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에 이변을 거듭하는 2020년, 자신의 말로 노래하는 Z세대 뮤지션 3명이 슬그머니 모였다가 사라졌다. 화석처럼 굳어가던 세상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소금이 입은 재킷은 헬무트 랭(Helmut Lang). 톱, 목걸이, 팬츠,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빅나티가 입은 니트, 카디건, 바지는 미쏘니(Missoni). 목걸이는 크롬 하츠(Chrome Hearts). 안경은 버버리 바이 룩소티카(Burberry by Luxottica). 신발은 아식스(Asics). 펀치넬로가 입은 재킷과 바지는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신발은 론다스튜디오(Ronda Studios).

 

모든 옷은 5 몽클레르 크레이그 그린(5 Moncler Craig Green). 선글라스는 프라다(Prada).

[ 펀치넬로 ]

무대 위에서 랩을 할 땐 투지가 불타 보였는데, 오늘 보니까 되게 조용한 사람이네요.
원래 내성적인 성격이에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상대방의 기분을 좀 더 신경 쓰는 편이고요. 그게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어요. 내가 무슨 실수를 한 건 아닌지, 나 때문에 불편한 건 아닌지 계속 불안하거든요. 요즘은 좀 담담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화보 촬영할 때도 사진가나 스태프가 원하는 바에 최대한 맞추려는 게 보이긴 했어요.
일할 땐 특히 더 그래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폐 끼치고 싶진 않아서요.

클로즈업 컷을 찍을 때 눈빛이 되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말 자주 들어요?
눈빛이 강하다, 세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죠. 제 골격 구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눈썹도 진하고요. 사진에는 좀 더 드라마틱하게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Fkuropinion’이던데, 어떤 의미예요?
‘Fuck Your Opinion’이라는 문장을 줄인 거예요. 이제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입장을 그만 생각하고 싶거든요. 정작 중요한 저 자신을 챙기지 못할 때가 많아지더라고요. 좋은 피드백은 받아들이겠지만 같잖은 참견은 단호하게 잘라내는 성격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담겨 있어요.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내내 흑백이다가 어느 순간 컬러로 전환되길래 재미있다 싶었어요.
<쇼미더머니8> 출연을 기점으로 그런 거 같아요. 의도한 건 아니고 그냥 제 마음이 그렇게 움직인 거죠. 원래 흑백사진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방송 전의 저는 우울하고 불안한 정서가 늘 함께했던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이 <쇼미더머니8>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계속 이어졌고요. 좀 힘들기도 했으니까요. 방송과 경연이 끝나고 난 지금은 어려운 숙제를 다 잘 끝낸 기분이 들어요. 어둠 속에 있다가 점점 더 밝은 빛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그런 심리 상태가 제 피드에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전에는 좀 뾰족한 편이었어요?
제가 뾰족했다기보다는 뾰족한 것에 많이 찔려서 숭숭 구멍이 많이 나 있는 상태?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것들에 계속 찔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왜 바람구멍이 많으면 별거 아닌 일에도 쉽게 흔들리고 그러잖아요. 우리 사회가 점점 더 뾰족해지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환경이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해요. 늘 날이 서 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한 번씩 그렇지 않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져요.

어디로 떠나고 싶어요?
LA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LA는 꼭 가봐야 할 도시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어요. 특히 저처럼 칠(Chill)한 바이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성지 같은 곳이거든요. 날씨도 좋고, 마인드도 자유롭고,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 얼굴을 보면 대체로 편안해 보여요. 한 몇 달 푹 쉬면서 작업하면 진짜 잘될 거 같아요. 왠지 그런 느낌이 와요.(웃음)

펀치넬로가 입은 이너는 유로파 수베니어(Europa Souvenir). 재킷은 윈도우00(Window00). 목걸이는 제로 한(Zero Han).

그토록 바라던 LA에 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시시하면 어떡하죠?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웃음) 올해 안에 꼭 갈 거예요. 도착하자마자 일단 베니스 해변을 걸어야죠. 타코도 먹고요. LA 타코가 그렇게 맛있다고들 하더라고요.

안양에 사는 10대 시절의 펀치넬로, 아니 이신영은 어떤 학생이었어요?
평범했어요. 놀러 다니는 걸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공부하는 걸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그런 애. 뭐랄까 너드한 구석도 있었던 거 같아요. 그냥 친구들이랑 게임하는 거 좋아했어요. 그래도 저는 어릴 때부터 변하지 않는 꿈이 확실히 있었어요. 남다르다면 남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꼭 음악을 하고 싶었거든요. 다 안 된다고 했을 때도 포기하지 않고 붙잡고 있었어요. 그건 좀 특별했던 것 같아요.

