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비뚤한 아이라인, 떡진 속눈썹, 번진 립스틱.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이 시즌에는 파티가 끝나고 난 뒤의 모습처럼 다크한 애티튜드가 더욱 멋스럽게 느껴질 것이니.

 

SMUDGE EYES

차가워진 공기가 코끝을 스치는 계절이 되면 메이크업도 달라진다. 특히 올 가을/겨울에는 스모키 메이크업 트렌드가 다시 돌아왔으니 과감해져도 좋겠다. 하지만 전형적인 스모키 메이크업을 떠올리지는 말자. 어둡고 흐릿한, 보다 오싹한 스모키 메이크업이 유행이니 말이다. 2020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구찌가 선보인 지저분하게 번지듯 연출된 이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은 심지어 눈물을 흘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패션 이스트 넨시 도자카, 리뎀션 쇼의 모델들 역시 주목해보자. 이때 포인트는 속눈썹을 뭉치고 떡지게 바르는 것. 이는 가장 손쉽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속눈썹을 풍성하게 연출해주는 마스카라를 이용해 위 속눈썹은 물론, 아래 속눈썹까지 여러 번 겹쳐 바르기만 하면 된다. 심지어 마스카라 가루가 눈 밑에 좀 떨어져도 괜찮다. 완벽하기보다는 마치 파티가 끝나고 난 뒤처럼 좀 헝클어져야 더 자연스러운 법이니까. “메이크업 디테일에 의도적으로 수수함을 부여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엄마의 메이크업 파우치를 가지고 놀며 얼굴에 그림을 그린 아이들처럼 말이죠.” 몰리 고다드 쇼를 디렉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히로미 우에다의 말이다. 테리 바버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이것은 날것의 아름다움이지만 동시에 진정한 아름다움입니다.” 테리 바버는 코셰×푸치 쇼에서 얼룩진 느낌의 스모키 메이크업을 연출했다. 이때 포인트는 자연스러움과 스모키 메이크업 사이의 균형을 찾아 연출하는 것. “실제로 눈가가 번진 것처럼 연출하는 것이 아닌, 의도한 느낌이 들어야 멋스러움을 살릴 수 있어요.”

 

DARK LIPS

스모키 메이크업 외에도 다크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버건디 컬러로 채운 입술. 이번 시즌 립 메이크업은 그 어느 때보다 실험적이다. 붉다 못해 검은빛을 띠고 있으니 말이다. 매혹적인 뱀파이어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구찌에서부터 바이레도, 나스 등 각종 메이크업 브랜드에서도 앞다퉈 이를 연출할 수 있는 색다른 컬러들을 선보이고 있다. 블랙에서부터 퍼플까지 평소에는 일반인은 쳐다보지도 않을 법한 컬러지만 이번 시즌에는 하나쯤은 구비해두는 것이 좋겠다. 로다테나 록산다 쇼의 모델처럼 입술 라인을 깔끔하게 그린 다음 꽉 채워 바르면 우아한 느낌을 연출할 수 있을 것. “관능적인 심플함이죠. 이는 유행을 타지 않는 아름다움이에요.” 록산다 쇼를 디렉팅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미란다 조이스의 말이다. 컬러를 더욱 웨어러블하게 연출하고 싶다면, 입술을 물들이듯 표현해보자. 펜디 쇼의 모델처럼 톡톡 두드린 다음 스머지해 바르면 쿨한 무드로 보여질 수 있을 것. 이때 다른 컬러는 최대한 배제한 채, 피부 역시 창백하게 표현해야 립 메이크업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