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이름은 없지만 <얼루어>의 한 달 한 달을 함께해주는 사람들. 그렇게 해서 벌 써 몇 년.

 

보안관리자 | 에스텍시스템 김명규, 권영규, 도칠석

24시간 잠들지 않는 두산빌딩. 어느 새벽에는 단 두 종류의 사람만이 존재한다. 보안근무자와 에디터다. 

어떤 일을 하세요?
시큐리티 전문회사 에스텍시스템 소속으로 총 22인이 출입자 관리 업무에서부터 순찰, 안전사고 예방 등 건물에 관련된 여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근무자는?
두산빌딩에서 가장 오래된 근무자는 저(도칠석)입니다. 현재 12년 8개월째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건물의 여러 계열사 중 두산매거진이 있습니다.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요?
매거진은 워낙 많은 직원분들이 밤낮으로 일하시기 때문에 열정 넘치는 회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패션 감각이 뛰어나신 분도 많고요.
자율근무인 매거진의 편집부와 낮과 밤을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한밤중 보안 근무중 혼자 일하는 에디터를 만나면?
보안담당자 입장에서는 안전사고 없이 오늘 하루가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무섭지 않을까? 도와드릴 것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로 놀랄 때도 있죠?
가끔 불을 끄고 근무하는 분이 계실 때는 조금 놀랍니다.
<얼루어> 편집부에 ‘마감’이 다가오면 느껴지나요?
당연히 느껴집니다. 저희에게는 매거진 마감일보다 촬영 전후가 더 많이 느껴집니다. 야간 및 휴일에 퀵 물량이 확연하게 많아지기 때문이죠.

 

리터처 | 99디지털 장원석

사진가와 에디터가 촬영한 사진의 후작업을 하는 사람. 

어떤 일을 하세요?
주로 사진 리터칭 작업을 하며 촬영장에서 톤앤매너에 맞는 이미지 레퍼런스를 보여주는 촬영 오퍼레이터를 맡기도 합니다. 저를 포함해 총 6명의 직원이 있고요.
리터칭의 본질을 이야기한다면?
일반적으로는 사진을 예쁘게 수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보다 사진의 전반적인 톤앤매너를 잡는 데 집중하는 일입니다. 사진에 표현이 덜 된 부분, 촬영 환경 제약이 있어 시도하고 싶었지만 담지 못한 것들을 포토샵 작업을 통해 보강하는 일이죠.
<얼루어>와는 얼마나 일했나요? 
2008년에 홍장현 실장님과 일하게 되면서 ‘리터처’라는 직업을 알게 됐어요. 이후 포토샵을 중점적으로 다루게 된 건 2011년이고 그때부터 <얼루어> 작업도 꾸준히 맡아왔습니다.
에디터를 만나는 일은 드물죠? 
리터처는 사진가가 섭외하니 대부분은 사진가와 소통을 해요. 지금은 김희준, 박현구, 최문혁 등 다양한 사진가와 일하고 있습니다.
예전과 리터칭의 경향도 달라졌나요? 
훨씬 자유롭고 다양해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너무 과하거나 정리되지 않은 것들도 바로 그 느낌을 위해 그대로 둬요. 음악으로 따지면 예전에는 정확한 음정과 가창력이 중요했다면 요즘은 자기표현이 중요한 힙합이랄까요?
<얼루어>의 사진이라면 어떤 점을 더 생각하나요? 
지금은 잡지마다의 톤보다 사진가의 성향과 화보 기획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얼루어>는 뷰티가 많다 보니 디테일한 부분을 살리려고 신경 써요. 피부 표현이라든지 질감 같은 것들. 그리고 특유의 깔끔한 톤을 유지하려 합니다.
커버 사진의 경우라면? 
커버는 매거진의 그달의 얼굴이다 보니 디테일한 부분을 모두 신경 쓰게 돼요. 인쇄했을 때도 톤이 완벽하게 나오는지 리터처도 사진가도 마지막까지 확인하는 편입니다.
리터처로서 느끼는 매거진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수익만 생각하면 잡지 화보보다 광고 작업이 낫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화보 비중이 더 큰 편이에요. 더 힘들지만 그만큼 성취감이 있고 흥미로운 작업이 많으니까요.
당신에게 ‘마감’이란? 
시간과의 싸움. 작업의 난이도, 양보다 스케줄에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에요. 오래 일하다 보니 이제 각 매거진의 분량이나 일정이 예측되긴 하지만 변수는 항상 있어요.

 

퀵 서비스 | 박진수

모두가 아는, 모든 곳을 아는, 모든 브랜드를 아는 기사님. 에디터에게는 천재로 불리며 신입 에디터에게는 가장 가까운 지원군이 되어준다. 

어떤 일을 하세요? 
퀵서비스 기사입니다. 촬영장, 대행사, 스튜디오, 매거진을 오가며 물류를 전하고 있습니다.
<얼루어>와는 얼마나 일했나요? 
두산매거진과 일한 지 7년 정도 됐습니다.
에디터와 가장 자주 만나는 분이기도 해요. 
아무래도 그렇죠. 특히 막내 에디터분들을 가장 자주 만납니다. 신입 에디터분들이 연차가 쌓이는 모습을 보면 저도 뿌듯합니다. 예전에는 어시스턴트로 일하는 분들이 있었잖아요. 그분들이 어엿한 에디터, 디렉터로 활동하는 모습을 볼 때 반갑기도 하고 좋아요.
대행사 사정, 잡지사 사정, 스튜디오 사정을 가장 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일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알게 됩니다. 어느 대행사에서 어느 브랜드를 한다거나 하는 일이요. 예전에는 서울 전역을 했지만 요즘은 강남 지역만 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에 대행사와 스튜디오가 밀집되어 있으니까요.
늦은 밤과 주말에도 쉬지 않는데요. 
원래는 저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제가 나오지 않으면 에디터분들이 직접 물건을 전해야 하는 일이 생기니까 자연스레 나오게 되더라고요.
당신에게 ‘마감’이란? 
마감이 끝나고 모두가 쉬면 그때야 저도 쉽니다. 