결과만 놓고 보면 또래 친구들과 비교해 꿈을 빨리 이뤘다고 볼 수도 있을까요?
글쎄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꾼 꿈인데요. 남들이 볼 땐 어린 나이에 빨리 꿈을 이뤘다고 볼 수 있지만 제가 느낄 땐 정말 긴 시간이에요. 만약 그렇게 절실한 꿈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좀 다른 사람이 돼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이요?
인스타그램의 흑백 사진 시절로 영원히 살지 않았을까요? 평생 우울한 바이브를 가지고요. 저는 확실히 변했고 더 강해졌어요.

배려심 많은 성격이 음악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나요?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곡이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혼자 작업실과 녹음실에서 조용히 만들어서 세상에 나올 수 있다면 안 그럴 텐데, 다양한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하거든요. 다른 아티스트들이 미리 들어볼 일이 자주 생겨요. 특히 녹음할 때. 그때 친한 형들이 장난처럼 툭툭 던지는 의견에 어떤 방향으로든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얼루어(Allure)’가 매력이라는 뜻이잖아요. 자기 매력이 뭐라고 생각해요?
저는 좀 그래요. 의외의 돌발성이 있어요. 평소에는 이러고 있다가 무대에 서면 또 달라요. 가장 극단적으로는 술에 취하면 나오는 저의 본성이 있어요.(웃음) 그 반전이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술에 취한 모습을 상상하니까 갑자기 묻고 싶네요.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할 예정인가요?
당연히 해야죠. 국민의 의무 아닙니까.(웃음) 근데 솔직히 말하면 제가 정치를 전혀 모르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찍은 한 표가 거대한 나비효과가 되진 않겠죠? 모르고 사고 칠 바에는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지만.

 

 

재킷, 셔츠, 바지는 더 그레이티스트(The Greatest). 토르소 장식은 모호(Moho). 안경은 젠틀 몬스터. 신발은 론다 스튜디오.

[ 빅나티 ]

대원외고 다니는 엄친아 래퍼라는 점 때문에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명하다던데, 어때요?
어머님들이 많은 관심을 주세요.(웃음) 자녀 진로나 외고 입시 관련해서 인스타그램 메시지도 엄청 많이 와요.

그 집 부모는 아들을 어떻게 키우셨길래?
자, 정리해보면 이래요.(웃음) 우선 어릴 때 놀이학교를 보내셨어요. 말 그대로 정말 노는 거예요. 운동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면서요. 주로 예체능 위주인 거죠. 초등학생 때는 미술학원을 꾸준히 다녔고, 노래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대회가 있으면 나갈 수 있게 지원도 해주셨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그런 건 다 취미 활동 같은 거였죠. 저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학생이니까 공부를 해야 하는 게 맞고, 그러니까 열심히 했고요. 그렇게 대원외고에 입학하게 됐어요.

교과서 위주로만 공부해서 수능 만점 받았다는 말과 똑같이 들리네요. 승부욕이 있어요? 아니면 천재인가?
그런 거 전혀 없어요.(웃음) 공부는 재미없잖아요. 성적을 잘 받으면 부모님이 기뻐하더라고요. 부모님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게 아들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어느 날 원하는 길을 찾았고, 반대를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 건가요?
제 안에 그런 반항심이 있는 줄 몰랐죠.(웃음)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힙합 음악에 관심이 갔어요. 근데 그것도 엄마가 처음 들려준 거예요. 완전히 빠져버렸죠. 살면서 뭐 하나에 그렇게 재미를 느낀 게 처음이거든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쇼미더머니8>에 나간 게 여기까지 오게 된 계기예요. 부모님은 저에게 이것저것 최대한 많은 걸 경험할 기회를 줬어요. 그게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가 힙합이라는 음악 앞에서 하나로 뭉쳐진 느낌이 들어요.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Bignaughtyboi’네요. 18세 래퍼 빅나티는 과연 인스타그램을 어떻게 활용해요?
‘Big Naughty’에 ‘Boy’를 붙였어요. 팬이라는 존재가 생기면서부터 소통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게 있어요.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는 직접 소통하기 편리하죠. 제가 빈지노의 팬인데 빈지노 형이 저한테 댓글을 달아주면 온종일 기분 좋을 거잖아요. 그런 방식으로 한동안 정말 열심히 소통했어요. 어느 순간 중독된 느낌이 들더라고요. 진짜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본질은 음악이다. 팬들을 정말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건 제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거란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생각해요?
좋은 영향력이든, 반대의 영향력이든 분명 있죠. 뭘 올리든 자기 마음이긴 하지만 너무 심각하지는 않았으면 해요. 저는 인스타그램을 다양한 사람들과 편하게 즐기는 도구 정도로 생각해요. 그게 딱 좋은 거 같아요.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팔로잉 리스트의 게시물이 뜨잖아요. 빅나티의 피드에 주로 뜨는 건 뭐예요?
래퍼 형들이 가장 많아요. 제가 그림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화가를 팔로잉하고 있어요. 그들의 작업이 자주 뜨죠.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우연히 접했는데 제 마음에 들면 팔로잉해요. 패션 디자이너도 좀 있고요.

