어떤 것보다 맛있는 살라미 샌드위치가 있는 곳. 1952년 부티 엔리코가 가게를 연 이후로 쭉 맛있는 살라미 샌드위치를 팔고 있다. 리바 지역의 와인이나 치즈, 트러플 같은 애피타이저도 있다. bellagio.co.nz

카페 바레나 Caffe Varenna
호숫가의 아늑한 구석에 있는 카페. 괜찮은 디저트나 치즈, 스프리츠 등을 판다. varennaturismo.com

즐길 거리 

아에로클럽 코모 Aeroclub Como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상 비행기 교육기관이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 깊은 곳이다. 맞춤형 교육과 입문 코스 등이 있다. aeroclubcomo.com

아에로클럽 코모의 수상비행기에 오르고 있다. 이 비행 클럽은 비행기 조종 수업을 열기도 하고, 관광 및 영상, 영화 촬영 등을 하기도 한다. 궁정 호위대 소속의 비행 클럽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