 

출력소 | 진테크 김호일, 정성진

디자인까지 끝난 대지가 인쇄소에 가기 전까지 중간 정거장 역할을 하는 곳. 

어떤 일을 하세요? 
출력 전까지의 작업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편집팀과 아트팀의 작업물이 인쇄소로 넘어가기 전까지 필요한 색 보정, 합성 등의 이미지 작업부터 최종적인 인쇄 컬러를 확인하는 작업이 이곳에서 이루어집니다.
<얼루어>와는 얼마나 일했나요? 
2년 정도 됐습니다. 두산매거진 매체 모두 담당하고 있습니다.
예전과 가장 달라진 점은? 
과정이 점점 편해지고 간소화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필름도 뽑아야 하니 작업시간이 길었는데 이젠 기계나 프로그램이 좋아져서 시간이 단축됐으니까요. 대신 더 섬세하게 봐야 하는 작업들이 생기기도 했고요.
<얼루어>는 뭐가 다른가요? 
더 자연스러운 톤을 추구한다고 느낍니다. 톤도 편집도 깔끔해요. 내용적으로는 실용적인 기사가 많다고 느껴요.
매거진을 만드는 것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매달 달라지니 흥미롭고, 한 만큼 결과물이 나오는 성취감이 있어요. 책이라는 형태로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져지는 결과물이 나오니까요. 아트 디렉터의 꼼꼼함에 놀라곤 해요.(웃음)
매거진 인쇄만의 특징이 있나요? 
책을 만드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예요. 마감날짜가 확실히 있고 촬영기간도, 바쁜 시기도 뚜렷하게 있다는 점.
여전히 주말도 없이 일하나요? 
매거진분들이 출근하면 저희도 출근하죠. 계속 소통을 하면서 마감까지 함께해야 하니까요. 마감 직전인 14일부터는 출력물을 들고 하루에 대여섯 번씩 왔다 갔다 할 때가 많아요.
여러분에게 ‘마감’이란? 
압박감을 느끼진 않아요. 오히려 자연스러운 한 달의 루틴에 가까워요. 사고 없이 책이 무사히 잘 나왔을 때 기쁩니다.

 

인쇄소 | 동아출판 최성규, 송효근

말 그대로 인쇄, 제본되어 최종적으로 책의 물성이 완성되는 현장. 

어떤 일을 하세요?
인쇄 파트는 진테크(출력소)에서 제판을 통해 만들어진 인쇄판을 인쇄기에 장착해서 인쇄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한 장씩 낱장으로 찍어내는 매엽 인쇄기로는 표지를 작업하고 동그란 롤지를 풀어 대량으로 인쇄하는 윤전 인쇄기로는 내지를 작업합니다.
<얼루어>와는 얼마나 일했나요? 
20년은 된 것 같네요. 세어봐야 해요, 워낙 예전이라.(웃음)
<얼루어> 창간 무렵과 가장 달라진 점은? 
고급화되었다는 점이에요. 소비자의 눈높이도 높아졌고 인쇄기술도 발달하면서 인쇄의 질 전체가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기계가 단순히 찍어내는 역할만 했다면 지금은 거의 컴퓨터나 다름없거든요. 새로운 기계가 도입되면 공부를 하기 위해 해외 연수까지 다녀와야 해요. 지금 사용 중인 라피다106을 들여올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얼루어>는 뭐가 다른가요? 
표지를 자주 보다 보니 잡지마다 다른 느낌을 가진 게 느껴져요. <얼루어>는 밝고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이미지예요.
매거진 인쇄만의 특징이 있나요? 
모델 위주의 인쇄가 많기 때문에 80%는 얼굴 이미지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광고 같은 경우는 상품과 모델이 돋보일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고요. 색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잘 보이게끔 해야 하는지가 다른 인쇄물과는 다르죠.
어떤 과정이 까다롭나요? 
교열색이 안 맞을 때가 있어요. 인쇄 잉크도 물감으로 섞어서 색을 낼 때처럼 조색을 해야 하거든요. 분명 기장 입장에서는 그 색이 맞는데 감리 온 분들은 그 색이 아니라고 하는 거죠. 같은 색을 두고도 서로 다르다고 하는 일들이 있어요.
언제 가장 바쁜가요? 
매달 16일부터 25일까지가 월간지 인쇄로 바쁜 편이에요. 일년 전체로 본다면 9월부터 12월이 성수기예요. 학습지가 많이 판매되거든요. 바쁠 때는 제 몸뿐만 아니라 기계도 고장 나지 않도록 잘 돌봐야죠.
여러분에게 ‘마감’이란? 
한 달의 기준. 마지막 월간지 마감을 하고 나면 그제야 ‘아, 한 달이 갔구나’ 하는 홀가분한 느낌이 들어요.