빅나티가 입은 셔츠는 르메테크(Lementeque). 베스트는 김지순(Kimjisoon). 안경은 젠틀 몬스터(Gentle Monster).

어떤 그림을 좋아해요?
설치미술을 좋아해요. 요즘 바나나에 테이프 붙여놓은 게 많이 뜨니까 그런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하고요. 추상화도 멋있는 거 같아요. 뭔가 잘 모르겠지만 상징적인 것들이요. 정말 마음에 들고 궁금한 작가에게는 DM을 보내기도 해요. 팬의 마음으로.

지난 연말 나온 노래 ‘휴(休)’를 이렇게 소개했어요. ‘많은 사람들을 태워주시고 정작 자기는 집에 쓸쓸히 혼자 가실 버스 기사님들을 생각하며 만든 곡입니다’. 또래의 래퍼들이 어른과 세상을 향해 악을 쓰는 것과는 좀 달라 보여요.
제 마음속에 그런 감정이 있다면 저도 그랬겠죠. 근데 저는 별로 그런 게 없는 편이에요. 오히려 사람들이 제 노래를 듣고 위로받았으면 좋겠어요. 힙합이나 랩이라는 장르에 갇힐 마음도 없고요. 그래서 점점 더 노래인지 랩인지 명확히 나눌 수 없는 방식으로 가는 거 같아요. 또 모르죠, 디스할 일이 생기면 할 수도 있겠죠.

고집이 센 편인가요?
쉽게 흔들리는 편이에요. 그게 고집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너무 완벽한 걸 추구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대체로 수용하는 편인 거 같아요. 엄마 말이든, 친구 말이든.

촬영할 때 쓸 안경 고르는 걸 보니까 보통 고집이 아니던데요?
하하. 안경은 양보할 수 없습니다. 엄청, 굉장히, 고집이 셉니다, 세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데 마음에 드는 건 써보면 제가 알아요. 안경만큼은 박재범 사장님이 이걸 쓰라고 해도 제 마음에 안 들면 안 쓸 거예요.(웃음)

마음에 드는 안경을 쓰면 자신감이 샘솟아요?
그런 게 있어요. 특히 선글라스가 더 그래요. 화보 촬영할 때 마음에 드는 선글라스를 쓰면 자신감이 확 상승해요. 약간 이렇게 거만한 표정?(웃음)

새 학기를 맞아 대한민국의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제가 영어 유치원부터 시작해서 강남에 있는 중학교를 거쳐 대원외고에 왔거든요. 일단 부모님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거예요. 어떤 정해진 틀 안으로 자녀를 보내야 하는데 아이들이 적응 못 하고 밖으로 나오려고 할 때가 있거든요. 그때 눈 딱 감고 다시 돌려보낼 수 있을지 생각해야 돼요. 진짜 고통스러운 건 부모님이거든요. 주변을 보니까 그 순간을 잘 넘어가면 좋은 대학에 가긴 가더라고요. 제가 어른이 돼서 아이를 낳게 되면 그렇게 키우진 않겠지만.

 

 

소금이 입은 셔츠와 스커트는 아워 레가시 바이 비이커(Our Legacy by Beaker). 프린트 톱은 진존잼(Jinjonjam).

[ 소금 ]

“소금은 왜 소금인가요?”라는 질문을 한 200번쯤 받았어요?
150번쯤?(웃음) 제 이름이 원래 소희거든요. 이름에 ‘소’가 들어가서 중학생 때부터 별명이 소금이었어요. 처음엔 싫었는데 어느 순간 친구들이 소금이라고 부르는 게 좋아졌어요. 저를 소금이라고 부르면서 즐거워하는 친구들을 보는 게 좋았던 거 같아요. 인스타그램이나 사운드 클라우드 등 각종 계정의 아이디를 소금(Sogumm)으로 썼어요. 그게 지금까지 온 거예요.

계획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끝이에요?
이게 다예요. 이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보다 그게 더 쿨하고 멋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제 본명 소희의 한자가 ‘흴 소’에 ‘밝을 희’거든요. 소금도 하얗게 빛나잖아요. 소금과 소희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는 건 신기하죠. 룸메이트가 완전 기독교 신자예요. 덕분에 저도 종교를 갖게 됐어요. 어느 날 친구에게 하루 기도문이 담긴 책을 선물 받았어요. 하루 야채처럼 하루하루의 기도문이 담긴 책이에요. 거기에 ‘어두운 곳에 가서 빛이 되게 해주시고, 부패한 곳에 가서 소금이 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문이 있더라고요. 갑자기 사명감 같은 게 생겼어요. 내 음악으로 부패한 세상을 밝히라는 의미로 소금이라는 이름을 받게 된 건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그 후 어떤 변화가 좀 있어요?
워낙 어지럽고 힘든 세상이잖아요. 제 음악이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절대 부패하지 않는 소금처럼요.

