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시작에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빛나는 왕관을 쓴 소설은 어떨까?

 

노벨문학상

문학상의 시기가 돌아오면 어김없이 점쳐진다. 한국인은 수상할 수 없는가? 하루키는 이번에 받게 될까?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상이라고 할 수 있는 노벨문학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선정된 상으로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 혹은 단체’가 그 대상이 된다. 매년 10월 열리며, 스웨덴 한림원이 선정하고 스웨덴 국왕이 시상한다. 문학상의 추천 및 후보자 목록과 선정 과정은 50년 동안 비밀로 유지되며 50년이 지나면 선정 과정을 공개하고 있다. 이 권위 있는 상은 한림원의 미투 스캔들로 얼룩졌지만, 문학은 우리의 복지에 기여한다, 분명히.

<방랑자들> | 올가 토카르추크
2018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품. 동시에 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폴란드 작가인 올가 토카르추크는 심리학을 전공했고, 신화와 전설 등 다양한 장르를 차용한 작품을 써왔다. <방랑자들>은 여행, 그리고 떠남과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의 모음으로, 끊임없이 떠나고 움직이는 사람들을 다룬다.

 

부커상

매년 1년간 영국연방 국가에서 출간된 영어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쓴 작가에게 수여하는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으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손꼽힌다. 맨 그룹의 후원을 받으며 ‘맨부커상’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맨 그룹이 후원을 종료하며 다시 부커상으로 변경되었다. 한강이 <채식주의자>로 수상한 부커 인터내셔널 상은 영어로 번역되어 영국에 출판된 소설을 대상으로 선정해 작가, 번역가에게 공동 수상하는 상이다.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 버나딘 에바리스토
150여 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엄마와 딸, 친구 또는 동료라는 이름으로 이어진 열두 여성의 삶을 담았다. 2019년 버나딘 에바리스토는 이 작품으로 흑인 여성 최초의 부커상 수상자가 되었다. 2019년은 관례를 깨고 마거릿 애트우드의 <증언들>에게 공동수상을 안겨 화제가 되었다. 심사 결과 두 사람 중 한 사람도 포기할 수 없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공쿠르상

매년 12월 발표되는 이 상은 당대 유명 소설가인 에드몽과 쥘 드 공쿠르 형제의 이름을 땄다. 에드몽 공쿠르가 남긴 유산으로 운영되며, 1902년 아카데미 공쿠르가 시작될 당시에는 가난한 예술가를 돕자는 취지였다. 발표된 작품 중 가장 최고의, 상상력이 풍부한 산문작품에 수여하는 공쿠르상은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생애 한 번만 수상할 수 있지만, 로맹 가리가 자신을 숨기고 필명으로 발표한 에밀 아자르로 다시 한번 수상한 에피소드가 유명하다. 파스칼 키냐르, 마르그리트 뒤라스, 마르셀 프루스트, 생텍쥐페리, 시몬 드 보브아르 등 유수의 작가들이 거쳐간 상이다.

<모두가 세상을 똑같이 살지는 않아> | 장폴 뒤부아
“대중성과 문학적 완성도를 모두 갖춘 작품”이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2019년 제117회 공쿠르상을 거머쥔 작품. <프랑스적인 삶> <타네 씨, 농담하지 마세요>를 선보인 장폴 뒤부아의 새 작품으로 최고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파트에서 26년간 관리인으로 근무하다 우연한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아쿠타가와 상 & 나오키 상

1935년에 시작된 이 상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라쇼몽>, <하나>를 남기고 요절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이름을 땄다. 그가 젊은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 그의 친구인 키쿠치 칸이 순수 문학에서 신인을 발굴한다는 취지로 제정했다. 나오키상도 마찬가지로 키쿠치 칸이 제정했고, 역시 친구였던 나오키 산주고의 이름을 땄다. 일본문학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아쿠타가와상은 순수 문학 작품에 수여되고, 나오키상은 보다 대중적인 작품에 수여된다.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 이마무라 나쓰코
2019년 161회 수상작. 미시마유키오상, 다자이오사무상을 수상한 작가 이마무라 나쓰코의 신작이다. 얇은 두께에 일상적인 시선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바뀌어가는 인물과 사건들이 시선을 끈다. ‘노란색 카디건’으로 불리는 ‘나’는 항상 동네에서 ‘보라색 치마’를 입은 그녀를 관찰한다. 동네의 명물이 된 보라색 치마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노란색 카디건의 그녀는?

 

<변두리 로켓> | 이케이도 준
<한자와 나오키>로 유명한 스토리텔러 이케이도 준에게 상을 안기며 문학적으로도 인정받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이케이도 준 소설의 정수’라는 심사평과 함께 일본 내에서 350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변두리 동네 중소기업이 뛰어난 기술력과 우직한 끈기를 무기 삼아 우주로켓의 꿈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현재 드라마로도 방영 중.

 

서점대상

1년간 나온 신간을 대상으로 신간을 취급하는 서점 직원들의 투표로 후보작과 수상작이 결정되는 상. 책 판매를 촉진할 수 있는 나오키상이 이따금씩 ‘수상 없음’을 발표하는 것에 화가 난 서점 주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스토리가 재미있다. 온라인 투표를 거쳐 선정된 10개 작품을 대상으로 2차 투표를 하는데, 작품마다 의견을 밝혀야 하기 때문에 작품을 읽어야 한다. 10위까지의 점수와 순위도 추후 공개한다. 캐치프레이즈는 ‘전국 서점 직원들이 가장 팔고 싶은 책’.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 세오 마이코
2017년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 2018년 츠지무라 미즈키의 <거울 속 외딴 성>에 이어 2019년 서점대상을 수상한 작품. 작가 세오 마이코의 신작으로 친엄마가 세 살이 되기 전에 사망한 후 피가 섞이거나 섞이지 않은 부모 사이를 오가며 이름이 네 번 바뀌고 가족이 일곱 번 바뀐 소녀 유코의 성장을 그린다.

 

대산문학상

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자의 뜻에 따라 1992년 설립한 대산문화재단이 수상하는 문학상이다. 1년간 출간된 단행본 작품 중에서 시, 소설, 희곡, 평론, 번역 등 부문별 작품성이 우수한 작품을 선정한다. 매년 11월 초에 수상자를 발표하며, 부문별로 수상자 없음을 발표할 때도 있다. 수상자에게는 부문별 상금 5천만원이 수여되고 시·소설 수상작은 주요 외국어로 번역되어 해외에 소개된다.

<9번의 일> | 김혜진
2019년 시 부문에 오은 <나는 이름이 있었다>, 소설 부문에 조해진 <단순한 진심>을 선정한 대산문학상은 2020년 시 부문 김행숙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와 소설 <9번의 일>을 선정했다. <9번의 일>은 통신회사 설치 기사로 일하는 주인공을 통해 현대인과 노동 문제를 다룬다. 김혜진은 “내 생활이고 일상이며 오랜 친구 같은 이 일을 더 힘껏 사랑하라는 격려와 응원으로 새기겠다”는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