생일이 3월이던데, 생일엔 뭐 해요?
아무 날도 아닌 것처럼 가족들과 조용히 보내요. 3월 8일이 생일인데 그때가 새 학년으로 올라간 직후라 모든 게 어수선하잖아요.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시작하는 때이고요. 시끌벅적한 파티를 열어서 실컷 축하받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됐어요. 그때부터 그냥 조용히 보내는 게 익숙해진 것 같아요.

잠깐 이야기했는데 몹시 엉뚱하면서도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한 사람처럼 느껴져요.
어릴 때부터 긍정적인 편이었어요. 감사하게도 그런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혹시라도 제 안에 부정적인 마음이 커질 때 그걸 긍정의 힘으로 바꿔주는 사람도 많았고요. 사주팔자를 봤는데 인복이 많다고 하더라고요.(웃음)

크리스천이면서 사주팔자를 믿어요?
하하. 아니 그게 아니라, 종교를 갖기 전에 본 거예요. 제가 오로지 인복으로 성공한다더라고요. 그게 딱 맞는 거 같아요. 좋은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났어요. 지금도 부정적인 마음이 들 때면 어디서 긍정의 힘이 나타나서 싸워요. 당연히 긍정의 마음이 이겨버리죠.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nobodycanequalme’ 라는 문장이 쓰여 있어요. 어떤 의미예요?
제 노래 가사이기도 한 ‘No Body can be Equal Me’라는 문장을 띄어쓰기 없이 붙여 적은 거예요. 아무도 나랑 같을 수 없다는 뜻인데 제가 요즘 꽂힌 문장이기도 해요. 이퀄이라는 어감도 너무 좋고 멋있지 않나요? 저 스스로에게도 끊임없이 해주고 싶은 말이고,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어요. ‘너는 남들과 달라. 그래서 특별해’. 모두 그런 생각을 하길 바라요.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던데요. SNS는 진짜 나를 드러낼 수도, 혹은 완전히 감춰버릴 수도 있는 곳이잖아요. 어때요?
말할 때랑 노래 부를 때가 똑같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저한테는 그게 솔직하다는 의미로 들리거든요. 저는 솔직한 게 편한 사람이에요. 그런 성향이 인스타그램 피드에도 그대로 반영되겠죠. 그래서 제가 좀 못 나온 사진이나 실수로 찍힌 것 같은 사진을 거르지 않고 다 올려요.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면 예쁜 사진보다 좀 웃긴 사진이 그때의 순간을 기억하기 더 좋거든요. 친구들끼리 다시 보면서 “야 이때 생각나냐?” 그런 이야기를 하며 다시 웃을 수도 있고요.

피드를 끝까지 내려보니 첫 포스팅이 2014년 1월이에요. 새로고침하듯 주기적으로 피드를 말끔히 정리하는 사람도 있는데 좀 달라 보여요.
좋아하는 가수 중에 토리 캘리라고 있어요. 유튜브에 다른 가수의 커버 영상을 올려서 유명해졌고, 가수가 된 사람이에요. 노래를 진짜 잘하거든요. 어느 날 그가 처음 올린 영상이 궁금해져서 끝까지 스크롤을 내려봤어요. 2010년인가, 무슨 하두리 캠으로 찍은 것 같은 영상이 맨 처음이었는데 노래를 너무 못 하는 거예요.(웃음) 부끄러운 과거일 수도 있는데 지우지 않고 남겨둔 그 태도가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그런 마음이에요. 부끄러운 과거도 어쩔 수 없는 제 모습이니까요.

요즘엔 뭘 읽어요?
오래된 이야기요. <탈무드>를 다시 읽고 있어요. 거기에서 선과 악에 관한 지혜를 배우고 있어요.

행복을 노래하고 싶어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진짜 완벽한 행복이라는 게 있을까요? 삶에는 늘 힘듦이 함께하는 거 같아요. 그건 어쩔 수 없어요. 저는 그냥 “내가 너에게 힘을 줄게, 너도 나에게 힘을 줘”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제가 부르는 노래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정서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그 감정이 저를 얼마나 힘들고 외롭게 만드는지, 또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항상 생각해요.

소금의 방식대로 200번째 <얼루어>에 축하의 말을 전한다면?
처음 만난 사이긴 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볼게요. 음, 지금까지 잘 버텨줘서 고맙고, 꼭 필요한 존재니까 앞으로도 계속 잘 버텨달라고 말할래요. 꾸준한 게 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